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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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돌아봐도 막막할 뿐이다.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들어서 한 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을 지니고 있어 조금이나마 글자를 알고 있으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든 채 마음을 달래고 있노라면 무너진 마음이 약간이라도 안정이 된다. 만약 나의 눈이 비록 오색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책을 마주하고서 마치 깜깜한 밤처럼 까막눈이었다면 장차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을까.

이덕무는 가난한 환경 탓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학문에 비상하고 시문에 능해 젊어서부터 이름을 떨쳤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다. 비록 신분은 서자였지만 오직 책 읽는 일을 천명으로 여겼다고 한다. 가난하여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굶주림 속에서도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수백 권을 책을 베꼈다. 아마도 그를간서치(책 바보)’라는 별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것이다. 나도 이덕문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은 그 정도였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책을 통해서 이덕무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해 문장에 녹여내는 데 탁월했던에세이스트였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이덕무 마니아인 고전연구가 한정주는 그가 남긴 소품문 에세이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꼽아 번역해서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학파 실학자이자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의 글이지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진리를 쉽게 그리고 있어 참 좋았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일상을 만드는데, 정작 우리는 그 매일 지나치는 소소함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살면서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고,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날들이 더 많은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바로 그런 순간에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바로 소소한 일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이덕무의 따뜻한 문장들을 만나다 보면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만나는 것처럼 누군가의 일생을 좌지우지할만한 특별한 사건이란, 어쩌면 평생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마주하게 되는 작은 순간들, 추위에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 갓 내린 향긋한 커피 향기 속에서, 모처럼 날이 풀려 따스해진 햇살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런 순간들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섬세하게 그 가치를 발견하는 이덕무의 문장들에는 '위로' 그 이상의 것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 속 잡감을 거리낌 없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은 그냥 두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글로 옮겨 담으면 색다른 의미와 가치로 영원히 남게 된다. 이덕무는 추운 겨울 날, 늦은 밤에서 이른 새벽까지 불평과 화평 사이를 오간 잡감의 조각들을 이 글에 묘사했다. 이러한 잡감이 하루 이틀의 일이겠는가?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밤 동안 자신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오고 갔으리라. 어디 이덕무만 그러했겠는가? 아마도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과 감정의 기복을 겪었으리라.

이 책에 소개되는 글들은 크게 여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이덕무가 보고 느낀 그대로 진경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글들이고, 두 번째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소소한 생명체들의 풍경에 대해, 세 번째는 그가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들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글들, 네 번째는 정직하고, 자유로운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글들, 다섯 번째는 어른들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어린아이의 솔직함과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지혜에 대해, 여섯 번째는 그가 생각하는 참된 문장과 독서의 가치를 보여주며 그가 온몸으로 글을 쓰는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글들이 소개되어 있다. 덕분에 이덕무의 문장들이 지닌 가치가 그저 몇 백 년 된 고전으로서의 그것 만이 아니라는 점이 고스란히 와 닿는다. 이 글들을 통해 한 사람의 생생한 삶과, 온 힘을 다해 살아냈던 일상을 느끼게 되고, 이것은 바로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매 순간이 너무 바빠 지치고 스트레스 가득한 내 삶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는 듯한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단했던 청년 시절 자신을 이끈 힘을 이덕무의 글에서 얻었다고 고백하듯 그의 문장이 가지고 있는 울림과 온도에는 특별한 무엇인가 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삶의 온도가 바뀐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이 책의 어느 페이지나 아무렇게 들춰서 이덕무의 문장들을 읽어 보자. 어느 새 당신의 어깨 위에 놓여 있던 묵직한 삶의 무게도, 쫓기듯 달려가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메마른 그것도 조금씩 툭툭 털어낼 수 있을테니까. 그러다 보면 우리의 삶의 온도도 조금씩 바뀔 지도 모르겠다. 머리나 가슴 어느 한 쪽만이 아닌 온몸을 다해 써낸 정직한 문장만이 줄 수 있는 무언의 위로를 오늘도 지친 당신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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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0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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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화가 잔뜩 나서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거든요."

", 그렇다면 남편 하나가 그 사람 코에 한 방 먹이면 곧 마을을 떠나겠네요."

해미시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엄지손가락이 쑤시는 걸 보니, 무언가 사악한 것이 이리로 다가오고 있구나.' 그건가요?"

"비슷해요."

 

사건이라고는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아마도 영국 제도에서 가장 따분한 마을 드림에 영화배우처럼 잘생기고 매력적인 젊은 남자 피터 하인드가 이사를 온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한 눈에 반한 아도니스처럼 아름답다는 남자 덕분에 마을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해미시 멕베스 경사는 로흐드 마을에 살지만, 드림 역시 그의 담당 구역이기에 소문을 듣고 인사도 나눌 겸 찾아가 보기로 한다.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마을에 살겠다고 나타난 피터의 의도가 의심스러웠지만, 해미시가 보기에도 그는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마을에 정착한 젊은이가 중년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탓에 파리만 날리던 미용실이 중년 여성들로 붐비고, 그런 아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남편들은 점점 더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외지인을 향한 남자들의 증오심이 깊어지면서 점점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지는데, 어린 소녀가 해미시를 찾아와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을 신고한다. 갑작스럽게 피터가 쪽지를 남겨두고 마을을 떠났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가 살해된 것 같다는 거였다. 물론,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사건 현장을 목격한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번 작품은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그 열 번째 이야기이다. 말단 순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지난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 경사로 승진하고, 전편에서 오랜 짝사랑 상대였던 프리실라와 약혼한 이후 해미시의 달라진 일상이 시작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그를 높은 자리로 승진시키고 싶어 하는데, 그저 유유자적한 삶을 원하는 해미시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성공시키겠다고 죽자사자 애쓰는 그녀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해미시는 성공한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고, 그저 한가하게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소문이나 주워듣고 밀렵이나 하고 공짜 밥이나 얻어먹으며 살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게 바로 그가 약혼 전 평온하던 시절에 늘 하던 일이었고, 그게 바로 해미시 맥베스라는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전부였으니, 앞으로 시리즈가 점차 진행되면서 프리실라에 의해 과연 변화하게 될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야망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남자와 상류사회의 우아한 여인이 만들어 내는 로맨스는 살인 사건과 미스터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이 시리즈 전체를 계속 읽게끔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들 커플 덕분에 우리는 작가의 말처럼 '그동안 단 한 권도 없었던, 할리퀸 로맨스와 정통 문학 작품의 경계에 서 있는'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시리즈를 모아 놓고 찍으려다 보니, 아무리 찾아도 2권이 안 보인다. 판형이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은 반면, 잔뜩 어지러진 책장에서 찾을 때는 오히려 잘 안 보인다는 단점이.. 하핫...

 

 

 

해미시는 랜드로버로 돌아가서 차 안에 앉아 침울하게 아래쪽 호수를 빤히 바라봤다. 이 사건을 좀 더 파고들지 않는다면, 죽는 날까지 후회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해미시는 게을렀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을 앗아 가는 일은 최악의 범죄였고, 그는 베티의 죽음이 사고사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온갖 것에 간섭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프리실라 때문에 해미시는 왠지 자신의 약혼이 깨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해미시가 로흐두를 떠날 의사가 전혀 없는데 비해 프리실라는 끊임없이 이사할 좋은 집들을 알아보지만 그녀 역시 엉터리 점성술사에게서 들은 불길한 예언 때문에 어딘지 두렵다. 그녀는아가씨는 맥베스와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테니까.” 라는 말을 들었고, 그 이후에 매력적인 청년 피터가 등장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피터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난 뒤에도 여전하다. 마을의 남자들은 화가 잔뜩 나 있었고, 여자들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렸으며, 사건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미시는 어딘지 수상하다는 느낌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중이었다. 무사태평, 유유자적에 게으르고 매사 느긋하기만 한 경찰이지만, 정의감만은 투철한 점이 바로 해미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최악의 범죄였고, 만약 범죄가 일어난 거라면 반드시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결국 해미시는 살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니 애초에 살인이 일어나긴 한 걸까. 짧은 분량이지만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와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무장하고 있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영국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20세기 초 고전들의 유산을 계승한 정통 코지 미스터리이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2018 2, 33번째 권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인 M. C. 비턴은스코틀랜드 북쪽 끝에 있는 서덜랜드의 낚시 교실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지대의 황무지에 고립된 11명의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무대인가! 그렇게 해미시 맥베스가 탄생했죠.”라고 탄생 비화를 말한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이 시리즈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도 완벽한 설명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는 언제나 스코틀랜드 고지를 무대로,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소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출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너무도 평범해서 고개를 돌리면 어느 거리에서나 만날 법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스토리라서 더욱 공감도 되고, 몰입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시리즈물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무려 서른 권이 넘는 시리즈가 부디 모두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한 권짜리 이야기보다 지속되는 시리즈는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법이니까. 시리즈가 지속되는 동안 내내 누적되는 인물들 만의 소우주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체 어떤 캐릭터이길래, 무려 30년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늑한 고전 추리물이 2018년 현재에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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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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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나쓰키 린타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어머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초등학교 무렵부터 할아버지와 계속 둘이 살아 왔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 가시고 나자, 고등학생인 린타로에게는 처음 보는 고모와 작은 고서점이 남겨졌다. 나쓰키 서점은 린타로에게 이른바 피난처이고 유일한 은신처였다. 학교도 자주 빼먹고, 늘상 집에 틀어박히기 일쑤인 그에게 서점은 책의 세계에 푹 빠져서 현실을 잊어 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던 거다. 하지만 고모는 서점을 정리하고 자신과 같이 살자고 했고, 딱히 거절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한 채 린타로는 정든 서점을 떠나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말을 하는 얼룩고양이가 나타난다. 고양이는 린타로에게 어느 장소에 책이 많이 갇혀 있는데, 책을 구하려면 네 힘이 필요하다고,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인간의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까칠한 고양이와 책벌레 소년은 서점의 어두컴컴한 안쪽의 특별한 시공간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첫 번째 미궁에서는 모든 장르의 서적이 압도적인 질과 양으로 광대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서재에서, 읽은 책의 수로만 가치를 평가하는 지식인이 등장한다. 한 달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바쁘다는 그 학자는 매일 새로운 책을 읽느라 정신이 없어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책들이 책장의 유리문 속에 갇혀 있고, 손잡이에는 무거운 자물쇠까지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1만권 읽은 사람보다 2만 권 읽은 사람이 더 가치가 있는 시대, 그리고 책을 읽는 것보다 소장하고 전시하는 걸 더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무언의 비판이 담겨 있는 그곳에서 린타로는 갇힌 책을 구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두 번째 미궁에서는 전 세계의 책을 모아 싹둑싹둑 잘라 버리는 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세상에는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다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빨리 읽기 위한 연구를 한다며 책은 줄거리만 읽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세 번 째 미궁, 그리고 마지막 네 번 째 미궁까지... 과연 얼룩고양이와 린타로는 이 책의 미궁 속에서 만나게 되는 기이한 사람들로부터 책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말하는 고양이와 고등학생 소년, 소녀가 주인공인 모험이야기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경쾌하고 라이트 노블에 가까운 가벼운 느낌이다. '부조리에 가득 찬 세계에서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논리나 완력이 아니라 유머'라고 말하는 얼룩고양이의 말이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 작품은 성격도 어둡고, 친구도 별로 없으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장점을 가진 것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이 까칠한 고양이와 책의 미궁을 통과하면서 변화하는 성장 소설로도 훌륭하고, 희귀본이 가득한 고서점을 배경으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와 외톨이 소년의 모험 소설로도 너무 멋지다. 그 설정만으로 서점과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의 미궁은 여러 단계로 진행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기이한 인물들의 책을 향한 왜곡된 애정이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놀랍기도 했다. 부분을 극대화시키고 과장해서 희화화해서 가볍게 보이도록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이들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책이란 존재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읽는 사람이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는 마음이 있다고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 책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 세상의 모든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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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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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죽는 것이 길고양이의 운명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들의 삶이 유난히 힘겨운 게 사실이다. 한국에서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3년 안팎에 불과하다. 집고양이가 평균적으로 15년 안팎을 사는 반면, 길고양이의 수명은 그것은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서도 거의 매일 길고양이들을 만난다. 아이가 한참 동물에게 관심이 많을 시기라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아이를 피해 훌쩍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곤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고서 돌아서 가는데 아이가 말한다. "근데 야옹이 엄마는 어디갔어?"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기에도 추운 날씨에 혼자 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이 안쓰러웠나보다. 길고양이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한다. 제대로 쉴 곳은 있는지, 충분히 먹을 수는 있는지.. 저들의 집은 어디인지.. 저들은 왜 이런 날씨에 길거리를 떠돌아 다녀야 하는지.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서 가장 멸시받으며 사는 생명체가 있다면 바로 길고양이들일 것이다. 잘못된 속설 탓에 미움의 대상이 되어 왔고,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는 근거 없는 미신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으며, 쓰레기봉투를 뜯고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잡혀가 안락사를 당하거나 텃밭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길고양이가 수난을 당하는 만큼 그들을 지키려는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우리나라라고 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캣대디들이 바로 그 최전선에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학대에 맞서 감시자 노릇을 하기도 하며, TNR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양이를 적대시하는 사람들과 길고양이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모색하는데, 이 책 또한 그 일환으로 쓰여졌다고 볼 수 있겠다.

 

 

고양이 작가이자 10년차 ‘캣대디’인 이용한 작가는 이 책에서 길고양이의 특징, 성장 과정, 고양이 용어 같은 개괄적인 부분을 쓰고, 고양이 보호 시민단체인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길고양이 구조, 치료, 포획 등 TNR과 의학적인 부분을 책임 집필했다. 거기에 더해 이용한 작가의 애정이 담긴 생동감 넘치는 길고양이 사진들과 일러스트레이터 봉지 작가의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길고양이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수익금 일부는 길고양이 구조, 치료 지원에 쓰인다고 하는데, 내용도 그렇지만 책의 의도 또한 어딘지 뭉클한 부분이 있다. 길을 걷다 지나다니는 길고양이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한 번이라도 관심있게 지켜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그러지 않을까 싶다.

 

 

길고양이를 입양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 고양이와의 교감과 성격 파악이다. 가끔 SNS나 인터넷 고양이 커뮤니티에는 아무런 준비나 교감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무작정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야생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그들 나름의 자유와 질서가 있고, 길 위에서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수년에 걸친 길고양이 돌보기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길고양이 밥 주기나 인도적인 TNR 방법, 길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물론 길고양이로 인한 다툼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법과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애니멀 호더 문제, 고양이 톡소플라즈마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와 전문 지식들이 담겨져 있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길고양이를 돌보며 마주하게 될 여러 상황에서 궁금한 점들이 질문, 답변 형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길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공문이 붙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양이에게 해로운 음식은 어떤 게 있느냐, 길고양이들을 보호소에 보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길고양이 사진 찍기, 고양이에 관한 명언들까지 수록되어 있어 자칫 무겁거나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까지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은 "지구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천국에서 당신의 처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라고 했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고 했으며, 찰스 디킨스는 "고양이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말했다. 고양이에 관한 명언들을 보면 유독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샘 칼다의 <그 남자의 고양이>라는 책에서도 느꼈지만, 예술가들, 특히 작가들이 고양이를 편애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길고양이들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스티커와 길고양이 먹이 안내 스티커, 독극물 살포 경고 스티커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되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에 처해지는 범법 행위입니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동물학대 시, 동물법 제8조 및 제46조 규정에 의해 이런 처벌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까. 뉴스 보도에서 접하게 되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잔인하고 끔찍한 동물학대를 볼 때 마다 분노에 휩싸이곤 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요즘은 수많은 고양이 집사와 고양이 콘텐츠가 생기면서 애묘인들이 늘어나 고양이에 대한 인식 자체도 놀랄 만큼 향상된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길고양이 들은 우리나라에서 천대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길고양이를 위해 길 위에서 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전혀 없었던 이들 조차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위해서, 더 많이 가진 인간들이 더 많이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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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계산대의 직원은 설마하니 그녀가 화장실에서 이걸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관없어, 괜찮아. 그녀는 손가락을 집어 넣어 따듯한 녹색 덩어리를 한 움큼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난생처음이었다. 아마 이 젤리를 먹은 일이 지금껏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 같았다. 그녀는 또 한 움큼 떠서 혀에 짓이기듯 집어넣었다. 믿을 수 없는 맛이었다. 지금껏 무엇을 기다렸단 말인가? 무엇을?

레스토랑 셰프인 라르스는 요리 재료에 관심이 많은 웨이트리스 신시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들은 딸 에바를 가졌고, 라르스는 생후 몇 달밖에 안 된 딸의 이유식 식단을 짜며 몇 주를 보낸다. 생후 3개월된 아기에게 돼지 항정살로 만든 퓌레를 주고, 4개월된 아기에게 당근 케이크를 먹이겠다는 아빠라니.. 어쩌면 이 때부터 에바의 천부적인 재능이 싹 트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다. 에바에게 온통 마음이 빼앗겨 있던 라르스와 달리 겨우 스물다섯이던 신시아는 집에서 아기만 보는 생이 지겨워죽겠다며 육아 휴직기간도 채우지 않고 복직을 선언한다. 결국 소믈리에를 꿈꾸던 그녀는 자신이 엄마로서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 버린다. 홀로 남겨진 라르스는 지극정성으로 에바를 기르지만, 얼마 안 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숨을 거두고, 에바는 삼촌과 숙모가 부모인줄 알고 자라게 된다.

 

어느덧 10소녀가 된 에바는 남들보다 덩치가 크고 어린데 비해 똑똑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 삼촌 부부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에바의 요리에 대한 재능 같은 부분들까지 헤아려주지는 못했다. 에바는 여덟 살 때 사촌오빠에게 선물 받은 재배 도구로 할라폐뇨를 키우기 시작해, 열한 살을 앞둔 지금은 멕시코 레스토랑의 대표 요리에 들어가는 이국적인 고추들을 공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에바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놀라운 미각을 지닌 소녀였다. 유명 레스토랑에 갔다가 음식을 먹어 보고 들어간 재료들을 알아맞히면서 그곳의 셰프가 제안해 주방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진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그녀가 셰프의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대부분 요리나 음식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의 경우, 음식 자체에 집중하거나, 주방에서의 생활 등이 리얼하게 그려지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과 구성을 취하고 있다. 단지 놀라운 미각을 가진 천재 셰프의 성공기였다면 어느 정도 식상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이 작품은 그녀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지역 사람들의 생활 속에 담겨 있는 음식들의 이야기가 메인이라 독특한 구성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에바 토르발은 그녀가 로브 크레이머의 주방에서 처음 보았던 괴상한 풋내기가 더 이상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그녀는 진화를 한 게 분명했다. 두 팔은 나뭇가지처럼 튼튼하고 입술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육감적이며 양손은 주방장답게 흉터로 뒤덮였고 두 발은 콘크리트 블록처럼 든든하고 가슴은 풍만하고 그녀의 엉덩이를 주제로 랩의 가사를 쓰면 좋을 것 같은 스물네 살의 에바는 눈이 부실 정도로 당당했다. 그녀는 그저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뒤에 커다란 느낌표가 달린 여자였다. 강인하든 허약하든 모든 여자의 원류인 까마득히 먼 과거의 원시인의 강인하고 야만적인 여성성이 고스란히 발현한 여자였다.

이 작품은 전체 여덟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에바의 부모 이야기, 두 번째는 에바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 나머지 챕터들은 모두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관점으로 진행된다. 에바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겨우 한 챕터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 챕터마다 해당 챕터의 주요 인물들의 삶과 관련 음식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속에서 에바의 모습이 가볍게 스쳐 가기도 하고, 에바와 직접적인 에피소드로 연결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듣게 되는 한 사람의 인생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초반부 에피소드에서 에바가 살인적으로 매운 칠리 고추들을 재배하면서 매운 음식을 잘 먹게 되어, 어른들도 먹기 힘든 매운 음식 먹기 대회에서 승리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아이들을 그 매운 고추를 이용해 혼내주는 모습은 유쾌하기도 했고, 음식을 통해서만 빚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 흥미롭기도 했다. 특히나 말린 대구를 삭혀 만든, 톡 쏘는 냄새의 노르웨이 전통 요리인 루테피스크나,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로 알려진 칠리 고추인 초콜릿 아바네로, 피망에 식초, 설탕, 과일 펙틴 등을 넣어 만드는 음식인 스위트 페퍼 젤리 등 한국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요리나 식재료들이 등장해서 미식 여행을 즐기게 해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요리와 일상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다, 한참 먹방이니 쿡방이니 방송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바야흐로 대세는 요리하는 남자인 시대이다. 그래서 유명 셰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남자 셰프들이었는데, 이 작품 속 에바는 천재 여성 셰프로서 그들만큼이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삶 속에서 보이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라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읽는 동안 눈을 즐겁게 하는 요리의 향연이 아니었나 싶다. 낯선 식재료와 이해하기 힘든 레시피도 있었지만, 새로운 음식 문화와 그것을 즐기는 풍경 만으로도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뭐 먹으러 갈까였으니, 정말 음식을 '보는 즐거움'이 최고였던 작품이기도 했다. 요리가 멋진 일이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여러 가지 감각을 활용하는 거라는데 있는데, 예를 들면 소스가 타면 냄새로 알 수 있고, 생선이 다 구워지면 소리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글로 표현되는 감각적인 부분이 실제로 먹고 보는 것만큼이나 멋진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따뜻하고, 위로되고, 유쾌하고, 맛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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