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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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 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간다. 고열이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그 무렵, 하루는 말했다. 나는 언제까지고 후지 곁에 있을 거라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후지시로와 하루만 예외일 수는 없었다.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그들은 웨딩플래너를 만나 일년 뒤에 있을 결혼식 준비를 하는 중이다. 그들은 도심에 자리 잡은 고급맨션에서 삼 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시절 첫사랑에게서 편지가 한 통 온다. 구 년 만에 연락을 한 그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라는 새하얀 소금호수로 에워싸인 도시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체코 프라하,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인도의 카냐쿠마리를 거치며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를 기점으로 대학 사진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연인이 되는 후지시로와 하루의 이야기와 첫사랑과 갑작스레 멀어지고 이후 수 년간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었던 후지시로가 야요이를 만나게 된 스토리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후지시로가 야요이를 만나던 당시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직전에 파혼을 하고 그와 만나기로 했었다. 그리고 삼 년의 연애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녀는 또 다시 결혼식을 앞두고 사라져 버린다.

대학시절 첫사랑, 한 순간의 오해로 멀어진 관계, 그리고 오랜 시간에 지난 뒤에 갑자기 첫사랑으로부터 온 편지라는 플롯 자체는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질 만큼 평범하지만, 가와무라 겐키는 그것을 굉장히 특별한 연애 이야기로 만들어 버린다. 결혼식을 앞두고 파혼을 거듭하다 급기야 사라져버린 약혼녀, 아이 없이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는 그녀의 여동생, 출중한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남자와 연애라는 감정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동료 나나, 그리고 첫사랑의 실패 이후 자신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후지시로를 통해서 '연애가 사라진 세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시로는 야요이와 삼 년 째 동거 중이지만, 이년 동안 섹스를 하지 않는 상태로 각자의 방을 쓰며 지낸다. 특별히 다투거나 사이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부족한 것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며 그저 그 상태로 편안하게 말이다. 후지시로의 부모님은 최근에 이혼하기로 했는데, 그의 어머님은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야요이의 여동생 준은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을 만나 평범하게 잘 살고 있지만, 결혼 전부터 그와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후지시로의 동료 나나는 사람들이 결혼이나 섹스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애정이라는 감정이 무조건 아름답고 멋진 것만은 아니라고 말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한 순간이잖아요."

오른쪽에 하루의 떨리는 작은 손을 느끼며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때 자기의 손도 떨렸다는 건 기억하지 못했다.

"그 한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는 건 환상이에요. 그런데도 남자와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 동반자로 서로를 사랑하는 게 전제가 되는 건 이상하죠. 누구랑 연애를 하든 다다르는 종착지는 똑같아요. 그러니 결혼 후의 섹스리스도 당연하단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절망적으로 말하진 마."

후지시로가 씁쓸하게 웃으며 내려다보던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감촉이 멀어져 갔다.

이 작품은 [너의 이름은], [분노], [악인] 등의 흥행작을 프로듀스한 창작자이자, 130만부 판매, 화제의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저자로 유명한 작가 가와무라 겐키가 2년 만에 출간한 신작소설로 사랑이 점차 사라져 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한때, 나도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극중 하루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이 한 순간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섹스하고, 결승점으로 결혼하게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그런 사회 통념에 대해 전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평생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니, 사랑에 빠진 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 믿고 결혼을 한다는 건 환상이라고 말한다. 함께 사는 그 혹은 그녀가 상대를 계속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그저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결혼하고, 그 후에는 서로만 사랑하며 끝까지 가족을 지키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규칙처럼 되어 버린 것 아니냐고 말이다.

우리는 왜 타인을 사랑할까. 그리고 왜 그 감정이 사라져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걸까. '나의 사랑'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진 건 지극히 짧은 한 순간의 찰나에 불과하다. 달과 태양이 겹쳐지는 한 순간의 기적. 사랑하는 서로의 마음이 겹쳐진, 일식 같은 순간.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부터 믿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 누군가에게는 생애 단 한번만 찾아오기도 하고, 아예 찾아오지 않기도 하는 그 기적을 우리는 왜 유지시킬 수 없는 걸까. 살아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감정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의 마지막 즈음에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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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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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만 해도 60만이 넘고 그림마다 2만 개 이상의 공감을 얻고 있는, 그야말로 웬만한 유명 인사들의 수준을 넘어선 일러스트레이터 HENN KIM의 아트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블랙과 화이트, 모노톤으로만 이루어진 트랜디한 작화와 함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독특한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워 러브콜을 받고 있는, 현재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에는 그의 작품 중에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150여점을 선별한 것으로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실려 있다. 힘든 하루를 겪은 스스로에 대한 위로, 연인과의 관계와 사랑, 꿈으로의 매혹적인 여행, 일상에 여유를 주는 위트 있는 상상이다.

 

그림과 함께 실려 있는 각각의 짧은 제목과 짧은 글은 너무도 위트 있고, 감각적이고, 예리하다. 그림을 메인으로 작업하는 작가이지만, 글도 그에 못지 않게 임팩트가 강하다. 평범한 일상을 어루만지고, 사랑의 숨겨진 면을 꿰뚫어 보고, 누구나 한번쯤 꿈꿀 법한 세계를 그리고, 빡빡한 시간들 속에 잠시 숨을 쉬게 만들어 준다고 할까. 심플하고, 강렬한 그림과 단순하고 간결한 글이 만나서 빚어내는 이미지들은 정말 굉장하다.

 

 

'밤이 되길 기다렸어' 챕터에 실린 그림들은 좀 섬뜩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실적이고, 슬프다. 이런 저런 일들이 풀리지 않았던 지친 하루가 끝나고, 쇼파에 엎드려 있는 여인의 모습은 마치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처럼 보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무뎌지진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림은 머리를 연필깎이 칼날에 집어 넣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울고 싶은 날 충분히 울어도 된다고 말하는 그림에는 침대가 수영장처럼 변해 눈물에 푹 잠겨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내일 하루를 떠올리며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그림에는 찻잔 속 음료에 반짝이는 밤하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하나같이 얼굴이 가려진 여자들의 모습은 오싹하도록 기괴하기도 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것처럼 뭉클하기도 하다.

 

 

'너와 나' 챕터에 실린 그림들은 사랑에 관한 여러 단상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난 너를 사랑하는 걸까.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걸까. 라는 의문은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아이러니 중의 하나이다. 작가는 이것을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등 뒤로 셀카를 촬영하려는 포즈를 취한 여인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징적이지만, 너무도 이해가 될법한 장면이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연인의 전화를 기다리는 모습은 전화기 줄을 마치 체인처럼 온 몸에 칭칭 감고 있는 여인이 등장하며,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는 집착을 서로의 꼭 잡은 손 위로 스테플러를 찍는 섬뜩한 장면으로 상징하고 있다. 상대를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모습은 뒤 돌아 앉아 있는 여인의 등으로 남자가 머리를 쑥 들이밀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의 모습은 밤하늘 위로 외줄을 타고 있는데 남자가 그 선을 가위로 쓱싹 잘라 버리는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굿 나잇' 챕터에서는 좀더 순화된(?) 이미지들이 등장하는데,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꿈과 소망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더랜드로 떠나고 싶어 책 등에 엎드려 있는 가 하면, 수면제로 먹는 사탕은 영롱한 지구와 우주 전체이다. 달을 풍선으로 매달고 벌룬 기계로 야간 비행을 하기도 하고, 달을 낚겠다며 우주 속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기도 하다. 메리 포핀스처럼 우산을 쓰고 구름 위를 날아서 달까지 날아가려는 여인도 등장하는 등 대부분 달과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림들이라 아름답다.

 

 

'선데이 무드' 챕터에서는 집에서 뒹굴거리는 일요일의 몽상을 쇼파가 되어 버린 사람으로 보여준다거나,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는 모습을 커피 컵 빨대를 가지고 장대높이 뛰기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있기도 하다. 눈뜨자 마자 커피부터 마시며 잠을 깨는 모습은 아예 커피 잔 속에 머리부터 푹 담그고 있는 것으로 보여주고, 녹아 내릴 것 같은 더위를 바닷가에서 피자로 된 파라솔을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한가로운 주말, 여유 있는 휴일 하루 동안의 몽상을 위트 있는 그림들로 보여주고 있다.

 

 

살다 보면 음악이나 그림 같은 걸로 위로를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 시험에 떨어졌을 때, 혹은 사랑에 빠졌을 때,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 음악을 찾아 듣거나 그림을 보면서 위로를 받거나 공감을 느낀다. 특히나 그림이야말로 하나의 상황과 감정을 압축된 이미지로,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보여주는 예술이라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정말 쉬운 도구가 아닌 가 싶다. 헨 킴의 그림들은 정말 대체 불가, 독보적인 독창성으로 이미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니 각각이 전체로 읽히고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로 형상화 되는 것 같아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현재 가장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선정하는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프로젝트에 개인 전시를 진행 중(7/29~10/1)이라고 하는데, 한번쯤 들러서 그의 작품을 더 많이 감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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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
존 그리샴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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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변호사들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인간쓰레기를 변호할 수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달고 산다.

나는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라고 재빨리 대답하고 자리를 뜬다.

우리는 정말 공정한 재판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의의 실현, 그것도 신속한 실현이다. 이때 정의란, 그때그때 우리가 정의로 여기는 것이다.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잠을 자는 서배스천 러드는 이름난 거리의 변호사이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실을 운영하지도 않으며, 합법적으로 총기를 가지고 다닌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살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자, 악마 숭배자, 연쇄 살인범 등 그 누구라도 공정한 법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는 그이기에 극악무도한 피의자를 변호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전에 살던 아파트와 옛 사무실이 폭탄을 맞아, 그 이후로는 각종 살림살이와 비밀 총기 보관함이 내장된 특수 방탄 벤이 현재 그의 사무실이다. 그는 누구나 꺼리는 소송을 전담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이타적인 사람이거나, 정의에 목매는 바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탈옥을 감행하는 희대의 범죄자의 편에도 있었다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선량한 시민을 죽이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경찰 조직에 맞서기도 한다. 한 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경찰과 사법 제도, 정부를 완벽한 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배스천 러드가 매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싸움에 그야말로 몸을 내던지는 것을 공감하거나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악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군자도 아니고, 평범한 변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물 변호라고 할 수도 없는 캐릭터이니 말이다. 그가 굳이 왜 거리의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판사와 검사를 비롯한 경찰들을 적으로 돌리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지 사실 잘 모르겠다. 스스로도 자신이 왜 실제로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인간들을 보호하는 데 인생을 바치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는 장면도 등장하고 말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작품이 줄곧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거다.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서 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다는 건, 물론 명백하게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운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벌이는 드라마는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어 준다. 단지 부당한 법과 체제에 부당한 방법으로 맞서는 것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가 정의의 수호자 쪽에 가까워야 말이 되지 않을까. 어쨌건 그가 변호하는 형사 피고인들은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자들이니 말이다. 뭔가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주며, 부당한 법과 사법 체계를 비판하는 건 맞는데, 애초에 도덕적 기준이 없는 인물이 하는 거라 과연 누가 악당이고 아닌지 종잡을 수가 없다.

나는 세 사람에게 내가 전형적인 변호사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마호가니와 가죽으로 채워진 근사한 사무실 따위는 없다. 유명한 회사건 아니건, 큰 로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다. 변호사협회를 통해 착한 일을 하는 인물도 아니다. 나는 외로운 총잡이, 체제와 싸우고 불의를 증오하는 불량배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당신들의 아버지에게, 또 당신들에게 일어날 일 때문이다.

내게 존 그리샴은 90년대의 스타 작가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최근까지 계속 작품을 내고 있고,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잘 나가는 작가이지만 말이다. 아마도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히트를 시킨 장본인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내게는 좀 오래 전 작가라 그의 작품도 굉장히 오랜 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대 로펌 소속의 거물 변호사 이야기가 아니라, 거리의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아웃사이더 변호사가 주인공이란다. 그는 괴짜 변호사를 통해 조각나고 일그러진 사법 제도의 치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작품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로운 캐릭터 외에도 구성도 완전히 달라졌다.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이어지는 기승전결 구도가 아니라, 같은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지만 에피소드들이 달라지는 연작 단편집처럼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하나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그 뒤에도 출연해 장편 소설처럼 호흡을 가져가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법의 부조리함과 어두운 면을 소개하는 다양한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섯 개의 개별적인 사건들은 모두 정의라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달려간다. 유죄 평결을 받는 게 정의보다 훨씬 중요한 검사와 판사, 아무렇지 않게 부정행위를 하고, 범죄를 은폐하고, 윤리를 무시하는 법의 수호자들이란 사실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공정한 재판 뛰는 절대로 없고, 무죄 추정의 원칙은 이제 유죄 추정의 원칙으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완전히 달라진 존 그리샴의 작품에 적응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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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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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간에게 범죄는 다른 세계 일이지. 이 나라는 치안이 좋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런 인식이야말로 이쪽의 어드밴티지야. 외국에서 일어날 만한 범죄도 들여오려고 작정하면 들여올 수 있지. 옛날에 누군가 하려다 실패한 범죄도 머리를 쓰면 할 수 있고."

마치 범죄는 예술이자 엔터테인먼트이며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기라도 한 것 같은 말투다. 아와노는 그런 이야기를 지극히 담담하게 들려줬다. 열정은 느껴지지 않지만 이상한 설득력이 있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무슨 최면술이라도 걸리는 듯한 멍한 기분으로 이야기에 끌려들기도 한다.

도모키는 동생인 다케하루와 함께 보이스피싱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지독히 싫어했고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렸던 다케하루와 달리, 도모키는 성적도 좋았고, 대학교에서도 손꼽을 성적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양친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형제 두 사람만 남겨지고, 유산으로 남겨진 돈은 대부분 도모키의 학비로 들어가버렸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 취업에 성공해 다른 회사의 내정은 거절하고 구직활동을 끝냈으나, 갑작스럽게 입사하기로 했던 회사가 경영 위기로 채용이 취소되고 나자, 그때부터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지 못한 채로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그곳은 전형적인 악덕 기업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이스피싱 금융사기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을 속여 큰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잘 풀리지만, 어느 날 급습한 경찰에 의해 영업소는 문을 닫게 되고, 간발의 차이로 도모키와 다케하루만 현장을 빠져 나와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여기서 <범인에게 고한다>에서 활약했던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사가 등장한다. 그가 총괄 지휘하는 특별수사대가 이번에 보이스피싱 사기단 적발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몇 주 동안 취조한 끝에 순차 기소가 정해지면서 수사는 일단락이 지어지고, 마키시마는 특별수사대 쇄신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이싱피싱 실행책을 했다는 살인 사건 피해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피해자의 셔츠에 펜으로 'RIP'라는 글자를 써놨다는 걸 알게 된다. 영어로 R.I.P는 편히 잠들라는 애도의 말이라고, 그 뒤로 범인을 립맨으로 부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사건은 곧 자신이 적발한 보이스피싱 사기단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편, 도모키와 다케하루는 보이싱피싱 사기 사업을 설계했던 아와노와 함께 '유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유괴의 대상은 바로 도모키가 채용 취소되었던 회사 미나토당의 젊은 사장과 그 아들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장을 납치하고 그의 어린 아들을 유괴한 다음, 사장만 풀어주면서 아들의 몸값으로 금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인질을 유괴하고 몸값을 받고 인질을 해치지 않고 돌려보낸다는 그들의 유괴 사업은 과연 아와노의 계획대로 진행이 될까.

물론 도모키 자신도 자신의 행위 전부를 정당화할 마음은 없다. 다만 세상에는 남을 희생시켜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렇게 하고자 정한 사람이 표적으로 삼은 사람을 먹어 치운다. 그런 의미로 가쓰토시가 한 짓과 도모키가 한 짓은 똑같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말하면 도모키가 만약 미나토당 사장이라면 역시 망설임 없이 정리해고를 추진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쓰토시가 도모키의 처지라면 범죄에 손댈지도 모른다.

닮았기 때문에 그의 자존심은 역겹고 동정의 여지도 생기지 않는다. 처지가 다를 뿐이다. 전에는 도모키가 먹혔다. 이번에는 도모키가 가쓰토시를 잡아먹을 차례다.

평범한 청년이 입사 대기 중이던 회사의 경영 악화로 취업이 좌절되면서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에 발을 들이고 급기야 유괴 사업에 가담해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이 어처구니없게도 설득력있게 느껴질 정도로, 시즈쿠으 슈스케는 누구라도 그럴 법한 보편성과 안타까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세상에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도모키의 인생이 잘못 풀리기 시작한 것은 자의가 아니라 사회적인 상황, 즉 타의였으니 말이다. 그런 반면, 동기도 목적도 없는 어둠의 비즈니스 설계자, 립맨이라고 불리는 아와노는 그저 지루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게다가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은 경찰에 잡히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혹시라도 경찰이 자신을 지목하더라도 잡히지 않으면 된다고, 그러다 수갑이 채워지려 해도 최대한 재빨리 피하면 된다고 단호하게 믿고 있다. 범죄자로서는 무서울 것이 없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그가 계획한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이, 마키시마와 특별 수사팀에 의해 멈추게 될까.

이 작품은 시즈쿠이 슈스케의 <범인에게 고한다>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전편에 이어 수사 지휘를 맡은 마키시마는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경찰, 범인, 피해자 가족 삼자 간에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머리싸움 또한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반에는 유괴 사업을 벌이게 되는 범인들의 사연이 비중 있게 진행되고, 그들이 유괴 사업을 시작하는 걸 기점으로 그들로부터 아들을 되찾아와야 하는 피해자, 그리고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의 입장이 교차 진행된다. 매스컴을 이용한 티비 공개수사를 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범인의 시점과 추적하는 형사의 교차 진행으로 조금 더 흥미로운 형사 소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여타의 작품에서 등장했던 '유괴'라는 소재와 조금 다른 접근을 하는 범인의 사고 방식도 매우 흥미롭다. 올해는 일본의 유괴 사업 원년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유괴단이라니. 유괴를 조직적인 사업처럼 만든다는 것부터 놀라웠으니 말이다.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가 된 시즈쿠이 슈스케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페이지 터너로서의 자질을 선보인다.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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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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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헤밍웨이, 피델 카스트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럼, 시가 등등.. 쿠바를 대표하는 단어에는 낭만적 상상이 가득하다. 하지만 실제로 쿠바에 가 본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우리에게 낯선 나라이긴 하다. 낭만과 현실은 다른 법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가을날 소설가 백민석이 홀연히 쿠바로 떠난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 책은 소설가 백민석이 쿠바에서 느꼈던 감흥을 2인칭 시점으로 담백하게 풀어놓은 여행기이다. 쿠바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도 궁금하지만, 여행 에세이가 마치 소설처럼 2인칭으로 쓰였다는 것도 굉장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장치는 이 책을 흔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일종의 소설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줄테니 말이다. 

 

쿠바는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멀고 낯선 나라에 속한다. 문득 바다 생각이 낫다고 해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과 수교가 안 돼 있어 정식으로 여권 비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별도의 여행자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형적인 열대성 기후를 가진, 덥고, 습한 나라이다. 소설가 백민석, 그는 대체 왜 많은 나라 중에 쿠바를 다녀오게 된 것일까.

 

 

"아바나 어때?" "멋져. 정말 멋져." 쓸데없는 대화다. 아마나에 대해서라면 당신의 언어는 무력하고, 백 마디의 말보다 사진 몇 장이 더 효과적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모두 백민석이 직접 찍은 것들이다. 그는 여행 초반에 카메라를 잃어 버렸고, 쿠바의 어느 점포를 가도 팔지 않는 카메라를 포기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로 한다. 그리고 나머지 멋진 풍경은 플래시 메모리 대신 자신의 기억에 담아 가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원료로, 그에 어울리는 글을 덧붙이는 과정으로 쓰인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에서의 감흥을 끄적인 에세이라기 보다는, 사진이 곁들어진 짧은 단편 소설처럼 느껴진다. 그는 쿠바의 아바나를 다섯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찍은 사진의 순서를 뒤섞어서 무작위로 배치한 뒤, 사진의 차례가 정해지는 대로 글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난 뒤, 백팩을 메고 산책을 하고 나서, 플로리다 해협에 지는 낙조를 보며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런 일상을 보내면서 그는 아바나의 하늘이며 구름이며 바다며 방파제며 그 무엇도, 자신이 그 동안 알던 것들과 다르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자주 열대성 폭우가 쏟아지는 덥고 습한 나라에서, 그는 그렇게 고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일같이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수시로 쏟아지는 장대비는 그치다 말다를 반복하고, 태양은 눈을 찌를 듯이 화끈거리게 덥기만 하다. 하지만 그곳은 다른 어떤 곳이 아닌 '아바나'였고, 계획 없이 쏘다닌다 하더라도 아바나는 그를 심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곳이었다. 무작위로 길을 떠나 걸음을 멈추면 그곳이 가볼 만한 곳이 되고, 어제 걸었던 길을 또 걸어도 또 다른 볼거리가 나타난다는 그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백민석은 석 달이라는 긴 여행 동안 아바나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사실 아바나를 걷는 일은 아바나 시민들도 때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뙤약볕은 현지인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이고, 부채를 이마를 가려도 햇볕은 가볍게 뚫고 들어온다. 아바나에서는 서늘하게 그늘진 골목을 찾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모든 좁은 골목마다 격렬하게 뜨거운 미친 태양의 볕이 가득 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바나에서 끝없이 걷는다는 것은, 당신에게는 아바나에 대한 독서 행위나 마찬가지다. 낱말을 읽듯 집집마다 기웃거리고, 행간을 읽듯 골목마다 헤집고 다니고, 문단을 읽듯 지역을 훑는다. 나중엔 책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는 듯 아바나 전체를 알게 되거나, 알게 되었다고 자신을 속이게 된다.

 

쿠바는 햇볕이 강하고 대기오염이 적은 탓에, 카메라로 피사체를 겨냥할 때마다 명암의 멋진 대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셔터만 눌러도 사진이 되어 나온다는 그곳에서, 소설가 백민석의 사진도, 마치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것처럼 근사하다. 스펙터클한 대자연의 장관이 언제나, 다양하게 펼쳐지는 나라. 그곳에선 태양도, 구름도, 파도도, 하늘도, 당신이 알고 있던 그것이 아니다.

 

 

백민석은 처음 한 달 동안 그 낯선 나라에서 가이드북 없이 다녔다고 한다. 한 번도 사전 계획 없이, 스케줄을 짜지 않고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이런 낯선 나라에서 무계획으로 여기저기 떠도는 여행이라는 것이 어떨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는 덕분에 늘 길을 잃었고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미지의 것들과 부닥치며, 쿠바라는 나라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는 말한다. 당신이 아바나를 싫어할 만한 이유는 쌔고 쌨다고. 스페인어를 모르면 식당에서 곤란해질지도 모르고, 게다가 외국인에게는 이중 환율제를 적용하고, 동남아의 찜통더위하고는 또 다른 미친 태양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은행 자동 인출기를 써야 하는데 비자 카드가 없다면 또 큰 곤란을 겪게 되는 나라이다. 그러니 당신이 한국에서와 독같이 생활하고 싶다면, 아바나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저런 영혼의 족쇄를 훌훌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당신은 아바나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쿠바는 쉽게 상상하는 관광지로서의 나라가 아닐 거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한번쯤 여행을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간다.

 

 

사실 낯선 나라의 낯선 도시에 가서 일부러 짬을 내 현지 시민들의 일상을 둘러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리는 외국에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고, 여행을 가서도 그다지 길게 머물지 못하니, 이름난 곳부터 둘러보게 마련이니 말이다. 나 역시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든 비슷한 경험을 해 왔다. 그런 내게 이 책 속 여행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색다르고, 매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가고 싶은 여행지 하면 주르르 떠오르는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쿠바를 염두에 둔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은 어느새 반쯤 아바나로 향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고 싶은 계절,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자신의 삶을 놓아두고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쿠바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미친 태양이 작열하는 그곳에서 당신은 예상보다 훨씬 뜨겁고 눈부신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바나는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낭만과 현실은 다르다. 그러나 아바나에는 그것을 뛰어 넘는 무언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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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8-06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바도 좋고, 아바나도 좋고, 백민석도 좋고, 이 글도 좋군요. 백민석의 에세이라... 낯설긴 하지만 무척 땡기는군요

피오나 2017-08-06 14:37   좋아요 0 | URL
혹시 쿠바 가보신적 있으세요? 저는 여행지로 단한번도 꿈꿔보지 않은 나라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가보고 싶어졌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