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아마존 SF 1위『사이버 스톰』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황금가지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사이버 스톰』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화제의 소설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선보이는 흡인력 넘치는 테크노 스릴러.

아마존 SF 1,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작.

자비 출판만으로 미국 최대 서점 아마존 SF 부문 1위를 기록한 화제의 소설. 사이버 테러와 해킹으로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를 배경으로, 60여 일 동안 겨울 혹한과 눈 폭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 매튜 매서는, 점차 광범위해지는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허술한 보안 체계가 불러올 위험성과 새로운 국가간 전쟁터로서의 사이버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자비 출판된 책으로는 기록적으로 5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아마존 책 정보에는 현재까지 수천여 건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20개국 가까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사들여 영화로 제작 중이다. 저자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극사실주의 종말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아토피아 연대기를 연속해서 출간하고 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1월 25일 ~ 1월 29일

   당첨자 발표  :  1월 29일(금) _ 선착순

   발송  :  1월 29일(금)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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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일생을 쭈욱 나열한 것만큼 지루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이 없다. 너무도 뻔해서 굳이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나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이 슬며시 생기니 말이다. 우리가 SNS를 하는 것도 그와 유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서 공감을 받거나, 혹은 남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대리만족을 받거나 위로를 받거나. 니시 가나코의 <사라바>는 한 인물이 태어나면서부터 삼십 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여과 없이, 낱낱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매우 담담한 어조로, 특별한 클라이막스 없이 담백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1권이 끝이 날 때까지 주인공의 현재가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자세하게 어린 시절부터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은 그런 기분마저 든다. 꼭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칭찬하고 때로는 안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가 되었다. 왜냐하면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로 있자'라고 강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누나의 폭거는 손해였다. 고분고분하고 착한 아이로 있으면 있을수록 어머니나 주변 어른들은 내가 바라는 애정을 쏟아주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아직 손해나 이익이라는 말을 모르는 어린아이였지만 그 감정은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네 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는 완전히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 며 이야기는 주인공이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순간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아이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그가 스스로 자신다운 등장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되었다. 전혀 모르는 세계에 곧바로 뛰어들지 않고 공포부터 느껴 우선 멈췄다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그 세계에 발을 내딛는 성격을 가진 아유무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요란했던 누나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2주나 먼저 나오려고 했다가, 정작 출산 순간에는 산도에 내려와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아 엄마가 빨리 나오라며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쳤던 누나의 탄생은 커가면서 어딘지 세상에 시비조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애초에 탄생시의 분노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미남미녀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 준수한 외모의 아유무에 비해 얼굴과 몸매에 문제가 있었던 누나는 매사 어머니와 대립했고, 누나와 어머니 사이에서 허둥거리던 아버지의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아유무는 그들의 대립에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자세로, 그리고 되도록 얌전히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외모 덕분에 살짝 만 붙임성을 보여도 순식간에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 너무도 특이한 행동만을 일삼고 문제를 일으키는 누나를 대신해 모두에게 사랑 받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들 네 가족은 행복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세상은 유독 그에게 관대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모든 걸 바꿔 놓게 된다.

"내가 믿을 것은 내가 정해."

내 발 밑을 개미가 기어갔다. 검은 몸은 밟으면 바로 찌그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유무."

나는 개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너도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너만이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안 돼. 물론 나하고도, 가족하고도, 친구하고도. 그냥 너는 너인 거야. 너는 너일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해외 부임 중인 아버지 덕분에 이란에서 태어나 유치원 때 일본에 왔다가, 다시 이집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돌아와 생활했던 그들 가족은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요란한 연애, 아빠의 출가에다 누나는 이상한 종교에 빠져 있고 점점 더 단란했던 가족의 모습에서 멀어져 간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유무는 서른 살이 되어 있었다. 여린 마스크와 훤칠한 몸은 여전했으나, 최근 들어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닮은 용모 덕을 톡톡히 봤던 탓에, 그런 용모에 비뚤어진 열등감을 가졌던 그가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숱이 적어지자 오히려 여린 마스크에 방해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발모 클리닉에 가고, 온갖 종류의 모자를 쓰고, 그러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모든 생활을 인터넷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열등감을 가지게 되자 등이 구부러지고, 말이 입안에서 웅얼거리게 되며,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되어 그의 인상조차 바꿔버리고 만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이상한 행동만 일삼으며 온 생을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살았던 그의 누나가 절망 속에 남겨진 그에게 중요한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스스로를 믿으라고. 지금까지 내가 믿어온 것은 내가 있었으니까 믿었던 거라고. 내가 나인 한은 믿음이 내 안에 있는 것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유무는 누나에게서, 집에서 도망치고 만다. 누나는 어디선가 실컷 인생을 보내고 와서 우쭐해있는 거라고, 가족들로부터 도망간 아버지도, 누나를 간단히 용서한 어머니도, 자신을 배신한 친구와 애인도, 더 이상 일을 주지 않는 출판사 사람들도 모두 나쁘다고. 그들만이 나쁘고 자신만 나쁘지 않다고 세상에 귀를 막아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머리가 벗겨지고, 무직이 된 서른네 살의 그는 자신이 혼자라는 걸 깨닫고, 초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를 찾아 이집트로 간다. 그리고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았던 그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그 동안 이 작품이 지루하게 쌓아왔던 수많은 이야기의 댐이 폭발한다. 이 장면을 위해서 무려 두 권이나 되는 분량 동안의 소소하고, 일상적이고, 사소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했던 거구나 싶어 한 순간 페이지를 멈추고 시간의 결을 느껴 보았다. 나는 나, 내가 나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스스로를 믿어야 뭐든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작품 덕분에 살아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그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걸 믿고 싶어졌다면 과장일까. 극강의 한파 속에 움츠려든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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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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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십여 년 정도 하고 있는 내 동생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간수치 검사를 하고, 약을 타온다. 잦은 야근과 휴일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에다, 불규칙적인 식사 습관까지 더해 간수치가 높아져 한 동안 병원에 입원도 했었지만, 의사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좀 쉬어야 한다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결국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정도 휴식을 취했지만, 마냥 놀 수 만은 없어 다시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여전히 주6일 근무, 가끔은 7일 근무도 하면서 휴일 없이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야근에 휴일 근무를 해도 별도 수당이 없는데다, 직원들을 복지 정책도 현저히 낮다는 것. 그러니 능률도 떨어질뿐더러 성취감도 생길 수가 없고, 스트레스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어디 내 동생만 그렇겠는가.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내용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강도의 스트레스로 자신의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매일같이 회사를 때려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던 직장인이었다. 물론 지금은 육아에 치여 직장 생활보다 더한, 24시간 풀 타임 근무(?)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래서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직장 생활의 악몽을 이 책 속의 아오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언제부터 웃지 않게 되었을까. 비디오를 되감은 듯한 시간을 그저 소화해 나갈 뿐인 하루하루.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은 제자리걸음.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상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직원에게는 조금의 서비스도 없으면서 서비스라는 이름의 잔업만이 늘어간다.

토요일 출근은 당연지사. 일요일에 죽은 듯이 자고 있다가 요란한 휴대전화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뜬다. 수화기 너머로 부장이 거래처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고, 내 담당이라고 미친 사람처럼 외친다.

뭐야, 원래는 선배 담당이었잖아. 까다로운 거래처만 떠넘기지 말라고. 내가 입사하기 전 일을 이야기하면 어쩌라는 거야. 애초에 선배가 그만둔 것도 네놈 탓이잖아. 망할 상사.

매일 같이 6시에 기상해서, 8 35분에 회사에 도착하고, 19 35분에 상사가 퇴근하고 나면 나머지 일을 마무리하고 21 15분이 되어서야 마침내 퇴근, 늦은 전철을 타고 22 53분에 집에 도착하면 25시에 잠자리에 든다. 이것이 바로 아오야마가 일주일 중에 무려 엿새를 보내는 규칙적인 스케줄이 되겠다. 새벽에 출근해서 점심 시간에 잠깐 숨 돌리고 야근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녹초가 되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쓰러지듯 잠에 빠져 들고 나면 어느덧 새벽, 다시 좀비처럼 일어나 회사에 가고 반복적인 생활은 마치 기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출퇴근만 반복하다 보면 연애를 할 시간도,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사라져 인간 관계까지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고 만다. 그렇게 나이를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불쑥,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대체 내가 이 일을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거지?'

아오야마가 입사하고 석 달 동안 생각했던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처럼 말이다.

<미생>에서 장그래는 김 대리에게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김 대리는 김 대리는 딱히 다른 게 없다면 결국 돈과 승진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어쩌면 돈과 승진만 바라보며 직장 생활을 하기에, 우리의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던 건 아닐까.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나.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정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인생이니 말이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들 잠시 숨을 멈추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꾸기는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것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어느새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아오야마는 여느 때처럼 늦은 퇴근 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상사의 전화 연락을 받고는 한숨을 푹 내 쉰다. 어차피 내일도 출근할 텐데 왜 이리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그는 끈질기게 울리는 진동을 무시하고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린다. 집에 돌아가서도 항상 다음날 출근에 대한 부담으로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했기에 차라리 여기서 자버릴까 싶은 생뚱 맞은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선로에 떨어질 뻔한 순간, 누군가 자신의 팔을 꽉 잡고는 그를 구해준다. 떨어진다고 각오한 순간, 갑작스런 힘에 이끌러 다시 현실로 돌아와 멍해 있는 아오야마에게 자신이 초등학교 동창이라며 오랜만이라고 반갑게 떠든다. 정작 아오야마는 그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기세로 말을 이어가며 반가워하는 그의 모습에 얼떨결에 자신도 그의 동창이라고 믿어 버린다. 그렇게 만난 그들은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나서 술도 마시고, 쇼핑도 함께, 좋아하는 영화도 보면서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처럼 지낸다.

야마모토는 아오야마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하면서 그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어느 순간 아오야마는 직장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소리도 듣게 되고, 영업 성적도 조금씩 올라가며, 일에도 점차 자신감이 붙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 야마모토가 자신의 동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찾아보다 그가 3년 전 자살했다는 뉴스 기사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태 자신의 곁에 있었던 야마모토는 누구인가? 유령이란 말인가? 이야기는 가벼운 에피소드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시작하자, 미스터리 적인 요소를 도입해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궁금증을 증폭시킨 상태에서, 아오야마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되고 자신이 거의 체결해놓았던 큰 계약 건에서 밀려나게 된다.

역시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아오야마는 한계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자신은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회사 옥상에서 높은 펜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대체 야마모토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목만 보고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은 미스터리한 긴장감과 유쾌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세상 살기 참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뿐인 내 인생 내 맘대로, 멋지게 한번 살아보자 싶은 의욕까지 불러일으키며 말이다. 오늘도 희망 없이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밥벌이의 고단함에만 치여 있지 말고, 언젠가는 웃으며 회사를 나가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인생이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잊지 말라고, 살아만 있다면 인생이란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고, 내일을 위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당신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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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 -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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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지금 당장이든, 혹은 내일이든, 아니면 수십 년 후라도. 시기만 다를 뿐이지 태어난 이는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니 말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느라, 우리가 잠시 잊어 버리고 살 뿐, 죽음은 그렇게 우리 곁에 함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여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장례 지도사 혹은 유품 정리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겪게 될 죽음인데, 뭐 하러 나와 상관없는 타인들의 수많은 죽음을 곁에서 목격하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파지에 빠져 들다 보면 작가가 직접 그녀 귀에 대고 말해줄 때가 있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왜 죽는지 아니?'

열심히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아니 몰라.'

'모르는 게 당연해. 태어나고 죽는 데는 이유가 없거든.'

해미는 냉소적 비웃음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세상에 보내는 냉소와 조롱과 야유. 그것이 실은 위로의 말이라는 걸 해미는 그 순간 깨달았다. 죽고 사는 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해미는 손에서 힘을 빼고 물러섰다. 이유가 없다잖아.

해미는 재수학원을 다닌 지 석 달 만에,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빠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할머니도, 엄마도 병을 앓다가 떠나 버린 뒤 그들에게 남은 거라고는 고물상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빠가 몰래 하던 유품정리 일을 시작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유품 정리사로 살아가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던 첫 번째 그녀의 작업 현장에서는 오래도록 앓아 누워있던 흔적이 남는 방에는 유황 타는 냄새도 심하게 났고, 분뇨 냄새에, 생선 썩는 내도 났다. 그녀는 방독면을 쓰고, 위생복도 입고, 모자도 쓰고는 악취 제거 제부터 꺼내 들었다. 쓰레기를 모두 처리한 뒤 쓸만한 유품을 정리해서 박스에 담고, 냄새의 진원지를 하나씩 처리하고, 덩치 큰 가구들을 해체하고, 분해하며 죽음의 흔적들을 차례로 지워나갔다. 마지막으로 폐기물 처리장에서 유품들을 소각하고는 아파트로 돌아와 샤워를 여러 번 하고 구석구석 몸을 씻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몸이 푹 꺼지는 듯한 기분으로 그녀는 아빠의 손에서 바통을 이어 받게 된 것이다.

해미라는 캐릭터가 워낙 밝고, 엉뚱하기에 그렇겠지만, 그녀는 죽음을 꽤나 무심하게, 덤덤하게 여기며 말한다. "자연사를 했든, 자살이든 살인이든, 죄다 똑같아. 부패가 되고 가스로 복부가 부풀어오르고 복부에 든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부패액이 흘러나와. 인간이라는 형태가 무너져 내리는 거지...." 유품 정리사 업무를 장에게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도, 죽음도 모두 그저 티비 속에 나오는 만져지지 않는 형태의 무엇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짐작하던 '죽음'과 실제의 '죽음'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 서글퍼지기도 했고 말이다

"있는 줄도 몰랐네."

"일이 끝나니까 따뜻하게 데운 보리차를 가져다 주더라는데?"

"그게 그애가 준 거였구나."

해미는 소파에 몸을 더 깊숙이 묻으며 말했다. 전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 기억할 필요도 없었다. 해미는 종종 작업장에 나타난 의뢰인이나 집주인을 보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데도 몰랐다. 안과에 가봤지만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씨는 안과가 아니라 정신과에 가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스스로의 죽음을 부탁하려는 자살 시도자가 있는가 하면, 동거 남이 자살한 방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여자는 며칠 뒤 뱃속 태아를 버려두고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죽음을 함부로 취급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 또한 죽음이 누군가를 파괴해도 삶은 계속된다는 작가의 덤덤한 목소리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될 거라고 믿었던 작가는 어머니가 서른 후반에 병으로 돌아가신 뒤, 책을 인공호흡기처럼 끌어안고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이 중학생이었던 그 나이에서 끝난 거라고 느껴졌기에, 이후의 삶이 일종의 덤 같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어린 나이에 겪은 죽음은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의 행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녀는죽음에 지배된 삶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그녀의 생과 이어져 죽음을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갈수록 유품 정리사가 필요한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고령화도 그렇고, 생활고로 인한 5-60대의 자살률이 높아서란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홀로사도 그렇고, 50대 중 장년들의 고독사도 그렇고, 쓸쓸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는 연락할 가족도 없고, 특별한 지인도 없기에, 죽는 순간까지 외롭고, 죽은 이후에도 아무도 그들을 수습하지 않기에 더욱 고독하다. 엄마의 죽음에 방관 혹은 기여했을지 모른다는 트라우마 속에서 죽은 자들의 유품을 처리하며 살아가는 해미의 이야기는 끔찍한 일에 무심하고, 무거운 일엔 활기차게 진행되다 어느 순간 스스로 소멸하게 된다. 이 험난하고 서글픈 세상 살면서 그저 그런대로 괜찮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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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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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2년 반 만에 나오는 마탈러 형사 시리즈이다. 전작인 <너무 예쁜 소녀>에서 치명적인 미모의 소녀가 남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이야기를 했던 얀 제거스는 이번 <한 여름 밤의 비밀>에서 더욱 탄탄해진 플롯과 빠른 전개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어린 소녀가 연쇄 살인범일수도 있다는 매혹적인 전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결말이 다소 허약해 끝나고 나면 어딘지 낚였다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주인공 소녀 마농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너무 없어서 뭔가 부족했는데, 그에 비해 마탈러 형사와 그의 팀원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다니는 부분은 매우 탄탄해서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렇게 다소의 걱정과 기대감으로 이번 작품을 읽었는데, 전작보다는 훨씬 풍부한 배경과 진행으로 몰입도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그의 얼굴만 쳐다봤다.

몇 장 넘기니 악보가 나왔다.

"이건 악보예요." 그가 말했다. "오페레타 악보죠. 이 곡의 제목은 <한여름 밤의 비밀>." 그는 계속 미소 지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발레리가 물었다. "전 지금까지 그런 제목의 오페레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세계적인 음악가의 친필 악보가 새로 발견되는데, 수백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 미발표곡이라 여기저기에서 저작권을 사려고 전화가 빗발친다. 악보를 가진 이는 파리에서 극장을 운영했던 70대 노인 호프만, 그는 티비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연히 자신이 유대인이며 60년 동안 독일에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힌다. 방송이 나간 직후,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고 그의 아버지가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에게 남겼다는 봉투를 건네 받게 된다. 그것의 정체가 바로 오페라 거장의 미출간 친필 악보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게 되고, 또한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그 모두에 관심도 없고, 다시 독일로 돌아갈 생각도 없는 호프만 대신, 그를 방송 출연으로 이끌었던 기자 발레리가 그의 대리인으로 저작권 계약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 짧은 서막은 여기까지, 그 이후로는 프랑크푸르트의 선상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으로 인해 다섯 명이 살해되고, 한 명이 실종된 사건 수사에 이야기가 집중된다. 우리의 마탈러 형사가 등장하고, 그의 팀원들이 현장을 수색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추려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는 스토리는 꽤나 짜임새 있다. 동기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살해 현장, 신원 미상의 사체 다섯 구에서 시작하여 피해자들의 신원이 밝혀지고, 현장의 증거로부터 누군가 그곳에 더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누군가가 파리에서 온 방송 기자 발레리라는 것까지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의 행방을 찾으면서, 그녀가 프랑크푸르트에 온 이유로부터 사건의 배경과 동기에 대해 파악하게 된다.

마탈러는 나치 만행에 대한 사실의 대부분은 잊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하고 끔찍하다는 생각 그 이상은 아니었다. 불편한 심기와 흐릿한 죄책감이 항상 마음속에 자리 잡고는 있었다. 동료 중 누군가가 유대인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하면 동료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끔찍했던 역사의 기록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무관심해지려고 하거나,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어느 정도 그것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당시에 일어났던 믿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과거의 끔찍한 그것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탈러 형사처럼, 그것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보면 자신이 얼마나 막연하고 불확실하게 생각했었는지 깨닫곤 한다. 특히나 그것이 나치의 만행,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사진과 기사, 자료들을 보면서도 눈앞에 있는 내용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끔찍할 테니 말이다. 

얀 제거스는 사건의 동기에 잔인했던 역사적 사건을 두고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방식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었던 사건을 담아내었다. 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거장의 미발표 악보로 시작하는 이야기라, 음악적인 배경이 함께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정작 사건이 시작되면 그것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전작보다는 더 풍부한 이야기로 지루할 틈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갑작스런 결말 또한 살짝 아쉬웠는데, 두 편 모두 이런 방식이다 보니 어쩌면 이건 여운이 남는 결말을 위해 독자들로부터 뭔가 부족함을 느끼도록 하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독일에서는 이 작품이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마탈러 형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시리즈 작품은 중심에 있는 캐릭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보니, 주인공 형사에게만 감정 이입이 되어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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