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2/아모스 오즈

현대 히브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장편소설

사실과 허구가 어우러진 자전적 소설로, 유대인 박해의 역사와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아름답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걸작이란다.

 

역사를 자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품이라 궁금하다.

 

 

 

 

 

 

베를린이여 안녕/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이 두 작품은 '베를린 이야기'라는 하나의 연작으로서, 서로 맞물리는 시공간과 등장인물, 연속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며 1930년대 베를린 사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작품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터라 기대가 크다.

 

 

 

 

 

 

허공에서 춤추다/낸시 크레스

 

낸시 크레스의 작품집이 국내에 첫 출간된 거라,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라 불리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

 

 

 

 

 

 

 

 

 

불안한 낙원/헨닝 망켈

 

헨닝 망켈의 스릴러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그래도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5-12-0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랑 거의 같은 시간에 올리셨네요. 그런데 겹치는 책이 한 권도 없어요.하하

피오나 2015-12-02 23:19   좋아요 0 | URL
하핫.. 그러게요. 신기하게 같은 책이 한 권도 없다니... ㅋㅋㅋㅋㅋ
 
조선 마술사 무블 시리즈 2
이원태.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눈속임? 사기? 손장난? 마술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앞뒤 좌우를 따지지 않고 박수 치게 만드는 일. 마술사는 관객에게 손짓 눈짓 몸짓으로 계속 말을 건다.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젊은 규수들은 환희가 검지만 까닥해도 딸려 왔다. 청명처럼 환희를 비웃고 사라진 여인은 없었던 것이다. 환희는 이 '' 거절의 여인이 어디 사는 누굴까 궁금했다.

말 물, 밝을 랑, 정자 루. 밝음이 없는 곳. 마술을 펼치기에 더없이 넓고 아득한 판을 조선의 도읍지 한양 사람들은 물랑라루라고 불렀다. 마술이 벌어지는 팔각형 판의 중앙 천장은 원각사지 10층 석탑보다 두 길이 높았고, 만석이면 무려 1000명이 동시에 마술을 구경할 수 있을 만한 규모였다. 게다가 창문이 없어 관객 입장 후 문을 달으면 외부의 빛이 전혀 들지 않아 관객의 눈에 오로지 마술사와 그가 선보이는 마술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특징이었다. 이렇듯 밝음이 없는 물랑루는 공맹이 지배하는 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으니, 입장료를 낸 관객들은 양반, 천것 할 것 없이 공평하게 대접받았다. 그리고 이곳 물랑루를 주름잡던 광대패 이름이 바로 환희단으로, 이 패의 흥망을 쥐락펴락하는 으뜸 마술사가 환희였다. 구사하는 마술만 1000가지가 넘는 마술사인 그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청명은 궁궐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옹주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낳은 후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고, 왕은 그녀를 가엾게 여겨 출궁 시키진 않았지만 곁에 두고 각별히 아끼지도 않았다. 청명의 거처인 작은 별당은 폐가처럼 고요했다. 지켜보는 눈이 많고, 말이 만들어져 험담이 되곤 하는 궁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다. 인적 드문 밤에 돌아다니길 즐겼고, 누구도 모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혼자 소설을 읽는 시간을 즐겼다. 그녀의 유일한 벗은, 어머니의 오라버니 영의정의 외동딸인 은미였다. 구김살이 없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은미를 통해서 청명은 환희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다. 그녀는 마술도 믿지 않고, 환상도 없다 여겼지만, 물랑루라는 건물에는 관심이 있었기에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환희는 그날 밤, 마지막 마술을 하기 위해 여자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려야 하는 순간, 자신보다 물랑루와 허공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던 청명을 지목한다. 하지만 청명은 나갈 수 없었다. 평생 그늘에서, 어두운 곳에서만 살아왔기에 결코 판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환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지목 받은 관객이 올라오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청명의 거절에 당황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 나라의 왕이시니 못할 일이 무엇이겠사옵니까. 다만 마술은 공연하는 판을 없애거나 찾아오는 관객들을 내쫓는다고 사라지지 않사옵니다. 마술은 마음이 만들기 때문이옵니다."

"마음이 마술을 만들다니?"

"현실을 견디기 힘든 사람은 저마다 황당한 꿈을 꾸옵니다. 이뤄지기 힘들지만 그 꿈을 꾸는 동안엔 위로를 받사옵니다. 마술은 그들의 꿈을 판 위에 잠시 옮겨 보여 주옵니다. 마술사가 마술을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마술을 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마술을 만드는 것이옵니다."

이 작품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조선시대에도 마술사가 있었다는 작은 기록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며 모바일로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호평을 얻었고, 다음달에는 유승호 주연의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다. 기획 단계부터 영화, 웹소설,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어 '‘원 스토리 멀티 유즈의 제대로 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로맨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웹소설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되어 한 달 동안 7만 뷰를 달성했다고 하니, 다음달에 개봉할 영화에도 어느 정도의 힘이 되어 줄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웹소설 특유의 속도감 있는 빠른 스토리 진행과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한 문장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종이책으로 처음 만난 나 같은 독자들도 만족시킬 만하다는 것이다. 사실 조선 시대의 마술사와 사랑에 빠진 공주가 등장한다고 하니, 뻔하고 닭살스런 로맨스 소설 아닐까 싶었는데, 시대적인 배경과 마술이라는 매혹적인 장치가 만나 매우 그럴싸한 작품으로 탄생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나 태어나서부터 계속 고독하게, 어둠 속에서 자신을 감추며 살아와야 했던 공주 청명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마음에 들었다. 왜 소설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환희에게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일상이 지리멸렬했어. 소설엔 지리멸렬함을 단번에 날려 버릴 보물이 숨어 있지." 그리고 그 보물이란 바로 "등장인물의 마음. 그 마음만이 시시하고 하찮은 하루하루를 뒤흔들어 부수지." 라는 것이다. '마음'이라니, 청명은 정말 소설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그녀는 소설을 필사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손수 옮겨 적고 나서는 간단한 후기를 여백에 적어두곤 했다. 이야기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그걸 글로 옮겨 적고, 나아가서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까지 했던 것이다. 내가 여러 장르의 책 중에서 유독 소설만을 편애하는 이유도 바로 그녀와 같다. 바로 소설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인물들의 피부 속까지 파고들어 마치 페이지마다 그들의 땀과 체취가 느껴지는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동일시 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중 환희의 마술에는 백성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가 흘러 넘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술사와 소설가는 상상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마술을 소재로 한 소설은 꽤 많았지만, 이렇게 로맨틱한 작품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마술이 시작하기 전, 암전 상태에서 곧 펼쳐질 신비로운 무대를 기대하듯, 그렇게 설레이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었던 4년 간의 전쟁이 곧 끝나고, 휴전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군장을 꾸려 놓고 느긋이 어서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남은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독일 놈들과 치고 받고 싶어 안달하는 이들이다. 휴전에 대한 기대감 속에 평온한 나날이 흘러가던 어느 날, 갑작스레 독일군 정찰 명령이 떨어졌고 정찰병으로 갔단 어린 군인과 늙은 군인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만다. 분노에 휩싸인 프랑스군은 독일군 진지를 급습하기에 이르고, 전투 중에 알베르는 총격 사건의 어마어마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진상을 은폐하려는 프라델 중위 덕분에 알베르는 포탄 구덩이에 산 채로 파묻히고, 다리 부상 덕분에 멈추었다가 그를 발견한 에두아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의 반쪽을 잃게 된다. 한 사람의 욕심이, 단 한 순간에 앞날이 창창하던 두 사람의 인생을 지옥 끝까지 이끌게 된 것이다. 무려 4년 동안이나 전쟁 통에 부상 한번 당하지 않고, 게다가 죽지도 않고 잘 버텨왔건만, 휴전을 코 앞에 두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그래서 한 치 앞도 볼 줄 모르는 게 인간이라던가. 그렇게 비극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레 다가오고 만다.

두 사람이 산 자의 세계에 돌아온 방식은 사뭇 달랐다.

오장육부를 다 토해 내며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귀환한 알베르는 포탄과 탄환 들이 날아다니는 어느 하늘 가운데서 어렴풋이 의식을 회복했는데, 이것이 그가 진짜 삶으로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그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프라델 중위가 시작하고 지휘한 공격 작전은 벌써 끝나 가고 있었다. 113고지는 아주 쉽게 점령됐다고 말할 수 있다. 격렬한,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저항 후 적군은 투항했고 포로가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전 과정이 하나의 요식 행위에 불과했던 이 작전을 통해 서른여덟 명의 전사자와 스물여덟 명의 부상자(독일 놈들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다시 말해서 매우 훌륭한 결과였다.

전쟁 전에 회계원으로 일했던 평범한 알베르와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부유한 에두아르. 이들은 결국 끔찍한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게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전쟁을 끝내고 사회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를 벌여야만 했다. 나라에서는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기념식이나 죽은 영웅들의 기념비를 세우기에 바쁠 뿐, 전쟁을 통해 많은 것을 빼앗긴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골치 아픈 생존자들을 버리려 하는 국가와 가진 자들의 위선 속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그들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기에 이른다. 국가와 국민들 모두를 향해서 말이다. 에두아르가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지만, 하지만 나는 그가 악행을 저지르기로 한 그 마음을 어쩐지 이해하고 싶었다. 세상에 설 자리가 없어진 그가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한 군인들은 전우의 시체를 먹으며 생명을 이어나가야 했고, 남겨진 사람들도 제각기 이유로 고통 받았으며, 아이들은 고아가 됐다고 한다. 전쟁은 종결됐지만, 그것이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마저 끝이 났다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놀랍게도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데, 전사자들을 위한 32000개가 넘는 위령탑들이 순식간에 지어지는 와중에 팔다리가 잘리고 얼굴도 망가져버린 병사들이 간신히 목숨만 유지해서 돌아왔을 때 누구도 그들을 신경 써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들에게 일자리도, 연금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막막했을까. 피에르 르메트르는 바로 여기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오르부아르의 두 주인공 역시 그랬으니까. 뭐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젊은이들이었기에, 그들이 잃어버린 동료들을 위한 위령탑을 가지고 대국민 사기극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알베르는 윤리의 이름으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자넨 이 모든 걸 개인적인 복수로 만들고 있어." 에두아르가 썼다.

"당연하지. 난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주 개인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자넨 아니란 말이야?"

아니, 그는 아니었다. 복수는 정의 실현의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충분치 않았다. 비록 지금이 평화시이긴 하지만, 에두아르는 전쟁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고, 이 전쟁을 그의 방식으로, 다시 말해서 그의 스타일로 하기를 원했다. 윤리는 그의 체질이 아니었다.

그 동안 국내에 출간되었던 피에르 르메트르의 출간 작들은 모두 추리소설이었기에, 게다가 나는 그의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실 그가 공쿠르 상을 받은 이 작품은 매우 의외였다. 왜냐하면 공쿠르상은 프랑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기 때문이다. 당시 선정위원회는 르메트르가 전후 생활에서 지속하는 공포를 잘 포착했으며 영화 같은 글쓰기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었다. 처음으로 추리 장르를 벗어나 쓴 작품으로 공쿠르 상을 받다니, 어쩌면 그의 내면에 순 문학에 대한 욕망이 그 동안 숨겨져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추리 소설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플롯과 구성, 캐릭터 모두가 엄청나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 꽤나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부분이 전혀 없이 소설의 모든 요소들이 전부 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다는 그런 느낌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리즈의 주인공 카미유 베르호벤 반장은 외모적으로도 매우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인데, 그 외에도 그의 팀원들 하나하나가 모두 톡톡 튀는 이력의 소유자들이라 더욱 읽는 재미를 주기도 했고 말이다.

피에르 르메트르는 공무원과 도서관 사서를 하다가 55세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 그것도 22개 출판사에서 외면 당하다 겨우 빛을 봤다고. 그는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50년쯤은 기다리라고' 하며 자신이 만사에 느린 편이라 데뷔 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59세에 늦둥이도 없었다고 말이다. 우리 역시 전쟁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기에, 이 작품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문학은 그것을 바라보는 비전과 시각, 그리고 기억을 바꿀 수 있으니 우리는 이 작품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헝거게임 세트 : 스페셜 에디션 - 전3권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이번에 <헝거게임> 시리즈가 영화 개봉에 맞추어 전3권이 스폐셜 에디션으로 예쁜 박스 세트로 출간되었는데, 가격도 양장본에 비해 저렴하고, 박스 세트의 디자인도 심플하고 예뻐서 소장용으로 더욱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시리즈는 박스 세트가 폼나는 법이니까.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3부작은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제이>는 영화로 차례로 만들어졌고, 그 네번째 영화로 대망의 파이널을 이룬다. 물론, 3년 전에 만났던 시리즈 첫 번째의 강렬함이 아직 남아 있는 탓에, 그 이후에 개봉되는 시리즈에서는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지만 말이다.

 

1권에서는 대략적인 게임의 룰과 배경에 대해서 설명이 된다. ‘헝거게임’은 독재국가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일년에 한 번, 12개의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선발된 십대 소년소녀 24명이 벌이는 생존 전쟁이다. 24명의 참가자들이 펼치는 치열하고 무시무시한 생존 전쟁의 전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되어 캐피톨 시민들의 오락거리가 된다. 독재국가 판엠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를 상징하는 '헝거게임'에 맞서는 평범한 우리의 소녀, 캣니스의 등장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추첨된 어린 동생을 대신해 자청해 참가한 캣니스가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뻔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재미를 이끌어 준다.

2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피타와 함께 우승한 캣니스가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지자, 대통령과 게임 설계자가 그녀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다. 역대 우승자들이 모두 참가하는 스폐셜 게임을 열어 그녀를 다시 출전시키려는 그들의 음모는, 더 위험해진 경기 내용 내내 그녀의 목숨을 위협한다.

대망의 마지막 3권에서는 캣니스가 혁명의 상징 '모킹제이'가 되기로 결신하고, 혁명군이 캐피톨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로는 두 편으로 나뉘어 작년과 올해로 개봉을 했는데, 이번에 개봉한 더 파이널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두 편으로 나뉠만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하니 기대 중이다.

 

책이든 뭐든 방송의 힘이야 대단한 것이, 화제가 되는 방송에서 언급되거나 소개가 되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사례를 여럿 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O tvN <비밀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팟캐스트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이 숱하게 '신간이 아닌 구간'을 갑작스런 베스트셀러로 만들 때마다, 이런 방송이 많으면 덩달아 책도 더 많이 판매되고, 소개가 되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주제로 한 북 토크쇼 <비밀독서단>은 전문가 패널이 아니라 방송인으로 구성된 출연진이 '너무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방송이 의외로 인기를 얻고 있어 매회 소개된 책들 또한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독서 신드롬'이라고 까지 하고 있으니, 너무도 흐뭇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책 중에서 이번 주에 시리즈의 마지막 편 영화가 개봉한 <헝거게임>도 기억에 남는다. 원작과 영화가 둘 다 성공하기가 참 어려운데, 이 작품은 영화를 먼저 봐도, 책을 먼저 읽어도 각각 만족시킬 만큼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11-2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랑 교보문고에 같이 갔는데 농담으로 헝거세트 사달라고 해서 당황했습니다. 기분 좋으면 책 한 권은 사줄 수 있는데 세트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요. ^^;;

피오나 2015-11-22 20:49   좋아요 0 | URL
하핫.. 그렇긴 해요. 한권이야 좋은 사람에게 부담없이 사줄 수 있지만.. 세트는 저도 좀 그렇더라고요.ㅋㅋ
그래서 저는 1,2권 분권으로 나오는 책을 안 좋아해요. 페이지수가 많더라도 한 권으로 된 책을 선호.. 하핫..
 
파묻힌 거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꿈속이긴 해도 그나마 당신은 아들을 만났구려, 공주. 어떻게 생겼던가요?"

"건강하고 잘생긴 얼굴이었어요, 그건 기억나요. 하지만 눈 색깔이며 뺨 모양 같은 건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난 그 애 얼굴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요." 액슬이 말했다.

"분명 모든 게 이 안개 때문일 거요. 사라져서 좋은 것도 많지만 이렇게 소중한 걸 기억하지 못하는 건 잔인한 일이오."

얼어붙은 안개가 강과 습지 위를 자욱하게 뒤덮고 있는 고대 잉글랜드의 황야에 있는 토끼 굴 언덕 마을에 사는 노부부 액슬과 비어트리스가 있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거의 없다. 어찌 된 일인지 습지를 뒤덮은 짙은 안개가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운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마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흐릿한 기억 저편에서 생각나는 아들을 보러 가기로 여행길을 떠나기로 한다. 가끔 아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도 있지만, 다음 날이면 그런 기억 위로 베일이 덮인 것 같기에 얼굴 조차 떠오르지 않는, 왜 자신들과 함께 살지 않는지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그들의 아들을 찾아가기로 말이다.

가족과 함께한 추억은커녕, 자식 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사라져서 괜찮은 것도 있겠지만, 나빴던 기억도, 괴로웠던 기억도 내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니 가지고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과거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내가 쌓아온 시간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과도 같을 텐데, 오로지 현재 만을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공허한 일일까.

"어떤 이들에게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신부님. 액슬과 저는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되찾고 싶어요. 그런 순간들을 빼앗긴다는 건 밤중에 도둑이 들어와 가장 소중한 걸 빼앗아 간 것과 같아요."

"하지만 안개는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나쁜 기억까지 모두 덮고 있어요. 그렇지 않겠어요, 부인?"

"우리에게 나쁜 기억도 되살아나겠지요. 그 기억 때문에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로 몸을 떨기도 할 거고요. 그래도 그건 우리가 함께했던 삶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재미있는 건 액슬과 비어트리스 부부이다.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마치 자신들이 아기 때부터 줄곧 함께 지낸 것처럼 느낄 정도로, 그들이 서로를 알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서로에 대한 신뢰는 서로에게 쌓인 시간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노부부인데도 말이다. 여행 초반 그들이 만났던 누더기 차림의 여자가 비어트리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함께 나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과 당신 남편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거예요?'라고. 이 질문은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었던 의문이기도 하다. 격렬하게 싸웠던 일도, 함께 소중히 즐겼던 순간들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유지시킨다는 말인가.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액슬은 '내가 기억을 하든 잊어버리든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향한 감정은 늘 똑같이 그 자리에 있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서 그 기억들을 하나씩 찾을 거라고 말이다.

이들의 여정에서 도깨비나 용, 기사가 등장하는데도,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워 전혀 판타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기도 하다. 길을 가면서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노부부의 모습 또한 따스하면서도 어딘지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은 명성만 듣다 직접 만나게 된 것이 처음인데, 이 책을 덮자마자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