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강아지 봉봉 6 - 이층집의 비밀 낭만 강아지 봉봉 6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근사한 번개 무늬를 타고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마당 개 봉봉과 고양이 친구 너트와 볼트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너무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는 책이다. 


전편에서는 사라진 볼트를 찾기 위해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이번에는 봉봉이 볼트와 너트와 헤어지게 되어 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봉봉이 볼트, 너트와 함께 버스를 탔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하필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들킨 볼트와 너트만 버스를 내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봉봉이랑 볼트, 너트가 헤어 지게 되고 봉봉은 혼자가 되어 버린다. 




봉봉은 한 아파트 화단 쪽에 머물고 있으면서 사람들을 피해 거리를 걸어 다니며 친구들을 찾는다. 다행히 아파트에 사는 친절한 누나가 종종 물과 밥을 챙겨주었는데, 다른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그곳도 편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렇게 봉봉은 익숙한 동네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에 적응하려 애쓰면서, 볼트와 너트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봉봉의 먹이를 뺏기 위해 접근한 한 고양이에게 건너편 시장에서 고양이 둘이 지나가는 걸 봤다는 얘기를 듣고는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에 갔다가 자전거를 탄 노인에게 잡혀 어느 골목에 있는 이층집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들을 만나게 되는데.. 대체 수상한 할아버지는 누구이며, 이곳에 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개들이 잔뜩 갇혀 있는 것일까. 




시리즈의 시작에서는 아기 강아지 같았던 봉봉이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볼트, 너트와 함께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해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위기에 빠진 친구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이기도 했고, 헤어지게 된 친구를 찾아 다니는 모습에서는 용기있고 씩씩하게 보이기도 했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강아지 봉봉.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호기심 넘치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봉봉이기에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욱 진심어리게 느껴진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를 통해 만나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 봉봉과 친구들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홍민정 작가는 거침없는 능력자 깜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봉봉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두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깜냥은 거침없는 능력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봉봉은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면모가 더 돋보인다. 특히나 개와 고양이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는 설정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특히나 이번 6권은 봉봉을 둘러싼 환경도 바뀌고, 새롭게 등장하는 고양이와 개들도 많아 스토리 자체가 변화로 가득해 더 흥미진진했다. 실제로 봉봉은 친구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리 근육은 단단해지고, 뽀얗던 발바닥엔 거무스름한 굳은살이 생겼으며, 돌덩이처럼 딴딴해진 마음이라는 선물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개들을 이끌 만큼 용감한 존재로 훌쩍 성장한 봉봉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좁디 좁은 공간에 갇힌 채 방치되고 있는 개들의 모습은 뉴스에서 자주 보도되곤 하던 내용을 떠올리게 해서 그들의 탈출이 현실에서도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만약 뒤를 돌아보며 과거를 비웃는다면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의 오늘은 내일의 과거라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자. 30년 뒤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와 똑같이 뒤를 돌아보며 비웃을지 모른다. 실현되지 않은 우리의 모든 상상, 반세기 만에 완전히 진부해진 가치, 우리가 내린 혹은 내리지 않은 결정을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인간은 늘 나중에 가서 더욱 잘 알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핵심은 오늘날의 우리는 나중보다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지나치게 중요시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에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p.90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현명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타고났고, 수많은 야생 동물과 비교해도 그들과 우리를 구별하는 유일한 선물은 두뇌뿐이다. 그런데 지구상의 다른 어떤 존재보다 뛰어나게 사고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인간이 왜 가끔 올바른 판단과 합리적 의사에서 벗어나 세상을 잘못 해석하고, 쓸데없는 착각과 지나고 나면 후회할 실수들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독일의 뇌과학자 헤닝 백은 '알고 있다'는 뇌의 착각이 편협하고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리석은 결정과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잘못된 연결 고리를 끊어낼 방법은 없을까? 헤닝 백은 우리가 쉽게 빠지는 12가지 사고 회로를 찾아내서 이 책에서 정리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개인적 삶도 오래 전보다 더 나아졌을까? 그러니까 과학 기술의 진보가 개인적 삶의 향상을 이끌었느냐 하는 거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육체적 건강 부문에서 예상 밖의 비약을 경험했다. 과학과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영혼을 구원해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넘치도록 많은 지식을 계속해서 습득하고, 그로 인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똑똑해졌으나 더 어리석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1장의 내용이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우리는 자신의 장점에 대한 환상과 세상을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에 대해, 3장에서는 우리가 항상 미래를 잘못 그리는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는 일생 동안 자신의 기대를 능가하거나 혹은 능가하지 못하는 도파민 수치를 오가며 살아간다. 우리의 기대가 높을수록 행복해지려면 도파민 분비량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기대가 낮으면 약간의 도파민 분비만으로 기분이 더 나아지기에 충분하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원래 가졌던 기대가 잘못된 판단일 때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대와 다른 현실에 우리는 긍정적으로 놀란다. 그리고 이 놀라움은 더 많은 도파민으로 번역돼 실제로도 활발하게 생성된다. 이처럼 우리가 기대하는 정도에 따라 도파민 생성이 달라지는 현상을 과학에서는 보상 예측 오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행복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상대적이다.              p.272



4장에서는 극심한 개인주의가 집단지성의 오작동을 유발한다는, 민주주의 종말에 대해서, 그리고 5장에서는 원칙만을 고수하다 고꾸라지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6장에서는 골치 아픈 미래를 떠올리기 싫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7장에서는 위험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8장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와 공동체 의식에 대해 살펴보고, 9장에서는 시시하고 편협한 항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항의에 대한 오해를 살펴보고, 10장에서는 더하고 또 더해야 직성이 풀리는, 굳이 복잡한 길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에 대해서, 11장에서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행의 상대적인 습성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장에서는 낙관주의보다 비관주의가 훨씬 마음 편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넘치도록 많은 지식이 어제보다 나은 삶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자신의 장점에 대한 환상과 세상을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 원칙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 등등 우리의 삶을 결박하고 있는 뇌의 12가지 착각들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과학과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우리의 실패와 착각, 실수들을 떠올려 보자. 왜 그런 어이없는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런 착각을 했었는지, 과거의 내가 했던 실수들로 인해 맞이하게 되었던 결과들을 돌이켜보자. 곳곳에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어리석음들이 우리의 지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거나, 지식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잘못 적용된 지식 혹은 너무 많은 지식 때문에 어리석음에 빠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자,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고정된 생각의 틀과 지식의 함정들을 뛰어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생물 대백과 마인크래프트 UNOFFICIAL BOOK
마인크래프트 장인 조합 지음, 김나정 옮김, 사마키 다케오 감수 / 제제의숲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대백과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이 지형, 날씨, 광석 등 지구의 모든 것을 알아 봤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포유류, 조류, 어류 등 생물의 모든 것을 만나본다. 


초등 과학 교과와 연계되어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3학년때 배우는 동물의 한살이와 생활, 5학년 과정 중에 다양한 생물과 우리 생활, 생물과 환경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서 나 역시 마인크래프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대부분의 폭력적인 게임들에 비해 아이템을 발굴하고, 건물을 짓는 형식이라 건전한 편이라 적당한 시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물론 몹들과 전투를 벌이며 생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보니 건물을 짓고 만드는데 더 관심이 많아 나름 긍정적인 게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고 하는데, 2억 장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양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익숙한 마인크래프트 캐릭터와 함께 배우는 과학이라면 관심이 없었더라도 호기심이 생길 것 같다. 




이 책은 포유류, 조류, 어류와 조개류, 파충류와 양서류, 절지동물과 자포동물로 크게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다. 각각의 장에 소개되고 있는 생물들은 전 세계 440여 종에 달하는데,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궁금증을 해결시켜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흥미로웠다. 


소는 왜 위가 네 개나 있을까? 염소는 정말로 종이를 먹을까, 토끼의 귀는 왜 길까? 라마는 정말로 침을 뱉을까?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먹어도 멀쩡한 이유는? 등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궁금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유사한 동물들의 데이터를 함께 소개해주고, 마인크래프트에 실제로 등장하는 동물들일 경우 그에 관련된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소는 고기와 우유, 가죽을 얻을 수 있으니 발견하면 꼭 길들여서 번식시키라던가, 양은 고기뿐 아니라 침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염료를 이용해 양털을 염색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게임에 대한 정보와 과학적 지식을 모두 만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마인크래프트를 과학, 건축, 코딩 등에 접목시켜 교육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부분이 많은 게임인 것 같다. 무작정 과학책을 읽히기는 어려워도, 이렇게 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과학이라면 아이들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퀴즈를 푸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고, 게임 이미지와 실제 동물의 사진을 비교해보면서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백조는 어떻게 물 위에 떠 있는지, 공작새의 날개는 왜 화려한지, 복어는 어떻게 몸을 부풀리는지, 가오리는 왜 배에 얼굴이 있는지, 카멜레온은 어떻게 몸 색깔을 바꾸는지... 아이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과학적 질문들을 만나게 해주자. 게임하는 것처럼 페이지가 쓱쓱 넘어 가지만, 각각 생물의 분류와 무게, 몸길이, 주요 서식지 등 필수 데이터들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책이다. 물론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 꿀팁도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아이가 게임에만 너무 빠져 있고,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루스트와 모네는 간접적인 접근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작품의 완성에, 작품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도록 만든다. 독서란 뉴런과 지성이 우회하는 행위다. 독서는 눈에 들어온 텍스트가 전달해주는 직접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독자의 추론과 생각에서 비롯된 예측 불허의 에두름으로 인해 보다 풍성해진다.          p.48~49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며 ‘순간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와 문학, 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를 토대로 읽기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주었던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가 재출간되었다. 원제인 'Proust and the Squid'를 그대로 살려 <프루스트와 오징어>로 제목을 달았고,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원서는 2007년에 나왔었는데, 독서하는 뇌의 발달과 진화의 두 가지 측면인 개인적이고 지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을 연관시켜 함께 기술한 것은 아마 이 책의 최초일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의 상이한 두 가지 측면을 묘사하기 위해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를 메타포로, 하등동물로 과소평가되어 있는 오징어를 유추적으로 사용했다. 매리언 울프가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단언한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인류가 글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읽는 뇌(reading brain)’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학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을 들려 준다. 신경과학, 문학, 고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읽기 연구 분야의 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찬사를 받았었다. 실제로 최근에 출간되었던 매슈루버리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도 읽기의 능력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는 말이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4학년 말이 되어 남동생 조가 셋째 줄에, 여동생 카렌이 첫째 줄에 앉아 있고 막내 그렉이 학교 다닐 준비를 할 무렵 난 그 책들을 전부 독파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눈에는 여전히 조그만 아이에 불과했겠지만 매일같이 나는 문학과 허구의 거장들을 만났다. 폴 버니언, 톰 소여, 럼펠스틸스킨,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등이 월넛가에 사는 이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두 개의 평행 세계에 살기 시작했고 어디서든 내가 다르다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경험은 훗날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p.205~206


매리언 울프는 이 책에서 자신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대여섯 번쯤 읽었다고 말한다. <미들마치>라고 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전설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국내에 출간된 버전의 두 권 분량이 거의 1400페이지에 달아하는 압도적인 두께의 고전이다. 그런데 한 번 완독하기도 어려운 이 작품을 대여섯 번이나 읽었다니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건 그 감상에 있었다. 30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적인 도로시아의 환멸에만 철저하게 공감했었는데, 작년에야 비로소 미스터 캐소본의 두려움과 희망, 그만의 환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언젠가 캐소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독서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독서를 바꾸기도 한다. 


매리언 울프는 인지신경과학자이자 발달심리언어학자로서 언어와 독서 그리고 난독증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책에 따르면 읽기란 인간이 후천적으로 획득한 특성이므로 언제든지 그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던 사람이 점차 읽기에 능숙해지거나, 반대로 문해력이 좋던 사람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읽기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면,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이란 어쩌면 당연한 질병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난독증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매리언 울프는 세계적인 읽기 연구자이자 난독증에 걸린 아들의 어머니로서, 난독증에 관해 새롭고도 정확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독서라는 행위가 단지 문자를 해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독서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면 인류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글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독서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읽는다는 것과 읽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이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풋내기 같은 말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잖아. 다시 똑같은 짓을 한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어이없어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쁜 기억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은 선택으로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p.67


아버지의 모교 법학부에 입학한 대학생 기세는 우연히 학창 시절 동경의 대상이자 멋있는 형이었던 마카베 씨를 만난다. 그가 의대생이고 기세가 중학교 3학년때 과외를 받았었는데, 몇 번이나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다. 이후 이사와 고등학교 입시로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었는데, 무심코 들어간 인테리어 매장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식사를 몇 번하고 그의 집에 갔다가 협박 편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양심이 있으면 결혼하지 마라'는 식의 협박 편지가 한두 달 전부터 왔다는 거였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 친구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는 그가 걱정이 되어, 기세가 대신 나서기로 한다.


기세는 학창 시절 아마추어 탐정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 기타미 선배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정의감이 넘치는 성격인 기세는 어떻게든 마카베 씨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 모르게 범인을 찾아 달라고 말한다. 의뢰를 할지 망설이는 마카베 씨를 대신해 자신이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나선 것이다. 이야기는 사건을 의뢰한 기세와 조사에 나선 기타미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조사가 조금씩 진행될수록 협박 사건의 배경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기타미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을 조금씩 넘나들며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다. 





뭔가 마음에 걸린다.

위화감, 꺼림칙한 예감,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그게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모르면서 입 밖에 내면 안 된다. 나가노와 만나 이야기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생각이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며 마카베의 손을 잡고 애매한 미소를 돌려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럴 때 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p.294


의사를 꿈꾸던 마카베는 왜 학교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 마카베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협박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마카베는 왜 경찰에 신고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일까.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은, 마카베가 대학생 때 범죄를 저질러 체포당한 적이 있다는 거였다. 밝고 사교적이며 친구가 많았던 마카베가 범죄자였다니 기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가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당시 피해자인 것일까. 게다가 마카베는 기세에게 말한다. 체포된 건 사실이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이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은 상상도 못했던 곳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누구라도 이 작품의 결말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서늘한 그 결말은 극단적인 딜레마로 이어지는데, 나라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기억술사>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이다. 잊고 싶은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도시전설 속 괴인 '기억술사'를 둘러싼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굉장히 동화적인 독특한 작품이었다. 주로 감성 미스터리, 노스탤직 호러라는 장르를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로맨스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써왔다고 한다. 작가가 변호사로 일해온 이력을 살려 쓴 ‘변호사 기무라&다카쓰카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꽃다발은 독>은 그야말로 소름 돋는 결말과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그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더 본격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 오리가미 교야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우선 독자들로부터 충격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이 작품부터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