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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는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 비대면 시기 동안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교류했는데, 바로 SNS에서였다. 그런데 다 좋아요만 누르면 누군가의 일상을 부러워만 하는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이면에는 불편함, 즉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영상들도 볼 수 있었다.
<셰임 머신>의 저자인 수학자 캐시 오닐은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며,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를 비롯해 가난, 젠더, 피부색, 정치적 입장 등 다방면에 걸쳐 왜곡된 수치심이 구조화되고 있는 현실을 책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정치적,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바로 '수치심 머신(셰임 머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치심 머신이란 불안감, 자기혐오에 기반한 수치심을 이용해 제도적, 상업적 이윤을 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만인 사람들을 다이트하도록 부추기거나 예쁜 얼굴이 되어야만 인정받는다며 성형을 권하는 것처럼 수치심 머신이 작동하는 사례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뚱뚱함이 콤플렉스였던 저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그러지 못한 스스로의 간극으로 오랫동안 수치심을 체감해왔다고 한다.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비만뿐만 아니라 빈곤, 중독자 등 취약계층의 삶이 구조화된 플랫폼을 통해 조직적으로 소비되고 조롱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 <셰임 머신>은 사회를 계급화하고 통제하는 도구로써 수치심과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실마리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수치심은 공동체의 질서 유치를 위한 도구로 인류가 처음 아프리카 사바나를 무리 지어 돌아다닐 때부터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저자는 수치심은 다른 차원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수치심은 하나의 집단이 불어 넣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신에 집단의 규율과 금기가 새겨진다는 것이다. 그 목표는 개인의 생존이 아닌 사회의 생존으로 수치심은 개인의 욕망과 집단의 기대 사이에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치심은 신체, 건강, 도덕 등 규범에서 파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친다고 자각하는 순간, 존엄성이 부정당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또한 정부나 기업에서는 비만, 빈곤, 약물 중독과 같이 저변에 깔린 수치심을 이용해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게 하는 책이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수치심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수치심을 자극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한다. 거대 디지털 기업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외모나 조악한 취향, 정치 이슈 등 다양한 논제로 서로를 조롱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혐오 정서를 군중에 전파하며 수치심의 악순환을 영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수치심을 전 세계적인 추세로 분석해서 돈이나 노동, 투표, SNS 공유까지 우리에게서 뭔가 가치 있는 얻기 위해 수치심이 동원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겪은 수치심을, 그리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주입하는 수치심을 동시에 조명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수치심을 조장하는 셰임 머신을 파괴할 만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수치심 머신을 역이용해 혐오와 불신으로 분열된 사회를 치유할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들과 맞서려면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수치심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생기는지 자각하면 막강한 기업과 기관이 어떤 식으로 수치심을 통해 이윤을 취하는지 보인다는 것이다.
즉 저자는 셰임 머신이 어떻게 작동하고 움직이는지 제대로 알고 행동을 취해만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흐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