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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
전형진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지하철 환승할 때도, 계단을 내려가다 가도. 뭐가 그리도 재미난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길 가다 방지턱에 걸려서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아이도 어른도 신줏단지 모시듯 손에 꼭 쥐고 놓질 못한다.
그럼 나는 어떨까?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 블로그, 카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보고 있다. 중독까진 아닌 것 같은데, 한 자세로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목도 뻐근하고 다음날 퀭한 얼굴로 눈을 뜨기 십상이다.
최근에 읽게 된 <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은 다양한 중독 문제를 정신건강 전문의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를 중독으로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 외에도 몸과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술, 담배, 게임, 마약 등 여러 가지 중독들이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
p.37
강박증이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강박증 환자는 자기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그만두려고 노력을 기울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방금 목욕을 하고 손을 깨끗이 씻었는데, 자꾸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어 또 씻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이 책의 저자인 전형진 정신건강 전문의는 중독이란 특정한 사람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진단했다. 저자는 짜릿함과 달콤함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후유증이 크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 안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남과 비교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코로나19, 지진 같은 불가항력적인 일들로 인해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뭔가 불안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그렇고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점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저자는 중독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이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94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에게서는 다음과 같은 정서적 특징이 나타난다.
도박을 중단하면 안절부절못하거나 불안해한다.
도박을 중단하면 상실감이나 공허감을 느낀다.
도박의 결과로 매우 극단적인 감정변화 예컨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을 경험한다.
분노, 불안,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이나 개인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을 한다.
도박 행동이나 도박으로 인한 결과 때문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상태를 중독이라고 보고 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류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떠올릴 수 있지만, 개인의 통제력을 벗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특정 행동도 엄연한 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독에는 쇼핑을 비롯해 게임, 운동, 면과 육류, 포르노, 일과 공부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별과 연령의 성역 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나 역시 중독에 빠진 것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저자는 중독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정신적 질병이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시간에 쫓기는 일이 많고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시달릴 때가 많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p.143
아침에 멀쩡한 모습으로 출근했지만, 저녁때면 영혼까지 탈곡 당한 채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는 직장인들. 임대료에 생활비, 아이들 학비를 생각하면 한 시도 쉴 수 없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게에 매달려 살아야 하는 자영업자들. 이렇게 매일 같이 자신을 소진하다 정말로 불에 다 타버린 것 같은 상태에 이르는 것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직접 만나면서 그들이 어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지를 목격했던 경험들을 토대로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중독의 사례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한편 그 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현대인들이 왜 중독에 빠지는지 그것이 일상에서 어떤 위협이 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특정한 행동들이 이제는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이 들 만큼 위험 요소들이 많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중독의 유혹이 당신 곁에 있다.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프리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