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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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잔잔하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정하게 나를 위로하고 토닥이면서도 단호하게 묻는다. "이제 좀 다르게 살아도 되잖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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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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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요즘 부쩍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왔다.

"나는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을까?"


2025년 4월말. 타인 혹은 직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니 가족의 바람을 두 어깨에 무겁게 짊어진 채, 하루를 살아내고 버텨내며 버둥거리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내 삶의 주도권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한테 세상에 내맡긴 채, 그저 '열심히'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던 건 아닐까?


그런 나에게, 이정숙 작가의 신간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잔잔하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정하게 나를 위로하고 토닥이면서도 단호하게 묻는다.

"이제 좀 다르게 살아도 되잖아?"


저자는 오랜 방송 활동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중심을 나에게로 옮기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더 열심히 살아라'라고 등을 떠미는 대신, '덜 애쓰고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p.27

항상 바쁠 것 같은 일상이지만, 잡담이나 나누다가 헤어지는 모임이나 불필요한 전화통화, 소셜 미디어 등을 조금씩만 줄여도 몸 관리에 쓸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았다. '나를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 내는 데 그렇게 어려워?"라고 생각하며 아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기로 작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는 사람마다 "어머, 예뻐지셨는걸요"하며 칭찬했다. 비록 예의상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반의 반 정도는 진실일 거라고 믿고 기뻐하기로 했다.


p.112

가족은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저절로 좋은 추억이 쌓일 거라고 오해하기 쉽다. 안타깝게도 나쁜 추억은 저절로 생기지만 좋은 추억은 일부러 쌓으려고 하지 않으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가족 간ㄴ에는 허물이 너무 없어서인지 안 좋은 일들로 얼룩지기 쉽다. 가족까리 옛 추억을 이야기하다 그때 네가 잘했는지 잘못했느지 하며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열심히'라는 단어에 자신을 몰아세우며 벼랑 끝까지 밀어부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걱정을 가불하지 말고, 열심히 말고 영리하게 살아가라"고. 이 한 문장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기존의 자기계발서나 감성 에세이와 다른 결을 걷는다. 단순한 긍정적 사고방식이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론에 그치지 않고 이런 주문을 되새긴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나를 중심에 둘 것인가?'

'타인과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


p.168

타인과의 비교 같은 건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온 나도 사실 비교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내 또래들보다 훨씬 더 젊어보일 만한 옷을 너무 많이 사곤 했기 때문이다. 사고 나서 잘 입지도 않아 공간만 차지했는데, 버리자니 아까워서 이사할 때 상자에 넣어둔 그대로 보관했다. 남들이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던 나도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젊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230

선택은 실행한 후에라야 옳았는지 아닌지 판가름 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 땅을 치고 후회할 선택 같은 것은 당연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선택의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다.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 수많은 선택을 시간을 되감아 다시 해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바로 "나를 손님처럼 대접하라"라는 말 속에 담겨 있다. 이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소중히 여기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속도와 리듬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었을까? 아니면 수많은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갇힌 조연이었을까?" 아직도 선명한 답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질문 자체를 던지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타인의 기대에 지친 사람들,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더는 남을 위해서만 살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권한다. 어쩌면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치열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더 많은 자기 존중'임을 깨닫게 해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 조금 더 나답게 살았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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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AI 로봇 전쟁 - AI, 반도체, 로봇 편 딥테크 전쟁 2
이재훈(드라이트리)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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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시크릿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지난 4월 19일, 중국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단순한 로봇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인류와 기계의 공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약 9000명의 인간 러너와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가해 21.0975km의 코스를 각각의 레인에서 달렸고, 이를 통해 로봇 기술의 현재 수준과 향후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현재 가장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는 로봇과 AI, 반도체 기술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출간된 <딥테크 AI 로봇 전쟁>은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AI, 반도체, 로봇이라는 3개의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딥테크 경쟁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소개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AI, 반도체, 로

봇 전쟁에서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한 전략 지침서이다.


p.36

AI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며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먼전 AI 에이전트 대화형 AI, 자동화 봇, 가상 비서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요청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p.101

2025년 2월 개최된 파리 AI 정상 회의는 AI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이번 정상 회의에서 프랑스와 미국은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내세우며 AI 산업의 방향성과 규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기술 혁신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 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한국이 글로벌 기술 전쟁 속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언을 담았다.


챗GPT로 대표되는 AI는 산업 자율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리드하고 있는 반도체는 디지털 사회의 핵심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로봇은 노동의 개념을 혁신하고 산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3가지의 기술들은 국가 경쟁력, 산업 구조, 경제, 안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AI, 반도체, 로봇은 이제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기술로 평가되고 있고, 현재 기술 패권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이지만 유럽, 일본, 한국 등도 독자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기술들 없이는 경제와 안보를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p.166

레거시 칩의 국산화는 중국 내 전자제품 및 산업 장비의 공급망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산업에서 레거시 칩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러한 분야의 요구를 자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p.233

가정용 로봇 분야에서는 아이로봇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로봇은 로봇 청소기 룸바를 통해 자율주행 청소의 개념을 정착시킨 기업으로, 가정 내 바닥 청소를 자동화하는 데 큰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룸바는 스스로 집 안을 탐색하여 먼지와 오염 물질을 청소하며, 특히 스마트 홈 기술과 연동이 가능하여 사용자들이 원격으로 청소 일정을 조정하거나 제어할 수 있습니다.



특히 AI는 산업과 사회를 전면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는데, 생성형 AI는 특히 노동시장과 기업 경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디지털 세계의 쌀과 같은 존재로 반도체 주권 없이는 첨단 산업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로봇은 미래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저자는 또 앞으로 제조, 의료, 물류,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재정의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첨단 기술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대비하고자 하는 미래 변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참고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딥테크 기반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업 경영자·전략 담당자를 비롯해 한국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정부 관계, 그리고 AI, 반도체, 로봇 관련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 기회를 찾고자 하는 투자자·테크 분석가들에게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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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 그래피티 - 양장, 음식과 사람,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이균의 미국 횡단기
에드워드 리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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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음식 이야기나 관련 콘텐츠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흑백요리사》라는 셰프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에드워드 리(Edward Lee)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결승전에서 나폴리 마피아와 맞붙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창의적인 요리와 깊은 철학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특히 한식 재료를 활용한 독창적인 요리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방송 출연 이후 어느 날 CF에서 그를 볼 수 있었고,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친근감 있게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버터밀크 그래피티(Buttermilk Graffiti)>는 그동안 잘 몰랐던 그의 요리 철학과 함께,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이민자 커뮤니티의 음식과 문화를 탐구하고 소개한 에세이이다. 이 책은 음식을 통해 정체성과 다양성을 조명하며,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 에세이'로 극찬을 받았다.


이 책의 제목인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미국 남부의 전통 식재료인 버터밀크와 저자의 청소년 시절 영향을 준 그래피티 문화를 결합한 것으로, 그의 정체성과 삶의 여정을 상징한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미국에서의 삶 사이에서 찾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p.63

나는 식당 주방에서 엄격한 분류와 정리 체계를 가장 먼저 배웠다. 아무런 표시도 없이 불투명한 봉지에 담긴 채 무작위로 놓아둔 듯한 샘의 재료들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함께 일하는 여자들도 되는대로 자리를 잡고 배식구에 쌓여가는 주문서를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식당 주방에서 흔한 활용하는 편성 체계도 없고 제각기 책임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지도 않다. 모든 것은 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p.141

우리가 미국인이 되면서 잃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노먼에게 묻는다. 미국인이 되기 위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를 버릴 건가요?

"그렇긴 하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저 밑에서 끌어당기는 모종의 힘을 다시 느끼고 우리의 정체성을 재발견합니다. 그럼 얻는 것은 무엇이냐? 바로 미래입니다. 미래를 만들어 갈 기회를 얻지요. 마이애미는 미래를 리허설할 수 있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에드워드 리는 오랜 시간 동안 두 가지 정체성, 즉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했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이 미국에서도 한국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려 노력한 덕분에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사고방식과 문화를 체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 사회 속에서는 늘 "어디에도 완벽히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 같은 감정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음식이었다. 그에게 음식은 단순한 요리 그 이상이었다. 한국 음식은 뿌리와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미국의 다양한 이민자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주었다.


그는 한국 음식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는 길을 선택했다. 고유한 한국 음식의 맛을 지키되, 미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이러한 경험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요리를 통해 이민자의 정체성, 다양성, 그리고 미국이라는 다문화 사회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태생적인 뿌리에 대한 인식과 함께 미국에서의 삶을 요리로 융합하는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또 다른 음식 문화 스토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p.270

케니에 따르면,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서 돈이 되는 것은 더 먼 연안에서 잡히는 도미와 큰 물고기다. 새우 장사는 이제 가망이 없단다. 우리는 얼음 더미 위에 늘어놓은 다양한 종의 새우를 같이 둘러본다. 이 만에서 나는 흰 새우우와 심해에서 온 갈색 새우, 작은 미끼 새우, 루이지애나산 로얄 새우도 있다. 나는 이 갤버스턴만에서 나는 새우를 맛본다. 작고 희고 연하다. 큰 품종보다 나은 것 같다. 이 새우는 대부분 미끼 가게로 가서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쓰인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p.354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은 한국의 맛이 나긴 하지만 어릴 때 할머니가 해준 음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것도 좋다. 한국 음식에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건 아니니까. 토리는 한국 음식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의 떡볶이에는 위스콘신 체더치즈가 들어가 있으며 볶음밥에는 미국식 훈제 양지머리가 들어가 있다. 이 음식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할머니가 보셨다면 역정을 냈을 테지만 음식의 진화를 억압할 수는 없다.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단순히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민자들의 삶, 그들의 정체성, 그리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한국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고, 이민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도넛 순례, 낯선 국수, 슬로 도그와 페퍼로니 롤, 비밀의 버터, 진짜 새우의 맛, 두 옥수수빵 이야기 등 재미난 요리 제목의 1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저자가 방문한 도시와 그곳에서 만난 이민자들의 음식과 이야기를 소개해 흥미를 끈다.


에드워드 리는 앞으로도 미국 사회 속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그가 걸어온 길과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세계 문화 속에 한국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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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을 권리
공혜정 지음 / 느린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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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느린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미안하다... 몰라서... 외면해서... 도와주지 못해서...

우리 모두 아이 앞에서는 죄인이었다.


영화 [미쓰백], [고백], [마더], 그리고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의 공통점은? 바로 아동학대를 다룬 이야기라는 점이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8,522건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으며, 이 중 25,739건이 실제 학대로 판단되었다. 학대 행위자의 85.9%는 부모였고, 학대 발생 장소의 82.9%가 가정 내였다. 또한,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44명에 이르렀다.


<잊혀지지 않을 권리>의 저자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2013년 발생했던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의미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는 '하늘로 소풍 간 아이'라는 부제를 단 '울산 계모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의 참상과 가해자의 가벼운 형량에 분노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연대로 힘을 얻어 10여 년간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2018년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활동이 단순한 분노가 아닌, 사랑받고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위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꿈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저자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고통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p.17

2013년 10월 24일 오전 8시 30분경, 이날은 초등학교 2학년 서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다음 날이면 울산에서 인천으로 전학을 가야 해서 소풍 가는 이날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박상분(가명)은 아이에게 전날 단골 미용실 원장님께 작별 선물로 받은 2만 원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아이가 그중 2,300원을 헐어 젤리 과자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고 하자 박 씨는 "너 같은 X은 소풍 갈 자격이 없다"며 닥치는 대로 서현이를 때렸다.


p.43

2014년 3월 11일 울산지방법원 101호 법정. PPT를 이용하여 길고 긴 기소 내용 설명을 마친 박양호 검사는 계모 박씨가 앉아 있는 피고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중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하였다. 박 검사는 제자리로 돌아온 후 나지막하지만 힘주어 말하였다.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울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법정을 뒤흔들었다. 계모 박씨는 비틀거리며 퇴장했다. 우리는 그날 호송버스를 붙잡는 대신 떠나는 버스를 향해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가 죽었다. 맞아서, 굶어서, 부모에게…” 참 서글픈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학대받다 죽어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살아 있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엄마 아빠’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이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당연히 사랑받고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폭력을 당하고, 굶어 죽고, 버림받아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실제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외면해 왔나? 이 책은 초등학생 서현이의 사례로 가슴 아픈 현실을 일깨워 준다.


수년간 학대당하다가 결국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아 숨진 아이, 그러나 가해자인 계모는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하고, 살인이 아닌 다른 죄명으로 몇 년의 형량을 받을 거라는 말이 오가는 현실. 그보다 더 참혹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이 아이의 구조 요청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12년간 아동학대 사건을 추적해온 공혜정 대표의 법정 기록을 담고 있다. 구미, 아산, 울산, 창원 등 전국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에게, 반복적으로 죽어 나가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다.


p.133

2018년 8월 17일 무덥던 여름날, 서울시 관악구의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갓난아기 옆에 짧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허민영. 민영아 정말 미안해. 잘 지내고 정말 미안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줘.


사흘 후 민영이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보육원으로 옮겨졌다. 보육원에서 민영이는 잘 울지도 않았고 혼자 가만히 앉아 그림책을 보거나 스티커를 주면 조용히 잘 노는 아이였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의사 표현도 잘했으며 애교도 많고 잘 웃는 아이였다.


p.134

입양 9개월 후인 2021년 5월 8일 오후 6시. 민영이는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뇌의 2/3가 손상된 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만 것이다. 민영이의 양부 서 씨는 아동학대중상해죄로 긴급 체포되었다.




2023년만 해도 44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졌고, 가해자의 86%는 부모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법은 여전히 가볍고, 법적인 대응 구조는 너무나 늦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읽다가 여러 번 책을 덮었다. 우리가 외면해 왔던 진실을 다시 들춰내고 꼼꼼하게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잊혀지지 않을 권리>는 아동학대의 참상을 알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고, 그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이들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아이들이 가진 ‘잊혀지지 않을 권리’이지 않을까?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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