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싱가포르 - 최고의 싱가포르 여행을 위한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25~’26 최신판 프렌즈 Friends
박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싱가포르는 수백 년 전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으며 20세기 들어서도 말레이시아로부터의 극적인 독립 과정을 거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부를 누리는 선진 도시국가입니다. 지금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절묘한 지정학적 균형을 잡으며 실리를 취하고, 화려한 과거도 과거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정치 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2에는 싱가포르에 놀러갔을 때 쇼핑에 참고할 만한 좋은 정보가 제시됩니다. 슈어홀릭(shoeaholic)이란 말은 한국에서만 쓰는 말은 아니고 영미권에서도 두루 통하는데 여성들이라면 이 페이지에 나오는 "꼭 슈어홀릭이라서가 아니라 여성 쇼퍼라면 공감할"이란 문구에 눈길이 절로 갈 만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명소는 "찰스앤키스"인데 키스가 kiss가 아니라 사람 이름인 Keith입니다. 싱가포르가 위치한 곳이 기후대가 기후대이다 보니 다음 페이지 "바샤 커피" 같은 곳도 원두와 완제품을 고르기 좋은, 이름난 샵입니다. 

p156 이하를 보면 올드시티가 소개됩니다. 올드시티에 대한 설명으로 "콜로니얼 풍"이라는 말이 (꼭 이 책뿐 아니라) 싱가포르 특정 구역에 대한 형용사로 자주 쓰입니다. 영국인들이 싱가포르를 장악하고 새로 건설한 시가지인데, 이에 비해 뉴타운은 20세기 들어, 특히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 식민 지배를 끝낸 후에 본격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이는, 같은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가 아직도 수도를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뉴델리에 두고 그곳을 중심으로 기능하는 것과 살짝 대조됩니다.

p167에는 사부어 레스토랑, 레이 가든 등의 맛집이 소개되며, 특히 홀리 크랩이라는 재미있는 간판의 식당도 있습니다. 물론 holy crap이란욕설과는 철자도 발음도 다르니 오해 없어야 하겠지만 사장님이 짓궂다는 생각이 매번 드네요. 책에는 트렌디한 메뉴로 젊은층에게 인기 많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가 보면 인테리어도 그렇고 추구하는 방향성은 좀 보수적입니다(제 개인적 평가입니다).   

p254에 보면 부기스와 아랍스트리트가 소개되는데 저자님의 말대로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라는 점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리콴유 수상이 중국계라서 싱가포르는 중국계 엘리트들이 꽉 잡고 있는 나라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도시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의 수백년 영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애초에 무슬림 상인들이 중세 때부터 무역의 이점으로 이곳을 찾았으니 당연합니다. 프렌즈 시리즈 고유의 특징으로 깔끔한 쇼핑 지도가 잘 정리되었고 원래 이 구역이 저렴한 쇼핑으로 높은 평가가 나온다고도 소개됩니다. 리콴유 수상도 독립 당시에 이슬람 시민들에 대한 배려와 정치적 존중에 무척 공들였습니다.

우리가 바로 위의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대해 인도차이나라고 부를 때, Indo-라는 형태소가 다름아닌 인디아를 가리키는 뜻입니다. 이 일대는 과거에 인도의 문화적 영향을 안 받은 곳이 없고, 다만 그 영향이라는 게 마우리아 제국, 쿠샨, 굽타 제국 등 강력한 불교 정책을 편 통일 정치 단위가 들어섰을 때에 한정되었다는 게 유감일 뿐입니다. 호라산에서 발원한 이슬람 대륙 세력이 새로 10세기부터 인도 아대륙을 석권한 이후에는 인도가 동남아시아에 끼친 영향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275 이하에는 리틀 인디아라는 구역이 여전히 독특한 인도 문화의 색채를 뽐내며 21세기에도 관광객을 반갑게 맞습니다.

p331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소개되는데 이게 오사카에도 있고 제가 작년 9월 프렌즈 오사카 편을 리뷰하며 언급한 적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고작 도시국가이고 그 좁은 곳에 테마파크를 지을 데가 어디 있겠나 싶은데, 센토사 섬이 대략 백사십만 평(서울대 관악캠퍼스보다 조금 넓죠), 그 중에 육만 평을 점유합니다. 참고로 싱가포르 전체 면적은 220만 평 정도이며, 서울보다 40만평 정도(여의도의 1/3) 더 큽니다. 싱가포르 여행에 필요한 알짜 정보가 잘 정리된 멋진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이나 한국이나 극심한 정치적 분열 때문에 나라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다원주의 국가에서는 다른 이가 나와 생각이 다름을 인정해야 하며, 이미 성장을 멈춘 죽은 공동체가 아닌 이상에야, 시민들은끊임없이 생성되는 이슈를 어떻게 다른 시민과 다뤄 나가는지를 실전을 통해 배우며 더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내 정치적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메타적으로 바라볼 생각이 들었다는 건, 곧 내 개인적 신조와 성향이 절대 진리, 종교적 교의가 아님을 긍정하는 첫걸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정치 성향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그 신체 기관 중 어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지를 따지자면 아마도 대뇌일 것입니다. 그래서 p34에서는 편도체, 뇌섬엽, 해마, 전방 대상회 피질 등 뇌과학에서나 쓸 법한(사실은 대중 자계서에도 자주 나오지만) 용어들을 원용하여, 사람의 생각이나 취향이 사실은 어떤 해부학적 원리에 의해 생성되는지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특히, 심리학 용어인 동기화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란 말에 주목하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겉으로는 사안 별로 모두 별개의 인식 틀이나 논리 도출을 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처음에 형성된 사고 습관이나 기존의 선입견이 반복 작동되는 데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동기화가 synchronized가 아니라(同期化), 처음에 부여된 동기(motivation. 動機)를 따른다는 의미임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p112를 보면 자동증(自動症. automatism)이란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우리들 대부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몸과 마음에 이식된 무의식, 습관, 선입견, 집단 가치관 등에 지배되며 일상의 매순간 뭘 일부러 의식하고 일일이 다른 결정을 내려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무조건 반사는 대뇌까지를 거치지 않지만, 조건 반사는 대뇌를 거쳐 그 사람이 여태 살아온 과정과 사연을 반영합니다. 이어 책에서는 대단히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 사실은 뜻밖에 그 사람 뇌 안에 생긴 종양 때문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그렇다고 이런 취향을 가진 모든 환자, 범죄자가 다 뇌종양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닐 것입니다. 여튼 허무하게도, 뭔가 숭고하고 불가해한 이유 때문에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이 생겼거니 여겨도, 사실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에 그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이 부분 논의는 지적하려 합니다. 

p180 등을 보면 저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를 도출합니다. 대체로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 즉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진영에서는 긍정적 이미지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모두 강화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성보다는 감성적 반응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주의, 반응, 인식 등에 이런 성향의 차이가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정보의 획득과 활용에까지 차이를 낳게 하는지에 대해 책은 논의를 이어갑니다. 루치아나 카라로가 주도한 이탈리아 학자들의 연구와, 이 책 저자들의 연구가 비슷한 듯 다르게 대비되어 정리, 서술되므로 독자들은 이 맥락을 잘 찾아서 읽는 재미를 높일 필요가 있겠네요.

아무리 프랑스의 젊은 세대가 학교에서 PC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그 심층에 흐르는 호오의 감정이나 본능적인 반응에는 후천적인 노력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나 봅니다. p214를 보면 블레즈파스칼대학교 연구진이 세바스티앙(백인)과 라시드(아랍인)의 사진을 보여 주고 측정한 반응을 보면, 대부분이 백인인피실험자들에게서 아랍인에 대해 더 경계하는 전기적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치적 태도와 행동에 생물학적 요인이 (마치 운명처럼) 작용한다는 다소 씁쓸한 결론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시시컬하게 유지되는 편입니다(전적으로 긍정되는 건 아니라 해도). 대립 유전자, 다형성 영역, AVPR1a 유전자 구간, 1바소프레스 수용체(펩타이드 호르몬의 일종) 등의 개념을 적용하여 전개되는 논의는, 운명론과 정치성향 사이의 상관 관계를 더욱 흥미롭게 탐구하도록 돕습니다. p325 이하에 전개되는 "두 도시 이야기", 컨서베이턴 이론(가상의)은 저자들의 논의에 인문적 깊이를 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도로 읽는다 지정학 전쟁사 지식 도감 지도로 읽는다
조지무쇼 지음, 안정미 옮김 / 이다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세계는 정치와 경제를 떠받치는 근본 질서가 흔들리는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변방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므로, 강대국 간의 역학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동하느냐를 면밀히 주시해야만 합니다. 최고의 도감 책을 펴내는 이다미디어에서 여태 출간한 대부분의 도감류는, 사실 어떻게든 지정학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내용이었습니다. 독자는 만약 모종의 지정학적 통찰을 얻고 싶었다면, 기존에 출간되었던 이다미디어의 도감 몇 권만 읽어 봐도 상당한 배움이 가능했을 듯합니다. 지도가 미려하고, 사실 독자들이 간과하기도 하지만 텍스트도 참 좋습니다. 관점이 중립적이고 냉철합니다.

하지만 관세전쟁으로 대표되는 중, 미 양국 간의 경제적 대립이 고조되고, 이를 넘어 중동이나 남아시아 바다에서 드디어 군사적 격돌이 임박했다는 진단이 대두하는 작금에는, 이제 지정학과 전쟁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소설 <삼국연의>도 지도와 함께 읽어야 전술 전략의 탁월함이 적실하게 간파되듯, 지정학의 탐구에는 목적에 맞게 제작된 지도가 반드시 따라 줘야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간(旣刊) 이다미디어의 대부분 도감류는 지정학 도서로 독해해도 무방했다는 게 제 생각이며, 이제 이렇게 신간이 지정학과 전쟁 주제에 포커싱해 나오기까지 했으니 대단히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지도와 함께 보는 지정학 도서가 바로 지금 이 시점에 출간되어야만 했고 그 신간이 역시나 이다미디어 책입니다. 

그제(2025. 9) 갑자기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해서(=채권 금리가 폭등해서) 시장이 들썩였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예고)에 격분한 일본에서 더 이상 미국 패권에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고 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트럼프도 이에 놀라 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1기 때부터 팔아 왔기 때문에 남은 보유 물량이 많지 않습니다. 일본은 이미 작년에도 갑자기 미 증시에 깔아 둔 자금을 갑자기 회수하여(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미 증시 폭락을 일으켰었는데, 이처럼 경제라는 건 배후에 깔린 하이 폴리틱스, 지정학 구도를 모르면 그 깊은 흐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전문가 집단인 ぞうじむしょ(造事務所)는 일관되고 객관적인 프레임으로 쉽게 세계 독자와 소통하는 이들이지만,  일본만의 시야도 저술 중에 은근히 드러냅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신 질서에 대한 일본 측의 의구심이 책에도 행간에 표시되며, 앞으로 일본과도 개별적으로 협조해야 할 한국 입장에서 참고해야 할 바가 많습니다.

제1장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 간의 대립상을 다룹니다. 영미의 국제정치학, 특히 현실주의 학파라면 수백 년 간의 외교사를 오로지 이 그레이트 프레임에 의해서 통찰합니다. 유럽 역사(전쟁사)도 섬(브리튼)과 대륙 사이의 싸움이며, 나폴레옹 1세의 부침(浮沈) 뒤에는 그 바톤을 제정 러시아가 이어받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을 펼칩니다. 이 구도가 동아시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미-영-일이 한 축을 이루고 중국이 대척점에 서서 한판 붙은 게 청일전쟁이요, 그 후속편이 러일전쟁이었습니다. 한국전도 중-소-북이 한 팀을 이루고 (불과 그 얼마전까지 교전국이었던) 일본과 미국이 한 편이 되어 피터지게 싸운 한판이었습니다.

책에서는 투르푸아티에 전투(해양의 이슬람, 대륙의 프랑크 제국), 가우가멜라 전투(해양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대륙의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등이 다뤄집니다. 이 관점이 항상 해양세력의 승리로 마무리하는 건 아니어서 이른바 레그니차 전투는 대륙 세력인 몽고 제국이 유럽 연합을 박살낸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1장에서 좀 특이한 건 진시황의 중국 통일이 다뤄진다는 건데, 딱히 대륙과 해양 사이의 갈등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마도, 일본 입장에서 영원한 아치에너미인 통일 중국이 처음으로 그 원형을 갖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대표적인 해양-대륙 충돌 사례인 러일 전쟁은 제3장에 나오는데 이는 제국주의의 선발-후발 대립으로 더 정확히 고찰된다고 보는 이 책의 태도 때문입니다. 특히 이 책은 제국주의 대립의 경우 사실상 그 배후에 경제 팩터가 강력히 작용한다고 보아서인데 국제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에 책 전체에 더 신뢰감을 보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제2장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은 제목 그대로 종교간 대립이 지정학 충돌에 그대로 대입된 사건입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이 영도한 잉글랜드와 펠리페 2세의 에스파냐 제국 간의 대결, 도버 해협 등에서 일어난 아르마다 해전이 이 책에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서술됩니다. 책에는 특히 네덜란드(이후 호국경 크롬웰 시대에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의 협력이 요긴히 이뤄져 스페인(식민 본국)의 군사 작전이 방해된 점도 기술됩니다. 역사, 특히 전쟁에는 이처럼 각종 요행과 변수가 다양하게 개입하여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 레판토 해전의 승리로 오스만의 콧대를 꺾은 스페인의 패배라서 이 사건의 여파가 더욱 충격적임은 이 책에서 아주 실감나게 설명합니다. 그 태반은 예쁜 지도의 힘 덕분입니다.

프랑스는 1930년대 내내 정정이 불안하여, 패전국 독일보다 경제력, 인구, 심지어 군사력마저 우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노선만 믿고 방심한 상태로 지내다가 만슈타인, 구데리안 등 야전 사령관들의 놀라운 전술에 예측도 할 수 없었던 역습을 당해 단시간 안에 패배했습니다. 히틀러는 신이 나서 파리로 이동하여 프랑스인들에게 굴욕을 안겼고, 나치의 괴뢰 노릇을 하던 비시 정부는 (p217의 도판에 나오듯) 근엄한 얼굴의 페탱 원수가 새겨진 깃발 아래 전체주의의 주구로 굴려졌습니다. p212에는 이 당시 유럽의 정세가 어떤 구조로 놓였는지 저자들의 탁월한 솜씨로 간략화한 표가 나와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세계는 지금 2차 대전 종전 후 80여년 만에 근본적으로 재편될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지정학의 정확한 인식이 전쟁을 예방하고, 혹 발생할지 모르는 미래의 전쟁에서 어떠한 포지셔닝이 우리의 생존을 담보해 줄지, 이 책이 분명한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양도성과 경복궁 -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 궁궐 탐방 1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향우 선생님이 쓰시는 인문산책 궁궐 시리즈가 이번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도 이렇게 나온 것 같습니다. 작년(2024) 12월에 저는 이 시리즈 중 컬러링북을 리뷰했었는데, 그 책에는 평소와는 달리(?) 저자 이향우 선생님을 캐릭터화한 일러스트들도 들어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번 신간은 아예 대놓고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초등학생 독자들의 궁궐 여행을 이끌어 주는데, 저자 이향우 선생님도 세 캐릭터 중 한 명으로 활약하심은 물론입니다. 이제 신간마다 이 차림으로 아주 계속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등학생용 책답게 궁금이 유진과, 남학생인 동궁이가 등장하여 친구들의 지면 여행을 돕습니다. 특히 동궁이는 이름값을 하느라고 전생에 세자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동궁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독자도 (아무리 얘가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이라 해도) 몸가짐을 바로한 후 읽게 되었습니다. p16에서 보듯 어른들도 모르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데, 역시 세자마마라서 뭐가 달라도 다르고 태도도 의젓합니다. 이 책은 초등학생용이라서인지 책 서두와 본문 여기저기에서 기초 지식을 많이 가르쳐 주는데, 이를테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이 무엇무엇이 있는지 p13에서 연도별로 정리해 알려 줍니다. 과연 우리 어른 독자들은, 한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전 이 책을 보고서 비로소 전체를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궁궐 관련해서는 의외로 창덕궁 1건뿐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네요.

p14를 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한양도성 지도가 나옵니다. 이게 의외로, 인터넷에 찾아 보면 세칭 4대문과 4소문, 내사산(內四山)을 이은 구조를 선명하게 도시한 그래픽이 생각보다는 잘 안 나옵니다. 이 점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p18에는 백두대간과 정맥(正脈)이 표시된 한반도 지도가 나오는데 한양(서울)이 반도 전체에서 풍수지리상 어떤 위상인지 어린 학생들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북한산은 한북정맥, 관악산은 한남정맥! 동궁이가 자신있는 화살표까지 그려가며 강조하는데 아주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골똘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궁금이인 유진이가 p33에 나옵니다. 법궁(法宮)은 공식적인 궁궐이며, 이궁(離宮)은 그 법궁 외의 궁궐이다! 이어(離御)도 어른 독자에게조차 어려운 말입니다. 뜻은 임금님이, 그 머무는 궁궐을 옮아간다는 뜻입니다. 또 임어(臨御)는 궁궐에 머무신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조선 500여년 동안 어느 왕이 어떤 궁궐에 머물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되는데 이로써 조선 역사까지를 간략하게나마 배우거나 다시 환기할 수 있겠습니다. 아관파천 동안 수리를 하던 경운궁은 1897년 고종이 돌아와 법궁 구실을 하게 되고 그의 퇴위 후에는 덕수궁이라 불린다고 나오는데, 이로써 비운의 대한제국사가 짧게나마 짚어지기도 하네요.

기별(奇別)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그저 소식을 전한다는 정도로만 알지만, p61을 보면 놀랍게도 승정원에서 아침마다 중요 안건을 공포하던 일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조보(朝報)라고도 했는데 인구도 많고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의 행정 시스템을 엿볼 수 있으며 오늘날의 공포(公布)와 크게 다를 바 없죠. 행정행위나 법률이 대외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필요에 따라 이는 지방에 파발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유화문(維和門), 궐내각사(闕內閣司), 기별청 등의 의의, 기능이, 사실 한국사 교과서에도 안 나오던 바를 여기서 쉽게 배웁니다.

궁궐은 그저 임금이 먹고자는 공간이 아니며, 임금이 따로 사무를 보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을 사정전(思政殿)이라 하는데 이런 한자 표기와 함께 설명이 이어지니 이해가 빨라지는 듯도 합니다. 정도전을 비롯하여 옛 성현들은 이름 하나를 지어도 사려가 가득 담긴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께서는, 쟁쟁한 대신들, 학식이 고매한 관료들과 함께 토론하며 정사를 보는 임금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해야만 했을지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왕정 시대도 이러했거늘 하물며 민주주의 체제라는 지금은 어떻겠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들, 청소년들의 공동체인 학교도 일종의 사회입니다. 인간의 본성, 즉 질투심, 승부욕 등이 폭력이나 계략, 유치한 시비 등으로 표현되는데 따지고 보면 어른들과 별로 다를 바도 없습니다. 청소년답게 바르고 순수하게 자라 줬으면 하는 마음 역시도 어른들의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며, 결국은 각자가 부딪히는 문제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도를 넘으면 어른들이 개입해야 하겠으나).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미주 같은 애는 어디서건 눈에 띌 법합니다. 180cm이 넘는 키, 100kg가 넘는 체중(p15)이라는데 남자도 이런 피지컬이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꽤 예쁘다는데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듯이 매우 기이한 조합이긴 합니다. 글로만 봐선 대강 누구하고 비슷할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이 학교에서 안민수라는 아주 악질인 녀석에게 피해를 (결국) 겪게 된 건, 주인공 강수채 건이 꼭 아니라고 해도 이런 특징적인 외모가 한몫했을 것입니다. 물론 놈의 잘못이지, 미주가 남의 시선을 끈 탓이라는 게 아닙니다.

피지컬이 이렇게 좋으니 미주가 남자애들을 때리고 다녔다는 헛소문이 도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어른들도 생각없이 말을 옮기는 등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까. 애들이야 못난 어른을 보고 따라하는 거지 애들을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p14를 보면 덤덤이(작명 과정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집 상량식(?) 과정이 나오는데, 아이들다운 모습이라고 우리 어른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남달리 사납지도 않고 묵묵하게 개체의 생리 작용만 이어가는 착한 강아지. 그런 강아지를 둘러싸고 으쌰으쌰 해 주며 마치 자신들을 동일시하듯 집단 돌봄을 베푸는 아이들. 글로만 읽어도 아주 흐뭇합니다.

우스운 건, 예를 들어 p51 같은 데 나오는 장면입니다. 덤덤이는 목에 줄이 걸려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슬픈지 사료를 줘도 먹지 않습니다. 그러자 강시언(수채 아빠)가 "너를 믿지 못하고 묶어서 미안해."라며 덤덤이의 줄을 풀어 줍니다. "덤덤이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소리치더니..." 과연 강아지가 어쨌길래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요? 아무튼, 고마운 줄도 알다니 개가 사람보다 낫습니다. p68, p105에는 한숨이라는 생리작용에 대해 좀 특이한 설명이 있습니다. 두 번 다 수채 엄마인 김소두가 쉬는 한숨인데 이유가 조금은 다릅니다. 한 번은 여자인 미주 때문에, 한 번은 무진이 때문인데 딸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너희 보더콜리 종은 다른 종과는 짝짓기를 안하지?(p102)" 그렇다고 하죠. 원래는 사과와 수박이가 어울려야 하는데(같은 보더콜리니까), 그러지 않고 스타와 사과가 친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셈이지만 이 역시도 개체의 감정과 마음이 그리 향하는 걸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일단 애를 배고 난 사과는 더 이상 스타를 반갑게 맞지 않고 시무룩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처방을 받아 입으로, 사산한 태아를 토해 내는 방법이 있는지는 저는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몸 안에서 생명이 죽어간다는 걸 깨닫고 사과는 마음이 그리 울적해졌겠지요. 개들의 휘파람이라는 게 이 대목에서 좀 슬프게 묘사되는데 이 책의 제목이 뜻하는 바도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숲은 개들에게 해방구다. 학교도 애들에게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p130)" 전남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님의 이 문장 첫 구절까지만 읽어도 뒤의 말이 무슨 소리가 따라나올지 훤히 짐작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스타가 저 모습이 되고, 덤덤이도 전신마취 수술만 세 번을 한 그 엄청난 일이 터지고 나서, 민수와 배 교수가 찾아와 사과까지 하지만 강수채의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사실 어른이 들어도 소름이 끼칠 만한 무서운 사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도, 자연도 그렇게그렇게 피투성이의 사건과 비극을 거쳐 가며 어떻게든 자기 리듬에 맞춰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