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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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내내 이어졌던 냉전에서, 소련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부분이 적었습니다. 물론 소련도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국제 시장에다 내다팔아 적지않은 이익을 거두었지만, 소련이 글로벌 경제 체제에 깊숙이 참여했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 양대 강국이라 할 미국과 중국은 서로 긴밀히 엮여 있습니다. 당장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을 중단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시민들이 물가 상승으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보듯 무역 장벽으로 인한 타격은 미국보다 중국이 더 심하게 입는 중입니다만 고립주의가 심화되면 모두가 피해를 봅니다. 올해 63세인 저자 로빈 니블렛 경(卿)도 p44에서, 미국이 중국과 이처럼 밀접히 기댄다는 상황 자체가 무척 역설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과의 크고작은 연결지점들을 잘라내려 하는 중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소련은 (구) 냉전 기간 당시 총GDP 기준 세계 3위 정도(1990년 기준. 이 책 p80)의 위상이었습니다. 글로벌 무역 체제에 참여하지 않고도 저 정도의 생산력을 유지했었으니 세계를 반분하여 지배했다는 대국 답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중앙아시아가 다 떨어져 나갔다고는 하나 여전히 광대한 자원과 영토를 보유했는데도 이탈리아, 캐나다보다도 못한 10위 정도의 능력입니다. 이미 정권을 잡은 지 26년이 흘렀는데도, 저렇게 국위가 쪼그라든 채 회복이 안 되는 책임을 구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고르바초프에게 돌릴 만큼 집권자 푸틴은 무책임하다고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저자는 러시아 인접국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고 구태여 서유럽, 미국의 세력권 안에 들 필요를 못 느끼게 하는 쪽으로 외교 정책을 전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세기보다 더 두터워진 철의 장막(p86)"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임기 2연임 후 물러나는 관례를 벗어나겠다고 진즉부터 밝힌 시진핑은 스스로의 "사상"을 국부 마오쩌둥의 그것과 같은 반열에 둠으로써 "중국의 법치란 곧 시진핑의 통치를 의미(p103)"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중국과 구 소련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달리 1960년부터 내내 심각한 분쟁 상태였었음이 외교기밀문서 공개 등을 통해 밝혀졌는데, 그런 과거와는 달리 두 나라는 시진핑 - 푸틴 두 권력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토대로 밀착 협력 중인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서유럽은 종래의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바짝 곤두세우는데(특히, 친러 정책으로 당장은 편했으나 장기적으로 독일 경제를 망쳤다며 메르켈에 대한 독일 내의 비판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 분위기를 요약하면 "20세기에 그토록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를 21세기에 빼앗길 수는 없다(p114)"입니다. 

호주 북부에는 노던 테리터리라고, 광대한 면적의 미개발 행정구역이 있는데 주 자치정부가 다윈 시(호주 최북단이라고 해도 됩니다)의 어느 항구를 중국에다 99년 임대하는 계약까지 2015년에 체결했었다고 합니다(p143). 마치 19세기 서세동점기에 홍콩, 칭타오 등 중국 곳곳을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에 조차해 줬던 청나라의 망신을 설욕이라도 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습니다(사실, 영토 중의 상당 면적이라기보다 항구 하나의 임대차이므로 제 생각에는 호주 실정에서 이게 아주 큰 의미까지를 둘 것까진 아닙니다). 그러던 게 중국 간첩 적발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고, 2023년 신 정부가 들어서서 국방 정책 전면 쇄신을 직접 밝힘으로써 친미 선회가 더 뚜렷해진 게 호주 정가의 현재 상태입니다. 책에서는 "하나가 된 두 반구(半球)"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때의 두 반구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동반구, 서반구를 가리킨다고 생각되네요.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2015년까지만 해도 청정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전지구적 스케일에서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세계가 신 냉전으로 세력이 재편되는 긴장보다는 테러의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기조가 훨씬 강했고 따라서 국제 협력도 지금보다 훨씬 잘 이뤄지는 분위기였다는 게 저자의 회고입니다(p176 이하). 이러던 방향성이 깨어진 건 탄소 감축 목표가 불균등하게 이행되어서라는데, 중국은 그간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미국은 소폭이나마 감소했고, 같은 개발도상국인 인도마저도 그리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이 책에서 인용한 통계에 나옵니다. 중국은 저렇게 대놓고 어기는데 왜 우리만 지켜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또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다 그린 에너지 전환 동참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는 점도 드는데 이들 나라로부터의 에너지 자원 수입을 서구 세계가 중단하면 당장 누가 피해를 보겠냐고 묻습니다. 

저자는 지금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가하는 경제 제재를, 마치 1930년대부터 일본에 적용했던 이른바 ABCD 포위망에 비견할 만하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일본은 이런 옥죄임을 참지 못하고 1941년 12월에진주만을 기습함으로써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러-중 연대와 미국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은 사태의 전부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거대한 파국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불길한 예견입니다. 그럼 충돌은 피할 수 없는가? 전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관리되는 전략적 경쟁(p240)"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저자는 설령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어 미국이 더욱 자국 중심으로 치닫더라도(12월 현재 이는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글로벌 자유주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게 시대적 사명이지, 결코 파국으로 내닫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힘주어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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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의 전쟁·분쟁 지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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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감류를 만드는 이다미디어의 새 책입니다. 책표지에도 나오듯이 작금의 세계는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 때문에 도대체 편안할 날이 없습니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인도와 태평양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은 왜, 어떻게 대립하는 중이며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은 과연 어떻게 귀결할까? 만약 이다미디어의 기존 도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독해 온 독자라면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대강의 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신의 이슈는 최신의 접근법에 의해, 그 문제에만 포커스를 맞춰 해결하는 게 좋죠. 이 새 도감은, 확실히 가장 최근의 사정들을 모두 반영하여 우리 동시대인들의 시급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데 주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중앙아시아 5개국, 이른바 "스탄 국가들"이 모두 독립함에 따라 이 지역의 정세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중국인데, 서북부의 방대한, 또 자원도 다량 매장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끼칠 영향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 지역은 실크로드의 관문이었고 생김새도 언어도 풍속도 크게 다른, 이른바 서역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던 게 18세기 들어 건륭제가 준가르 부와의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이 일대를 새 강역으로 편입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책 p44 이하에서는 영국 BBC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기서 벌어진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를 언급합니다. 또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몽골 공화국과의 큰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진행되는 한족(漢族) 이주 때문에 터전을 잃어가는 내몽골 자치구의 문제점을 조명합니다. 

버마(현 미얀마)는 원래 다수의 버마 족 외에 여러 소수 종족들이 어울려 살아온 나라입니다. 이 소수 민족 중 영국 제국주의에 적극 협력한 이들이 있었기에, 독립 후에는 주류와 결코 좋지 못한 감정을 씻지 못하고 불안정한 동거를 이어 왔습니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장군은 무려 26년 동안이나 철권 통치를 이어왔고 그 후에도 군부 통치가 계속되다 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의 딸 수치 여사가 2010년에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이끌게 되었죠. 이 수치 여사의 정부를, 2021년 군부가 다시 뒤집어 현재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다시 벌어지는 판입니다. 사실 수치 여사가 먼저,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수 민족 억압 정책을 강화하다 서방 측(여태 그녀의 강력한 후원 세력이었던)의 비판을 받았고, 이 틈을 타서 군부가 정권을 엎은 것이므로 동정의 여지가 적습니다. 수치 여사가 스스로 도덕적 명분도, 정치적 어드밴티지도 모두 망치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으므로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p142 이하에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통시적인 고찰이 나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1차 대전 무렵부터 이 지역을 사실상 다스리던 대영제국이 1945년 철수하며 뒷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않았고, 유대 시오니스트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자기들의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20세기 말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과 이스라엘 사이에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2004년 이분의 서거(p158) 후 팔레스타인 정치 세력이 파타와 하마스로 분열된 것도 사태 악화에 한몫했습니다. 파타도 한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무장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단어였는데 세월이 흘러 온건파의 명칭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원래 예멘도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였으나 20세기 말에 통일되어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수십 개 종족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도대체 뭐가 뭔지도 알 수 없는 난장판의 내전이 벌어질 뿐 아니라,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 너머에서 후티 반군을 후원하여, 예멘 북동쪽의 사우디 영토에까지 분쟁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됩니다. 물론 이란 쪽에서도 같은 시아파인데 다른 나라 안에서 소수파라는 이유로 탄압받는다면 이를 좌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도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친 이란 정책을 폈다가,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란에 대해 다시 강경 스탠스로 전환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것도 책임이 큽니다. 이 틈을 파고든 중국의 과감한 행보 때문에 현재 사우디는 미국과 외교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는 중입니다. 

아프리카는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대대적인 발호 기간에 그 면적의 1/2가 프랑스에, 1/3이 영국에 지배당하는 등 큰 아픔을 겪은 대륙입니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먼 시점까지 거슬러올라가서 오늘날 미로처럼 꼬여 진행되는 종족 간 분쟁, 군벌 사이의 패권 다툼을 총체적으로 분석, 조망합니다. 이다미디어의 도감들이 항상 그랬듯 현재의 이슈를 현재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톺아보되, 그 역사적 맥락까지도 철저히 되짚는 학구적인 태도가 또한 돋보입니다. 또 도감에서 필수인 컬러 주제도(主題圖), 기타 사진 자료가 많아서 독자에게 너무도 멋진 선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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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실전 활용 - 수익 창출을 위한 실무 성공 전략
마정산 지음 / 정보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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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케팅에 있어 온라인의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합니다. B2C뿐 아니라 B2B도 그러하며, 모든 방향, 업종에서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공략이 불가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자들, 대표님들은 그저 동종업자들이 행하는 평균 수준에서만 간신히 구색맞추기나 하는 데서 만족합니다. 승부를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할 영역에서 시늉만 낸다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서서히 뒤처지다 도태할 위험마저 있습니다. 이 책은 무엇이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이며, 실전 마케팅에서 어떤 점에 유의하여 고객에게 어필하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향후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방안들을 서술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6을 보면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나옵니다. 아무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뛰어나도 사람들이 일단 관심을 보여야, 최소한의 주목이라도 끌어야 판매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짧은 영상, 즉 쇼츠라고도 하고 플랫폼에 따라 릴스라고도 하는, 어떤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가 소통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영상도 너무 길면 사람들이 보질 않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밀도 있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므로 이런 숏폼을 만들어내는 재주 또한 여간한 센스로는 못합니다. 요즘 시대에 대세로 통할 수 있는 짧은 영상이라면 틱o 같은 곳에 많이 등록되었으니 그런 곳을 찾아보며 제작 문법을 익힐 만합니다. 

온라인이건 모바일이건 혹은 길거리에 전단지를 뿌리는 재래식 마케팅이건 간에, 결국은 경쟁자들과 싸워서 이기는 데에 주안이 놓여야 합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전제(p76) 하에 저자는 세 가지 포인트를 강조합니다. 첫째 경쟁자, 둘째 내가 속한(혹은 "가진") 회사, 셋째가 소비자라는 것입니다. 이 셋은 영어로 쓴다면 각각 competitor, company, consumer이므로 다른 말로 3C 분석이라고도 한다는군요. 

저자는 여기에다, 동양의 고전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접목합니다. "나를 알고 적(상대)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여기서 "상대"라 함은 경쟁사는 물론, 내가 내 물건을 판매하려 드는 소비자도 포함됩니다. 또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고전 영화 <대부>에 나온다는 명대사도 인용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장점은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장점은 과소평가한다." 이처럼이나 자기객관화라는 게 어려우며, 또 상대방의 기량이나 가능성을 제대로 봐 주는 작업이 까다로운 것입니다. 여튼 마케팅의 출발 지점 또한 여기입니다. 

전환율과 ROAS라는 수치, 통계에 대해 아십니까? p107에 어떤 사례와 함께 이런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후자는 return on ad spend의 약자로서 , 해당 광고로부터 유발된 매출액을 광고비로 나눈 비율을 말합니다. 그러니 광고가 만약 이상적으로 집행되었다면 이건 100%이 아니라 1,000%도 나올 수 있는 수치이겠습니다. 전자는 CVR(conversion rate)이라고도 하는데 전환수(실제로 구매한 수)를 클릭 수로 나눈 값입니다. 판매자는 이런 수치들을 꼼꼼히 검토하여, 해당 광고가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폐기하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디지털 마케팅에 적합한 업종이 따로 있고, 내가 속한 이 일은 전통적 방식이나 뭔가 (모바일 아닌) 다른 홍보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많은 사장님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판단 착오 때문에 기어이 폐업의 길로 밀려납니다. 저희 동네 사정만 해도, 어떤 중형 마트로부터 갑자기 카톡 메시지가 제게 날아와서 좀 당황했는데 누가 요즘 이용이 뜸하다 싶으니 이제 카톡을 통해서도 광고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게 명절이나 휴가철에 가가호호 전단지 꽂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낫다는 걸 인식한 결과 아닐까요. 저자는 p134에서 전략과 방향성만 분명하다면, 모바일 마케팅이 먹혀들지 않을 영역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p134). 

온라인 사이트는 꼭 만들어야 할까요? 만약 만들 것 같으면, 비록 운영비 지출이 아깝긴 해도 지나치게 영세한 곳에 맡기진 말라고 합니다. 이런 건 일단 만들고 나도 지속적인 유지, 운영, 관리가 중요한데 만약 위탁받은 업체가 폐업이라도 한다면 그 이후의 처리가 난감해서라고 합니다(p161).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현재로서는 누구나 쿠팡 등을 떠올릴 텐데, 이런 플랫폼이라고 해도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즐겨찾는 업체가 다르다는 말도 나옵니다(p210). p246 이하에는 한때 각광 받던 브랜드였으나 점차 타성에 젖어 소비자 인식이 악화한 탓에 위기를 맞았다가, 온라인 마케팅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아 다시 살아난 버버리의 예가 재미있게 분석되네요. 

디지털 마케팅은 보조 시어터가 아니라 모든 경쟁자가 참여하여 혈전을 벌이는 주된 전장(戰場)입니다. 이런 현실을 일깨우고 자세한 각론을 풀어 주는 유익한 경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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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
김용석 지음 / 처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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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려하고 스케일 큰 대기업 광고를 TV에서 자주 봅니다. 또 번화가를 지나면서도 큰 돈을 들인 스크린 애드를 보며 지금 자신이 대도시 한복판에 서 있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언젠가는 나도 성공해서 내 회사를 갖고 소비자 대중을 향해 저렇게 멋진 어필을 해야지, 이런 꿈을 꿀 수 있겠는데... 그러나 이 책 저자께서는 작은 기업(자영업자, 1인 기업)의 경우 대기업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지, 만약 그 주장이 타당하다면 작은 업체는 내 상품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시켜야 하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전개되는 체계적인 이론, 구체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p46에서 먼저 브랜딩 3대 고수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아커의 가르침부터 인용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먼저 브랜딩의 원론부터 차분히 독자한테 납득시키고, 이어서 우리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관심 있어하는 소기업용 각론으로 들어가는 논리적인 태도부터가 일단 신뢰가 갔네요. 먼저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사장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지향하는 목표)와, 브랜드 이미지(대중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상태)가 일치해야 그게 진정한 일류, 성공하는 브랜드라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는 마티 뉴마이어의 견해도 인용하며, 브랜딩은 회사의 노력, 브랜드는 대중의 직감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도 아커의 말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언입니다. 

중간 불일치 가설(moderate incongruity effect. p92)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설명을 잠시 여기 그대로 인용하면, 사람들은 너무 생소한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반대로 너무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지겨워하니, 그 중간 지점을 적절히 공략해야 환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들도 소박한 상식 선에서 기꺼이 수긍할 수 있는 이론이죠. 이처럼, 보편타당한 진리는 전문가이건 문외한이건 공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절묘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어 p93에는 충주시 6급 공무원이신 김선태님의 유튜브 채널 성공사례가 나옵니다. 홍보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가? 김선태님은 단돈 65만원으로 그 일을 해 냈습니다. 우리들도 그가 얼마나 간단한 방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잘 알며, 저자 김용석 대표는 이분이 홍보의 정석을 꿰뚫었는지 지적하는데, 홍보를 간결하게 저렴하게 해야 할 처지의 모두가 본받을 만합니다. 대박의 비결은 결코 복잡한 데 있지 않습니다. 모두의 관심사, 가려운 곳을 정타로 공략하는 게 핵심이죠. 

p111에는 AHC의 성공 사례가 나옵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만 사실 한국 화장품 시장만큼 레드오션인 곳도 없습니다. 제품이 다 거기서 거기면 대중은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든 대표야 자기 제품 자기 "자식"이 세상에 둘도 없이 이뻐보이고 마음에 들겠지만, 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야전사령관의 입장에서라면 그 누구보다 자기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제품, 상품, 작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대표는 아마 자신의 제품이 곧 작품이며(여기까지는 누가 뭐라고 할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대히트를 쳐서 마땅한 상품으로 대접받으리라고 기대하지만 마케팅과 홍보의 진짜 역할이 여기서부터입니다. 

p134까지를 보면 저자는 글로벌 기업 맥도널드가 각국에서 벌이는 차별적인, 또 성공적인 마케팅과 판매 정책에 대해 설명합니다. 정말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지만, 이 사례를 나의 작은 가게의 생존 전략에 어떻게 접목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의문을 다 예상했다는 듯,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공간 한정 프로모션이 가능하다고 하며, 쿠폰이나 스탬프 등 사람들을 단골로 만드는 유효한 전략은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도 이런 전략은, 처음에는 사장님이 좀 창피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나, 독자인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 

p156을 보면 단순히 일개 소비자로만 머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저자가 직접 어느 가수의 콘서트에 청중으로서 가 봤는데,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신 나는 콘서트라는 명성이 왜 자자했는지도 확인 가능했다고 합니다.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단골 손님의 "참여" 욕구를 소비자에게 자극하여, 충성고객을 넘어 팬으로까지 포섭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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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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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더 긴밀한 소통을 이루며 살다 보니 분쟁이 자주 빚어집니다. 송사라는 건 가급적이면 얽히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휘말렸다면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내 이익을 지켜 내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제31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의정부지검, 울산지검 등에서 부장검사를 지낸 이임성 변호사가 저술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조직 내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법률 이슈에 대해 쉽고 실용적인 설명과 조언을 베풉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5를 보면 살해범이 합의금 명목으로 1억 5천을 법원에 공탁하고, 이를 감안한 법원이 4년을 더 줄여 형량을 정했던 사례가 나옵니다(지리산 펜션 살인사건). 그런데 피해자 가족은 공탁 사실을 몰랐으며, 선고가 확정되고 난 후 살해범은 저 공탁금을 도로 찾아갔다고 합니다(물론 형이야 확정된 대로 살게 됨). 참 법의 맹점이 바람직하지 못하게 드러난 개탄스러운 사례이겠는데, 다만 저자는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합니다. 파해자 측은 (즉시 피해 보전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이제 번거롭고 비용이 들 수 있는 소송을 따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파트에서 제가 유익하게 읽었던 대목 중 하나는, 형사 사건에서도 합의금이라는 게 다양하게 정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무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은, 승소/패소 가능성이나 유무죄 여부보다도, 이렇게 합의금이나 배상금이 얼마나 통상 책정되는지입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사건에 따라 다양하다는 전제 하에, 그 종류에 따라 대략 어느 선에서 사건이 해결되는지 대략이나마 알려 주기 때문에,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건에 대응하려면 전문가와 심도 있는 상의를 거쳐야 하겠습니다. 

유진오 박사가 그 초안을 놓은 한국 헌법은 제1조에서 국체와 정체(政體)로 민주공화국을 규정합니다. 저자는 공화(共和)의 뜻에 대해, 여러 재료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평양 냉면을 예로 들며, 서로 개성과 가치관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성숙한 태도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냉면 이야기를 꺼낸 건 그저 요리나 헌법을 여담처럼 풀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느 면옥점의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자영업자들도 특정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있거나, 자신이 체인점을 처음 만들어 가맹점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상표를 둘러싼 다툼에 일반인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상표뿐 아니라 운영주체가 누구인지, 특정 메뉴를 놓고 원료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당국에서 강제처분을 할 때에도 해석을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는데(p115l 이것 관련 사례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물론 당사자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골칫거리였겠지만) 독자로서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께서 의정부지검에서 근무하신 분이다보니 경기북도 분도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문제는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지 않나?"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다시 책 겉표질로 돌아가보니 "시사(時事)"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책에도 몇 달 전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동훈 위원장(이 직함은 아마 선대위원장이겠습니다. 총선 치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네요) 사이의 대립도 잠시 회고되는데, 이 장들에서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사법시설 차별 문제부터 해서 읽어 볼 만한 묵직한 이슈들이 많이 논의됩니다. 

골상학(?)을 바탕으로 그 생김새에서부터 범죄자가 될 형질을 타고난 자들이 따로 있다는 믿음이 근대 유럽에서 잠시 유행한 적 있습니다. 이런 흐름도 그 나름대로는 과학적 근거라는 걸 내세워서 지지자들을 얻기도 했다는 게 사실 충격적이죠. 19세기 형법학자 체사레 롬브로조는 한국의 총론 교과서에도 그 이름이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물론 현대형법학은 이런 오류를 진즉에 다 극복하고 인권 옹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민완 변호사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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