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대화법 - 칭찬보다 더 효과적인 말투의 심리학
하야시 겐타로 지음, 민혜진 옮김 / 포텐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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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칭찬할 아무 근거도 없는데 무턱대고 칭찬만 할 수도 없는 일이며, 칭찬이 언제나 원래 의도대로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억지로 하기보다, 감정은 감정대로 아끼면서 관계의 효과는 그것대로 높이는 좋은 대화법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 책에서 좋은 가르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5를 보면 참 뼈를 때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대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인드." 사람이 감정의 균형을 이루고 인성이 무난하며 딱히 상처 없이 잘 살아온 사람은 남과 대화할 때 기술 없이도 잘 풀어나갑니다. 이야말로 무기교의 기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상대방한테서도 좋은 점만 잡아내니 대화가 잘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마음에 악함과 욕심, 성욕(본인의 외모가 늙고 추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닌 양 코미디같은 환각에 빠져 삽니다)만 가득한 인간은 입만 벌렸다 하면 거짓말입니다. 이런 사람한테도 가끔은 현타가 찾아오게 마련이니 장기간 침묵의 우울증에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타가 잦아들면 또 익숙한 허풍과 과장, 망상의 폭발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 생각 자기 하찮은 느낌 따위가 절대선이나 정의인 듯 확신을 가지며 다른 가능성을 상상도 못합니다. p72에서는 자기 생각이 절대로 옲다는 생각을 먼저 버리라는 저자의 충고가 나옵니다. 

제가 책들을 읽어 보면 여러 저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던데 이 책 저자 하야시 겐타로 씨도 그런 말씀을 하네요. 내 눈에 보이는 게 사실 그대로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p105). 누가 제스처나 말투에 화난 기색이 보였다고 가정하죠. 나는 그 짧은 순간 그가 화났다고 바로 단정하고 나의 대응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런데 내가 인지한 건 그가 표정이 심각했다거나 말이 다소 빠르고 음색이 날카로워졌다는 것뿐이며 팩트는 이것뿐이지 나머지는 나의 해석입니다. 그럼 나의 반응, 대응도 달라지거나 제2의 안을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확실치도 않은 걸 쉽사리 단정짓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우리가 꼭 동의해야 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나는 나대로 내 생각을 유지해야 내가 속한 조직과 공동체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나 말고 남의 생각, 의견이 뭔지는 일단 받아들여야 합니다(p137). 받아들인다는 게 내가 그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러이러하다는 게 당신의 견해이신 거죠?"라고, 그의 생각을 복창(책 표현 그대로입니다)하며 일단 왜곡없이 모양을 잡으라는 겁니다. 그래야만, 이 의견에 대해 설령 반대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반대, 비판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그 의견이 기각되더라도 상대 입장에서 자기 말이 정확히 이해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대로, "어, 들어줄 듯하더니 결국 비판하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미성숙한 사람은 사실 뭘 해줘도 답이 없습니다. 

냉장고 화법(p156)이란 게 있습니다. 책 설명을 그대로 제가 옮겨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동의할 술 없는 제안을 받았다 해도 "좋은데요?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어도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라고 하는 말투입니다. 이게 냉장고에 넣어 두는 방법인데, 아마 좀 예외적인 경우에 이렇게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저기, 아직도 그 방법 유효합니까?" 참, 보기만 해도 예의가 바르다, 이렇게만 소통이 이뤄지고 다들 예의를 지킨다면 세상에 무슨 말썽이 날 일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예의를 지켜 줘도 무슨 약점이나 잡은 듯 더 폭주하고 날로 먹으려 드는 한심한 인간도 있습니다. 예의를 지킬 필요가 전혀 없는 인간 이하의 유형도 있는 법입니다. 

앞에서도 나온, 메타인지 기법(p202)이라는 건 첫째 나를 객관화하여 나를 더 사회성 높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또 타인과의 관계를 더 원만하게도 만들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반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루는 최악 최하의 유형은, 강자에게 비굴하고 꼭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은 이들에게는 깐죽거리거나 아예 갑질을 하려 드는 행태입니다. 길에서 운전할 때도 공연히 난폭하게 차를 몰거나 욕설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딱 회사에서 저렇게 처신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p228 이하에는 열린 질문, 닫힌 질문의 예가 나오는데 우리가 실전에서 꼭 명심해야 할 좋은 가르침들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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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절세를 한번에 잡는 채권투자 바이블 - 금리 역습의 시대, 채권으로 부자되는 법
마경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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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만기가 되면 원금도 받을 수 있어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힙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보다는 못해도 거래만 잘 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저자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대투(현 하나증권), 프랭클린 템플턴 등에서 경력을 쌓은 분이라고 나오네요. 그의 커리어는 대부분이 채권과 펀드 운용 쪽이었으며, 독자들은 주식과는 상당히 다른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채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교과서에서도 배웠던 철칙입니다. p73에는 금리 인하를 대비하여 세울 만한 채권 투자 전략의 정석이 나옵니다. 며칠 전 한국은행에서 (시장에서 아무도 예상 못했는데)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는데, 세계적으로 코로나 때 풀렸던 많은 유동성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올렸던 금리를 서서히 내리는 추세이므로, 딱 지금이 이런 전략을 참고하여 채권 투자를 할 만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75에도 다시 나오지만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오르는 건 부동의 이치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이다." 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미국에서는 발생한지 이미 2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물리학의 여러 법칙처럼 절대 불변인 건 아니어서, 1990년대에도 한 번 있었지만 그리 길지 않았기에 경기침체도 짧게 지나갔다고 책에 나옵니다. 요즘 같은 추세(긴축+느린 금리 인하)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헤징할 필요가 있으며, 저자는 국채 투자가 이럴 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라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책의 상당 내용은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을 전제로 하고 서술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교과서에서 쿠폰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헷갈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의 쿠폰은 미국 채권에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하긴 그때는 MMF, 모기지, 주담대가 뭔지도 모를 때입니다. 이 책 p80을 보면 표면이자(=즉 쿠폰이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나오는데, 그래서 이런 채권을 이표채(裏表債)라고도 부릅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도 채권 투자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이런 말들이 교과서용어가 아니라 일상에서 대화 소재로 자주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p85를 보면 채권은 긴 호흡으로 투자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식, 그 중에서도 단기매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매우 낯선 원칙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채권ETF에 관심가진 이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딱히 채권ETF뿐 아니라 ETF 일반에 대해 관심이 커졌는데, 홍보가 잘되어서이기도 하고 증권시장의 구조를 잘 모르거나 시간이 부족한 이들의 주목을 끄는 듯합니다. 책에서는 단기에 치고빠지려는 투자자들이라든가, 소액으로도 부담 없이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이 채권ETF를 권장할 만하다고 가르쳐 줍니다. 반면 채권펀드는 운용역이 알아서 하므로 개별 투자자가 매도 타이밍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으며, 외국 채권인 경우 환율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음도 강점이라고 합니다. 이건 투자자 각각의 사정에 따라 판단하여 결정할 사항이겠습니다. 

아비트리지 거래(p157)란, 추가 위험 없이 여기서 사서 저기서 팔아 수익을 얻는 걸 말합니다. 과거 비트코인이 유독 한국에서만 비싼 값에 거래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아비트리지 거래였죠. 현재(책 기준 2024. 10인데 지금[2024.12]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단기금리가 1.5% 높은데, 환헤징을 하고 한국 국채에 외국인이 투자한다면 거저 1.5%를 일단 얻게 된다는 겁니다(시세차익이나 이자 수익은 별개로 하고라도). 게다가 한국정부의 신뢰도 높으므로 채권의 안정성 면에서도 합격이니 말입니다. 

현재 금리가 많이 높으니 언젠가는 노멀로 복귀하리라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미국장기국채에 투자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p173). 그러나 저자는 한국장기국채도 매우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하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리가 현재 얼마나 높냐가 유일한 기준이 아니며, 금리 인하시 어디까지 내릴지 그 종착점도 잘 생각해야 하며, 미국이 4%를 3%으로 내리는 것과, 한국이 3%를 1%로 내리는 게 같겠냐는 겁니다. 은근히 한은이 결국 1%까지 간다는 걸 예측하시는 셈인데(물론 이렇게 되면 한국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죠), 독자인 저의 개인적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여튼 한국국채 투자를 고려하던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채권이라는 투자상품에 대해 여러 각도의 설명을 쉽게 해 주는 책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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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타라 테오하리스 지음, 최경남 옮김, 서유리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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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인크래프트하고 요리...의 접점이 사실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는데요. 이 책 p9를 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친구들과 음식들로 가득합니다(The world is full of friends and food)." 농사 발전과 관련하여 특히 의미 있는 문장인데, 책에도 나오지만 이 구절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에만 등장합니다. 세상을 사는 가장 큰 낙이, 먹는 일, 그리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교유하며 근심을 잊는 일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듯합니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는 데에 주안을 두었다고도 합니다. 게임이나 요리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진정한 영감(inspiration)은 그 영역들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시도해 보기에는 아무래도 난이도가 낮은 메뉴부터가 좋을 듯합니다. p39에는 버섯 들판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고기가 아니라 커다란 포토벨로 버섯을 재료로 삼습니다. 버섯으로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낯선데, 고기 스테이크에 버섯을 곁들이는 경우야 물론 많지만 여기서는 버섯만을 주재료로 삼고, 다만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으려면 정말 크기가 크긴 커야 하겠습니다. 책에는 비건용이라고 해서 아예 육류를 안 먹는 이들을 처음부터 겨냥했음을 밝힙니다. 물론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게임에 나오는 그 큰 버섯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야 대뜸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참... 이 요리책에는 정말 창의적인 레시피가 많습니다. p74를 보면 유광 테라코타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에게는 아주 눈에 익죠. 그런데 저자는 무려 이걸! 과자로 만들어 봤습니다. 물론 진짜 그걸(?) 먹을 수야 없고 보기에만 유광테라코타처럼 보이게 하고 속은 식자재로 만든 것입니다. 유광 테라코타를 사람이 어떻게 먹겠습니까. 사실 이것도 자꾸 게임 속의 그게 떠올라서, 생긴 것만 보고 군침이 흐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저자가 하도 열정적으로 레시피를 서술해서 책을 읽다 보니 정말로 따라하고도 싶어졌습니다. 마카롱처럼도 보입니다. 

양털깎기... 역시 마인크래프트 중요 미션 중 하나인데, 이 양털도 저자는 요리로 만듭니다. 믈론 양털을 먹을 수야 없고, p79를 보면 설탕을 가늘게 뽑아 양털 비슷하게 만들 수 있고, 염색(...)은 식용 색소를 써서 해 보라고 합니다.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고, 아쉬운 건 이 레시피에는 그래픽이 딸려 있지 않다는것입니다. 저자께서는 참 다양한 시도를, 창의적인 비전을 갖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분 같습니다. 이 역시도 글루텐 프리, 또 비건용 음식이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황금사과파이 레시피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은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합니다. 

마그마크림... 본래 트뤼플이란, 버섯(송로)을 닮은 초콜릿 요리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저자는 트뤼플 변형 요리를 시도하고 그 외관을 게임 아이템인 마그마크림처럼 만든 것입니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크림, 버터, 칠리페퍼 등을 썼는데 이 정도 창의력 발휘라니 사실 마인크래프트 테마를 떠나서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입니다. 이 요리는 비건까지는 아니고 그냥 채식 범주라고 합니다. 글루텐프리인 건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마그마크림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어차피 마인크래프트 아이템의 그 추상적(...)인 형태를 놓고 뭘 닮았다 아니다를 말하는 게 좀 어색하죠. 개별 유저가 그리 보았다면 뭐 그리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거북도사가 있고 몰약이 있습니다. 이 몰약을 실사버전으로 만든다라... p186에 그 구체적인 레시피와 실음식이 나옵니다. 음... 휘핑크림이 잔뜩 얹어진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데요. 준비시간 5분, 조리시간은 겨우 30초! 아무리 똥손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겠는데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잘 어울리는 멋진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떠나서도 그 자체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훌륭한 요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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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공식 요리책
앤디 루니크.릭 바바 지음, 최경남 옮김, 황의형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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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3) 6월에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을 리뷰했었습니다. 그 서평에도 그런 말을 적었지만, 처음에 저는 가상의 요리에 대한 가상의 레시피를 정리한, 게임 세계관의 디테일 익스텐션인 줄로 잘못 알았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 공식 요리책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약간의 성의와 수고를 들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먹음직한 요리들이, 작가의 정성어린 게임 일러스트와 함께 맥락을 부여 받았으니, 이제 (내가 해서 먹건, 아니면 타인의 서빙을 받건) 우리는 해당 요리를 먹을 때마다 재미있는 게임 판타지 안에 동참하며 그 풍미를 자체 배가하는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0에는 브론의 비프 브루기뇽이 나옵니다. 브론은 디아블로3 등에 나오는 술집주인(상인. 송아지 여관 주인)입니다. 이 자가 마련한 요리가 비프 브루기뇽인데 걸쭉한 소고기국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으며, 스튜답게 함께 들어가는 부재료들이 무척 많습니다. 파슬리, 당근, 마늘 등이 거의 건더기의 반처럼 보이며 국물은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바짝 졸여져 있습니다. 떡볶이 떡처럼 보이는 건 잘 보니 버섯이네요. 이 레시피에서 핵심은 (소고기 다음으로) 에그 누들인데, 면발이 굵고 짧아서 처음엔 갈릭 슬라이스인 줄 알았습니다. 에그 누들의 성패는 버터로 어떻게 면발을 잘 둘러싸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다음에 디아블로 할 때 브론이 과연 얘를 만지작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루트 골레인은 디아블로2과 3에 나오는 아라비아풍의 교역지입니다. p41의 서술을 보면 이곳 역시 해적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나옵니다. 돛이 푸른색으로 염색된 이유가 나오는데 꼭 게임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지난 역사를 봐도 대체로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샥슈카라는 게 이 책에서는 선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었다고 하며, 이 레시피는 아예 "해적선 샥슈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핵심은 계란노른자가 안 뭉개지게 오븐 위에 풀어져 조리되게 하는 것이며, 흐르는 질감/단단한 노른자 어느 편을 원하느냐에 따라 오븐에서 데우는 시간이 다르다고 합니다. 샥슈카는 치아바타, 바게트처럼 바삭한 빵과 같이 먹어야 제격인가 봅니다. 

람 에센(Lam Esen)은 디아블로 유저들이 모를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늑대의 도시 선술집(Wolf City Tavern)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어머니"는, 이 책 화자인 늙은 테드릭에 따르면 상류층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고 합니다(p77). 이 "어머니"는 이 책의 가상 화자 "식탁의 방랑자 테드릭(Tedric at the table)"의 어머니 냐미를 뜻하며, 게임 중에 나오는 특정 캐릭터도 아니고 릴리트하고는 무관합니다(테드릭도 마찬가지이며, 이 책에서만 마련된 화자입니다). "어머니" 냐미가 상류층 음식에 서투르니 선장 하노스 제로난이 레시피를 건네다 준 적이 있는데(p67), 하노스 제로난이 누구인지 디아블로 유저라고 해도 잘 모를 것입니다. 게임이 아니라 (나중에 나온) 디아블로 소설판에 이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책에는 유독 소고기가 주재료인 레시피가 많이 보이는데(p97이라든가) 본래 지중해 세계에서는 동아시아 등에 비해 우육을 많이 섭취했던 문화의 영향이 있어서이겠습니다. p143에는 고산지 토끼 프리카세가 나오는데 프리카세(fricassee)는 보통 닭고기로 만들죠. 고산토끼는 아마 특별한 육질의 픙미가 있는 듯합니다. 이 레시피들의 배경이 되는 "검은갈매기 선술집"은, 책에 의하면 마로웬, 스코스글렌에 위치하나 본데 전 게임 하면서 본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이 챕터가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먹어 본 메뉴는 하나도 없었고요. 제겐 그야말로 게임 안에서나 볼 법한 메뉴였다고 할지. 

p183에는 뱀 쿠키가 나오는데 디아블로 유저들은 아마 뱀 하면 낭가리가 바로 생각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쿠키가 정말로 뱀 고기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뱀이 무섭다면 p163의 "평원 쇼트브레드 쿠키"를 대신 시도해 볼만한데 이게 이스트를 안 넣는 게 핵심이라고 책에 나오네요. 책은 늙은 테드릭의 다분히 낭만적이며 비장하게도 들리는 인사로 마무리되는데, 테이블들을 순회하며 세계 각처의 미식을(스스로 말했듯이, 꼭 상류층의 품격에 맞는 것들뿐 아니라 서민적이고 따스한 종류도 많습니다) 즐기는 노인의 팔자가 부럽기도 합니다. 부러우면 레시피들대로 한번 시도해 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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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스티커팩 80 (80장, 지퍼백)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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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비닐 지퍼팩 안에 홀로그램 스티커가 25매, 일반 스티커가 55매 들어 있는 구성입니다. 애니메이션(혹은, 지면만화라고 해도 됩니다) 여러 에피소드의 명장면 스틸컷을 따다 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크기는 일반 명함과 같은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영화 티켓도 삭막하게 잉크인쇄영수증으로 대체되는 세상에, 이렇게 예쁜 souvenir가 많이 제작되면 팬 입장에서 정말 황홀하긴 합니다.    

홀로그램 스티커의 예를 들자면 이 사진과 같습니다. 코난은 '검은 조직"의 음모에 뜻하지 않게 엮여 어린이의 몸이 돼버린, "쿠도 신이치(工藤新一. 공등신일)"이란 이름의 고등학생입니다. 이미 고등학생 명탐정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탄 처지입니다민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낸 방법이 없고 초등학생으로 살아야 합니다. 친구 아빠인 모리 코고로(毛利小五郞)는 개인 탐정인데 무능해서 맨날 파리만 날리고 기껏해야 불륜 사건 추적 건이나 걸려들어 생계를 이을 뿐입니다. 그런데 모리 씨 근처에서 매번 사건 해결을 도와 주는 통에 뜻밖에 모리씨만 "잠자는 명탐정"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범죄 수사를 해 내는 과정이 작품을 즐기는 재미입니다. 

사토 미와코와 타카기 형사는 선후배 사이이며 사토 측이 선배입니다. 사토는 단발에 늘씬한 미녀인데 어제나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업무에 임하지만 일 외적으로는 다정다감하고 정의롭습니다. 또 매번, 초등학생 코난의 능력을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상식인의 판단 범주에 머무를 뿐 진상에 대해선 감히 꿈도 못 꾸죠. 타카기 형사는 성실하고 고지식하며 가끔 얼타는 모습도 보이지만 괜찮은 직업인입니다. 이 두사람 사이에 묘한 애정의 기류가 흐릅니다만 대체로는 사토 쪽에서 먼저 선을 긋는 편입니다. 주도권도 사토가 먼저 행사하곤 하죠. 이 홀로그램 스티커에는 두 사람이 웨딩 복장인데, 이제 이만큼이나 진도를 나갔는지는 제가 최근 시즌을 시청 못 해서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라면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이 스티커는 무광입니다. 스티커들이라고 해서 예전 과자 안에 들어있는 수집품처럼, 노란 이면지를 떼면 바로 접착물이 묻어 있는 그런 형태는 아니라는 점 조심해야 합니다. 미니포카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대신 인쇄상태는 매우 좋고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뭘 봤는지 모리 란 양과 부친 코고로 씨가 깜짝 놀란 표정입니다. 뭐 두 사람은 어느 에피소드에서나 잘 놀라니까 새삼스러울 건 없습니다. 모리 란은 놀랄 때에도 특유의 선한 성품이 표정에 잘 드러납니다. 장신 여성에게서 잘 보이는, 약간 두 눈 사이 거리가 먼 개성입니다. 엄마 아빠는 안 이런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죠(?). 

소노코 상은 재벌가의 영애(令愛)입니다. 그런데도 성격이 참 소탈하고 우리 같은 서민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긴 뭐 여배우의 아들, 변호사 딸 등을 서민 출신이라고만은 하기 어렵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가야말로 신귀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노코 양은 특유의 게슴츠레한 눈매로 뭔가를 지켜보는데 옆의 베프 모리 란의 표정은 자못 심각합니다. 잘 보니 둘이 시선을 주는 게 책인데, 쇼하쿠칸(小學館)에서 발간한 만화잡지네요? 

무능한 모리 탐정,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는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만 돌머리에서 뭐 좋은 생각이 날 리가 없습니다. 그런 모리씨를 행해 코난은 시계 장치를 조준하며 마취 침을 발사하기 직전인데, 이 침을 맞으면 모리 씨는 잠들고 옆에서 코난이 음성 변조 장치를 통해 모리 씨의 목소리를 내어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작품에서 너무도 유명한 설정이라 아마도 이 스티커팩을 대표할 만한 컷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시즌 10부터 색조도 선명해지고 선도 더 가늘어졌는데 이 스티커팩의 컷들은 모두 그 톤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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