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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타라 테오하리스 지음, 최경남 옮김, 서유리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6월
평점 :
저는 마인크래프트하고 요리...의 접점이 사실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는데요. 이 책 p9를 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친구들과 음식들로 가득합니다(The world is full of friends and food)." 농사 발전과 관련하여 특히 의미 있는 문장인데, 책에도 나오지만 이 구절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에만 등장합니다. 세상을 사는 가장 큰 낙이, 먹는 일, 그리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교유하며 근심을 잊는 일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듯합니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는 데에 주안을 두었다고도 합니다. 게임이나 요리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진정한 영감(inspiration)은 그 영역들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시도해 보기에는 아무래도 난이도가 낮은 메뉴부터가 좋을 듯합니다. p39에는 버섯 들판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고기가 아니라 커다란 포토벨로 버섯을 재료로 삼습니다. 버섯으로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낯선데, 고기 스테이크에 버섯을 곁들이는 경우야 물론 많지만 여기서는 버섯만을 주재료로 삼고, 다만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으려면 정말 크기가 크긴 커야 하겠습니다. 책에는 비건용이라고 해서 아예 육류를 안 먹는 이들을 처음부터 겨냥했음을 밝힙니다. 물론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게임에 나오는 그 큰 버섯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야 대뜸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참... 이 요리책에는 정말 창의적인 레시피가 많습니다. p74를 보면 유광 테라코타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에게는 아주 눈에 익죠. 그런데 저자는 무려 이걸! 과자로 만들어 봤습니다. 물론 진짜 그걸(?) 먹을 수야 없고 보기에만 유광테라코타처럼 보이게 하고 속은 식자재로 만든 것입니다. 유광 테라코타를 사람이 어떻게 먹겠습니까. 사실 이것도 자꾸 게임 속의 그게 떠올라서, 생긴 것만 보고 군침이 흐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저자가 하도 열정적으로 레시피를 서술해서 책을 읽다 보니 정말로 따라하고도 싶어졌습니다. 마카롱처럼도 보입니다.
양털깎기... 역시 마인크래프트 중요 미션 중 하나인데, 이 양털도 저자는 요리로 만듭니다. 믈론 양털을 먹을 수야 없고, p79를 보면 설탕을 가늘게 뽑아 양털 비슷하게 만들 수 있고, 염색(...)은 식용 색소를 써서 해 보라고 합니다.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고, 아쉬운 건 이 레시피에는 그래픽이 딸려 있지 않다는것입니다. 저자께서는 참 다양한 시도를, 창의적인 비전을 갖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분 같습니다. 이 역시도 글루텐 프리, 또 비건용 음식이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황금사과파이 레시피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은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합니다.
마그마크림... 본래 트뤼플이란, 버섯(송로)을 닮은 초콜릿 요리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저자는 트뤼플 변형 요리를 시도하고 그 외관을 게임 아이템인 마그마크림처럼 만든 것입니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크림, 버터, 칠리페퍼 등을 썼는데 이 정도 창의력 발휘라니 사실 마인크래프트 테마를 떠나서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입니다. 이 요리는 비건까지는 아니고 그냥 채식 범주라고 합니다. 글루텐프리인 건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마그마크림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어차피 마인크래프트 아이템의 그 추상적(...)인 형태를 놓고 뭘 닮았다 아니다를 말하는 게 좀 어색하죠. 개별 유저가 그리 보았다면 뭐 그리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거북도사가 있고 몰약이 있습니다. 이 몰약을 실사버전으로 만든다라... p186에 그 구체적인 레시피와 실음식이 나옵니다. 음... 휘핑크림이 잔뜩 얹어진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데요. 준비시간 5분, 조리시간은 겨우 30초! 아무리 똥손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겠는데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잘 어울리는 멋진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떠나서도 그 자체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훌륭한 요리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