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공식 요리책
앤디 루니크.릭 바바 지음, 최경남 옮김, 황의형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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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3) 6월에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을 리뷰했었습니다. 그 서평에도 그런 말을 적었지만, 처음에 저는 가상의 요리에 대한 가상의 레시피를 정리한, 게임 세계관의 디테일 익스텐션인 줄로 잘못 알았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이 공식 요리책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약간의 성의와 수고를 들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먹음직한 요리들이, 작가의 정성어린 게임 일러스트와 함께 맥락을 부여 받았으니, 이제 (내가 해서 먹건, 아니면 타인의 서빙을 받건) 우리는 해당 요리를 먹을 때마다 재미있는 게임 판타지 안에 동참하며 그 풍미를 자체 배가하는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0에는 브론의 비프 브루기뇽이 나옵니다. 브론은 디아블로3 등에 나오는 술집주인(상인. 송아지 여관 주인)입니다. 이 자가 마련한 요리가 비프 브루기뇽인데 걸쭉한 소고기국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으며, 스튜답게 함께 들어가는 부재료들이 무척 많습니다. 파슬리, 당근, 마늘 등이 거의 건더기의 반처럼 보이며 국물은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바짝 졸여져 있습니다. 떡볶이 떡처럼 보이는 건 잘 보니 버섯이네요. 이 레시피에서 핵심은 (소고기 다음으로) 에그 누들인데, 면발이 굵고 짧아서 처음엔 갈릭 슬라이스인 줄 알았습니다. 에그 누들의 성패는 버터로 어떻게 면발을 잘 둘러싸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다음에 디아블로 할 때 브론이 과연 얘를 만지작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루트 골레인은 디아블로2과 3에 나오는 아라비아풍의 교역지입니다. p41의 서술을 보면 이곳 역시 해적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나옵니다. 돛이 푸른색으로 염색된 이유가 나오는데 꼭 게임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지난 역사를 봐도 대체로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샥슈카라는 게 이 책에서는 선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었다고 하며, 이 레시피는 아예 "해적선 샥슈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핵심은 계란노른자가 안 뭉개지게 오븐 위에 풀어져 조리되게 하는 것이며, 흐르는 질감/단단한 노른자 어느 편을 원하느냐에 따라 오븐에서 데우는 시간이 다르다고 합니다. 샥슈카는 치아바타, 바게트처럼 바삭한 빵과 같이 먹어야 제격인가 봅니다. 

람 에센(Lam Esen)은 디아블로 유저들이 모를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늑대의 도시 선술집(Wolf City Tavern)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어머니"는, 이 책 화자인 늙은 테드릭에 따르면 상류층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고 합니다(p77). 이 "어머니"는 이 책의 가상 화자 "식탁의 방랑자 테드릭(Tedric at the table)"의 어머니 냐미를 뜻하며, 게임 중에 나오는 특정 캐릭터도 아니고 릴리트하고는 무관합니다(테드릭도 마찬가지이며, 이 책에서만 마련된 화자입니다). "어머니" 냐미가 상류층 음식에 서투르니 선장 하노스 제로난이 레시피를 건네다 준 적이 있는데(p67), 하노스 제로난이 누구인지 디아블로 유저라고 해도 잘 모를 것입니다. 게임이 아니라 (나중에 나온) 디아블로 소설판에 이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책에는 유독 소고기가 주재료인 레시피가 많이 보이는데(p97이라든가) 본래 지중해 세계에서는 동아시아 등에 비해 우육을 많이 섭취했던 문화의 영향이 있어서이겠습니다. p143에는 고산지 토끼 프리카세가 나오는데 프리카세(fricassee)는 보통 닭고기로 만들죠. 고산토끼는 아마 특별한 육질의 픙미가 있는 듯합니다. 이 레시피들의 배경이 되는 "검은갈매기 선술집"은, 책에 의하면 마로웬, 스코스글렌에 위치하나 본데 전 게임 하면서 본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이 챕터가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먹어 본 메뉴는 하나도 없었고요. 제겐 그야말로 게임 안에서나 볼 법한 메뉴였다고 할지. 

p183에는 뱀 쿠키가 나오는데 디아블로 유저들은 아마 뱀 하면 낭가리가 바로 생각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쿠키가 정말로 뱀 고기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뱀이 무섭다면 p163의 "평원 쇼트브레드 쿠키"를 대신 시도해 볼만한데 이게 이스트를 안 넣는 게 핵심이라고 책에 나오네요. 책은 늙은 테드릭의 다분히 낭만적이며 비장하게도 들리는 인사로 마무리되는데, 테이블들을 순회하며 세계 각처의 미식을(스스로 말했듯이, 꼭 상류층의 품격에 맞는 것들뿐 아니라 서민적이고 따스한 종류도 많습니다) 즐기는 노인의 팔자가 부럽기도 합니다. 부러우면 레시피들대로 한번 시도해 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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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스티커팩 80 (80장, 지퍼백)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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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비닐 지퍼팩 안에 홀로그램 스티커가 25매, 일반 스티커가 55매 들어 있는 구성입니다. 애니메이션(혹은, 지면만화라고 해도 됩니다) 여러 에피소드의 명장면 스틸컷을 따다 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크기는 일반 명함과 같은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영화 티켓도 삭막하게 잉크인쇄영수증으로 대체되는 세상에, 이렇게 예쁜 souvenir가 많이 제작되면 팬 입장에서 정말 황홀하긴 합니다.    

홀로그램 스티커의 예를 들자면 이 사진과 같습니다. 코난은 '검은 조직"의 음모에 뜻하지 않게 엮여 어린이의 몸이 돼버린, "쿠도 신이치(工藤新一. 공등신일)"이란 이름의 고등학생입니다. 이미 고등학생 명탐정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탄 처지입니다민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낸 방법이 없고 초등학생으로 살아야 합니다. 친구 아빠인 모리 코고로(毛利小五郞)는 개인 탐정인데 무능해서 맨날 파리만 날리고 기껏해야 불륜 사건 추적 건이나 걸려들어 생계를 이을 뿐입니다. 그런데 모리 씨 근처에서 매번 사건 해결을 도와 주는 통에 뜻밖에 모리씨만 "잠자는 명탐정"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범죄 수사를 해 내는 과정이 작품을 즐기는 재미입니다. 

사토 미와코와 타카기 형사는 선후배 사이이며 사토 측이 선배입니다. 사토는 단발에 늘씬한 미녀인데 어제나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업무에 임하지만 일 외적으로는 다정다감하고 정의롭습니다. 또 매번, 초등학생 코난의 능력을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상식인의 판단 범주에 머무를 뿐 진상에 대해선 감히 꿈도 못 꾸죠. 타카기 형사는 성실하고 고지식하며 가끔 얼타는 모습도 보이지만 괜찮은 직업인입니다. 이 두사람 사이에 묘한 애정의 기류가 흐릅니다만 대체로는 사토 쪽에서 먼저 선을 긋는 편입니다. 주도권도 사토가 먼저 행사하곤 하죠. 이 홀로그램 스티커에는 두 사람이 웨딩 복장인데, 이제 이만큼이나 진도를 나갔는지는 제가 최근 시즌을 시청 못 해서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라면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이 스티커는 무광입니다. 스티커들이라고 해서 예전 과자 안에 들어있는 수집품처럼, 노란 이면지를 떼면 바로 접착물이 묻어 있는 그런 형태는 아니라는 점 조심해야 합니다. 미니포카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대신 인쇄상태는 매우 좋고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뭘 봤는지 모리 란 양과 부친 코고로 씨가 깜짝 놀란 표정입니다. 뭐 두 사람은 어느 에피소드에서나 잘 놀라니까 새삼스러울 건 없습니다. 모리 란은 놀랄 때에도 특유의 선한 성품이 표정에 잘 드러납니다. 장신 여성에게서 잘 보이는, 약간 두 눈 사이 거리가 먼 개성입니다. 엄마 아빠는 안 이런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죠(?). 

소노코 상은 재벌가의 영애(令愛)입니다. 그런데도 성격이 참 소탈하고 우리 같은 서민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긴 뭐 여배우의 아들, 변호사 딸 등을 서민 출신이라고만은 하기 어렵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가야말로 신귀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노코 양은 특유의 게슴츠레한 눈매로 뭔가를 지켜보는데 옆의 베프 모리 란의 표정은 자못 심각합니다. 잘 보니 둘이 시선을 주는 게 책인데, 쇼하쿠칸(小學館)에서 발간한 만화잡지네요? 

무능한 모리 탐정,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는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만 돌머리에서 뭐 좋은 생각이 날 리가 없습니다. 그런 모리씨를 행해 코난은 시계 장치를 조준하며 마취 침을 발사하기 직전인데, 이 침을 맞으면 모리 씨는 잠들고 옆에서 코난이 음성 변조 장치를 통해 모리 씨의 목소리를 내어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작품에서 너무도 유명한 설정이라 아마도 이 스티커팩을 대표할 만한 컷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시즌 10부터 색조도 선명해지고 선도 더 가늘어졌는데 이 스티커팩의 컷들은 모두 그 톤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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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일력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김봉중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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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유익하고 재미도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자주 봅니다. 재방송도 자주 해서,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어디에서건 한 군데는 하고 있더라구요. 교보문고에서 나온 종이책 버전도 그전부터 인기였던 걸로 아는데 원래 전 이 컨텐츠를 책 포맷으로는 접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으로 봐도 역시 좋았고, 시청각 매체의 약점인 휘발성을 보완해 주는 게 특히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는 아예 일력으로까지 이렇게 나왔는데, 하루에 한 장씩 넘겨가며 공부할 수 있어서 ㅎㅎ 너무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책을좋아하는사람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저 나름대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전근대 중국에서 가장 나쁜 풍습은 전족(纏足)이었습니다. 이 일력 2월 1일자에 나옵니다. 역사적으로는 1902년이라고 해당 페이지에서 가르칩니다. 음... 신해혁명이 1911년인데 이 전족폐지조치가 그보다 9년이나 앞섰나? 싶었는데, 일단 무술변법이 1898, 의화단운동이 1899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참고로 조선의 갑오경장은 1894라서 저들보다 앞섭니다. 전족은 중국에서 정말 오래된 악습인데, 1368년 명을 건국한 주원장의 처 마씨가 어렸을 때 전족을 안 하고 자라서 왕발이가 별명이라는 기록이 있으니 그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중국의 여성들이 고생을 했을까 싶어요. 2월 1일과 전족폐지령이 관계가 실제로 있었나? 서태후(자희태후)가 전족폐지령을 실제로 2월 상순에 공포했다고는 나옵니다. 페이지 하단에는 1919년 이날에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다고 나오는데 이 선언은 우리가 "무오독립선언"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죠(음력이라면 이때가 아직 무오년 섣달이므로). 

3월 9일에는 1776년 이날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초판이 출간되었다고 나옵니다. 분업이니 이윤추구니 하는 건 그 훨씬 전부터 있었으나 이 똑똑한 스코틀랜드 사람 눈에는 시대 하나가 완전히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게 큰그림으로 보였나 봅니다. 신고전파, 시카고 학파도 이 사람이 낳았고 칼 마르크스 역시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많은 작업을 힘들여 다시 행해야 했거나 아예 못했을지 모릅니다. 이사악도 이스마엘도 모두 아브라함이 아버지이듯, 경제학의 조류 좌파든 우파든 이 사람이 만든 거대 프레임 원형이 아니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태어나기나 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위안스카이는 젊어서 조선에 파견되어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20세기형 중국군벌의 시조에 가깝습니다. 교활한 깡패 그 이상의 그릇이 못되었던 그는 깡패들이 흔히 그렇듯 더 센 깡패 앞에서는 기를 쓰지 못했는데 1915년 일본이 21개조 요구를 내세우자 글복합니다. 마치 천 년 전 5대10국 시대에 석경당이가 거란에 연운(燕雲) 16주를 내준 사실과도 비슷합니다. 1915년은 일본이 간을 보다가 연합국 측에 가담하기로 마음 먹은 시점이기도 한데, 이때 일본은 독일 세력권이었던 칭따오를 뺏습니다. 이 때문에, 한참 후 히틀러가 추축국 진영에 일제를 들이기를 내내 마뜩지 않아했던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손이 아쉬울 때는 비굴하게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4월 30일에 히틀러가 자살(1945)했다는 사실도 이 일력에 나옵니다. 

5월 27일에는 쓰시마 해전이 나오는데 책에는 이름이 안 나오지만 도고 헤이하치로가 러시아의 발트 함대를 궤멸시킨 역사적 전투죠. 물론 영국 등이 뒤에서 도왔고 운도 따랐지만 여튼 당시 전세계가 러시아 쪽에 정배(?)를 걸었는데도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전투 때문에 대한제국은 일제의 영향권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을 자기 생전에 그렇게나 존경했다는데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사실 여부에 무관하게 이순신 장군은 민족의 구세주였고 불세출의 지휘관이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1545년 이충무공 탄신 사실은 이 일력 4월 28일자에 나와요.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 7월 14일에 일어났는데 이 일력엔 그 사실은 없고 대신 9월 21일(1792) 프랑스 공화정의 시작을 알립니다. 사실 9월 21일은 부르봉 왕조가 문을 닫은 날이고 9월 22일이라야 정식으로 제1공화정 시작입니다. 1789~1792만 해도 아직 국민의회와 왕실이 공존했는데 바렌 사건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결국 루이 16세 가족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이후 입법의회, 국민공회, 총재정부, 통령정부 등을 거쳐 제1공화정은 문을 닫습니다. 공화정을 종료시킨 나폴레옹 1세의 황제 등극 사실은 이 일력 5월 18일에 나옵니다. 
  
1963년 달라스에서 JFK가 오스왈드라는 자에 의해 총격 암살되는데, 형의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냈었고 저때로부터 5년 후 대선출마를 준비하던 동생 로버트 케네디도 암살됩니다(6월 5일). 이 일력에는 팔레스타인 출신 암살자의 이름은 안 나오는데(나올 필요도 없지만)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이라는 좀 특이한 이름입니다. 그런데 저 RFK의 아들이, 저때로부터 56년이 지나고 반대당 반대진영의 보스 트럼프와 손을 잡고 보건부 장관에 지명되었으니 세상에 참 별일이 다 있습니다. 금수저 도련님형 외모였던 아버지와 달리 그 아들은 생긴 것도 흐리멍텅하고 사리분별도 못 갖춘 음모론을 말하는 등 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컬러 도판과 함께 매일매일의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 주는 일력이라서 공부도 되고 예쁜 탁상용 장식품 노릇도 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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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 트럼프의 귀환, 놓쳐서는 안 될 정책 변화와 산업 트렌드
김광석 외 지음 / 이든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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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한 번 재선에 실패하고 다시 재임에 성공한 케이스는 미국 역사상 그로버 클리블랜드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한국 미디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도 당선될 수 있다, 초박빙 승부다, 이런 예측을 많이들 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바닥민심이 8월 이후 완전히 방향을 틀어 트럼프의 당선을 대부분 점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현지 교포들도 그들의 정치 성향에 무관하게, 트럼프가 대세임을 대부분 인정하곤 했는데, 우리만 딴세상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튼 8년 전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의 정책을 내세운, 세계 초강대국 지도자의 컴백에 즈음하여 우리들은 어떻게 생존 전략을 짜야할지, 이 책을 읽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2를 보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촉발한 관세전쟁에 대해 그래프와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자세히 회고합니다. 모든 자료가 천연색이라서 독자가 보기 편합니다. 중국에서는 2016년 미 대선 때부터, 트럼프라는 사람이 고립주의 성향이라서 북미 대륙 밖에서 다른 나라, 예컨대 러시아나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는 데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드디어 편한 세상이 왔다고 환영했었습니다. 19세기 미국은 제5대 제임스 먼로가 고립주의 독트린을 편 적이 있었기 때문에, 21세기 들어 트럼프 같은 이가 전개한(전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정책에는 "신"고립주의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p22 이하에, 기억을 잊은 우리 독자들을 위한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만약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 세계 경제가 모두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다분히 친중 성향의 메신저들이 미디어에 많이 출연하여 영향력 확산을 꾀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미국은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강달러 추세이며 증시는 폭등을 넘어 폭발할 듯합니다. 트럼프가 이제 친코인 정책을 편다(p122)고 하니까 코인이 또 불장입니다. 8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보유량은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많았고 애초에 코인 상승세도 중국인들이 주도했었습니다(p130). 지금은 미국이 코인 활황도 이끌어가는 중이며, 반대로 중국은 건설 경기 침체부터 해서 모든 분야가 위기입니다. 한국 이커머스가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전반적 위기에 빠진 것도, 중국 업체들이 재고청산을 위해 미친 듯 덤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p148을 보면 오태민, 박세익 두 저자가 CDBC에 대해 토의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그제(11.29) 이 섹터가 한국 증시에서 좀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워낙 장이 안 좋으니). 

미국 민주당은 예전부터 청정에너지를 중시했었습니다. 1992~2000년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도 별명이 "오존 맨"이었습니다(그닥 좋은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 현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에 당선될 때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태양광, 풍력 섹터가 큰 폭으로 올라 며칠 동안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p76 이하에, 다양한 자료와 함께 에너지자원과 산업에 대한 자세한 전망이 나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p92에 표를 통해 좋은 분석이 나오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對) 중국 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냐 하는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작년쯤부터 EU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같은 이가 꺼내기 시작하기도 했죠. 

브레튼우즈 체제(p123)라는 건, 2차대전이 나치의 패망으로 끝나갈 무렵 기존의 파운드스털링 통화패권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가 국제교역의 중심으로 등장하기 위한 핵심 질서였습니다. 우리가 고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다 배운 내용이죠. 이때만 해도 각국의 통화가 고정환율 비슷하게 묶여 있었으며,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 금(金)의 양으로 달러의 태환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던 걸, 1971년에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달러 태환을 정지시킨 후 외환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만 것입니다. p124를 보면 그때 이후로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운영되어 온 현 시스템을 두고 패치워크 누더기라고 평가하는 대목이 있는데 공감이 됩니다.

p103을 보면 박세익 대표가 독재국가 시스템과 혁신의 관계에 대해 재미있는 견해를 풀어 놓네요. 이분은 한국경제TV 낮 11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걸 제가 지난주 금요일에 시청했습니다. 이 책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그 프로그램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스피 3000은 금방 돌파한다"고 하셔서 저는 좀 놀랐더랬습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대에 비해(이 말은 없지만 문맥상 독자인 제가 보충합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진 나라(이 책 표현 그대로입니다)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독재체제라서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독재로 유도하여 역시 후진 나라로 몰고가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있는데, 흠... 흥미로운 견해이긴 합니다. p183에는 최근 25년 동안 홀짝별로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을 정리한 표가 있는데 이 역시도 재미있습니다. 박세익 대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중국의 새 지도자 임기 시작 3년차인 5자 연도(이를테면 내년인 2025)에 차이나 랠리가 온다고 하시던데 이 역시도 귀추를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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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년 문답 일기 : 명탐정 코난 에디션 나의 5년 문답 일기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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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의 5년 문답일기"가 무슨 성격의 상품인지 제가 이해한 대로 설명부터 하고 후기를 이어가겠습니다(제가 생각한 대로의 설명이므로 출판사의 공식 태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이어리인데, 다이어리는 보통 특정 연도의 캘린더와 함께 공란에 메모하는 형식이지만 이 상품은 그게 없습니다. 즉 아껴 놓았다가 내후년(2026)에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다음에 "나의 5년"은 무엇인가. 이 다이어리는 특이한 게, 날짜순으로 짜여지긴 했는데 날짜마다 연도를 적는 공간이 다섯 개 제시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날짜 순으로 써 나가다가 연말까지 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첫페이지 1월 1일부터 둘째 칸에 또 써 나가기 시작하는 겁니다(맨앞에 20__라고, 연도를 쓰는 칸이 있습니다). 이렇게 5년을 써 나가게 하는 형식인데, 그것도 참 의미있겠다 싶었습니다. 5년 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 작년이나 3년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고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이 다이어리인 줄 모르고,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무슨 회고록 같은 책인 줄 알았는데(ㅋ) 받아보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겉표지에는 캐릭터 다섯 명이 나옵니다. 맨 왼쪽 하단 삐쭉하게 생기고 비니모자를 쓴 애가 아카이 슈이치(한국화 이름 이상윤)인데, 사실 전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가오(?)를 잡는다고 할까, 이런 사람이 나오면 누가 주인공인지부터가 혼동이 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얘가 나오고부터 저는 코난을 슬슬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코난의 오랜 팬들께는 죄송하지만(저도 팬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게 다, 코난 시리즈가 너무 길어지면서 생긴 폐해 중에 하나입니다. 재미를 유지하려면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기존 유니버스에 불균형이 어떻게든 생깁니다. 

오른쪽 상단의 노랑머리는 제가 여기서 자세히 말하면 스포라서... 후루야 레이(降谷零)이며 한국이름은 강준영인데 일본 원이름도 끝에 영(零)이 들어갑니다. 물론 零은 한국에서라면 이름자로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이유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캐릭터는 대략 지면만화 84권부터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그 앞부터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른바 검은조직(黒の組織) 이야기도 지나치게 뻔한 패턴으로 흘렀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은 해야 했습니다. 얘 때문에 다시 살짝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다음에 왼쪽 상단이야 괴도 키드인데... 저는 예전부터 이 캐릭터가 코난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아니라, 코난 등이 키드의 세상에 잠시 놀러오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키드는 사실 외로운 소년 고희도가 혼자 만들어낸 페르소나이며 실제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는...  아르센 뤼팽도 이걸 추리소설로 보기보다 하나의 모험 판타지에 가까운데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반면 셜록홈즈는설정상의 일부 비과학성과 모순을 일단 잊자면 철저한 리얼리즘이며 코난의 미스테리 해결도 (키드의 모험담과 대조하면) 매우 현실적입니다. 범죄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 없는 행동이므로 이런 인물이 주인공 노릇을 하려면 비현실성의 연막을 한 거풀 씌워야 하는데, 장 마레 등이 나온 <판토마> 시리즈도 그랬죠.  

맨오른쪽 하단은 하이바라 아이입니다. 허리춤에 손을 짝 올리고 있는 게 특유의 되바라짐을 잘 드러내는 포즈입니다.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도 못하고 맨날 코난한테 의지하면서 허세는 쩔죠. 아무튼 코난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들과 함께 나의 정신적 성장도 체크할 수 있는 미니다이어리! 크...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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