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도 공부하면 늡니다 - 크리에이티브 씽킹의 기술
정병익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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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안도 다다오나 혁신의 아이콘 잡스 같은 인물을 보면 저렇게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思考)의 바다를 누빌 수 있다는 자체가 하늘로부터 받은 축복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국 최고의 경영자문역이라 할 저자 정병익 학장은 저들 창의력의 천재들과 평범한 우리 사이를 어떤 근본적인 경계가 가로막는 건 아니라고 조언합니다. 누구나 훈련하면 기발한 발상을 일상에서 업무에서 떠올릴 수 있으며, 이는 철없는 어린이들이 마치 어떤 계시나 영감을 받은 양 놀랍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랬던 어린이들도 사회의 틀 안에서 정해진 방식대로만 훈련받다 그 소중한 활기가 질식당하는 건데, 저자께서는 로지컬 씽킹, 디자인 씽킹, 그리고 이를 결합한 크리에이티브 씽킹 기법을 통해 누구나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반가운 말씀을 전합니다. 삶과 사고가 크리에이티브로 물들면 조직에서 공동체에서 요긴히 쓰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본인의 삶 자체가 행복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3을 보면 성냥개비 옯기기 퍼즐이 나옵니다. 다들 알듯 최소한의(혹은 횟수 제한이 특정 숫자로만 부과되기도 합니다) 움직임으로만 문제의 지시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포인트인데, 이 책에서는 특정 문제를 주고서는 별의별 기발한 해법들을 다 보여 줍니다. 심지어, 아예 성냥개비를 움직이지도 않고 보는 관점만 달리하여 목적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이라 했으니 0회 역시도 문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치 근처 철물점에서 변기 하나를 사들고 와서 "분수"라 이름만 붙여 예술품 하나를 만들어낸 마르셀 뒤샹의 대담한 시도를 보는 듯합니다. 현재 AI 혁명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 기존의 일자리가 모두 없어진다고들 난리이며, 오늘 일론 머스크는 "의사의 일도 AI가 모두 대체하며 사람은 그저 최소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그 자리에 있게 될 뿐"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로봇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만한 인재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바로,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성냥개비의 이동 없이도 문제의 요구사항을 달성하는 저런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는 인재가 아닐지요. 

p43에 나오듯이 요즘 엠지들은 디지털네이티브라 할 만합니다. 그 앞선 세대들은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났으나 공부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 적응했었다면, 이들은 태어나 보니 이미 세상이 디지털이었던 거죠. 다만 저자께서는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발상의 미덕도 환기하며, 지나친 디지털 방식에의 종속이 끼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두 세계를 넘나들며 가장 좋은 알곡만 영리하게 골라 취하는 다람쥐 같은 재치가 있어야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p36에 나오는 마르셀 비크(Marcel Bich)는 유명한 필기구 제조 전문 기업을 만든 인물이었습니다. 이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때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직원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음 목표를 물색하는 저런 노마드 정신부터가 벌써 승리자, 개척자들의 자격을 증명합니다. 이들은 다음 목표를 1회용 면도기, 라이터로 정하고 그 분야에서도 대성공을 거둡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일을 하던 사람들인데 업종을 바꿔 과연 살아남겠어요?" 같은 회의론자, 신중론자들은 어디에나 있고 안타깝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고작 이런 소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병철씨가 언제까지나 설탕, 조미료, 내수전용 가전, 보험 영업 등으로 국내 1인자에만 안주했었다면, 그런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걸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그 아들 이건희씨가 던지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늘날 글로벌 거인 삼성이 존재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한순간도 두뇌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창의력 인재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p128에 제시됩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고 해도, 아예 중간부분인 저 페이지의 도표부터 펼친 후 머리에 개념을 잡고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도 될 만큼, 이 책의 핵심이 압축된 대목입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는 드라이버와 레버가 있는데, 우선 창의력을 구동시키는 드라이버는 OFFES로 요약되는 5요소로 구성됩니다. 독창성, 유창성, 융통성, 정교함, 민감성 등이 그것이며 OFFES는 이들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또 이들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있는데 이를 레버라고 부르며 전문지식, 동기부여, 창의적 사고능력 등 세 가지입니다. 사람은 머리 안에 지식이 쌓일수록 그 지식이 머리 안에서 자체 화학 반응이라도 일으키는지 각종 활력을 만들어내는데 안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인터넷에 온갖 지식이 쌓였는데 뭐하러 그러느냐고도 하는데 지식이 없으면 애초에 영감이 찾아오질 않고 인터넷에서 찾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챗GPT가 있다고 하나 이를 이용하는 건 사람이며 사람이 부실하면 가공된 깔끔한 정보만 주인공으로 남을 뿐 그 사람은 그냥 뒷전으로 밀립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으로 무장한 사람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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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 무삭제 완전판 문학사상 세계문학
안네 프랑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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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은 자신들이 군사적으로 점령한 영토 안에서 대중 사이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세뇌하고,시스템적인 제노사이드를 시행하여 문명사회의 휴머니티를 말살하려 든 악랄한 집단입니다. 네덜란드는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이 득세할 때에도 약소한 국력 때문에 병탄당했고, 독일이 야욕을 드러내면 곧바로 희생양이 되는 등 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입니다. 네덜란드 자체가 독일에게는 쉬운 먹잇감이었는데, 그 네덜란드 안에서도 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유대인들이 1940년대 전반에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을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당시를 살았던 사춘기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남긴 일기는 기적적으로 종전 후에도 전해져 일정 시간 경과 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책 p7에도 나오듯 당시 네덜란드 총리가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나치 점령지 하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호소를 했었습니다. 소녀 안네 프랑크는 이 연설을 듣고 기존의 개인적 기록을 더 정성들여 이어가고, 후세에 공개될 것을 대비해 등장인물 상당수의 실명을 숨기는 각색까지 했다는 거죠. 어린 소녀의 생각치고 정말 어른스럽고 사려깊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일기는 그저 나치 독일의 만행을 고발한 역사적 기록일 뿐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의 다양한 고민과 갈등 등을 솔직하게 담은 수상록 문학으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한국인들도 발췌역본으로 어렸을 때 한 번 정도는 읽어 봤음직한 고전 명작인데 지금 이 문학사상사본은 안네 프랑크 재단과 유일하게 정식 계약한 한국판이라고 합니다. 완전판은 이른바 A본(本)이며, 1990년대에 출판되었습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평소에 나오지 않던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책 p78을 보면 안네 프랑크가 판 단 아주머니(가명. 본명은 판 펠스)에 대해 심각하게 불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가 안네의 부친에게, 말과 헹동으로 지나치게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친은 판 단 씨에게 그렇게 선을 넘는 듯한 경솔함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독자 입장에서야 사태의 진상이 무엇이었을지 알 방법은 없습니다. 아니, 판 단 부인과 오토 프랑크 씨의 사정을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다들 생존에의 위협이 워낙 긴급히 다가오니 서로가 서로에게 더 밀접하게 기대려고들 했었겠고, 판 단 부인처럼 저런 부적절하고 정숙지 못한 행동도 나오곤 했겠죠. 대개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고, 엄마가 점잖은 분이면 딸도(사실은 아들도) 가치관이 건전합니다. 책 표지에 나온 안네의 사진만 봐도 애가 고등학생답지 않게 뭔가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입니다. 

어쨌든 이런 극한 상황에서 다들 이웃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판 단(van Daan) 씨가 늘어놓는 너스레, 넌센스 퀴즈는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헛웃음이 나옵니다. 대체로 이 판 단 씨에 대한 평가는 (안네의 일기 독자들 사이에서) 좋지 못합니다. 그러나 비평적 시선을 더 입체화하면, 같은 문장이라고 해도 그로부터 여러 해석이 가능한 법이니 우리 독자들은 괜한 선입견을 갖기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관점에서 읽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오토 프랑크 씨처럼 평범한 이름도 아니고, 이 양반은 왜 유대계 독일인이면서 성씨에 전치사 "판"이 붙었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먼 조상이 네덜란드에서 기원했기에 성씨에 판이 붙는 건 독일인들 사이에서 드물지는 않았는데 (유대계는 아니지만) 베토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독일어 von과는 달리, 귀족 출신이거나 한 건 아닙니다. 이름이 판 단인 것과, 이들이 네덜란드에 은신처를 마련하게 된 경위는 서로 아무 관계 없고 그저 우연입니다. 

보통 억압적인 부친, 성격이 괴팍한 모친 밑에서 자라 저 페터 판 단 군이 괜히 위축되고 소심한 성격이 되었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p135에서도 알 수 있듯 필요할 때는 바로 행동이 나오는 아이였으며, 안네를 향한 행동에서도 딱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단, p60 같은 데 보면 저 헤르만 판 단 씨가 아들인 페터를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당시 독일 가정의 훈육 관습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이거나 하진 않습니다(물론 그 시절이라고 아빠가 아들을 다 때리진 않았겠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베프(Bep)"는 물론 p79 같은 곳에 나오는, 전에 오토 프랑크 씨 회사에 다니던 직원이며 베스트프렌드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하고 같이 책을 읽은 누가 그런 질문을 해서 여기 적어 둡니다. p410에서 베르튀스라는 여자와 약혼하는데 안네는 남자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안네는 어린데도 애가 아주 유머러스한 데가 있습니다. p146 같은 데를 보면 판 단 부인한테 아름답다고 평하지만 그게 반어법이라고 곧 밝힙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게 취미인지, 오토 프랑크 씨에게 어이없는 플러팅도 했던 게 다 이런 유치하고 바보스러운 심리의 발로입니다. 그런데도 딴에 아들을 위한다고 음식을 남겨 두는데 이때 "귀여운 아들"이라고 칭한 건 관찰자 안네의 감정이입이겠습니다. 아이들은 현란한 공중전에 쉽게 매료되곤 하는데 1987년 영화 <태양의 제국>에도 이런 장면이 있죠. 그 공중전이 (보는 사람에게도) 얼마나 위험하고 그 전투의 당사자들이 생사를 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p251 같은 데를 보면 배를 타고 은신처를 탈출하는 문제(네덜란드는 잘 알려진 대로 저지대이니까요)와 조리도구인 국자를 젓는 동작을 연결시키는데 저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는 걸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흐뭇합니다. 위기에 웃는 사람이 일류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p348을 보면 당장 우리가 잡혀가는 판에 라디오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면서 오토 씨가 딸 안네의 일기를 태워 버리자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장면이 있고, 안네가 강력 반발하자 부친이 일단 묵살하는 대목에서 역시 과거에 큰 사업체를 운영했던 양반답게 판단이 신중하고 언행이 묵직함을 알 수 있죠. p370 같은 데를 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저 앞에서도 페터가 영어 문제를 안네한테 자세히 물어 보는 장면이 나왔죠. 유대인 가정 특유의 기풍이라는 게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가스실로 기어이 끌려가 비참하게 처형당하고 수용소의 열악한 시설 때문에 병에 걸려 죽거나 하는 게 참으로 비극적입니다. 휴... 다시는 인류사에 이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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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 어휘편 (스프링) 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스프링)
아르누보 편집부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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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귀여운 일력 형식으로 된 무한의계단 어휘편 교재입니다. 모바일 게임 무한의계단이 어린이들에게 워낙 인기 있다 보니 그를 테마 삼아 이처럼 학습 교재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교재의 머리말에는 "우리의 생각을 더 깊게, 우리의 말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어휘이며 이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휘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학습되어야 그 지식이 오래 가고 응용력도 높아지는데, 그런 이유에서 이 교재는 그 일력 포맷이 더욱 학습 효율을 끌어올려 주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월 9일자에는 "손사래"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어른들 중에는 이 단어를 "손사레"라고 아는 경우도 있던데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단어 뜻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 말(나아가 그 동작)을 쓰는 상황까지도 설명하는데, 거절하고 싶을 때, 반박하고 싶을 때, 심지어 부끄러울 때에도 쓴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런데요. 대체 우리는 언어나 동작의 활용법을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배웠기에 이런 설명에 수긍하거나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걸까요? 아무튼, 어린이들에게 그 나이 때부터 정확한 지식을 가르쳐 주면, 그 아이는 커서 훨씬 정밀하고 풍요로운 언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습니다. 

4월 11일에는 "통제하다"라는 단어를 배웁니다. 이 단어는 5-1 과정에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이 일력 교재에 실린 모든 단어들은 그 소속 범주가 오른쪽 상단에 따로 나오는데, 이 단어는 "행동"이라는 카테고리 소속인 것 같습니다. 5월 16일의 부리나케 같은 단어는 "상태" 범주에 속합니다. 부리나케의 어원에 대해 책에서는 "불이 나게"에서 온 말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설명도 덧븥이는데, "신발 밑창에서 불이 일어날 만큼 빠르고 급하게 움직인다면 지각은 하지 않겠지요?"라고 합니다. 7월 23일의 단어 "상기되다"의 범주는 "감정"입니다. 이 단어에 대해 제시된 비슷한 말로는 "붉어지다, 들뜨다"입니다. 이렇게 유의어들을 함께 제시해 주는 게 이 교재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9월 27일의 동경(憧憬)이라는 단어는 해당 교과과정은 따로 표시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움을 다소 세련되게 표현하는 단어로서 우리들이 꼭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속 범주는 "감정"입니다. 사실 저 동경이라는 단어는 그 한자도 우리가 자주 보던 것들이 아닙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비슷한 말로 "선망, 흠모"라는 단어들도 가르치는데 이 역시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는, 수준 있는 어휘들이라고 하겠네요. 11월 26일의 "신념"은 5-1 과정에서 배우는 단어라고 합니다. 이 단어의 소속 범주는 "가치"입니다. 교재에서는 이 신념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예문을 제시하는데 "우리 할머니의 신념은, 사람은 모쪼록 잠을 잘 자야 마음이 건강하다"입니다. 당사자가 이렇게 확고하게 믿고 있으면 그 역시 신념이겠습니다. 캐릭터들의 대화(말풍선) 안에 문장을 담았으므로 내용이 쏙쏙 잘 들어옵니다. 

3월 29일에 배우는 단어는 "역량"입니다. 이 단어는 6-1에 배우는데, 과연 이 교재 안에서는 제법 어려운 단어일 수 있겠습니다. 이 페이지에 나온 두 캐릭터는 기획사에 들어간 연습생인데, 둘 다 자신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으며 언젠가는 꼭 무대에 오르리라고 희망을 품습니다. 그 비슷한 말들로는 "그릇, 능력, 실력"이 나오는데 다들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말들이죠. 이 단어도 소속 범주는 "가치"인데, 이 교재가 나눈 범주는 이처럼 행동, 상태, 감정, 가치 등 네 개인 것 같습니다. 

10월 19일자에는 유사어 퀴즈가 나오는데 덤터기와 가장 유사한 단어를 고르라고 합니다. 답은 ①바가지인데, 이 퀴즈도 무한의계단 캐릭터가 말해 주는 형식이므로 아이들이 일단 호기심을 더 가지게 됩니다. 반대로 12월 14일자에는 헐값이라는 단어가 제시되는데 답은 ④싼값입니다. 이 말을 하는 캐릭터가 한숨을 쉬는 걸 보니 그닥 상황이 만족스럽진 않았나 봅니다. 지루하지 않게 학습자를 요리조리 잘 이끄는 형식이라서 아이들이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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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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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저자 박보영 대표는 소통의 전문가입니다. 요즘은 아무리 능력과 스펙이 뛰어나도 사람들과 소통이 서투르다면 사회적 성공이 힘든 세상입니다. 효과적인 소통은 발화자 본인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같은 집단에 소속한 타인들의 감정과 자존, 편의의 달성에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내가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생기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호의를 제공하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라 하겠습니다. 소통의 달인은 곧 인간관계의 달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8에 보면 인간관계의 유형을 저자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헤어져도 되는 관계, 혹 헤어져야 해도 헤어질 수 없는 관계. 사실 전자라고 해도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직장에서 누가 을이라고 생각되어도, 기본적인 에티켓도 잊고 마구 대한다면 그런 사람은 변변치 못한 자신의 지금 자리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뼛속에서부터 힘들게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후자입니다. 배우자가 나를 힘들게 하면 직장에서도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하루하루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당장 내 주변의 관계를 개선하면 하루하루가 날아갈 듯 즐거워집니다. 

p38에서 저자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에 대해 논합니다. 저자가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는 보통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면 이기적이고 착취적인 attitude만 떠올리기 쉽지만, 참된 자존감은 자기사랑에서 비롯합니다.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 느낌이 나는 사람이 매력적이기도 하며, 당사자에게는 자기 숨겨진 역량이 십분 발휘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직장에서 행동이 쭈뼛쭈볏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이 행동력 부진으로 이어지다가, 급기야 타인 탓으로 비화하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이 설명이 설득력 있는 게, 저 단계 하나하나에 책임감 결핍이라는 요소가 꿰뚫고 있기 때문이죠.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게 EQ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이것 관련 연구가 시사주간 TIME에 실린 후 한국에도 급격히 인지도와 영향을 넓혔는데, 살면서 우리들도 절실하게 느끼는 바입니다.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상황에 순간 대처하는 능력은 편도체를 이끄는 감정인데,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제아무리 고지능자라 해도 머리가 하얘져 바보나 별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저자의 소결론은, 상대의 감정 알람(alarm) 장치인 이 편도체를 평안하게 해 주는 존중, 배려, 공감을 축으로 소통하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이 책의 주제이자 제목인 "이기적 소통"이 대략 어디를 향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나르시시즘에 바탕한 이기적 매력과 활력을 유지하되, 상대에 대한 존중도 언제나 염두에 두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엄청 화가 났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p93)." 마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첫문장과도 좀 닮았습니다. 사람에게 제일 힘든 게 자기객관화이며, 나에게는 그처럼이나 당연하고 뻔하게 다가오는 게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도 됩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아닙니다. 타인은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며, 알아야 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p92에는 퀄리아(qualia)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어떤 대상을 인지한 순간 복합적으로 동시에 확 밀려오는 어떤 감점들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이게 막 벅차고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막힌 듯 마구 답답해지기도 하는 묘한 느낌인데,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릅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나의 능력이 어느 상황에서도 잘 발휘될 뿐 아니라, 장기 목표를 세워 꾸준한 동력으로 밀고나가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저자는 p109 같은 곳에서 이를 "자기 동기화"라고 명명하며, 감정 조절을 통해 내 안에 숨은 모든 에너지를 밖으로 끄집어 내 목적을 달성하게 하라고 권합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이제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는 데에도 능숙해지게 됩니다. p247을 보면 말끝 하나, 표정 하나, 눈빛 하나에도 내 감정을 효과적으 싣고 전달하여 결과적으로 상대의 감정 역시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잘 나옵니다. p124를 보면 남을 배려하는 게 사실은 (그러는 척하면서) 나를 배려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만물에 고정된 실체란 없고, 따지고 보면 나와 너 사이의 경계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와 내가 결국 하나라면, 내가 건강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때 동시에 알트루이스트로 거듭나 소통과 관계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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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 한자편 (스프링) 무한의 계단 학습 일력 (스프링)
아르누보 편집부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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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형 일력 포맷의 한자 학습서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게임 무한의계단 캐릭터들과 배경이 그대로 나옵니다. 일년 365일 한자(漢字)를 하루에 한 글자씩 배우도록 한 구성입니다. 요즘은 이처럼 일력의 형식으로, 학습자가 한 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공부하게 유도하는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를 들어 1월 9일 란을 보면 다할 진(盡)이 나옵니다. 어려서부터 이 글자를 봐 왔다면 마냥 어렵게는 느껴지지 않겠지만, 사실은 그릇명 부수에 총획수 14획의, 제법 복잡한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자는 급수로 4급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교과과정에서는 이른 단계에서 배우지만 난이도는 제법 높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자는 특히 일상이나 책 안에서 어떤 단어,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를 어린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데, 교재를 보면 진심(盡心), 진력(盡力) 등에 쓰인다고 그 용례를 가르쳐 줍니다. 매 페이지마다 무한의계단 캐릭터들이 나와 우스운 대화를 주고받는 4컷 정도의 만화가 나오는데 물론 주제가 된 한자가 포함된 단어가 대화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어린 학생들은 그 맥락에 대해 더 분명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2월 13일을 보면 쇠 철(鐵)이 나옵니다. 사실 이 글자도 손으로 한번 써 보라고 하면 어른들도 바로바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자는 나이 많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름 글자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앞의 다할 진보다는 더 쉬운 글자인지 급수는 5급입니다. 만화 마지막 칸에는 "첫말잇기" 코너가 있는데 철(鐵)로 시작하는 단어들입니다. 철도, 철근(鐵筋), 철강(鐵鋼) 등인데 이렇게 보니 참 쓰이는 데가 많은 글자입니다. 현대문명이라는 게 철 없이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으니 말입니다. 

3월 4일자에는 동녘 동(東)이 나옵니다. 만화에서는 의존명사 녘의 뜻에 대해서도 캐릭터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가르치는데 이 역시도 유익한 내용입니다. "동녁"은 특히 끝말잇기에 딱 좋은 단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들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동(東)자가 들어간 단어를 배우기보다, 연관된 다른 한자를 배우는데 서(西), 남(南), 북(北) 등입니다. 東은 쓰기도 읽기도 쉬워서인지 급수는 8급밖에 안 됩니다. 3월 9일에는 글자를 배우지 않고 사지선다 퀴즈가 나오는데, 네 선지 모두 독음은 "동문서답"이지만 답은 ①東問西答입니다. 그런데 이런 날짜에는 앞서 배운 글자들을 모두 모아 복습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3월 10일자에는 눈사람 배 위에 東西南北이라는 글자가 쓰였는데, 이걸 위에 트레이싱해서 따라쓰게 합니다.   

3월 24일자에는 이런 문제가 나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설명이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의 내용으로 맞을까요? 아마 뜻은 통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에 정확하게 해당하는 사자성어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인데, 사면초가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으나 여튼 답은 아닙니다. 같은 페이지에 거꾸로 답이 인쇄되었는데(바로 확인 안 되게 하려고), 역시 답은 X입니다. 4월 19일에는 刮目相對(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는데, 이 페이지에서도 캐릭터들끼리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가지만 진짜 유익한 내용은 따로 있습니다. 연관어로 "일취월장(日就月將)"이 제시된 부분입니다.  

6월 30일에는 역시 사지선다 퀴즈가 나오는데 답은 ③우이독경(牛耳讀經)입니다. 그 뜻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할 때"라고 가르칩니다. 하루 앞인 6월 29일에는 한자 경(經)의 뜻이 아닌 것을 고르게 하는데 답은 ③경치입니다. 경치는 한자로 景致라고 쓰는데, 이에는 經이 들어가지 않죠. 5월 11일 퀴즈를 보면 結□報□이라는 문제를 내고 빈 칸 안에 알맞은 한자를 쓰게 하는데 답은 ②草, 恩입니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한자를 공부할 수 있어 좋았으나 인덱스가 없고 필순이 안 나오는 건 약간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긴 이렇게 예쁜 책에 너무 많은 걸 더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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