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점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는 아마 잡화점이었겠습니다. 한 분야에 특화한 전문점(p88)이라면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높아야 사람들이 주목할 테고, 오지나 빈촌에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가게는 잡화점 유형이었겠습니다. 책 p12에도 나오지만 이 업종은 "구시대의 장사"가 맞습니다. 이문도 박하고 안면 위주라서 빤한 한계가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우치 유가 쓴 p208의 해설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계는 잡화화되고 있다." 대체 잡화화(雜貨化)의 개념이 뭔지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또 아라우치씨가 저 페이지에 쓴 대목에서 아주 압축적으로 요약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사정은 현해탄 건너 남의 나라 사정이지만은 않습니다. 나이 많은 세대에게는 곰표 중력 밀가루 같은 투박한 상품의 촌스러운 디자인이 (팍팍했던 살림에 대한 기억 말고는) 별 감흥이 없을 텐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레트로 열풍이 일어나 밀가루와는 별 관계도 없는 다른 상품들에까지 이 브랜드가 붙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상품에다가 독특한 의미를 붙여 모에[萌]화하는 것도 이 책에서 말하는 잡화화의 일종입니다. 이뿐 아니라 편의점의 이런저런 기획상품, 예전에는 그냥 형편이 어려워서 찾곤 하던 다이소 같은 곳이 최근 트렌드화해서 대기업 제품도 입고되는 게 다 이런 유행의 일환입니다. 사람은 본디 지루하고 단조로운 걸 무척 싫어하는 동물이며, 상대 소득은 줄고 희망은 점점 줄어드니 이런 식으로라도 삶에 활력을 주입하고 싶은 필사적인 발버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소니플라자의 예를 들며 잡화시대 한 지점의 영광을 환기하는데, 소니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명칭이 잡화점에 붙는 것도 일종의 아이러니입니다. 독자인 제 생각으로는 그런 이유로 "그 플라자"에서 소니의 이름이 결국은 떨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물론 직접적으로는 기업의 생존 전략 자체에 변화가 있었던 탓이지만 업종과 기업이 서로 궁합이 안 맞았던 결과로 못 볼 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잡화가 언제나 궁상맞음, 영세함, 초라함과 매칭되는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 독특하게 발달한 이런저런 럭셔리 편집샵도 (이 책의 관점에 따르면) 잡화점의 변종일지 모르겠습니다. 잡화점의 본류는 따로 있으므로 "진화"라고까지 할 건 아닙니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p34)." 무슨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도 아니면서, 잡화점 안에서는 책들도 일개 장식품 노릇으로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책이 비하되는 건 또 전혀 아니며, p214 역자 후기에서 이건우 역자가 말하듯 한국의 박상영 작가도 자신의 책이 그리 쓰여도 환영이라고 자신의 SNS에 표명한 것도 어찌보면 그런 맥락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화점 안에서는 뭔가가 살짝 비틀리면서 본연의 맥락이 변질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p62를 보십시오. 저자는 잡화점을 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던 음악을 "잃었다"고까지 말합니다. 한국에서 5060 시니어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주구장창 8090 음악을 BGM으로 틀어대는 가게들이 많은데, 한때 청춘들을 설레게 했을 그 음악들은 상술의 맥락 안에서 뭔가 그로테스크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은 살아 있는 한 키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p110)" 저자의 저 결론이 약간은 비약일 수 있지만, 앞 p31에서 저자는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가 에도 시대 이래 수백년 동안 변두리 감각으로 살며 선진 외국의 문화적 영향에 압도되길 즐겼다고 회고합니다. 그게 바로 키치의 본질이죠. p78을 보면 이미 본래의 미의식을 상실하여 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게 된 통에 "귀여워!" 같은 반응으로 퉁치게 된 혼란스러움, 이야말로 모에화, 잡화화의 핵심입니다. "잡화의 노래를 들어라!(p66)" 주파수는 이미 그렇게 맞춰졌습니다. 

p138에서 저자는 도예가 구도 도리 씨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본래 도예야말로 잡스러운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영역이지만, 어쩐지 구도 선생의 예술 세계는 점차 잡화화의 심오한 경지(?)가 그 수렴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저자가 특히 구도 씨에 공감하는 건, 어려서부터 예술하시는 부친 밑에서 영향을 받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잡(雜)이란, 우리말에서 뭔가 본연의 개성이 없고, 삼류와 싸구려 사이에서 배회하며, 그 접사를 붙이는 순간 욕설로 변해버리기도 하는 상서롭지 못한 어휘입니다. p16을 보면 일본도 이런 사정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평판 좋은 지사제 정로환까지 우리와 공유하는(그 명명과정은 대단히 불측하지만) 일본의 사정이라서 흥미롭고 정겹게 읽힌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발과 활용으로 보는 산지투자 - 고수들만의 임야투자 핵심 노하우, 개정판 천기누설 토지투자 7
이인수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은 70%가 산지인 나라입니다. 만약 산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좁은 국토가 무려 70%나 제 구실을 못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산림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며,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공급하고, 고지대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강수량을 조절하며 산사태를 막는 기능도 수행합니다. 산지는 이미 지금도 한반도 거주자들에게 고마운 일을 해 주죠. 하지만 기왕이면 산지 보유자들도 일반적인 혜택을 입고, 그로부터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가집니다. 이 책은 그저 죽은 땅으로만 여겨졌던 산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고찰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54를 보면 개발가능한 경사도는 25도가 한계라고 나옵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허용 가능한 최대 한도이며, 지자체별로 더 엄격한 경사제한이 가능하니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경사 분석, 표고 분석 등을 거치고 나면, 대상 토지 중 경사 25도 미만의 토지가 얼마나 나오는지가 산출되며,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테마에 따라 개발이 가능할지 견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원형 보존이 잘 안 되었을 때 복구설계가 승인되며 지목 변경도 가능합니다. p171에 그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는데, 이 지목 변경이라는 게 정말 당사자들의 속도 타게 하고 환호성도 지르게 하는 것입니다. p180에 산지전용 허가의 세부 기준 요약이 나오는데 특히 13번 준공검사나 사용 개시가 안 된 (아직) 계획상의 도로를 전용할 수 없다는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p203에 보면 구 준공검사라고 나오는데 요즘은 건축관계 법규에서 사용승인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죠. 다만 지금 주제가 산지, 산림복구다 보니 여기서는 여전히 준공검사라고 합니다. 산림복구 절차에 준공 단계가 (당연히) 있고 이를 승인하는 단계가 있죠. p213에 보면 허가기준, 세부기준이 표로 상세히 정리되었는데, 물론 법전이나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겠으나 책이 분명한 목적성을 갖고 저술되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가 글자 속에 파묻히지 않고 뭔가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p221에 보면 얼마 전에 지나갔던 펜션 투자 열풍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사실 그래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산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기에 이런저런 대화 자리에서 이 주제가 나왔을 겁니다(그래서 이런 책도 출간이 되는 거고요). p222를 보면 산지전용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이게 끝이 아니라 건축법상의 건축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이때 만약 건축허가가 아예 거부되거나 사후 취소된다면 앞의 전용허가 역시 취소된다는 점도 주의하라고 나옵니다. 요즘 재건축시에도 분담금 때문에 다들 골치가 아픈데, 전용허가시에도 대체산림조성비 부과라는 게 있어,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기 받은 허가도 취소된다고 하니 유위해야 하겠습니다(단 사후납부 예외도 있음). 

p260에도 나오지만 보전산지라고 하면 다들 포기하는 느낌인데, 이것도 개발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고 임업용 산지는 조림산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재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해당 농업지역에 거주하는 요건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재촌 농업인이 있고 비농업인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재촌의 반대개념이 귀농입니다. p261에 나오듯, 과연 현지인 명의로 일단 분양을 받고, 보전산지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이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저자는 어디까지나 "보전"이라는 지정목적을 철저히 분석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산지투자뿐 아니라 모든 투자에 대해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면, 아마도 "정책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라(p288)"이겠습니다. 특히 산지에 대해서는 10년마다 한 번씩 그 구분 타당성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며, 2008년에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책의 이 부분에는 그 말씀이 없으나 2018년에도 이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산지관리법 3조의 2에 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한다는 조항이 있고, 같은 법 3조의 3에 산지구분타당성은 기본계획에서만 조사한다고 나오므로(매년의 시행계획과는 다름), 앞으로도 10년마다 이 조사가 이뤄질 듯합니다(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농지 전용과 산지 전용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데, 이 책 제5부에 자세히 나옵니다. 농지 전용은 그동안 많은 이들이 관심 가진 분야이므로, 시간 없는 분들이라면 이 파트만 먼저 빠르게 읽어도 이해가 빠르게 될 것입니다. p317에 표가 하나 나오며,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기도 한데, 농지나 산지나 모두 소유상한은 없습니다. 또 최소분할면적 제한도 둘다 없음이 표를 통해 잘 정리됩니다. 표 최하단에도 나오듯 농지 개발시에는 비교적 활용도가 높다고 알지만, 산지는 그렇지 않은 줄로만 압니다. 그런데 이 책은 구태여 그런 선입견에 갇히지 말고, 산지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 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렌즈 오사카 : 교토.고베.나라.와카야마 - 최고의 오사카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4~2025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25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태 프렌즈 시리즈 여러 권을 리뷰했는데 오사카 편은 저 개인적으로 이 24년판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프렌즈 일본 다른 여러 지역 편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정꽃나래, 정꽃보라 두 분이 집필했습니다. 오사카만 커버하지 않고, 인근 교토, 고베, 나라, 와카야마까지 두루 다룹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자카야는 한자로 거주옥(居酒屋)이라 쓰며 요즘 한국에서도 중소도시 이른바 먹자골목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음식점입니다. 오사카 하면 또 이런 멋스러운 풍미를 제공하는 다양한 이자카야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곳입니다. p70을 보면 정통(?) 이자카야에서 쓰곤 하는 여러 용어가 정리되었는데, 사실 한국인들은 와인 매너도 그렇고 이런 격식도 (정작 현지인들은 그닥 신경 안 쓰는데) 참 존중해 가며 이용하는 편입니다. 여튼 현지의 분위기를 나 자신이 십분 즐기기 위해서라도 기본 규칙은 좀 몸에 익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일본 전통술을 청주(淸酒)라고, 특히 나이든 세대 중심으로 그리 부르기도 했습니다. p98를 보면 니혼쥬라고 해서 일본 술의 여러 종류가 설명됩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이처럼, 해당 국가나 도시의 풍물, 랜드마크의 충실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문화의 기본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 주는 점이 좋습니다. 설령 이미 알던 사항이라고 해도, 깔끔하게 정리된 그래픽과 도판으로 한번 더 익히는 보람이라는 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집니다. 

일본 하면 또 정성껏 만든 과자가 유명한데 p118을 보면 고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여러 명품들이 나옵니다. 무슨무슨 고프르, 휘낭시에, 아펠바움 등 그 이름들에서부터, 개항 초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선진 문화를 이들 일본인들이 받아들이려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집니다. 그런데 같은 두 분 정 작가님들이 쓴 책인데도 이 오사카 편은 타이틀이나 아티클을 담은 형식이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정말로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의 명물들이 내 눈 앞에 다가온 듯, 여행을 가기 전부터 현지의 향취가 풍긴다고나 할지. 

p166에서는 오사카 여러 명소, 즉 미나미, 덴노지, 기타,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오사카 성 등이 간략하게 소개됩니다. 물론 이 페이지에서는 오사카 랜드마크를 개관하는 게 목적이고, 나중에 이들 명소들에 대한 관광사항, 역사적 배경, 현지에서 주의할 점 등은 따로 상세하게 나옵니다. 오사카를 가 본 분들은 알겠지만 p174에 나오는 대로 외부 관광객들 입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곳이 바로 이 미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두 분 작가님들이 평범한 독자 눈높이를 잘 고려합니다. JR 난파[難波] 역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서, 미리 잘 익히고 가면 괜히 헤맬 이유가 없습니다. 

오사카에는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수상도시를 이루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p244에서 오사카를 아예 수상도시로 규정합니다. 수상도시에서는 크루즈를 타 줘야 또 제맛인데 이 페이지에는 일곱 개의 코스가 추천되며 이 중 ①③⑤에 대해서는 책 별개의 페이지들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렇게 책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척척 연결되며 필요할 때마다 해당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여 정보를 확인하게 돕는 것도 독자를 배려한 편집 정성입니다. 

미국 디즈니 사가 디즈니랜드를 세계 곳곳에 건설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자사 IP를 최대한 활용하듯, 유니버설 사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슷한 방식으로 호화 테마파크를 지어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그 중 재팬 스튜디오는 이곳 오사카에 지었는데 2001년에 개장했습니다.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도 유니버설의 자산인데 p282에 나오듯 비록 직접 촬영지는 아니지만 여기에 비슷하게 재현한 곳이 있습니다. 

p331을 보면 호넨인[法然院]이라고 해서 가마쿠라 시대 법연 스님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얽힌 사찰이 나오는데 역시 교토의 은각사(銀閣寺)를 둘러볼 때 빼놓으면 안 되는 곳이기는 합니다. 금각사나 니조조[二條城]에 대해서는 p340 이하에 잘 나옵니다. 일본에 대해 크게 부러운 점 중에 하나는, p350에 나오는 시모가모 신사를 담은 사진에서 보듯 저렇게나 아름다운 유적들이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며 후세에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와 달리 외부로부터의 전화를 덜 겪어서 그렇습니다. 

고베 파트에서는 p408의 누노비키 허브정원부터 해서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모를 뽐내는 여러 문화재와 명소가 소개됩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지도가 강점인데, 이 오사카 편은 물론 지도도 잘 갖춰서 실었지만 천연색 화보가 정말 아낌없이 지면을 꽉꽉 채우는 게 독자의 눈호강이라 하겠습니다. 역시 최고의 여행서인 프렌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 최적합 드론(무인멀티콥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자격 필기 - 무료 동영상 강의 제공, 한국드론조종사협회 추천도서 2025 최적합
박익범 외 지음 / 성안당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드론을 날리려 해도 조종자 자격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저 취미생활로 공터에서 소일거리 삼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또 드론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게, 책 표지에도 나오듯 드론 플라잉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중요 섹터 중 하나입니다. 중국만 해도 원체 인구가 많은 데다, 우리보다 일찍 드론이 대중화하여 그 자체로 이미 경제성장의 동력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정규교육 과정에 이를 편입하여 우수 인력을 양성해야 하지 않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좀 어렵게 공부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기상현상은 암기할 것도 많고 제법 복잡한 열, 부피, 습도 등 물리, 화학적 원리가 개입하는데, 지금 드론 자격증 시험에도 이런 기상사항이 출제 범위에 포함되어 교재를 펼쳐 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성안당 교재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인쇄가 깔끔하고 편집이 미려해서 일단 눈이 편안합니다. 또, 오타가 거의 없고 내용이 믿을 만합니다. 어떤 책은 그저 앞뒤없이 암기사항만 잔뜩 나열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설명이 좀 끼어주는 교재가 믿음직한데, 이 교재도 그런 장점이 그대로 유지되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안당 교재 특유의 어떤 스타일이라는 게 있거든요.    

p68을 보면 일기도 기호가 나오는데, 저런 기호 하나를 설명해도 뭔가 완결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어떤 책은, 이렇게만 써 놓으면 학습자가 대체 어떻게 알아먹으라는 건지 어리둥절해질 때도 있죠. 물론 연계된 동영상 강의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예외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교재는 교재 그것만으로 완결적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차 말하지만 성안당 시리즈는 내용이 충실해서 어떤 신뢰라는 게 생깁니다. 이 책뿐 아니라 제가 예전에 기사 준비할 때 여기서 나온 책들로 공부해 본 적이 있어서 하는 소리입니다. 또 p69를 보면 시계비행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런 곳도 visual flight rules라고 해서 원어가 정확하게 명기되기 때문에, 인터넷 등에서 추가 정보를 얻고 싶을 때 도움이 됩니다. 

20세기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발명한 이들이 라이트 형제입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는 물리학, 유체역학의 몇 가지 법칙으로 바로 도출되는 게 아니고,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 과학적 진리의 융합 형태로 정립되었습니다. 드론은 크기가 작은 무인비행기라고 봐야 하니, 저 비행기의 비행 원리 상당수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p103을 보면 날개골(에어포일)의 구조가 설명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1929년 미국 국립항공자문위원회에서 표준화, 정의한 바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나옵니다. 

이 파트를 잘 읽어 보면, 비행기가 과연 이런 이치로 날게 되는구나 하며 새삼 항공역학의 단편적 원리라도 맛보는 어떤 쾌감이 다가옵니다. p107을 읽어 보면, 공력중심(aerodynamic center)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받음각이 증가해도 피칭모멘트 값이 일정한 지점을 가리킨다는 게 책의 설명입니다(받음각에 대한 설명은 바로 앞에 나옵니다). 이렇게만 접하면 정말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 같아도, 실제 드론을 날려 보면 거꾸로, 받음각이라는 개념이 애초에 왜 고안되었는지, 피칭 모멘트, 나아가 물리학 일반에 나오는 모멘트라는 것의 뜻이 무엇인지도 다시 깊이있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전에 드론 같은 게 없을 때에도 항공역학을 어거지로 공부해야만 했던 이들이라면, 이제는 새로 상용화한 드론을 직접 조작해 보면서 이 학문의 진짜 경지를 탐닉할 수도 있겠습니다. 

진짜 비행기와는 달리 드론은 전자모터로 구동되는 기기입니다. p163을 보면 모터의 개념부터 설명하는데, 모터에는 BDC가 있고 BLDC가 있습니다. 교재에 그 각각의 장단점이 설명되며, BLDC는 테슬라 등 전기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모터라서 그 이름이 익숙합니다. 또 드론에는 마치 전기자동차처럼 2차전지가 쓰이는데 p168에 그 자세한 개념과 화학적 구조가 설명됩니다. 이 파트를 자세히 공부하면, 왜 2차전지 배터리가 화재 위험에 취약한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p174 이하에는 비행역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추력, 항력, 양력 등에 대해 설명이 나오는데 드론 교재 중에서는 가장 깔끔하고 시원한 설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챕터가 끝나면 나오는 적중예상문제들도 최신 경향에 잘 맞는 듯하여 도움이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 수업 -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정영훈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서양 고전 철학을 집대성한 인물입니다. 철학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는 자연과학, 수사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통달한 천재라는 느낌을 주는데, 당시에는 학문이 분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철학이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범주였으므로 그가 철학자라는 말은 곧 그가 모든 걸 안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날에야 인생의 해답을 구태여 철학자에게 묻는 사람은 없겠으나, 저렇게까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당대에 인생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낸 게 있다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런저런 관점들을 이천 수백 년 전에 이미 정초한 선각자적 인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한 철학자였습니다. p70을 보면 그의 평소 지론대로 중용의 의미가 자세히 설명되는데, 명예에 있어서는 유독 이 중용의 경지를 정의하는 용어, 개념이 없다고도 합니다. 야심이 부족해서 샤이한 사람을 두고는 그렇다고 일컫고, 야심이 넘치는 사람을 두고는 야심가라고 부르는데, 그 중용에 머무는 이는 부르는 말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야심의 영역에서 적정선을 지키는 사람은 진정 중용의 미덕자라 불릴 만합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공연한 욕심을 부리다 기존에 가진 것까지 모두 잃고 후회막급인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게 됩니까? 살면서 어느 선만 잘 지키고, 있는 복만 잘 방어해 내도 누군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는 없습니다. 

책에서는 중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 곧 성실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중용의 덕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즐거움(p120) 관련인데, 책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온갖 사람이 온갖 방식으로 과오를 범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쾌락을 추구할 때 이성을 잃기 쉽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누려 보겠냐고 브레이크 없이 치닫기 쉽습니다. 무절제한 사람은 쾌락을 당장 손에 쥐지 않으면 어쩔줄 몰라하고, 더 큰 문제는 그 쾌락을 손에 넣고 나서도 쉽게 휘발되는 만족감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무엇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점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에뤼식톤과도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의 모든 범죄, 불의가 바로 이 중용을 지키지 않아서라고까지 말합니다. p188을 보면 간통이라는 범죄(현재 한국법상으로는 범죄가 아니지만)는 무절제의 결과이며, 전쟁터에서 도주하는 범죄는 용기라는 덕목을 포기하고 완전한 비겁함으로 폭주한 결과입니다. 다만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미있게도 순수하게(?) 불의해서 저지르는 범죄(협의의 불의)와, 그저 절제하지 못해서 저지르는 경우를 구분하는데, 어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저지르는 간통은 무절제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먼 데서 원인을 찾자면 돈에 대한 욕심을 절제 못 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조선 숙종 대(代) 김춘택이 자근아기와 간통한 걸 두고는 아마 그의 권력욕이 과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p234에서는 철학적 지혜와 실천적 지혜를 구분합니다. 실천적 지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론적 근거 면에서는 아직 인식이 철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저할 틈 없이 행동에 옮겨야 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애써 따지지 말고 이런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자칫 실천적 지혜가 철학적 지혜보다 열등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자가 후자를 이끌고 가는 수가 더 많으니 아이러니일 수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p249에서는 큰 욕망을 가졌는데도 이를 애써 참는, 플라톤적 절제의 모범에 가까운 인물이 있는가 하면, 보잘것없는 작은 크기의 욕망 충동에도 불구하고 크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진정한 무절제는 후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랑(philia)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랑이라는 게 철인, 인격자, 이상적인 경우를 논하기 때문에 p304 같은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먼저냐, 아니면 자기애가 먼저냐의 논의가 다뤄집니다. 물론 현대인에게 물어보면 당연 후자라고들 하겠으나 조선 시대에만 해도 자기 이익을 먼저 따지는 사람은 소인배라 하여 정계에서도 쫓겨나고 양반 간의 교유에 끼워 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논의에서도 친구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 자신이야말로 제1의 친구라는 입장을 포함하므로 서양 고전 철학 역시 자기애를 마냥 폄하한 건 아님을 확인 가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적 행동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바로 행복(eudaimonia)라고 했습니다. 칸트가 정언명법을 강조하며 윤리적 행동에 별개의 이유가 없으며 무조건 그리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됩니다. p318을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면 친구를 자기 자신처럼 대하는데, 고전 라틴 격언처럼(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사람이긴 했습니다만) 친구는 바로 제2의 자신이기 때문이겠습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친구를 자신 곁에 두고, 건전한 가치관을 교류하며 행복감을 증진하니 친구야말로 행복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당신 곁에는 과연 얼마나 좋은 친구가 있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