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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쇼피파이 하루만에 끝장내기
이동준 지음 / 라온북 / 2024년 8월
평점 :
아마존이 그 효과적인 모델을 성공시킨 이래 온라인스토어는 소비자로서의 우리들이 일상에서 깊이 의존하는 뚜렷한 경제적 실체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를 이용하건 하나를 골라 무엇인가를 결제를 하고 택배 배송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부업 또는 본업으로 셀러 노릇도 하는데, 다만 플랫폼에서 너무 많은 수수료를 뗀다거나, 최저가로 팔라고 강요하는 등 갑질행태를 접한다며 적잖은 불만이 발생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건을 파는 일이야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만의 관심사였지만,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지 오래인 지금이라면, 아마 10여년 후에는 우리 모두가 어느 플랫폼에든 소속되어 뭔가를 파는 일을 필수 부업으로 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셀러들에게 상생의 여지를 더 많이 주고 좋은 대우를 제시하는 대안 플랫폼은 없을지 찾아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쇼피파이는 한국에선 그닥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서문 p13에 나오는 대로 NYSE에 상장된, 코스피 네이버 시총의 네 배나 되는 대기업입니다. 그렇게 셀러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서 플랫폼이 오래갈 수 있겠어? 이미 그 단계는 지난, 자기 기반을 벌써 탄탄하게 다져 놓은 업체라는 뜻입니다. p35에 나오듯, 플랫폼 측에 과다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한다는 건 사실상 힘든 게, 이건 이것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시행착오를 끝없이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기성 플랫폼에 입점해야 편하다는 논리인데 이것뿐이라면 왜 네이버나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 잘 알려진 곳 말고 쇼피파이라야 하는지 아직은 고개가 갸웃합니다.
네이버, 위메프 같은 데서 뭘 살 때 항상 불편했던 점은, 링크를 누르고 샵에 들어갔을 때 상품 세부 정보 페이지가 항상 지연되어 꿀꿀 늦게 로드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후회 않으려면 저 상세스펙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구매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딜레이가 되는 한 가지 원인을 꼽자면 p47에 나오는 대로 "홈페이지는 워드프레스로 만들고, 스토어는 카페24나 스마트스토어로 만드는" 이중 소스 의존 패턴도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별개 커스터마이징이 꼭 필요하다면 이 쇼피파이가 안 맞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 쇼피파이라는 하나의 솔루션에 몸담는 게 더 편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p48을 보면 쇼피파이의 장점으로 "고객 생성은 물론 고객의 피드백도 등록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말하는데, 사실 좀 미묘한 대목이기도 하므로 좀 조심해서 각자가 수용해야 하겠네요,
그럼 쇼피파이에 들어가고 대기업 입점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 p32를 보면 대기업 입점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쓰고, 비즈니스의 본진은 1)수수료가 싸며 2)리뷰 등 데이터와 고객을 내가 더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3)해외고객 상대로라면 상대적으로 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 쇼피파이에다가 구축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말합니다. 2) 관련해서, 사실 물건을 파는 건 나인데도 내가 신경쓰고 잘해준 고객이 나의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의 고객이라는 점은 뭔가 맥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들어온 고객에게 직거래를 유도한다든가 하면 계약 위반으로 바로 제재가 들어오죠. 약관에 동의를 했으니 이를 지켜야 마땅하지만 뭔가 내가 사장이 아닌 플랫폼의 점원이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도 몇 년 전부터 아마존에 입점해서 해외 유저들에게 물건을 파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달고나가 잘 팔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농기구인 호미를 게시하여 높은 매상을 올리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겠으나 1)아마존은 셀러 직접 발송이 아니라 일단 아마존 선입고를 원칙으로 하며(예외도 있습니다) 2)아마존은 무조건 고객 위주이므로 행여 사고가 생기기라도 하면 셀러에게 책임을 무겁게 묻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쇼피파이는 이런 점에서 중소셀러를 많이 배려하는 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가 또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쿠팡이나 알리, 네이버, 아마존, 이베이는 서로 경쟁관계이므로 (당연하게도) 협력하지 않지만, 쇼피는 저들과 직접 이해가 갈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저 회사들과 협력한다는 겁니다. 물론 알리의 계열사인 라자다는 쇼피와 포지션이 비슷하므로 이들끼리는 경쟁관계라고 합니다(p38). 쇼피는 이미 한국어 패치기 완성되었으므로 그냥 가입만 하면 적어도 영어 때문에 뭐가 뭔지 몰라서 헤맬 일은 없다고 합니다. p135를 보면 2024년 상반기 현재 아직 여기 본사가 한국에 진출은 안 했는데, 일본엔 벌써 들어왔다고 하네요.
제 주변을 돌아봐도 조선미녀(p134)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작년부터 다른 나라에서 대박이 나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마녀공장이다 뭐다 하는 이런 인디브랜드들이 다 아마존에 입점해서 떼돈을 벌었는데 기존의 아모레퍼시픽이다 엘지생건이다 하는 대기업들이 중국에만 신경쓰다 죽을 쑤는 결과와 너무도 대조됩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뭔지 모르는 회사가, 해외에다 마케팅한다고 무슨 별 수가 나겠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들 회사들은 멋진 반례를 보여 줍니다.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이 상장사가 아니어서, 이들 화장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인 실리콘투가 대신(?) 증시에서 급등하여 이 주식을 산 이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았습니다. 책 곳곳에서 저자가 해외고객 해외고객 하는 게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쇼피파이가 이들과 무슨 관계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첫째 해외 플랫폼이다 보니 해외 바이어 발굴에 (네이버 등 국내 스토어보다) 유리하고, 둘째로 사업에는 아무래도 위험이라는 게 따르니, 아마존같이 냉정하게 입점업체를 관리하는 곳보다 쇼피처럼 셀러친화적인 플랫폼이 낫지 않겠냐는 게 저자의 취지이겠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저자는 본인부터가 자생셀러로서 번창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 본 분이라서인지, 책 곳곳에서 "브랜드가 곧 당신이다.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키워야 성공한다"는 매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