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빛 컬러링 엽서북 : 음식 여행 - 다채로움의 마법에 걸리는 꿈빛 컬러링 엽서북 5
후나바시 잇타이 지음, 곽현아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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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hoto)이 발명되고 나서 그림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는 말도 잠시 돌았으나 인상파, 후기 인상파, 입체파 등의 대가들이 속속 출현하여 예술의 독자적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음식 사진도 이를 전문으로 찍는 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내놓는 작품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질감이나 구도부터가 다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금 이 책은 일본인 예술가 후나바시 잇타이(船橋一泰)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꾸민 엽서북인데, 그저 음식들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진도 잘못 찍으면 이게 대체 뭘 보고 나온 건지 헷갈리기도 하죠. 그러나 후나바시 씨의 그림들은 한번에 피사체가 인식이 되는 건 물론, 그 음식이 풍기는 따스한 느낌, 그에 얽힌 행복한 추억 등이 작품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는 게 독특합니다. 이래서 우리들이 그림, 회화(繪畵)라는 예술 형태를 끝까지 버릴 수가 없나 봅니다. 

이 책은 엽서북이긴 하나 관제엽서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엽서 둘이 붙어 있습니다. 절취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뜯으면 분리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왼쪽에 완성된 작품(풀컬러)이 있고, 오른쪽에는 흰색 빈 공간의 그림이 독자의 컬러링을 기다립니다. 내가 컬러링을 색연필로 완성하면 그건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엽서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 눈에는 이처럼 빈 흰 공간에 선만 그린 상태로 그대로 있는 편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놓아 두어도 되겠고 바로 우표만 붙여 엽서로 써도 될 것입니다. 요즘은 이동전화, 소셜미디어, 이메일이 워낙 널리 보급되어 누가 편지, 엽서 등을 쓸까 싶어도 사람의 낭만이라는 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그림에는 형상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의 느낌, 추억이 담겼다고 했는데, 저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앞부분에 저자의 설명이 실렸는데, 어떻게 하면 음식이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아마 인스타에 사진 찍어 올리는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일단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부터가 어떤 감성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이게 안된다면 아무리 억지로 어떤 기술을 부려도 결과물에 그 감정(있지도 않았던)이 배어날 수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일단 색의 종류가 많아야 질감이 살고, 일반적으로는 더 맛있어 보이는 느낌이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맛있어 보이게 한다"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부를 텐데, 우리 독자들이 궁금하던 바를 짧은 말로 잘 대답한 문장 같습니다. 이 설명 파트에는 오징어순대가 나오는데, 오징어순대를 한국 토종 음식으로 알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게 이카메시(いかめし)라고 있죠. 홋카이도와 강원도 동해안은 같은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습니다. 위도 자체는 훗카이도가 약간 높아도 해류의 이동이라든가 농사 중심의 생활 양식이 닮았기에 이렇게 비슷한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먹음직스러운 랍스터 요리가 보입니다. 곁에 흔한 버터구이 같은 것 말고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나 대형 굴부터 해서 밑에는 마카롱까지 참 독특한 컴포지션입니다. 이걸 사와치[皿鉢]라고 하는데 그냥 봐도 진수성찬에 군침이 꿀꺽 돕니다. 이게 일곱번째 작품이며, 열다섯번째 작품은 호우토우 우동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전국시대 야마나시의 다케다 신겐이 그의 보도(寶刀. 이걸 일본식으로 호-토-라고 읽습니다)로 면을 잘라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든 음식에는 그 원산지랄까 음식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한 지방 이름이 하나하나 다 표기되었습니다. 간략하게나마 일본 명물 음식에 대한 지식도 늘릴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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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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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의과대 교수 김현 박사님이 저술한, 마음다잡기의 체계적 방법론에 대한 책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구나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설령 의도를 이루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더이상 종전의 나로 남지 못한다면, 애써 무엇인가를 거머쥔 보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경쟁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박사님이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원용하여 독자에게 차분히 가르쳐 주는 내용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가 사회 생활에서 그릇이 크다는 말을 들으려면, 나만의 경계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상대의 요구나 감정 표출도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처신이 필요합니다. 이게 잘 되려면 정말로 감정이 탄력적으로 회복되어야 하고 타인의 심리, 동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객관적이고 대담한 해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남자건 여자건 이게 자유롭게 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이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자아 둘레에 바운더리를 치고 삽니다. 그 바운더리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었다면 타인과의 교류가 힘들어집니다. 너무 넓다면 (앞에서 말한, 아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자아에 상처가 나고 결국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p38에서 저자는 이 바운더리를 세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강철 장벽과 그물 벽, 이 둘은 서로 반대 유형이며 각각의 문제가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문이 달려 있는, 나를 지키되 타인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는 바운더리라야 바람직합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그물) 바운더리도, 나의 선택권만을 내세우는(강철) 바운더리도 아닌, 그 중간선에서 적정 타협점을 찾는 중용에의 지향이 중요합니다. 그물 바운더리는 자기에 대한 비하, 과소평가 끝에 자기분열(self-splitting)의 위험이 있습니다. p43에서 저자는 "명확한 바운더리를 갖고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라야 타인과의 관계도 만족스럽고 그 타인과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자아 성취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런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탄탄한 (나 자신의) 바운더리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p68 이하에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1단계 들여다보기, 2단계 규정하기, 3단계 소통하기, 4단계 보여주기, 5단계 감정처리하기, 6단계 재검토하기 등입니다. 자신을 먼저 갈무리하고 보호하고 챙기는 게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과도한 책임감이나 부채의식 때문에 너무 남한테 잘보이려고만 하는(이기적인 의도 아님) 유형이 있습니다. 이런 이들이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드는 건 일종의 people pleasure(p81) 때문인데, 타인을 위하는 저런 태도야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곤란한 법입니다. 이게 강박의 단계까지 가 버리면 이미 질병입니다. 물론 (반대로) 일체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모조리 강박으로 몰아가는 유형보다는 윤리적인 사람입니다. 

바운더리 설정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각자의 우선순위(priority)를 정확히 매기고 이를 실천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순위에 혼란이 생기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성과가 날 수 없습니다. p107에서 저자는 마치 서커스에서 저글링하는 곡예사처럼, 다양한 역할 행동들이 부여된 개인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어떤 과업을 먼저 행하고 나중에 행하는지가 그 사람의 성공/실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합니다. 전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을 아우르는 기본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p124)은 사람이 쉬는 동안에도 자기 나름대로 일을 하며, 이 책에서 박사님이 수시로 강조하는 포인트들 중 하나가 "적절한 휴식"인 이유가 또한 이것입니다. p135에는 비(非)렘수면, 렘수면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 나옵니다. 

건강하고도 강건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는 아무래도 마인드셋이겠습니다. p180 이하에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4단계가 나오는데 저는 이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의식, 분리, 정의, 해석이 그것입니다. 내 감정을 잘만 다루면 내 역량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고, 반대로 감정이 다치면 할 수 있었던 일도 못합니다. 바운더리를 잘 설정하여 내가 나를 온전히 통제한다고 느낄 때 생기는 저신감은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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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만에 끝내는 토익스피킹 실전 모의고사 20회
황인기.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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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시험이 크게 개편되고 스피킹 테스트가 신설된 후 많은 이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이 시험에 응시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영어가 술술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며, 회화 능력을 잴 수 있는 객관적 척도가 진즉에 마련되었어야 했다고 여겼죠. 이제 이 새 유형이 도입된 지도 근 이십 년이 가까워지는데 아직도 수험생 입장에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국룰이 무엇일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을 못합니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겠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간 스피킹 테스트 대비라면 너무 템플릿 위주로 가는 게 문제였습니다. 템플릿 몇 개를 딸딸 외우고 약간의 융통성, 순발력을 발휘해서 질문에 답하는 식이었는데, 사실 그런 방식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 책을 보니 한국 수험가도 드디어 구태에서 벗어나 말하기 실력의 구체적인 향상방법에 대해 고민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책 제목은 실전모의고사 20회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모의고사 해설의 형식 중에 체질적 실력 향상을 위해 좋은 팁들, 강조 포인트, 예를 들어 어디에 강세를 둘 것인지, 모음 장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자세히 풀어 줍니다. 이런 교육 방식이, 단순히 어학공인시험 스펙 쌓기 속성 요령을 떠나 학습자의 실력을 근본적으로 상향시켜 준다는 데서 바람직합니다.  

교재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스피킹 시험 대비를 위한 일반이론을 정리합니다. 이 부분만 정독해도 도움이 꽤 됩니다. 이어 이 교재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모의고사 15회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보통 모의고사라고 하면 단색 인쇄에 문제만 쭈르륵 늘어놓고 뒷부분에 해답과 해설을 제시하는 우중충한 포맷, 혹은 봉투모의고사 같은 걸 떠올리기 쉽죠.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올컬러 배색인데다, 기계적인 문제 풀이 (혹은 템플릿 암기) 중심이 아니고, 문제 유형을 제시한 후 그 유형을 모두 마스터하기 위한 설명 비중이 높습니다. 또 해설이 그냥 형식적인 해설이 아니고, 해설이 메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문풀용이 아니라 기본서, 실력 배양용으로 활용했습니다. 

본문 모의고사 15회에다 별책으로 모의고사 15회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합이 30회분이나 되는 건 아니고 뒤의 별책 모의고사는 본문의 문제와 그 내용이 동일합니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별책의 실전모고를 진짜 시험에서처럼 풀어 보고, 그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와 자신의 약점이 뭐였는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별책이라고는 했는데 자동으로 분책이 척 되진 않습니다. 면도날 같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잘라내어야 합니다. 

고득점 포인트가 자세한 게 참 좋은데 예를 들어 p61을 보면 시간과 장소 표현은 강세를 두어 천천히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문제가 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답을 요구하기에, 저렇게 해야만 고득점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 페이지 하단에 보면 8번에 대한 추가연습문제가 나오는데, 이 역시도 우리가 생각의 포인트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스피킹시험이라고 해도 사람 생각이 바뀌어야 실력이 늘지, 머리의 엔진은 꺼 놓고 혀만 열심히 놀린다고(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 원래 없던 생각이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겠습니까? 

p111를 보면 미래의 일정에 대해 미래 시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미 확정된 미래일 경우 그대로 현재 시제를 쓰기도 한다고 나옵니다. 이런 사항이 문법에서만 쓸모가 있는 게 아니라, 스피킹에서라고 해서 무슨 다른 원리가 적용될 리는 없는 것입니다. p125를 보면 고득점 포인트라고 해서 "열거된 세 개의 명사, 형용사들이, 하나하나 콤마가 찍혀 있다면 그 각자의 끝을 모두 올려서 발음하라고 나옵니다. 또 형용사와 부사 중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에 강세까지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도 합니다. p175에 보면 stability의 경우 -bil-에 강세가 오므로 앞 음절이 [스터] 비슷하게 발음된다고 하는데 이런 구체적이고 생생한 팁들이 많아서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재라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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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종말의 시대, AI가 HR의 솔루션이다 - DX를 뛰어넘는 AX의 시대가 도래했다
최학철 지음 / 라온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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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DX를 뛰어넘는 AX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서 DX라 함은 디지털 중심(digital transformation)의 약자이며, AX는 인공지능 중심이란 뜻이 있다고 이 책 p30에 나옵니다. 그런데 왜 T가 아니라 X인가. X라는 글자가 요즘 엔터테인먼트 계에서 아티스트들이 콜라보레이션한 결과물에다가도 쓰이곤 하는 걸 많이들 봅니다. 이때의 X는 cross의 약자라고 볼 수 있는데, 서로 달랐던 두 영역이 역동적으로 혼화, 융합하는 걸 뚜렷이 드러내기 위해 이렇게도 표기한다는 것입니다. 20여년 전 일었던 DX의 거센 물결에 간신히 적응하고 나니 이제 AX가 다가온 셈인데, 언제나 그랬듯 개인 입장에서는 트렌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의 체질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프롤로그 p7을 보면 대략 20년 전에 주목을 끌었던 ERP, 즉 전사적(全社的) 지원 관리 시스템에 대해 저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어떤 유행 하나가 불가피한 대세로 여겨지면, 일선의 회사들도 무슨 큰일이나 난 듯 너도나도 허겁지겁 도입하다가 공연히 불필요한 비용만 날리고 말았던 과거의 실패 사례를 든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이것이 과연 미래 사회의 중추를 이루게 될지 혹은 거품인지는 그 판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지난세기말 인터넷의 도입이 반신반의되던 와중에 결국은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듯, 이제는 AI가 그런 위치를 차지하게 되리라고 저자는 전망합니다. 

요즘은 우리 나라 기업들도 AI 면접 방식을 많이 채용합니다. 이에 대해 책 p47에서는 이 AI 면접관(?)이 인종이나 종교, 민족, 국적 등에 기인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또 공정하게 인재(지원자)를 판단하는 긍정적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AI에도 어떤 오염된 학습 전단계가 거쳐졌다면 이런 결함 사항은 아마 사람이 수동으로 개입하여 교정해야만 할 듯합니다. 공정성과 포용성 이슈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대중들이 특히 사법부의 재판 시스템에 대해, AI 판사 도입이 시급하다다며 그 나름의 의견을 표시해 왔던 바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 기술 진보가 어떤 양상으로 이뤄질지 궁금합니다. 

p75를 보면 이 책을 골라든 독자들이 아마도 가장 관심있어하고 궁금해할 이슈가 이 대목부터 차근차근 설명되기 시작합니다. AI는 인재 선별의 단계에서부터, "초"우수 전략을 이용한 초특급인재를 뽑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금껏 HR 분야에 종사하며 특히 한국 기업의 인사관리 실태가 어떠한지, 어떤 강점과 취약점이 있는지 권위 있는 진단을 내릴 만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분 말이 직원의 이직, 유출에 있어 HR 담당 쪽에서 판단할 때에는 사적인 술자리에서의 직감(p78), 노련한 직감(p79) 등에 많이 의존해 온 바 있습니다. 그뿐이면 좋은데. 줄서기(줄세우기)나 내 사람 만들기 등으로 구태 가득한, 비합리적이고 정실에 치우친 인사가 그간 기업에 만연했었죠. 이제 AI가 본격 HR에 채용되면, 적어도 사내 정치에만 서툴렀을 뿐 역량은 뛰어난 인재들이 아첨꾼들, 덩치 큰 무식한 행동대장 따위에 밀려나는 일은 많이 줄어들 듯합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그 이름을 모르기가 좀 힘든 곳이, 글로벌 기술기업 SAP입니다. 대략 8년 전부터 한국에도 고객사를 급격히 늘린 곳인데, 이곳이 새로 출시한 솔루션이 바로 SuccessFactors Conversation입니다. 놀랍게도 이 시스템은 동종업계의 임금격차라든가 사내의 부당처우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여, 조직 안에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p155)" 담당자에게 경고함으로써 인사관리의 무결성과 공정성을 담보, 실현합니다. 변화라는 건 어느날 갑자기 해일처럼 밀어닥치는 게 아니라 이처럼 살금살금 전체 판세를 물들이는 것입니다. 

AI는 그저 직원들의 일거리만 덜어주어 간접적으로 복지를 증진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직원의 편의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데 이는 공연한 잉여잡무나 시행착오를 줄이며, 동시에 직원들의 건강을 면밀히 체크함으로써 갑작스러운 건강의 collapse를 방지하는데, 이제 AI를 잘 도입한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회사에 계속 소속되고 싶어질 듯합니다. AI는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공포스러운 괴물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임을 가장 먼저 깨달은 직원이, 급변하는 미래에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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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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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동물들은 그 생명의 아득한 기원이 바다입니다. 현대 과학이 이처럼이나 발달했는데도 아직 바다에 사는 그 많은 생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는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는지 인류는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과연 어떠어떠한 종(種)들이 바다에 사는지 그 목록조차 정확히 갖지 못한 채입니다. "나는 해변에서 예쁜 조개를 줍는 어린이에 불과하며 미지의 세계는 저 거대한 바다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400년 전 뉴턴의 말인데 저 상황이 아직 근본적으로 변한 건 아닙니다. 우린는 여전히 많은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젊은 연구인인 저자 빌 프랑수아 박사는 그 전공이 생물물리학인데, 이 해양생물들이 물리적 환경의 가혹한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극복하여, 경탄이 절로 나오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우아하게 대(代)를 이어가는 모습에 매혹되었습니다. 빌 프랑수아 박사도 프랑스 최고 명문인 고등사범 출신인 천재인데, 그는 오히려 이 해양생물들이야말로 예술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연이 정해 둔 온갖 장애를 뚫고 끈질기게 생존을 지속하는 "천재"라며 최상의 찬사를 바칩니다.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배운 교과서를 보면 특히 생명과학 파트에 많은 일러스트와 도판이 실립니다. 교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런 시각 자료가 필요해서인 이유도 있지만, 그런 그림과 사진을 보기만 해도 그 기기묘묘한 생김새에 빠져들어가듯 몰입하게 됩니다. 그저 이상하고 기발해서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년 세월을 치열하게 살아남은 비결이 그 모양 안에 응축되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럽게 겸허한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죠. 히트 상품도, 빼어난 성능을 가진 것은 그 유니크한 디자인부터가 자신의 성능을 입증하는 중입니다. 이 책은, 전문저널 에디터이자 이 분야에 특화된 일러스트레이터인 발랑틴 플래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우리들은 오랫동안 교과서나 과학 도서에서, 무호흡 잠수 분야의 챔피언으로서 향유고래가 꼽힌다는 걸 상식으로 알아 왔죠. 그런데 이 책 p63을 보면 민부리고래가, 수심 2992m까지 내려가서 137분 가까이 잠수한 기록으로 이 분야 최고자리를 꿰어찼다고 나옵니다. 2992m면 백두산이 거꾸로 박힌 것보다도 더 깊습니다. 137분은커녕 13초만 숨을 못 쉬어도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갑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이 민부리고래(우리와 같은 포유류이기도 하죠)의 귀여운 컬러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정말 귀엽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과학 지식에 정통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은, 많은 경우 그 핵심을 사진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또 이 부분 프랑수아 박사의 문장도 일류 수필마냥 화려하고 흥이 넘칩니다. 

프랑스는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동아시아의 무술(유도 등)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수련하던 유행이 있었는데(무술뿐 아니라 회화, 자기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수용했었습니다), 저자는 p116에서 지느러미발도요의 생태를 설명하며, 이 새가 어떻게, 작은 먹잇감이 들어 있는 물방울을 분당 100개 넘게 삼킬 수 있는지를 아주 쉽게 독자에게 가르칩니다. 이 새가 물방울을 다루는 솜씨를 보고 마치 합기도의 고수가 선뵈는 현란한 기술에다 비유하는 문장도 인상적입니다. 합기도는 20세기 중반이 지나서야 성립한 무술인데 저자 취미가 참 독특하시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여기서 이 새가 물방울을 (아주 빠르고 빈번하게) 삼키는 게 왜 예술이냐면, 물방울에는 기본적으로 표면장력이라는 게 작용하기 때문에, 빨대 구조가 아닌 부리로써는 이걸 빨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목에서 저자의 "물리학" 소양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해저에는 열수(熱水)분출공(噴出孔)이라는 게 있습니다. 물 아래 지각의 구멍으로 열기가 새어나오면 그 압력에 의해 인근의 데워진 물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인데, 여기에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모여 각각의 색깔과 움직임을 뽐내며 수중 쇼를 벌이는 걸, 1977년 과학자들이 갈라파고스 심해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햇볕이 수심 2500m 가까운 곳에 들 리가 없는데 어떻게 생물들이 이렇게나 군집할 수 있을까요? 지각에서 메탄 등 독성물질(p149)가 삐져나오고, 이걸 양분으로 삼는 세균이 번식하며, 그 세균을 먹이사슬의 가장 바닥층으로 삼아 생물 피라미드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모든 심해생물이 이런 식으로만 사는 건 아닙니다. 과학자들의 관심사는, 빛(지상의 식물은 광합성이 모든 생명 작용의 기초를 이루죠)이 없는데 어떻게 생명체가 그 첫발이라도 뗄 수가 있냐는 의문을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어디에선가는 생물이 자체 발광(發光)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해야 하는데, p181 이하에 녹틸루카 신틸란스(noctiluca scintilans)의 예가 나옵니다. noctiluca가 "밤에 빛나는 것"이란 뜻이며, scintilans는 불꽃처럼 반짝인다는 뜻의 라틴어 현재분사입니다. (영어나 불어가 아닌) 라틴어식으로 읽으면 스킨틸라스가 되겠죠. 자체 발광을 위해서는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물의 흐름도 생물이 일일이 이용한다고 나옵니다. 

눈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바다이구아나는 두 눈을 분명 감았는데도 빛을 감지하고 냉큼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건 이마에 세번째 눈이 (우리가 잘 볼 수 없지만) 달려 있어서라고 합니다. 어떤 생물이라도 빛을 잘 감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인간이 자연광 대부분을 (아마도) 가장 정확히 인식하게끔 진화한 눈을 달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니죠.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취사선택이 있었고, 다른 동물들에게 저렇게 두정안(頭頂眼) 같은 독특한 기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과학자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저자의 전공은 생물물리학입니다. 이 분야가 저자를 특히 매혹한 건, 생물이라는 게 물리 법칙에 정면으로 저항하면서 살아온 매우 독특한 존재라서입니다. 생물물리학이란 어떤 의미에서 형용모순(contradictio in adjecto)인 것입니다. 대체 빛이 없는데 어떻게 동물이건 식물이건 기초적인 활동이나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입의 구조가 먹이를 먹을 수 없게끔 방해하는데도 무슨 수로 그 난관을 뚫고 나가겠습니까. 열악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해양생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 경이(驚異)의 바다입니다. 

최고의 번역가 이충호 선생, 최고의 과학서적 출판사인 해나무의 정성어린 번역서라서 더 편하게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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