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썼어 너도 써 봐
장용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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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회에서 나온 장용 시인의 시집입니다. 시인 장용은 1964년생, 희극인 출신이며, 1998~99년 문화방송 코미디언실 실장도 지낸 분이라고 책날개에 적혔습니다. 일단 시집의 제목에서부터 참 겸손한 분이시라는 인상을 독자는 받게 됩니다. 시심이 동해야 시가 창작되는 것이며, 그 시심이라는 게 깨끗하고 정직한 영혼에서만 발동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장용 시인의 작품들을 읽어 보니 짧고 담백한 어구들 속에 진실되고 깊은 통찰을 담았으며, 사물을 이처럼 깨끗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자체가 아무나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품들은 아마도 장용 시인의 손글씨로 직접 쓰였을 폰트로 한 번, 활자로 한 번 해서 같은 페이지에 두 번씩 게시되며, 특이하게도 페친들의 한 마디 코멘트가 하단에 같이 실렸습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런 댓글들도 촌철살인이라서 읽기에 재미있습니다. 

장용시인은 동음이의어를 통해 삷의 패러독스, 페이소스를 표현하는 기법을 자주 쓰시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p56의 <해녀> 같은 게 그렇습니다. 시는 매우 짧습니다. "마음이 전복돼도 엄마는 전복을 딴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속이 뒤집어지시는 적이 많았겠습니까. 그래도 가정을 지키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러스트를 보면 거꾸로된 자세로 물질을 하십니다. 김종성이라는 분은 댓글을 달길, "전 복이 많아요."라고 합니다. 페친들도 내공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청명한 가르침을 담은 작품을 읽고 마음이 맑아지는 우리 독자들도 복이 많습니다. 그럼요. 

p144에는 <책>이라는 작품이 나옵니다. "책 잡아야 책잡히지 않는다." 이 한 구절인데, 이 시집에 나온 작품들이 대개가 이런 식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해를 못했는데, "아, 혹시 남을 먼저 비판해야(속된 표현으로, 선빵을 날려야) 내가 비판받지 않는다는 뜻인가?"라고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시인의 맑은 마음에서 고작 그따위 수준의 한심한 말이 나올 리 없습니다. 책(冊)을 평소에 자주 접해야, 남한테 책(責)을 잡힐 만한 실수가 줄어든다는 뜻이죠. 옆에는 참하게 생긴 어떤 젊은 여인이 책을 읽는 일러스트가 실렸습니다. 저도 제 옆에 이런 여성분이 혹 있다면, 그 책 읽으시는 동안 잔심부름도 해 주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만약 그게 필요하다면요), 혹시 근처에 모기나 날파리, 바퀴벌레가 돌아다닌다면 책 읽으시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대신 잡아 드리고 싶네요. "야! 저리 가!" 

p65에는 연작시 <젠장>이 나오는데 아홉번째 작품의 소제목은 "소"입니다. 전문을 인용하면, "이승을 놓으면/편히 쉬겠지/구두가 되었네/젠장!"입니다. 소의 입장에서, 아마도 도축되기 전 복잡다단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아마도 내내 고단했을 일생이 차라리 종착점에 달하면 편안해지겠거니 지레 위안했겠지요. 그런데 깨고 보니 신발의 원료로 쓰인 자신을 발견했다? 죽어도 고생이 끝날 날이 없으니 기가 찼겠으나 그래도 젠장!이라는 탄식 한 마디로 더 이상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는 태도가 의젓합니다. 정인규님은 "지갑이 되어 하루에도 허리가 몇 번이나 접혔다 펴졌다 합니다"라고까지 하네요. 그래도 지갑보다는 구두 신세가 나으려나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p142 <영면(永眠)>은 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종점일까/환승일까/그냥자자" 아마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이, 이대로 모든 게 끝나는 종말일지, 아니면 내세 같은 게 또 있을지 우리는 내내 궁금합니다. 그런데 만약 전자라면 그 완전한 사멸이 두려우나, 발버둥치며 뭘 해 볼 여지도 없습니다. 그러니 가뜩이나 피곤한 몸 그대로 잠이나 자자는 게 하나의 체념적 선택일 수도 있겠죠(그 역시도 얼마 안 남은 시간의 마지막 가능성). 하지만 정말로 버스 안이기라도 하다면 정신 바짝차리고 생의 치열한 전투에 참여해야 합니다. 잠은 나중에 실컷 자든지 하고 말입니다. 

장용 시인의 작품들은 시이기도 하고 잠언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오묘한 진리와 보람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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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풍경 컬러링북 - 수채화로 그리는, 2024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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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문양여행 시리즈를 꾸준히 저술하시고 애독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오신 이향우 선생님의 새 책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그윽한 향취의 문화재가 아무리 주변에 가까이 있어도, 이를 정확히 감상하고 마음으로 오롯이 수용하거나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고상하고, 품격 있는 대상을 자연스럽게 좋아하며, 그로부터 위안을 얻고 또 닮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궁궐은 옛 사람들이 지닌 최고의 미의식을 건축물 하나에 담고 빚은 유형물이며, 다만 우리들의 눈과 마음이 현대 대중 문화의 말초적 자극에만 길들여져 그 우수함을 제대로 못 알아볼 뿐입니다. 이향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그 깨끗한 구도로 찍힌 사진들과 일러스트를 따라가며 절로 안목이 트이는 듯하며, 세상 근심을 잊고 피안의 무릉에 혼자서 쉬는 듯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번에는 컬러링북입니다. 저도 작년쯤부터 컬러링북 여러 권을 읽고 부족한 솜씨로나마 리뷰를 블로그에 올려 왔는데, 이향우 선생님께서 컬러링북을 내신 걸 보고 "아니?"하는 놀라움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전공이 원래 미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신간은 오히려 진즉에 나왔어야 했을 책인 셈입니다. 표지를 보면 어떤 귀여운 캐릭터가 팔레트를 왼손에 들고 열심히 붓질 중인데 아마 이향우 선생님 본인이 모델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7부 바지 아래 양말을 한껏 발목 높이 끌어올린 모습을 보면, 화가의 작업 하는 모범적인 자세가 원래는 이래야 하는가보다 싶습니다(선생님의 실제 모습에 가까울 성싶은 그림은 p5에 있습니다). 

여태 선생님의 책들을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옛 궁궐에 대한 지식이 많이 (자연스럽게) 늘어 있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혹시 잊을 수 있는 이들을 위해 "궁궐 잡학 지식"을 정성스럽게 책 서두에 써 놓으셨습니다. 잡학이라기보다, 잘 익혀 두면 요긴히 쓸 수 있는 좋은 교양들이며 무엇보다 나 자신의 건강한 정신 소양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금천교, 석수, 단청 등 우리 눈에 익숙하면서도 막상 아는 바는 별로 없는, 전통 문화의 중요 요소들이며 예술 감상으로 깊이 진입할 수 있게 돕는 주요 단서들입니다. p9에는 전형적인 조선 왕비의 성장(盛裝)한 자태가 나오며 나라를 어머니처럼 돌보았던 중근세 중전의 역할이라는 게 마치 저자의 독자에 대한 살뜰한 배려와도 그 마음씀이 닮았겠습니다. 

p16에는 경복궁 집옥재(集玉齋)에 대한 밑그림이 나옵니다. 일반적인 컬러링에서처럼 완전한 백지에 선만 배치된 형식은 아니며, 배색은 옅게나마 이미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 생각에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트레이싱지를 이 책 해당 페이지에다가 대어 한번 모사한 후, 도화지에 대어 윤곽을 다시 옮기고 나서 나만의 그림을 완성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듯합니다(독자인 제 생각이며, 출판사나 저자의 방침은 다를 수 있습니다. p38에 책의 공식적인 활용 방법이 나옵니다). 어차피 과제가 수채화이기 때문에 책에다가 직접 그린다든가 하는 시도는 불가능합니다. 구태여 책에다 작업하려면 크레용 등의 대안을 써야겠으나 그러면 수채화의 맛이 잘 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p28을 보면 경희궁 숭정문(崇政門)을 주제로 삼은 그림이 나옵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역사적으로 정조 임금의 즉위식이 열리기도 했다네요. 명신 다산의 보필을 받으며 애민 정신으로 나라를 다스린 호학 군주의 자질과 마음가짐을 현대의 정치인들이 천만분의 일이라도 본받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p14에는 경복궁 자경전이 주제인데, 이 문양은 그나마 그 반듯반듯한 기하학적 형태를 일반 독자들이 따라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100년도 넘은 수령(樹齡)의 마로니에가 덕수궁 서문에 있는데 p32에 그 예쁜 자태가 그려져 있습니다. 모든 그림 과제에는 왼쪽 하단에 "색칠 포인트"가 명시되었고 선생님의 지시시항에 특히 유념하여 우리 독자들은 채색해야 하겠습니다. 오른쪽 페이지에, 이상적으로 완성된 그림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일종의 답안이 게시되었습니다. 

이향우 선생님의 정확하고도 담백하고, 청아한 느낌의 작품들이 p41 이하에 연속으로 나옵니다. 그림이란, 대상을 보고 예술가가 느끼고 해석한 바를 가장 개성적으로 표출하여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이 책 속의 고요하고 신성한 그림들을 보노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궁궐을 산책이라도 하는, 아늑하고 평안한 느낌이 깃듭니다. 그냥 눈으로 보기보다, 도화지와 물감을 마련하여 나도 따라해 봐야 독서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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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대화법 - 칭찬보다 더 효과적인 말투의 심리학
하야시 겐타로 지음, 민혜진 옮김 / 포텐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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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칭찬할 아무 근거도 없는데 무턱대고 칭찬만 할 수도 없는 일이며, 칭찬이 언제나 원래 의도대로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억지로 하기보다, 감정은 감정대로 아끼면서 관계의 효과는 그것대로 높이는 좋은 대화법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이 책에서 좋은 가르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5를 보면 참 뼈를 때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대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인드." 사람이 감정의 균형을 이루고 인성이 무난하며 딱히 상처 없이 잘 살아온 사람은 남과 대화할 때 기술 없이도 잘 풀어나갑니다. 이야말로 무기교의 기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상대방한테서도 좋은 점만 잡아내니 대화가 잘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마음에 악함과 욕심, 성욕(본인의 외모가 늙고 추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닌 양 코미디같은 환각에 빠져 삽니다)만 가득한 인간은 입만 벌렸다 하면 거짓말입니다. 이런 사람한테도 가끔은 현타가 찾아오게 마련이니 장기간 침묵의 우울증에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타가 잦아들면 또 익숙한 허풍과 과장, 망상의 폭발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 생각 자기 하찮은 느낌 따위가 절대선이나 정의인 듯 확신을 가지며 다른 가능성을 상상도 못합니다. p72에서는 자기 생각이 절대로 옲다는 생각을 먼저 버리라는 저자의 충고가 나옵니다. 

제가 책들을 읽어 보면 여러 저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던데 이 책 저자 하야시 겐타로 씨도 그런 말씀을 하네요. 내 눈에 보이는 게 사실 그대로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p105). 누가 제스처나 말투에 화난 기색이 보였다고 가정하죠. 나는 그 짧은 순간 그가 화났다고 바로 단정하고 나의 대응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런데 내가 인지한 건 그가 표정이 심각했다거나 말이 다소 빠르고 음색이 날카로워졌다는 것뿐이며 팩트는 이것뿐이지 나머지는 나의 해석입니다. 그럼 나의 반응, 대응도 달라지거나 제2의 안을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확실치도 않은 걸 쉽사리 단정짓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우리가 꼭 동의해야 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나는 나대로 내 생각을 유지해야 내가 속한 조직과 공동체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나 말고 남의 생각, 의견이 뭔지는 일단 받아들여야 합니다(p137). 받아들인다는 게 내가 그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러이러하다는 게 당신의 견해이신 거죠?"라고, 그의 생각을 복창(책 표현 그대로입니다)하며 일단 왜곡없이 모양을 잡으라는 겁니다. 그래야만, 이 의견에 대해 설령 반대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반대, 비판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그 의견이 기각되더라도 상대 입장에서 자기 말이 정확히 이해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대로, "어, 들어줄 듯하더니 결국 비판하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미성숙한 사람은 사실 뭘 해줘도 답이 없습니다. 

냉장고 화법(p156)이란 게 있습니다. 책 설명을 그대로 제가 옮겨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동의할 술 없는 제안을 받았다 해도 "좋은데요?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어도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라고 하는 말투입니다. 이게 냉장고에 넣어 두는 방법인데, 아마 좀 예외적인 경우에 이렇게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저기, 아직도 그 방법 유효합니까?" 참, 보기만 해도 예의가 바르다, 이렇게만 소통이 이뤄지고 다들 예의를 지킨다면 세상에 무슨 말썽이 날 일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예의를 지켜 줘도 무슨 약점이나 잡은 듯 더 폭주하고 날로 먹으려 드는 한심한 인간도 있습니다. 예의를 지킬 필요가 전혀 없는 인간 이하의 유형도 있는 법입니다. 

앞에서도 나온, 메타인지 기법(p202)이라는 건 첫째 나를 객관화하여 나를 더 사회성 높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또 타인과의 관계를 더 원만하게도 만들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반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루는 최악 최하의 유형은, 강자에게 비굴하고 꼭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은 이들에게는 깐죽거리거나 아예 갑질을 하려 드는 행태입니다. 길에서 운전할 때도 공연히 난폭하게 차를 몰거나 욕설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딱 회사에서 저렇게 처신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p228 이하에는 열린 질문, 닫힌 질문의 예가 나오는데 우리가 실전에서 꼭 명심해야 할 좋은 가르침들이 많아서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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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절세를 한번에 잡는 채권투자 바이블 - 금리 역습의 시대, 채권으로 부자되는 법
마경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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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만기가 되면 원금도 받을 수 있어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힙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보다는 못해도 거래만 잘 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저자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대투(현 하나증권), 프랭클린 템플턴 등에서 경력을 쌓은 분이라고 나오네요. 그의 커리어는 대부분이 채권과 펀드 운용 쪽이었으며, 독자들은 주식과는 상당히 다른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채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교과서에서도 배웠던 철칙입니다. p73에는 금리 인하를 대비하여 세울 만한 채권 투자 전략의 정석이 나옵니다. 며칠 전 한국은행에서 (시장에서 아무도 예상 못했는데)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는데, 세계적으로 코로나 때 풀렸던 많은 유동성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올렸던 금리를 서서히 내리는 추세이므로, 딱 지금이 이런 전략을 참고하여 채권 투자를 할 만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p75에도 다시 나오지만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오르는 건 부동의 이치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이다." 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미국에서는 발생한지 이미 2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물리학의 여러 법칙처럼 절대 불변인 건 아니어서, 1990년대에도 한 번 있었지만 그리 길지 않았기에 경기침체도 짧게 지나갔다고 책에 나옵니다. 요즘 같은 추세(긴축+느린 금리 인하)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헤징할 필요가 있으며, 저자는 국채 투자가 이럴 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라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책의 상당 내용은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을 전제로 하고 서술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교과서에서 쿠폰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헷갈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의 쿠폰은 미국 채권에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하긴 그때는 MMF, 모기지, 주담대가 뭔지도 모를 때입니다. 이 책 p80을 보면 표면이자(=즉 쿠폰이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나오는데, 그래서 이런 채권을 이표채(裏表債)라고도 부릅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도 채권 투자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이런 말들이 교과서용어가 아니라 일상에서 대화 소재로 자주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p85를 보면 채권은 긴 호흡으로 투자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식, 그 중에서도 단기매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매우 낯선 원칙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채권ETF에 관심가진 이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딱히 채권ETF뿐 아니라 ETF 일반에 대해 관심이 커졌는데, 홍보가 잘되어서이기도 하고 증권시장의 구조를 잘 모르거나 시간이 부족한 이들의 주목을 끄는 듯합니다. 책에서는 단기에 치고빠지려는 투자자들이라든가, 소액으로도 부담 없이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이 채권ETF를 권장할 만하다고 가르쳐 줍니다. 반면 채권펀드는 운용역이 알아서 하므로 개별 투자자가 매도 타이밍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으며, 외국 채권인 경우 환율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음도 강점이라고 합니다. 이건 투자자 각각의 사정에 따라 판단하여 결정할 사항이겠습니다. 

아비트리지 거래(p157)란, 추가 위험 없이 여기서 사서 저기서 팔아 수익을 얻는 걸 말합니다. 과거 비트코인이 유독 한국에서만 비싼 값에 거래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아비트리지 거래였죠. 현재(책 기준 2024. 10인데 지금[2024.12]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단기금리가 1.5% 높은데, 환헤징을 하고 한국 국채에 외국인이 투자한다면 거저 1.5%를 일단 얻게 된다는 겁니다(시세차익이나 이자 수익은 별개로 하고라도). 게다가 한국정부의 신뢰도 높으므로 채권의 안정성 면에서도 합격이니 말입니다. 

현재 금리가 많이 높으니 언젠가는 노멀로 복귀하리라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미국장기국채에 투자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p173). 그러나 저자는 한국장기국채도 매우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하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금리가 현재 얼마나 높냐가 유일한 기준이 아니며, 금리 인하시 어디까지 내릴지 그 종착점도 잘 생각해야 하며, 미국이 4%를 3%으로 내리는 것과, 한국이 3%를 1%로 내리는 게 같겠냐는 겁니다. 은근히 한은이 결국 1%까지 간다는 걸 예측하시는 셈인데(물론 이렇게 되면 한국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죠), 독자인 저의 개인적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여튼 한국국채 투자를 고려하던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채권이라는 투자상품에 대해 여러 각도의 설명을 쉽게 해 주는 책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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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타라 테오하리스 지음, 최경남 옮김, 서유리 감수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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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인크래프트하고 요리...의 접점이 사실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는데요. 이 책 p9를 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친구들과 음식들로 가득합니다(The world is full of friends and food)." 농사 발전과 관련하여 특히 의미 있는 문장인데, 책에도 나오지만 이 구절은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에만 등장합니다. 세상을 사는 가장 큰 낙이, 먹는 일, 그리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교유하며 근심을 잊는 일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할 듯합니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는 데에 주안을 두었다고도 합니다. 게임이나 요리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진정한 영감(inspiration)은 그 영역들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시도해 보기에는 아무래도 난이도가 낮은 메뉴부터가 좋을 듯합니다. p39에는 버섯 들판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고기가 아니라 커다란 포토벨로 버섯을 재료로 삼습니다. 버섯으로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낯선데, 고기 스테이크에 버섯을 곁들이는 경우야 물론 많지만 여기서는 버섯만을 주재료로 삼고, 다만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으려면 정말 크기가 크긴 커야 하겠습니다. 책에는 비건용이라고 해서 아예 육류를 안 먹는 이들을 처음부터 겨냥했음을 밝힙니다. 물론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게임에 나오는 그 큰 버섯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야 대뜸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참... 이 요리책에는 정말 창의적인 레시피가 많습니다. p74를 보면 유광 테라코타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에게는 아주 눈에 익죠. 그런데 저자는 무려 이걸! 과자로 만들어 봤습니다. 물론 진짜 그걸(?) 먹을 수야 없고 보기에만 유광테라코타처럼 보이게 하고 속은 식자재로 만든 것입니다. 유광 테라코타를 사람이 어떻게 먹겠습니까. 사실 이것도 자꾸 게임 속의 그게 떠올라서, 생긴 것만 보고 군침이 흐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저자가 하도 열정적으로 레시피를 서술해서 책을 읽다 보니 정말로 따라하고도 싶어졌습니다. 마카롱처럼도 보입니다. 

양털깎기... 역시 마인크래프트 중요 미션 중 하나인데, 이 양털도 저자는 요리로 만듭니다. 믈론 양털을 먹을 수야 없고, p79를 보면 설탕을 가늘게 뽑아 양털 비슷하게 만들 수 있고, 염색(...)은 식용 색소를 써서 해 보라고 합니다.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고, 아쉬운 건 이 레시피에는 그래픽이 딸려 있지 않다는것입니다. 저자께서는 참 다양한 시도를, 창의적인 비전을 갖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분 같습니다. 이 역시도 글루텐 프리, 또 비건용 음식이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황금사과파이 레시피가 나오는데,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은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합니다. 

마그마크림... 본래 트뤼플이란, 버섯(송로)을 닮은 초콜릿 요리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저자는 트뤼플 변형 요리를 시도하고 그 외관을 게임 아이템인 마그마크림처럼 만든 것입니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크림, 버터, 칠리페퍼 등을 썼는데 이 정도 창의력 발휘라니 사실 마인크래프트 테마를 떠나서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입니다. 이 요리는 비건까지는 아니고 그냥 채식 범주라고 합니다. 글루텐프리인 건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마그마크림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어차피 마인크래프트 아이템의 그 추상적(...)인 형태를 놓고 뭘 닮았다 아니다를 말하는 게 좀 어색하죠. 개별 유저가 그리 보았다면 뭐 그리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거북도사가 있고 몰약이 있습니다. 이 몰약을 실사버전으로 만든다라... p186에 그 구체적인 레시피와 실음식이 나옵니다. 음... 휘핑크림이 잔뜩 얹어진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데요. 준비시간 5분, 조리시간은 겨우 30초! 아무리 똥손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겠는데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잘 어울리는 멋진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떠나서도 그 자체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훌륭한 요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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