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짜리인가? -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28가지 전략
북크북크(박수용)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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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이상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 합니다. "대체불가능"이란 말을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막상 그런 표현에 값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박수용 작가님은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대체불능급 인재가 되어야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우리 독자들에게 충고합니다. 경제적 자유의 획득이라고도 하고, 불안과 불확실성의 제거(p64)라고도 하는 그런 단계까지 가려면 어떤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이 콤팩트한 책에 많은 내용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합니다. 약간의 검색 노력, 아니 요즘은 그저 말로만 몇 마디(프롬프팅)만 던지는 수고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기억력이나 암기, 계산 실력 등은 그닥 중요치 않습니다. p22에 나오듯이 저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으며 많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분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창의력, 상상력을 어려서부터 중시하고, 방향성을 그렇게 잡은 후 끊임없이 노력한 게 그 비결입니다. 

어떤 사람에겐 "난 여기까지가 한계야.(p78)"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터닝 포인트라고 다가옵니다. 한계에 부딪혔다? 그럼 거기서 멈출 게 아니라 내 자신을 환골탈태하여 전에 못했던 일도 해 내는, 업그레이드된 인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 정도가 되어야 내 직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언제나 편치 않은 길을 택하며 살아왔고, 책쓰기와 강연은 그에게 매번 도전적인 과업이었다고 토로합니다(p105). p134에는 살기 위해서 책쓰기를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세상에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이뤄지는 일 중 가치있는 건 없습니다. 

나를 객관화해서 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내가 남보다 능력이 뛰어난가? 내가 남들보다 그 자리에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가? 이에 대한 답이 멈춤없이 척척 나와야 합니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말입니다. 저자는 이 두 질문에 대해 서슴없이 긍정하진 않습니다. 나보다 머리 좋은 사람, 나보다 노력 많이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깜냥도 안 되면서 세상으로부터 인정만 받고 싶어서 어설프게 안달이 난 사람도 정말 많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마련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 실력도 없으면서 스펙 가꾸기에만 모든 에너지를 바치는 슈퍼캥거루 족도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아마 나보다 더 절박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p198을 보면 저자는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이건 남들 앞에 시각적으로 그 결과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 여간 피나는 노력이 아니면 시작도 할 엄두가 안 납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해 오던 일만 타성에 젖어 하는 사람(p25)한테는 어떤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바디프로필을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운동, 식단 실행을 거쳤겠습니까. 도전이라는 건 그 자체로 어떤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73을 보면 저자는 처음에 인스타 릴스를 만들면서 남들 방식을 따라만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더 편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에 생각이 미치더라는 겁니다. 모든 혁신과 발전은 이렇게 해서 시작됩니다. 

전자책을 처음 만들었을 때 목차가 엉성하다는 지적을 받고 마음이 상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p216). 내가 그토록 열심히, 모든 에너지를 다 기울여 해낸 작업인데 그런 지적이나 받으면 마음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그런데 저자는 어차피 책은 쓴 내가 보는 게 아니라 독자가 보는 것이다, 독자가 보기에 불편하면 그건 이미 잘못된 것이다, 이게 바로 세상에 대해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첫걸음입니다.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야 내 자신의 진짜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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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호크니
사이먼 엘리엇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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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천재 예술가들이 예컨대 빈센트 반 고흐처럼 생전에 인정을 못 받고 가난하게 살다 죽는 건 아닐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만 해도 시스티나의 천장화를 제작하며 눈에 물감이 들어가는 등 고생을 했지만 율리우스 2세가 커미션 피를 넉넉하게 쳐 줬었기에 물질적으로 그리 고단하게 살지는 않았습니다. p9를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는 2018년 뉴욕 크리스티 분점(크리스티 본 센터는 런던 킹스트리트에 있죠)에서 그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1972년 제작)>이 약 9천만 달러에 낙찰됨으로써 생존중 가장 고가의 작품을 판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 페이지의 그림에서 누군가의 손에 쥐인 팻말은 이른바 옥션 패들이라는 건데, 48번이라는 번호는 중복되지 않게 장내 입찰자들에게 임의로 지급되는 것 중 하나로서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이런 패들(paddle)은 대략 길이가 30cm 정도입니다. 우리는 예술가의 저런 가치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도 부럽지만, 사실은 동시대인들의 기호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각과, 그 감각이 벌어다 주는 "돈"이 더 부럽다는 게 더 솔직할지 모릅니다. 저는 작년(2024) 5월 김성희 관장님이 직접 본인을 만나고 저술한 <내가 만난 데미안 허스트>를 읽고 리뷰를 썼는데, 그 책의 주인공 허스트도 영국 사람이며 젊었을 때 배고팠던 무명 시절을 보냈고 나중에 성공하여 엄청난 돈을 번 예술가입니다. 단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비드 호크니가 훨씬 나이가 많고 허스트(이 양반도 노년에 접어들었지만)에 대면 거의 아버지뻘입니다. 

고대 이집트 미술 중 남은 것들은 대개 평평한 표현 양식이 일관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이며 (비록 망막은 2차원 캔버스이나) 보고 느끼는 바도 3차원입니다. 그러니 예술가는 일단 2차원 평면에 대상을 담으면서도 대상에 대해 최대한 입체감을 살리려 애쓰는데, 고대 이집트인들은 기이하게도 가뜩이나 협소한 2차원에 대상을 더 구겨 넣었던 셈입니다. p34를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학생이었던 1960년대에 이미 추상주의는 미술계를 제패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한 천재 호크니는 "내가 관심있던 건 언제나 재현이었다"며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진짜 천재는 시대 정신을 충분히 수용하되 자신의 참뜻은 타협하지 않는데, 그 균형 지점을 살피는 재미가 관객에게는 특권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로열 아트 컬리지를 다닐 때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했습니다. 지금이야 서유럽에서 동성결혼까지 허용되는 세상이지만 이 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분을 더 괴롭힌 건 파트너, 연인 등이 바람을 피우거나, 거꾸로 너무 성적인 방향으로만 집착하는 경우였던 것으로도 보입니다. p61에 나오는 밥 얼스 같은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밥 얼스도 밥 얼스지만, 이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참 많은 연인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분들은 한 상대에 정착을 하기 힘들어할까요? 그렇게나 자주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피터 술레진저를 만나고부터 호크니는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그런데 슐레진저의 부모는 당장 그들더러 정신과 의사를 만날 것을 권하는데, 저는 이 대목에서 (죄송하지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p71에 그려진 psychiatrist가 마치 지그문트 프로이트 같은 외양이기 때문입니다. 비엔나에서 활동한 유대인 프로이트는 호크니가 1살 때 나치의 탄압을 피해 런던에 이주하여 1년 후 거기서 죽긴 했으나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어떤 정신과의사의 생김새 그 스테레오타입까지도 프로이트라고 암시하는 듯해서 작가 사이먼 엘리엇의 유머감각이 느껴졌습니다. 맨 앞에 언급했던 <예술가의 초상>에서 풀장 위에 서 있던 인물의 모델이 바로 슐레진저입니다. 1972년에는 그들이 이미 결별했었지만 말입니다. 두 사람 사이 나이 차는 열 살이며 슐레진저는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게 충격입니다. 

예술가의 창작 과정은 결코 즉흥적이거나 가벼운 감각의 자극으로 출발하지 않습니다. p141을 보면 그의 대표작 <피어블로섬 하이웨이>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가 직접 교차점에서 800징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대상이 어떻게 보이는지의 문제가, 상황, 빛의 과다, 각도, 사람의 심리에 따라 얼마든지 판이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그는 작품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보여 준 것입니다. 1985년 말 그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하는데 대통령에 영국 찰스 왕세자의 배우자를 다이에나 비(妃)가 아니라 데이비드라고 부르는 통에 그가 매우 재미있어했다고 p143에 나옵니다. 레이건은 재임 중 자신의 장관들 이름도 헷갈리곤 했습니다. 

예술가의 삶은 한편으로 화려한 듯해도 근본적으로 그의 세계를 주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기에 그 본질적인 고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호크니의 작품과 복잡다단한 생을 작가 사이먼 엘리엇이 그의 작풍, 스타일에 따라 잘 그려내었으며 어려울 수도 있었던 주제를 최대한 쉽게 풀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쁘고 멋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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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몰랐던 별의별 천문학 이야기 - 별에 빠지다
김상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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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면 로드 스타이거가 분한 상인 캐릭터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이 세상에는 나 코마로프스키 같은 자가 있고, 유리 지바고 자네 같은 인간이 있지." 저자 김상철 선생님은 이 책의 앞날개에서 이런 말씀을 꺼냅니다. "세상에는 은하수를 맨눈으로 본 사람이 있고, 은하수를 한 번도 보지 뭇한 사람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저도 후자에 속하는 인간인데, 제 친구 중 하나는 방학 때 시골에 다녀와서 하는 말이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쏟아질 듯한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보고 자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이후 성장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코마로프스키는 일생을 물욕, 성욕에 집착하며 남한테 피해만 끼치다가 죽었고, 의사 지바고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죽은 편에 가깝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커서 과연 어느 편의 어른이 되길 원할까요. 

(*북유럽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0을 보면 "천문학은 선진국에서 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연구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고, 어렵기로는 극악의 난도를 자랑하며, 당장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바는 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득한 과거 점성술의 단계에 머물 때도 천문학(의 초기 형태)은 왕의 지근거리에서 당대 최고의 브레인이나 총신이 봉직하는 영역이었고, 중근세 이후로는 티코브라헤나 케플러, 혹은 아이작 뉴턴 등 세계가 배출한 가장 우수한 학자들이 업적을 이뤘습니다. 우리는 보통 중3때부터 달의 모습 변화, 천구(가상의 모델), 황도, 세차 운동 등을 과학 시간에 배우는데, 전교 1등이라고 해도 이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애가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걸맞은 방식으로 차근차근 지식을 섭취시키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김상철 선생님은 중학교 참고서보다 더 컬러풀한 편집을 가진 이 책 속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 어려운 원리를 하나하나 풀어 주고 있습니다.    

p64를 보면 미국 땅인 하와이에 지은 스바루 망원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별(나아가, 물리계와 우주를 관통하는 최후의 원리)을 연구하려면 지금이 무슨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시대도 아니고,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해도 혼자서 추론과 상상만으로 이론을 만들 수 없습니다. 셜록 홈즈도 범인이 누구며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묻는 왓슨에게 "벽돌이 있어야 집을 지을 게 아닌가!"라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데이터가 있어야 과학 법칙이 발견되는 법이며 이는 케플러나 호이겐스, 뉴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은 일찍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0년대부터 동양 최대의 천문대를 만들었으며,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근본 이치를 탐구하려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맹성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GMT라고 하면 예전에는 그리니치 민 타임이라고 해서 세계 표준0시를 가리키는 뜻으로 많이 썼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 p83을 보면, 특히 현대 천문학계에서는 이 약어를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이란 뜻으로 쓰는데, 이 책에 나오는 25m는 합성유효구경입니다. 총기류도 그렇고 대개 구경이라고 하면 원통 입구의 지름을 가리키지만 이런 거대 천체 망원경의 경우 물리적 사이즈가 아니라 광학적 합성을 통해 환산한 가상의 지름입니다. p87을 보면 이 정도 규격만 되어도 한 나라의 재력으로 감당하기 힘들고 여러 정부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지도자들이 더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GMT 등 대형망원경이 아무곳에나 설치될 수는 없고 p113에 나오듯 여러 입지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늘이 맑아야 한다, 공기의 흐름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등의 조건이 맞아야 별이 잘 관측되니 말입니다. 또 주변의 빛 공해가 적고 습도가 낮아 건조한 편이 좋다고도 책에 나옵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마냥 신기해했는데, p113에는 안드레아 게즈라는 물리학자가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자리한, 태양 질량의 400만배가 넘는 초거대 블랙홀의 존재를 밝혀내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이 책은 마치 칠레 등 남반구 소재 국가를 현지 답사한 저자의 기행문처럼, 직접 찍은 사진과 개인적 소회를 기록한 분량도 상당한데 천문학자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보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KAIST는 교육기관 역할을 겸하고, p205에 나오는 KIST(1966년 설립)은 순수 연구기관이죠. 한국은 그간 기민하고 영리한 추격자(follower) 역할을 아주 잘해냈습니다. 그러나 저자께서는 이제는 나라의 역량이 이만큼이나 성장한 만큼 선구자, 즉 first mover 역할로 메인 포지션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이 미래를 이끄는 글로벌 중심에 서러면 반드시 필요할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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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에이징 에이지 - 노년의 자유를 꿈꾼다면 챌린저가 되어야 한다!
이은진 지음 / 라온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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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 누구라도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또 나이들면서 몸의 이곳저곳이 아파지며 신체 기능이 퇴화하는 걸 막기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나이드는 길로 노력 여하에 따라 접어들 수는 있으며, 또 주변에서 동안 소리를 들어가며 천천히 늙는 일이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slow aging age인데, aging은 나이들어감이며, age는 (여기서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다의어를 이용하여 묘한 언어유희를 시도한 문구인데, 특히 한국에서는 이미 이런 슬로우 에이징이 시대정신(?) 비슷하게 자리한지 오래입니다. 이 책 겉표지에도 나오듯 60이면 이제 환갑이라기보다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데, 실제로 강남 건물주인데도 그냥 놀기 심심하다며 배달 알바를 뛰는 분들도 많으니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괜히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p59를 보면 김형석 교수님의 사례가 나옵니다. 저도 김형석 교수님의 최근작 한 권을 리뷰한 적 있는데, 사실 이분은 연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0년대에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의 위상이었고 당대 독서인들의 서재에는 이분의 수필집 한 권 안 꽂힌 곳이 없다시피했습니다. 이분이 정의내린 건강은 그저 육체적인 건강이 아닙니다. 마음도 감정도 건강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가족들, 자녀분들과 두루 잘 지내고 공연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 행복하고 화목한 삶입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에도 어떤 탈이 나지 않는 법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세상 모두를 포용할 만큼 넉넉해야, 사소한 일에 일일이 분노하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릇이 작고 어리석은 사람이, 작은 일에도 발끈하고 초등학생처럼 유치한 감정을 노출하기 마련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p87)" 이 구절은 마태복음 11장에 나오며 영어로는 "... the kingdom of heaven suffereth violence, and the violent take it by force."라고 합니다. 천국이라는 게 거주자가 바뀌며 그것도 폭력으로 빼앗는 자의 몫이라니 대단한 역설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도 남태평양의 천국과도 같은 섬들은 가장 용기 있었던 폴리네시아 인들의 과감한 탐험으로 그들의 몫이 되었으며, 한참 이후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제국주의가 침투해 들어가 그들의 보호령으로 편입되기도 했죠. 히브리 열두 지파도 가나안을 선주민으로부터 빼앗았으니 낯선 사례는 아닌 셈입니다. 여튼 저자께서 이 책 중에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행복한 노년은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진리입니다. 

시니어들이 항상 하소연하는 게,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사람이나 곁에 두면 요즘 같은 세상에 사기꾼을 만나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노인 중에도 질이 나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성적 접근 등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p126에서는 어떻게 해야 안전한 노년 교제를 이룰 수 있는지, 네 가지 기준이 저자에 의해 제시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 진심어린 소통,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좋은 영향을 주변에 끼치는 사람 등이 그것입니다. 또 진정 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저 인심을 쓰고, 그 대가는 바라지 말라고도 합니다. p176에, 그 사람이 만나는 사람들이 본인의 품격까지 결정한다는 말씀도 나옵니다. 

저자 이은진 대표님은 연세가 74인데도 프로필 사진을 보면 40대, 심지어 30대처럼 보입니다. 처음에 저는 이 책을 펼쳤을 때 "이런 책은 같은 시니어 그룹에 속하는 분이 써야만 설득력이 있지, 젊은 저자분이 쓰면 과연 독자들이 납득할까?"하고 잘못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이 책에는 이미 중견기업의 이사직에 오르며 사회적 성취를 크게 이룬 아드님도 간간이 언급되는데, 이 연세에 달하면 본인 자신의 성취도 성취지만 자녀의 성취도 그 인생의 일부로 계산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만약 자녀가 자리를 잘 잡지 못하면 부모 입장에서도 좌불안석이 되곤 합니다. 그 모든 노년의 여유는 적시의 대비에서 비롯하는데, p191에는 준비를 잘한 슬기로운 처녀가 결국 목표를 이룬다는 성경의 비유가 나옵니다. 준비성이라는 건 그처럼이나 생존에의 중요 덕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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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꼭 읽어야 할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인간관계론
인동교 지음, 데일 카네기 원작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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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는 미국 초기 자기계발 분야의 정초자와도 같은 위상입니다. 그런데 10대들이야말로 일찍부터 그의 가르침을 읽고 내면화할 필요성이 절실한 예비 독자일 텐데,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장벽이 생긴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화처럼 그의 가르침을 일러스트와 함께 쉽게 전달한다면 어린 독자들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그의 교훈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우리한테는 "그래픽 노블로 읽는" 시리즈로 익숙한 인동교 작가님이 그림과 텍스트 재구성을 맡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일화가 풍부하고 모든 저서에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넣는 데일 카네기의 책이야말로 그래픽노블로 커버될 만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부는 자기관리론, 2부는 인간관계론인데 이런 10대용 서적에서도 인동교 작가님은 원저의 편제를 비교적 잘 살려서 꾸몄습니다. 서양철학 편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꼼꼼하고 체계가 잘 선 구성 덕분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후속 학습의 발판까지 마련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런 내공이 지금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자계서는 잘못하면 모든 내용이 (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그말이 그말같은 진부함, 지루함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책들에 도대체 독창성이라는 게 없습니다. 자기만의 독창성이 없다보니 무슨 말만 무식하게 쎄게 하는 걸로 만회하려는 한심한 풍조도 보이는데, 이 책은 데일 카네기의 원저부터가 재미있는데다, 인동교 작가님 특유의 스타일, 즉 재치있는 대사와 캐릭터 등장 같은 게 벌써 어린 독자들의 주의를 끕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에는 딸들이 엄마하고 말다툼도 자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도 상하곤 합니다. 글쎄 아들들은 이런 일이 잘 없는데(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딸과 엄마 관계는 그런 점에서 미묘한 데가 있긴 합니다. 데일 카네기 선생이라면 과연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도움을 줬을까요? 여기에 대해 생전의 그가 직접 언급한 바는 없지만(시대가 시대였으니만치 그런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을 겁니다), 인동교 작가님이 "걱정쟁이" 소녀한테 나타나는 데일 카네기 할아버지(자칭 천사입니다. p15)의 입을 빌려 소녀를 다독이고 인격을 더 성숙하게 이끌어 줍니다.  

처음에 주인공 소녀는 이 할아버지의 등장에 약간 당황하고 혹시 따분한 말이나 늘어놓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는 걸 바로 깨닫습니다. 그도그럴것이 데일 카네기는 생전에 대단히 유려한 연설가였을 뿐 아니라 사례 기반 교훈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기술에 통달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21세기에 환생한다 해도 말 안 듣는 한국의 10대 소녀를 얼마든지 잘 콘트롤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실 데일 카네기의 몸만 빌렸을 뿐, 소녀를 설득하는 실제 정신, 영혼, 언어는 저자 인동교 선생님이니(초등교사) 이런 애들 마음 정도야 훤히 꿰뚫는다고 봐야겠죠. 

아이들은 원래 걱정이 많습니다. 어른들도 걱정 많은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덜 자란데다 이 세상이 정글이나 마찬가지로 많은 위험 변수가 존재하고, 지금이야 부모님이 보호해 주지만 나중에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자각이 어린 나이에도 본능적으로 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책 주인공처럼, 혹시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반이 바뀌면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을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체 어쩌다가 학교가 동급생들로부터의 폭력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데일 카네기는 이런 어린 학생에게도, 사람은 일단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자신의 노력을 투입해야 하며, 쓸데없는 걱정만큼 내 자원을 낭비하는 건 없다고 잘 다독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히 꿰뚫어본(p158) 혜안으로도 유명합니다. 켄 블랜차드가 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도 그 가르침의 핵심은, 알고보면 데일 카네기가 아득한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10에서 데일 카네기(의 천사 모습)는 소녀에게 가르치길, 칭찬은 마치 면도사가 손님 얼굴 위에 먼저 바르는 비누거품과 같다고 하는데 실제 그의 원 저서에 이 비유가 있습니다. 소녀는 평생 얼굴 면도할 일이야 없겠지만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찰떡같이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무작정 칭찬만 하는 게 아니라 데일 카네기는 p153 같은 데서 신문 보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따끔하게 할 말은 합니다. 그래도 맞는 말씀이니까 소녀는 투덜대면서도 바로 납득하는데, 이런 설득력이야말로 데일 카네기 텍스트의 최대 마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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