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심리해킹이다
강미정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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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선택은 논리가 아닌 감성과 무의식에 의해 이뤄진다." 우리들도 자기 나름대로는 꼼꼼하고 똑똑하게 고르고 고른 후 물건을 산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근거 없는 충동에 따르거나, 옆에서 남들이 사니 나도 따라 사는 부화뇌동, 혹은 과시 심리에 기인했을 수 있습니다. 저자 강미정 대표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무의식 깊은 곳까지 침투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의사 결정 과정을 심리학 이론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제 당신도 생각해 보라. 당신이 산 물건은 정말 필요해서 산 것인가, 아니면 무의식 중에서 작동하는 다른 동기 때문이었는가?(p76)" 저자는 말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그저 필요해서 산 게 아니라, 당신을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반복의 패턴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더 의존하고, 전에 선택했던 것에서 큰 손해나 위험을 겪지 않았다면 같은 경로에 의존하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기존의 패턴을 깨고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책 후반부에서 따로 저자가 정리해 줍니다.

첫인상의 효과는 매우 강렬해서 이후 좀처럼 뭘 해도 이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반복 패턴은 이 불리한 초기의 실점을 크게 만회해 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137). p148을 보면 스타벅스의 경우 단순 반복 노출로 성공한 게 아니라, 그 등장하는 맥락이 중요해서 성공한 예라고 말합니다. 로고가 들어간 종이컵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보게 되고, 일상에서 이 브랜드가 나와 계속 함께한다는 친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p180을 보면 특정 행동과 보상을 연결하는 전략이,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행동에 대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제에도 맹점이 있는 게, 어느 빈도 이상 반복되면 도파민 민감도가 낮아져서 더 큰 강도와 보상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확실함보다는 불확실성을 더 추구하는 게 도파민인데, 도박이나 사행성 게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p221을 보면 "습관 해킹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없으면 불편하겠다고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한국의 거대 자동차나 가전 메이커들은 AS 시스템을 강화하여 고객 충성을 유도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주도하여 물건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된 것이었다.(p128)" 할인 메시지나 쿠폰을 눈에 너무 크게 띄게 하면, 고객은 자신이 찾았다는 성취감을 못 느낍니다. 그래서 많은 쇼핑몰은 이런 할인 장치를 알쏭달쏭하게 숨기는데, 이 모든 게 설계라는 점을 숨기고 "자율성의 환상을 설계"하라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나중에 살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 왜 자꾸 지금 사야겠다는 생각만 들까?(p172)" 이것은 파충류의 뇌라고 흔히 일컬어지는 편도체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원시 시절부터 바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여기서 나옵니다. 모든 충동구매는 이것 때문에 이뤄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또하나의 이유는 도파민 분비 때문인데, 한번 도파민이 생성되는 기제가 만들어지면 사람은 그에 계속 의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파민 설계는 단순한 구매 설계가 아니라 고객 경험의 총체적 설계다(p184)."

소비자의 심리를 알려면 먼저 우리가 소비자였을 때 어떠했는지 돌아보고, 이 책처럼 체계적인 전략서의 가르침에 따라 나의 물건을 팔 방법을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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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언니! 홍차를 부탁해 1 - 홍차의 정석 : 인도편
홍차언니(이주현) 지음, 정승호 감수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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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대로 홍차의 본고장은 인디아, 그 중에서도 벵골 지방이 꼽힙니다. 이는, 이 책 p22 이하에도 잘 나오듯이 영국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홍차 문화가 발달하여 현대인들이 즐기는 원형을 만들었고 그들이 식민지였던 벵골 다즐링(p145)과 아삼 지방(p172 이하)에서 재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품종 개량 문제도 그렇고, 영국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차 문화를 받아들였던 유럽 여러 나라의 양식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던 까닭이 있습니다. 책에도 잘 나오듯이, 티(tea)라는 말 자체가 중국의 차(茶)에서 나왔음을 생각하면, 중국이야말로 홍차 문화의 기원이 될 법한데 인문과 역사라는 게 그렇게 단차원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중요사항마다 폰트 색깔을 달리하고, 강조해야 할 바를 다른 크기로 키워서 독자의 눈에 정보가 쏙쏙 들어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보던 초등학교 전과를 보는 듯합니다. 영국은 스코클랜드의 스튜어트 왕조가, 호국경 올리버 크롬웰이 죽고 난 후 복벽되어 그 처음(전체로서는 세번째) 왕으로 찰스 2세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의 배필은 브라간사의 카타리나였는데 책에는 여왕으로 나오지만 queen consort이겠습니다. 이 캐서린 왕비가 영국에 널리 보급한 게 중국의 차(茶)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인도에서는 마시는 차를 위한 재배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캐서린 왕비는 모국 포르투갈의 왕성한 동인도 무역(당시 명칭)을 통해 일찍부터 차(극단적으로 비쌌던 사치춤)를 음용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산의 수입이지, 고아(Goa) 등 포르투갈의 인도 내 무역거점에서 재배되는 게 아니었습니다(기후 조건도 맞지 않고). 책에서는 그 아득한 예전의 무역 관행과 재배 방식을 세심하게, 또 쉬운 문장으로 짚어 줍니다. 

p34에 나오듯이 홍차의 독특한 맛과 색깔은 그 산화 과정에서 나옵니다. 역시 책에서 잘 설명하지만, 말이 간단해서 홍차이지, 제조, 재배 과정이 지역마다 품종마다 모두 다릅니다. 라면은 본래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만 봐도 알듯) 일본이 원산지이지만,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인스턴트 제조 라면은 그와는 너무도 다른, 면(noodle)과 국물 형태라는 것만 간신히 닮은 한국산 제품입니다. 책에서는 중국식 소종홍차(小種紅茶), 그리고 영국 정통의(만약 영국식으로 정통으로 삼는다면 말입니다) 오서독스 방식을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표가 많고 다이어그램으로 텍스트가 처리되었으며 사진이 많아 역시 보기 편합니다.

질소비료혁명으로 세계인이 기아선상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몸에 해로운 화학비료, 유전자변형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양질의 음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홍차는 글쎄 한국에서는 대단히 고급스러운 기호품일까요? 좋아하는 이들은 매일같이 마시겠으나 이 상품의 가격이 단기 앙등한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정도는 아닙니다. 17세기만 해도 유럽에서는 왕족 귀족이나 맛을 보던 홍차를 이처럼이나 대중화시켜 놓은 건 CTC 홍차의 개발인데 이게 1930년대에서야 가능해졌다고 책 p51에 나옵니다. p55에는 홍차의 건강 효능이 간략히 정리되는데 본문과 함께 저자 이주현님의 사진이 나와서 독자를 즐겁게 하네요. 사진의 배경인 아삼은 벵골 옆에 있는 지역인데, 광대한 인도에서도 이처럼 북동부에서나 간신히 재배되지, 고아 같은 서부 해안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다만 좀 남쪽으로 내려와서 케랄라 지방 등에서는 홍차를 재배하기고 하지만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p83 이하에는 밀크티를, 영국왕립학회에서 권장하는 대로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이 나옵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뭘 차려 놓아도 본인이 맛있게 즐기면 그만이지 어떤 권위나 역사적 배경이 그 본질은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인문적 연혁과 구체적인 문화적 배경이 함께하니, 바쁜 출근길의 북새통을 뒤로 하고 아침에 잠시 즐기는 차 한 잔(비록 탕비실의 기성품이라도)의 맛이 그 풍취를 더한다는 점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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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익 기출유형 모의고사 3회분 (2025년) - 최신 기출 트렌드 반영 & 최신 논란문제 수록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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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3회분, 고사장에서 볼 수 있는 시험지와 똑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문제지 세트입니다. 시험지 맨앞에는 해설바로보기 영상 QR 코드, 그리고 고사장 모드 영상이라는 게 QR로 찍혀 있습니다. 이게 뭔지 몰라서 찍어보니까, 그냥 LC 음원이 실제 시험 시간 진행에 맞춰 그대로 재생됩니다. 화면에는 고사장이 보통 지역의 학교를 빌려서 진행되므로 칠판, 국기, 급훈 등이 있는 교실 앞면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가상의 아날로그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서 시험 시간을 표시해 줍니다. RC 시간에는 그대로 공백 음원이며, 낮은 주파수의 백색 소음이 지~익 하고 깔립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음원은 압축 상태에서 169Mb입니다. 압축을 해제하면 269Mb로 제법 커집니다. 세 개 폴더가 나오는데 하나는 테스트 음원, 하나는 빠른속도 음원, 하나는 영국호주 집중훈련 음원입니다. 개편 후, 특히 이 영국 호주 억양 발음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영국은 알아듣겠는데 호주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음원은 문항별로 혹은 파트별로 하나하나 나뉜 게 아니라, 회차별로 통으로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세 개의 음원 파일이며, 한 개 당 45Mb 정도입니다. 

1회 8페이지를 보면 44번에서 46번까지 하나의 음원을 듣고 풀게 합니다. 굵직한 장년 남성이 인스트럭션을 읽어 주며 진행합니다. 로저스 가든이라는 식당에서 여성 손님에게 주문하기 전에 시식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sample을 호주 식으로 삼~플이라고, 한 박자 띄워가며까지 발음하니 못 알아듣고 놓치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이게 킬포인트인지, 46번 문제의 답은 (D) sample an item입니다. 원래 토익의 오랜 요령(이라고 한국 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들 중 하나는, 대본에서 직통으로 나온 단어가 그대로 노출된 선지는 결코 답이 아니라는 건데, 요즘은 출제 경향이 바뀌어 이렇게 역으로 함정을 파기도 합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정석대로 공부를 한 사람은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p15의 109번을 보면, 새로 개장한 테마파크가 경제 성장을 어떻게 할 것이라고 진술됩니다. 답은 (B) stimulate인데, 한국어로 저 문장이 해석만 되어도 대체 다른 선택지가 블랭크 안에 들러갈 여지가 없다는 점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p16의 130번을 풀어 보면, 미국에서 알바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농담이 아니라) emplyee of the year라는 게 있기도 하다는 점 알 것입니다. 사실 with라는 전치사 하나만으로도, 다른 선지는 답이 될 수가 없습니다. 수단을 나타내는 with가 뒤에 따라올 수 있는 동사의 pp는 (C) honored밖에 없습니다. 책 맨 뒤에 해설이 있고, LC의 스크립트가 있으며, OMR 답안지 샘플이 있습니다.

2회 p8의 47번을 보면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게 없습니다. 그림이 너무 오래되었고 액자에 금이 갔다고 하는데, 다른 뭐가 있겠습니까? 답은 (D) Repairing a picture frame입니다. 이렇게 직관적인 걸 묻는 문제도 있으므로 토익은 그저 어깨에 힘을 빼고 기본에 충실하게 치르면 됩니다. 다음 48번 문제도 남자가 미스터 리칼드(리가드처럼 들립니다. r발음도 안 하는 영국식입니다)한테 물어봐야겠다고 분명히 말을 하므로 답은 (A)입니다.

p16의 128번을 보면 이 역시 어렵지 탆게 해결됩니다. 부사절은 원칙적으로 미래시제가 오지 않으므로 (C)는 답이 아닙니다. (A)와 (D)는 능동태인데 주절의 주어는 software이므로 능동문과 의미상 맞지 않습니다. 답은 (B)밖에 될 게 없습니다. 130번을 보면 from이라는 전치사 뒤에 올 수 있는 건 (C), (D)뿐이고 리뷰는 평론가들이 쓰는 것이므로 답은 (D)가 맞습니다.

음원에서 특히 영국, 호주 발음, 또 빠른 속도로 읽는 목소리에 적응하게 배려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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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커뮤니티는 리더십이 다르다 - 성공하는, 오래가는 커뮤니티의 비밀
조창오 지음 / 라온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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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터넷 곳곳에 커뮤니티 사이트가 생겨서 사람들이 정보도 얻고, 감정 교류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다 보면 의견 대립도 있고, 이런 갈등 끝에 커뮤가 무너지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의견이 하나로만 몰려서 아무 개성 없이 단색으로 고정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고 커뮤가 발전하려면 역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겠습니다. 비단 인터넷 커뮤뿐 아니라 사람이 모여 소통하는 모든 공동체가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52를 보면 다소 의외의 말씀이 나옵니다. "커뮤니티는 맘 편한 게 최고다." 어떤 커뮤건 간에 일단 소속이 되고 그 안에서 영향력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좋은 정보를 얻는 게 최우선이다, 저자는 뭐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 나온 예를 보면 직장인이 오너 2세 모임에 들어가서 느낀 이질감을 말하는데, 저는 (자세한 사정이야 당연히 모르겠지만) 그분이 일단 그런 모임에 들어가셨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게 얻은 기회라고 해도, 내 마음이 불편하고 유지가 힘들 만큼 많은 비용이 든다면 다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자께서도 남들 다 좋다는 금융계 직장 그만두시고 현재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다 맥이 통하는 선택이겠습니다.

내가 커뮤니티 리더가 될 상인가?(p86) 어느 유명한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의 패러디입니다.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게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인데, 리더가 되려면 요즘은 남 위에 군림하려 들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저자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성향이라야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반대로 이런사람 저런 사람 상대하는 게 지긋지긋하다면 그에게 억만금을 줘도 리더 노릇이 힘들 것입니다. 리더 입장에서 커뮤에 활력을 넣을 만한 좋은 멤버 유형은, 첫째 친화력이 있고, 둘째 기버(giver) 성향이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커뮤니티는 주최자가 추구하는 인생 방향이다(p111)." 그래서 리더는 아무래도 자신의 세계관, 철학에 맞는 커뮤를 꾸려 나갈 수밖에 없고, 다만 그 안에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소속했다는 게 가장 큰 축복으로 여겨진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는데, 사람은 물론 가족이 가장 소중합니다. 부모님, 배우자, 자녀들만큼 내 가치관, 취향과 잘 맞는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인간 관계라는 게 가족에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 연장이 바로 가족입니다. 커뮤는 이처럼 나와 성향이 맞고, 나의 인생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모여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p138을 보면 저자는 30대 초반부터 사람들과 꾸준히 소중한 연을 이어가며 무엇이 자신의 삶 방향성에 부합하는지 꾸준히 탐구한 분으로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퍼스널브랜딩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내가 여태 힘들게 쌓은 인맥 중에, 아 이 사람이 여기서 이 일을 해 줬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딱 맞는 순간에 그 일을 해 주면, 과연 내가 소중한 분들을 여기까지 잘 모셔온 보람이 있구나 싶을 것입니다. 그 예로 이 책에서 저자가 드는 예는 조연심 대표입니다.

"리더의 컨디션이 분위기를 결정한다.(p158)" 만약 리더가 컨디션이 다운되면, 분위기가 영 xx나고, 거기 모인 이들에게도 여간 큰 폐를 끼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어느 친구 생파에 초대받았었는데, 분위기 좀 띄우라고 부른 걸 하나 호응 못해 줘서 나중에 엄청 원성을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 일을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미안함이 컸다는 뜻이겠죠. 컨디션을 잘 조절하여 모두의 기분을 맞추는 건 리더가 아니라도 의무인데, 리더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자께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현재 한국에서 성황리에 돌아가는 커뮤가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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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김신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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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사를 통틀어 동물이 문명에 끼친 혜택은 지대합니다. 한반도만 해도, 소가 없었더라면 그 오랜 세월 동안 농사를 짓는 게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말을 그렇게 많이 키우지는 않아서 우리 조상들에게 일상적으로 친숙한 동물은 아니었고 기껏해야 역참 등에서 가끔 접하는 정도였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읽은 계몽사 어린이문고 박경수 선생판 <임꺽정>을 보면 어린 임꺽정이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관에 납품했다는 말이 나오긴 하는데(다른 작가들의 <임꺽정>엔 이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이는 폐(廢)역마의 처리에 관한 이슈였기 때문이지 말이 흔해서 소고기보다 싸게 유통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육(牛肉)은 우육대로 귀했으나, 말 역시 흔한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러나 유럽, 미국은 본래부터 귀족, 신사층의 승마 문화가 깊은 뿌리를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이게 그저 사치스러운 생활 양식의 과시 같은 게 아니라, 말을 타고 전투에 임하며 장원의 방위에 요긴히 활용하던 오랜 시스템의 일부였습니다. 농민, 농노들도 농사에 말을 많이 사용했고, 우리가 소에 대해 느끼는 친숙함 이상으로 저들에게는 말이 생업에서 군사 분야에서 동료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이 논픽션(소설이지만, 저는 논픽션으로 보고 싶습니다)의 주인공 레클리스가 한국전 등 참전의 공로로 하사 계급(staff sergeant)을 받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말은 어려서부터 군사, 경주, 농사나 운송 등 어떤 용도로 쓰느냐에 따라 신체 구조가 달라지는데, 이 책의 주인공 레클리스는 원래 경주마였다가 군마(軍馬)로 전용된 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 책 뒤표지를 보면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영웅의 질주"라는 구절이 있는데, 영어로 reckless가 "무모한"이란 뚯입니다. 사람들, 특히 남자들의 또래집단에서도 앞뒤 안가리고 용감하게 먼저 총대를 메는 애가 인기가 원래 좋습니다. 말한테도 갑자기 벼랑 끝이나 위험 지대를 질주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아니 얘도 생명체인데 또 눈에 빤히 죽을 가능성이 보이는데 그걸 무턱대고 따르겠습니까? 열이면 아홉이 반항합니다. 그러나 레클리스는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따라서 위험한 지시라도 자기가 따져 보고 이 정도면 해내겠다 싶을 때가 많음), 인간과 긴 시간 동안 유대를 맺어 와서 웬만하면 사람을 믿고 사람이 위험을 무릅쓴다 싶으면 자신도 기꺼이 동참하는 것입니다.

레클리스는 취향도 수준(?)이 높습니다. p102를 보면 스크램블드 에그 한 접시(접시째 주었다는 뜻 같습니다)를 일병 빌리 존스가 주자 그걸 바로 먹어치우고는, 일병 존스가 들고 있던 커피 한 잔에까지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귀엽습니까? 얘는 완전히 자신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긴 동료를 배신하고 부당한 이익에 혹해 적진과 내통하고 정보를 팔아넘기는 부역자 짓을 하는 인간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어떤 식이로든 보답을 하려 들며 기꺼이 자기 희생에 나서는 이런 동물이 사람에 비해 못할 바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원래 레클리스가 경주마 출신이라고 했는데, 그게 괜한 경력이 아니라서 얘는 결정적일 때 그 경주마로서의 본능, 체득한 기술을 발휘합니다. 그냥 무모한 용기만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가 지금 얘, 얘 하면서 자꾸 무슨 애 부르듯이 레클리스를 호칭하는데 사실 이것도 경솔한 태도입니다. 레클리스는 세상을 떠난지 오래되었고, 우리들의 부친, 조부, 증조부들과 함께 적에 맞서 싸우며 현재의 우리들이 누리는 부와 평화를 지켜 중 존재입니다. 그 호칭도 함부로할 수 없는 전쟁영웅이라는 뜻입니다. p134를 보면 120고지에 배치되었을 때 경사가 거의 45도였는데도 마치 전성기 경주마가 코너링하듯이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딱딱한 캔디를 좋아하셨다는 하사님의 취향도 다시 환기됩니다.

군마 레클리스의 일대기를 읽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지켜내는 진정한 미덕과 근원이 무엇인지, 우리가 누리는 얀녕과 행복이 과거 누구의 덕으로 이어내려오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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