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해커스경찰 이언담 범죄학 기본서 (경찰공무원) - 경위공채, 경행경채, 해경경위 시험 대비
이언담 지음 / 해커스경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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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를 보면 왜 경찰공무원 수험생들이 범죄학을 어려워하는지에 대해 이언담쌤의 간략한 분석이 나옵니다. 원래 범죄학의 결론은 일반적인 시민의 정의감정에 부합하므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범죄학의 이런 결론들은 과학의 옷을 입고 있다, 따라서 설명을 들을 때는 쉬워도 시험장에서 선지를 보면 뭐가 뭔지 헷갈린다는 것입니다. 참, 읽을수록 타당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언담쌤이 제시하는 대안은, 범죄학의 내용은 도판으로 만들어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맞은편 p5에, 그런 도판화의 한 예가 나오는데, 역시 교정학 박사 학위를 지니신 이언담쌤의 내공이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문화충전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수험생들 중에는 암기사항을 단기에 오디오로 반복하여 듣고 마치 노래 가사를 외우듯 머리에 담는 식으로 공부하기도 하는데, 이게 예컨대 공인중개사 시험 여러 법령을 외울 때에는 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한 지식이 머리에 어래 남을 리 없고 실무에서 반복하여 다루지 않는 내용은 금세 머리에서 휘발되어 버립니다. 이언담 교수님은 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정책 과목)도 역임하셨는데, 저런 말씀을 들어 보면 이 분야에서 얼마나 깊은 학문적 경지에 이른 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형법총론 교과서를 보면 자주 나왔던 이름들인데, 교재 p19를 보면 이 범죄학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토피나르가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나옵니다. 책명으로서의 "범죄학"은 이탈리아의 가로팔로가 자기 책에 쓴 게 최초라고도 합니다. 같은 페이지에 서술된, 형사정책학이란 용어를 처음 쓴 포이에르바흐는 우리가 아는 유물론의 대가인 철학자 루트비히 폰 포이에르바흐가 아니고 그의 부친입니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겠습니다. 루트비히가 넷째 아들이며 형들도 인류학, 기하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들입니다. 명문가의 유전자와 가풍이라는 팩터가 이처럼이나 중요합니다. 

설명이 끝난 후에는 단원 말미에 지문 OX 체크 코너가 있습니다. 빈출 사항이 선지처럼 바뀌어 당부를 체크하게 하는데 p43의 3번 같은 문제를 보면, 인과관계를 밝혀 법칙을 추출하고 인간행동을 예측하는 건 질적 연구가 아니라 양적 연구라고 합니다. 이렇게 범죄학의 여러 이슈를 다소 아리까리하게 꼬아서 지문화한 걸 자주 접하다 보면 난이도가 제법 높은 문제를 풀면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p123을 보면 "인간의 체형을 크게 세장형, 근육형, 비만형으로 분류하여 그 신체특징별 성격, 범죄유형을 연구한 학자"를 크레취머라고 진술하는 1번 문장을 참(O)이라고 합니다. Ernst Kretschmer에 대해서는 본문 p120에 설명이 있으며 생몰연도는 1888~1964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자계들에서도 자주 인용되곤 하죠. 범죄학 기본서이다 보니 원래 이 분야에서 태동한 이론이라서 이 책 p194에도 설명됩니다. 물론 깨진 유리창이란, 하나의 비유, 상징에 불과하며 물리적으로 초래된 교란, 무질서뿐 아니라 사회적 무질서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다만 교재에 나오듯이 이는 미시적 범위에서 대응책이 도출될 뿐 사회 전체를 긴 구간에서 방위할 수 있는 답안이 쉽사리 고안되지는 않습니다. 또 이 이론에 따라 연쇄적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의외로 부족하다고 하네요.  

p240을 보면 봉쇄이론(=견제이론)이 설명되는데 이게 영어로는 containment theory라고 합니다. 원래는 미국이 냉전 시대 소련의 영향을 막으려 펼친 정책의 이름이었는데 시카고대 교수 월터 레크리스(1899~1988)가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 시스템을 고안하려 했고 여기에 그 이름이 옮아 붙었습니다. reckless가 여기서는 무모하다는 뜻이 아니라 저 20세기 미국 학자의 성씨입니다. 레크리스 박사가 속한 사회통제이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범죄지향이라 보고, 어떻게 하면 개개인의 범죄 발현을 막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둡니다. 기출 이력을 표시할 때 2022년 같은 연도 뒤에 72 등의 숫자가 붙은 건, 경위공채시험 기수를 가리킵니다. 2025년 시험 같으면 제75기입니다.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되었죠. 

범죄학이라는 분야가 참으로 방대하다 보니 그 학설사를 살피면 온갖 철학자, 사회학자가 다 등장합니다. p303을 보면 마르크스주의 통합이론(마르크스주의와 사회통제이론의 결합)이 나오는데, 이 진영의 대표자로는 교재에 콜빈과 폴리가 소개됩니다. Mark Colvin과 John Pauly인데 Poly로 잘못 쓰기 쉽습니다. 이 두 분은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 가정 자녀들이 강압적 양육방식 때문에 범죄자로 추락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는데 역시 2022년 경위공채시험에 출제되었다고 교재에 나옵니다. 

교재의 제6편은 형벌과 보안처분을 다룹니다. 원래 범죄자에 대한 제재는 원칙적으로 형벌이지만 이것으로는 사회방위의 목적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와 보안처분이라는 게 보충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p515을 보면 단기자유형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도 있는데 어차피 교정에는 효과도 부족하고 오히려 교정시설에서 범죄를 배워 나오는 부작용까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p566 이하에 보안처분론이 자세히 전개되는데 자유박탈과 자유제한 두 종류가 있으며, 독일의 Claus Roxin(1953~) 등은 형벌-보안처분 일원론까지 제안한 바 있다고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책임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죠. 

범죄학은 사실 조리 있게 가르치는 교재로 공부하면 머리에도 잘 들어오고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새해 경위공채(구 경간) 시험 일정이 발표되면 수험생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고 꼭 합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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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자유를 위한 상처 떠나보내기
권혜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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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연하게 시련을 헤쳐나가려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상처라는 게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습니다. 재미있는(?) 건, 상황이 나쁜 사람이든 아주 유복한 사람이든 간에 마음의 상처는 일정 양을 갖고 살며, 전자라고 해도 상처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바로 쓰러지거나 하진 않고, 반대로 후자라고 해도 하다못해 무슨 사소한 불쾌한 기억이라도 갖고는 산다는 것입니다. 물론 누구한테라도 자기 상처가 가장 힘들고 못 견딜 일이긴 하다는 점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72를 보면 권혜임 작가님의 이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모분은 아마 사회 평균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행복한 분일 가능성이 크죠. 아이들도 듬뿍 사랑을 주어 키웠으며, 받은 사랑을 아들보다 더 살갑게 돌려준다는 딸자식을 두었으니(아드님도 있습니다) 더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겠다는 속사정이 더 밝혀집니다. 결국 이모분께는, 사랑하는 배우자가 곁을 든든하게 지켜 줘야 했을 부분을 자녀들이 대신 채워 주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이는데, 결론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이성)한테 공연히 헌신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랑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면서 꽁으로 타인의 헌신을 받아먹는 이런 류의 남자가 정말 나쁘긴 합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삐와 나리라는 두 고양이를 어떻게어떻게 해서 키우게 된 작가님은 그 사정을 알게 된 아는 친지에게 한 마리를 입양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양을 앞두고 갑자기 얘가 당수치가 높아진 것입니다(p102). 그분은 귀여운 고양이를 들일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애한테 문제가 생겨 갑자기 못 보내게 되었다는 소리가 입에서 어떻게 나오겠냐며 걱정이 태산같아집니다. 요즘은 워낙 반려동물을 많이들 키우는 추세지만, 고양이는 밖에 버려져도(물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으나) 강하게 살아남는 동물이라서 무슨 당 수치가 높아졌다느니 하는 일은 안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유기체라는 건 다 비슷해서, 강한 듯하면서도 약하고, 약한 듯하면서도 강합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려면 무엇보다 내 자신의 감정을 아이처럼 잘 돌봐 줄 줄 알아야 합니다. 이걸 소홀히하면 저 고양이처럼 어디가 탈이 나도 나는 것입니다. 

여초 직장에서 여성 직원 관리하기가 사장님 입장에서 무척 힘들다고 하는데 p169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께서, 여러 매장을 거느리는 사장님한테 신임을 받자 그때까지 언니로 잘 지내온 어떤 분이 바로 저자에게 질투를 표시하기 시작한 겁니다. 더군다나 이 C언니라는 분은 원래 직장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하니 무슨 기득권을 빼앗기는 느낌도 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혀를 끌끌 차게 된 게, 직장이건 어디건 꼭 보면 일 잘하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이 내 몫까지 하는구나 하고 미안한 생각은 갖지 않고, 저 사람은 원래 일하기를 좋아하는구나처럼 남 일을 뒤집어씌우는 걸 아주 저능한 핑계로 합리화하는 풍조가 한심해서였습니다. 어디건 간에 꼭 이런 사람이 있으며, 일을 게을리하고 남에게 떠넘기는 걸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딴에는 지가 남을 이용한다 착각하겠지만, 사실 이용당하는 건 본인이니 이런 코미디가 또 없습니다.   

내가 직장이든 집에서든 환영받고 이쁨받는 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가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는 계기가 무척 중요합니다(p190). 중요한 건, 자꾸 나중이라며 그 사람이나 내가 받야야 핳 정당한 몫을 자꾸 미루는 건 결국 나중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결핍, 그리고 상처를 남기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혹 상대방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괜히 겸연쩍어할 게 아니라 지금 바로 하십시오. 또 내가 빚지고 있다 싶은 고마운 분이 있다면, 그에게도 미루지 말고 감정이든 돈이든 바로 갚아야 합니다. 제때 변제되지 않은 감정의 불균형은 나에게나 그에게나 꼭 상처가 되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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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 - ‘질문’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진짜 지능’ 키우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7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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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고 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지 않고 분위기에 끌려가며 어리석은 무리를 추종하는 주제에 그걸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어려서부터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53을 보면 트리비움(trivium) 구조라는 게 나옵니다. 이것이 인간 지능을 계발하는 3대 핵심 요소라는 건데, 고대 로마에서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의 3분야였다고 합니다. 9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국했을 때 모두가 인공지능의 무서운 위력에 감탄했지만 이어령 선생은 "인공(artificial)지능이 아니라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이 문제구만!"이라고 하셨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아무 유기적인 생각 없이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서는 이제 어디에서도 대접을 받기 힘듭니다. AI가 사회 각 분야를 잠식해 들어갈수록, 사람은 감히 컴퓨터 따위가 생각도 못할 자신만의 감각과 창의성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우리가 문법이라고 하면 괜히 까다롭기만 하고 명칭만 번거롭게 만든 지식체계라고 오해하는데, 문법이 무슨 필요인가, 말만 잘하면 그만이지 같은 말도 듣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평소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말을 해 버릇하는 습관이 된 사람은 따로 문법을 안 배워도 이미 그 머리에 지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께서는 문법이라는 게 오감(五感)을 작동시켜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문법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무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그런 사람의 지식이라는 건 대부분 근거가 없는 낭설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어휘를 배울 때 어휘와 어휘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었음을 알아야 하며, 지식이 결코 개별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쾌락에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첫째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목표에 대해, 둘째 나의 주변을 형성하는 이들에 대해, 셋째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 임재성 선생은 어린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살게 되었나, 세상에서 나라는 개인, 나의 주변에 사는 이들의 역할과 대해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철없는 고립된 아이가 아닙니다. p93에 보면 질문표가 나오는데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는 훈련을 유도하는 게 이 책의 핵심 목표입니다. 

p121을 보면 질문에도 개방형이 있고 폐쇄형이 있다고 나옵니다. 개방형 질문은 답변자가 질문을 어떻게 해석했냐에 따라서 다양한 답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폐쇄형 질문도 그 용도가 따로 정해져 있는데, 특정한 정보를 정확히 입수할 필요가 있을 때 이런 질문이 활용됩니다. 질문을 잘 활용하면 두뇌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는데(p126), 챗GPT도 어떻게 이용자가 프롬프팅을 하느냐에 따라 대답의 질(質)이 달라집니다. 학습 능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잘 해내는 게 또 중요합니다. 문제를 만나면 회피하지 말고(p132), 정면으로 문제를 마주하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원인분석, 해결책 탐색, 피드백 모색을 위한 질문법이 책에 잘 나옵니다. 

독서는 왜 하는 것일까요? 그 책에 나오는 지식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지식은 왜 배울까요?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은 점차 지식기반경제로 이행 중이기 때문에 그저 직장에서 윗선 눈치나 살피거나 비위만 맞춰서 출세하는 경우는 드물며,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조직에서 오래 버틸 수가 없습니다. 승진을 위해 돈벌이를 위해서도 지식이 필요하며 그저 입으로 재잘거리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내면에 완전히 동화되어야 합니다. p168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유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p188에는 "아는 바를 실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이를 내면화해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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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
맹성렬 지음 / 투나미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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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3월달 유퀴즈에 출연하셨던 에피소드(UFO 관련)가 지금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우석대 맹성렬 교수님이 쓰신 새 책입니다. 교수님은 원래 물리학자, 전기공학자이며 다만 다양한 방면에 조예가 깊으시기에 이처럼 전혀 뜻밖의 분야에 대해서도 고퀄의 분석서를 뜬금없이 남기는 분이죠. 영화 <미이라> 등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슬람이 침투하기 전 고대 이집트의 다신교 체계에 매혹될 만합니다. 맹 박사님은 한국 미스터리 문학의 비평과 창작에도 깊이 관여하는 분인데,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여러 작품을 보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모티브로 쓰인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지성은 사물들이 의외의 지점에서 서로 연결된 걸 계기로,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걸작과 업적을 여러 분야에서 남기는 것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저 나름대로 써 본 독후감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 분야 종래 읽을 만한 책이 있었다면 범우사르비아문고판 제4권 <이집트 신화>였을 것입니다. 그 책도 (시리즈 안에서 이례적으로) 컬러 도판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분량이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제 한국 대중서 중에는 맹성렬 박사님의 이 책이 이집트 신화를 개관하는 결정판이 아닐까 싶어서 볼 때마다 뿌듯하고, 학문적으로도 치밀한 구조와 내용을 마련하여 독자들의 성장을 도우시려는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다시 생깁니다(2009년작 맹 박사님의 <오시리스의 죽음과 부활>도 걸작이었습니다). 컬러 도판이 많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며, 어린이들이 읽어도 일단 비주얼의 매력 덕분에 일정 진도까지는 따라올 수 있는 체제입니다. 물론 교수님은 고대 신화 화소에 녹아 있는 이집트 왕국의 왕권 특질과 내역을 추적, 분석하는 데에 주안을 두었으므로 어린 독자가 마냥 텍스트를 좇기에는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진지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이집트, 나아가 지중해 연안의 고대사에 대해 더 깊이있게 파고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범우사 책에서도 세트 신은 개를 닮은, 일종의 빌런으로 세팅됩니다. 이 책애서 교수님은 특히 p94 이하에서 세트(Seth) 신에 대해 거의 끝판대장급의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하는데, 그간 영어로 된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아웃라인을 잡으려 고생한 저 같은 독자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갯과 동물이라 하면 canine, dog를 가리킵니다. 그냥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댕댕이입니다(일반적인 댕댕이보다는 훨씬 무섭지만). "갯과"라고 사이시옷이 들어가 표기된 건 우리 한국의 국어원 표준 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렇게 동물 분류의 한 층위인 "과(科)" 앞에 사이시옷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리 알아 두는 게 낫겠습니다. 그런데 세트는 종종 호루스와의 갈등이 잘 마무리되었음을 상징하는 제의에서 종종 돼지로 표현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점까지 자세히, 더군다나 배경까지 곁들인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로마를 통해 다소 변형되거나 변종을 낳았지만 거의 온전히 전체계가 전하는 데 반해, 이집트 신화는 문명 자체가 결국 이민족에 의해 정복당해서인지 문헌도 적게 남았고 그나마 혼란스럽습니다(이 책에도 나오듯, 겨우 전하는 기록들은 바다 건너 그리스인들이 남긴 것들에 크게 의존합니다). 맹성렬 박사님은 아마도 이 분야를 독자연구하면서 차라리 깔끔하게 내가 한번 정리해 보겠다는 야심을 가지셨겠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예쁜, 그리고 두꺼운 이 책이겠습니다. 예를 들어 비통하게 죽은 오시리스를 다시 살리려던 게 호루스인데, 매의 모습을 한 소카라는 신도 기록에 따라 등장하곤 합니다. 소카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도 논의가 분분한데, p189에서 교수님은 권위 있는 다양한 논문과 저서들을 인용해 가며 그의 정확한 포지션을 규명합니다. 런던에 소재한 테메노스 아카데미의 제레미 나이들러 박사 말씀처럼, 소카는 오시리스와 호루스(그를 살리려 한)의 아말감(교수님은 이를 "합체"로 번역합니다)이라 보는 게 무난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 소설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장편소설로 잘 알려진(그보다 나이가 많으셔도, 1950년대 영화 <십계>에서 빡빡머리 율 브리너가 분한 그 파라오라고 하면 다들 아는) 람세스 2세. 이집트 신화 분석에 있어서도 빠질 수 없는 중요 군주입니다. 19세기 나폴레옹의 원정을 수행한 장교 부샤르가 발견한 로제타 스톤을, 한참 후에 샹폴리옹 등이 노력하여 해독된 게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입니다. p299를 보면 테베 유적 서쪽에 위치한 람세시움에서 여러 문서가 발견되었는데, 이제는 그동안의 성과 덕에 내용이 상당 부분 해독되죠. 여기서 저자는 흥미로운 해석을 제안하는데, 벌써 오시리스가 비명에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대 이집트의 정정이 무척 불안했음을 밝히고도 남습니다. 그렇다면 대관식인들 온전히 열릴 수가 없습니다. 유대 역사에서 히브리 열두 지파가 모여 사울과 다윗, 솔론몬의 즉위를 축하한 건 그저 화려한 세레모니에 그친 게 아닙니다. 그의 권위를 인정하며 확정적 충성을 맹세하는 건데,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정확하게는 즉위 예정인)를 추대한 아헨의 대관식도 사실 영주들의 화맹을 밝히는 장이었습니다. 저자의 말씀처럼, 오시리스 희년제(禧年祭)가 사실은 의사(擬似) 대관식이 아니었겠냐는 결론이 설득력 있습니다. 이게 또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정치적 지혜이기도 했겠습니다. 

히브리 경전에 나오는 에덴 동산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p482를 보면 누 파피루스(Nu Papyrus)에서 기록한 "갈대의 평원" 위치를 놓고 아직도 논쟁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대개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고 생존을 위한 에너지의 상징인 반면, 서쪽은 망자들이 안식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갈대의 평원이 대체 지평선 동쪽이냐 서쪽이냐를 두고 이처럼이나 의견이 충돌하는 건, 신화 체계와 왕권 구조의 근본적 지향점을 두고 어떻게 해석할지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일류 공학자의 두뇌로 분석, 재구(再構)된 체계라서 지적인 독자의 갈증을 풀어주는 명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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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지식 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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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감류를 만드는 이다미디어의 새 책입니다. 9년 전에 나왔던 같은 집필진(日本 전문가들)이 쓴 책의 개정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샘 헌팅턴이 1990년대에 문명 충돌론을 제기한 이래 종교 팩터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분쟁들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21세기 들어 종교가 이처럼 절실한 문제가 될 줄 예측한 이들은 거의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적인 호기심과 정의감에 충만한 저자들은 종전에 자신들이 제기했던 문제들, 또 잠정적으로 내렸던 답들을 잊지 않고, 이제 변화한 세상의 사정을 반영하여 개선된 대안을 또 제시하는 법입니다. 지도는 언제나처럼 심플하면서도 정확하고, 텍스트와 적실히 결합하여 아름답게까지 다가옵니다. 

(*북뉴스 카페를 통해 출판사 이다미디어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제 나름대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느 종교든 성지(聖地)라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p77에서는 우리 동아시아인들에게 친숙한 불교의 성지들이 소개되는데 일단 한국인들도 잘 아는 부다가야, 즉 대성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그 장소가 나옵니다. 이 외에도 탄생지 룸비니, 첫 설법지 사르나트,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가 4대 성지라고 합니다. 바로 앞 페이지에는 이슬람의 으뜸 성지 메카에 갔을 경우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표준적인 경로가 지도와 함께 가르쳐집니다. 같은 말이라 해도 지도가 결들여지고 아니고가 독자의 이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p25에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음을 기념하여 세워진 마하보디 대탑의 사진이 나옵니다. 

p110 이하에서는 미국의 신흥종교였던 모르몬교(정식 명칭은 따로 있죠)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 나라에도 푸른 눈을 한 백인 청년들이 열심히 선교하러 다니기 때문에 익숙할 수 있습니다. 주로 대학생 연령대의 청년들에게만 말을 걸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은 모를 수 있습니다. 저도 몇 달 전 전철에서 이 사람들을 봤는데 이제 더 이상 제게는 안 온다는 걸 알고 섭섭해지더군요. 아무튼, 책에서는 2012년 재선을 노리던 버락 오바마에게 패기 좋게 도전한, 모르몬 금융가문의 황태자 밋 롬니 이야기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모르몬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는 일부다처제 등을 주장하고 제3의 경전인 모르몬경을 설파하다가 전통 믿음을 더 존중하던 군중에게 비참하게 린치를 당하고 죽었습니다. 그랬던 모르몬 종파가 어느새 미국 최고 권좌까지 넘볼 만큼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책에도 나오듯 2011년 경선에는 밋 롬니 말고도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도 나왔는데 이 사람도 모르몬 신도라서 더 놀라웠습니다. 다만 둘 다 그저 집안이 대대로 그 종교를 믿었다는 정도이지 나머지는 대단히 세속 성향이라서 유권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라는 건 설 땅이 없습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를 두고 아편이라고까지 폄하했는데(이 발언의 참된 의도에 대해서는 p148에 정제된 서술이 나옵니다), 하긴 현대에서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고 살이 찐 이들에게는 먹는 게 아편이며 그 본인만 자신이 중독인 줄 모르는 거죠. 결함 많은 인간일수록 유독 자신의 결함에만큼은 놀랄 만큼 너그럽습니다. 스탈린은 원래 그 모친이 아들을 신학교에 보낼 만큼 독실한 정교회 신자였는데 이 책 p145에 나오듯 본인은 러시아 정교 성직자 20만명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소련이 해체된 후 복원된 대성당이 우아한 전경을 자랑하며 이 책에 컬러 화보로 실렸습니다. 

p166에 나오는 장 칼뱅은 종교개혁(Reformation)을 통해 근세인들의 의식 구조를 바꾸고 나아가 경제와 사회의 체제까지 큰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그는 제네바에 기거하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시민들을 영도했는데, 이 페이지에 실린 1550년 경 제작된 컬러 초상화는 그의 개성과 특질을 잘 드러내는 명작으로 꼽히지만 화가 이름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입니다. 장 칼뱅은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엄격하고 청렴한 가르침으로 유명했는데,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영국 청교도들이나 네덜란드 프로테스탄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여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권역을 일군 사실을 책에서는 지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21세기 들어서는 이들 신교권이 생산력 면에서 쇠퇴하고, 로마 가톨릭을 믿는 브라질, 힌두교를 믿는 인도, 종교가 별 힘을 쓰지 못하는 중국 등이 부상하여 이른바 브릭스 경제 동맹이 기지개를 켭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가맹하여 힘을 보탠다는데, 이 나라는 우리가 잘 알듯 이슬람을 믿는 나라죠. 마이클 노박 박사가 1993년 <가톨릭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의 고전 제목을 패러디한 것입니다)을 쓰기도 했는데 세상 이치란 이처럼 돌고도는 것입니다. 이 책 p170 이하에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일부의 번영과 종교 사이의 관계를 잠시 짚는데, 반대로 러시아가 퇴출되고 다른 방향을 새로 잡은 G7의 근황을 요약합니다. 일본 정상의 사진이, 작년(2024) 10월에 새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수상의 그것으로 바뀌었기에(다른 정상들도 다 현직 인물들입니다) 독자는 이 책이 개정판임을 실감합니다. 

이스라엘은 온통 적대국들로 둘러싸인 아랍에서 무서운 생존력을 발휘하며 경제적으로도 번영 중입니다. 세계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p250을 보면 그런 저력의 바탕에 정보기관 모사드가 자리한다고 나옵니다. 정보는 곧 국력이라고 김대중 대통령도 발언한 적 있죠. 이다미디어의 지식도감처럼 좋은 책들이 널리 읽혀 전국민이 지식기반경제를 이끌어갈 자질이 갖춰지면 대한민국도 세상을 이끌어갈 강국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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