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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테크 제로금리 사용설명서
매일경제 금융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8월
평점 :
"물가 하락 압력은 두 가지 방향에서 가해질 수 있다. 수요의 측면, 그리고 공급의 측면이다."(p28)
셰일 혁명 이후, 그리고 산유국들의 이해 관계가 거의 상시적으로 틀어지게 되면서, 유가가 이제 특정 선을 넘지 못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함부로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킬 수는 없지만, 이제 이런 상수가 생겼기에 어느 정도는 여유 있게 정책을 구사할 여지가 생긴 셈입니다. 현재 각국 정부가 두려워하는 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며, 코로나 19의 만연은 이런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금리는 이른바 "서브 제로"의 영역을 향해 치닫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코로나는 그저 빌미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정말 코로나 유행 전에도 이런 디플레에 대한 우려, "D의 공포"가 상존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세계 경제가 가뜩이나 안고 있던 문제를 더 진지하게, 더 심각하게 바라볼 계기가 생긴 셈도 됩니다.
책에서는 2020년 4월 20일에 일어났던 마이너스 유가의 공포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책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건 "디플레이션 압력"이며 이를 거론한 다양한 매체와 전문가의 견해를 책에서 원용합니다. 물론 올해 4월의 일이었으므로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를 입었음도 분명합니다.

(출처: 네이버 금융 https://finance.naver.com/marketindex/materialDetail.nhn?marketindexCd=OIL_CL# )
"시장 불안 시기에는 전체 금융 자산의 20%를 달러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정성희 신한PWM프리빌리지 강남센터 팀장. 책 p40에서 재인용)
"과거 금융위기 때 원화 자산 폭락을 경험했던 만큼 달러 자산으로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 (임은순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압구정PB센터 PB. 책 p44에서 재인용)
현재는 시장이 진정되었고, 8월 18일 정세균 총리의 대국민담화 때문에 한국의 증시만 잠시 폭락을 겪었으나 다른 나라는 큰 이상이 없고, 일부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돈을 빼기 시작한다"며 바람을 불어 넣었으나 나스닥은 여전히 잘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증시도 8월 19일 현재 바로 회복한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달러는 여전히 약세인데, 책에서는 지난 3월을 잠시 회고합니다.
"국내 고액자산가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포함해 대부분 자산이 원화라 자산분산 차원에서 달러에 접근해야 한다. 금융자산의 20~30%는 달러로 보유할 것을 추천한다." (김은정 신한PWM프리빌리지 분당센터 팀장. 책 p147에서 재인용)
책에는 "다만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서 달러가 약세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예측은 현재 그 결론만 그대로 실현되는 중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책에 역시 답이 있는데, "연준의 달러 유동성 확대가 그 반대 압력을 약화해서"라고 합니다(p146).
책 중후반부에서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해 분석하면서 다시 달러를 거론합니다. 앞(pp.40~48)에서는 달러 자체보다 환율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와중에 거론된 거고요. 안전자산이라 함은 물론 세계최강국인 미국의 통화 달러를 꼽지만, 금, 은 등 귀금속도 이에 포함됩니다. 골드바는 속성상 그에 이자가 붙지 않고(당연하죠), 대체로는 상승세도 아주 느리거나 값이 내려가는 게 보통입니다. 책이 여러 토픽을 다루면서도 별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게 항목들을 서술, 혹은 예견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현 시점(2020. 8. 19)까지도 금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니 말입니다(단, 8월 11일에 일시 급락).
"은은 가격 변동성이 높고(박형중 우리은행 자산관리전략부 부장), ", "산업 수요가 회복되면 은 가격의 상승폭이 금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김은정 팀장, 이상 p149)"되기에, 투자자로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책에는 "높은 수익을 얻기보다, 그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차원에서 접근헤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p150).
과거에는 외국인 매도, 매수 추세를 무작정 추종하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코스피와 코스닥이 ATM 노릇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추세가 상당히 완화된 게 2020년 초인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p65)"이 벌어져 외국인들이 팔아치워 가격이 폭락하는 주식을 상당 부분 방어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그러나 개미, 즉 개인투자자들의 노력만으로 어떤 파국을 막아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파국이 꼭 온다는 건 아닙니다만).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긍융 위기와 내수 문제가 한꺼번에 온 적이 없다. 그러나 현 위기는 자유무역 기반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p59) 한번 과거를 돌아보면, 이른바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던 1997년 위기의 경우 내수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보, 기아차 부도가 일어나긴 했으나 경기는 최고였죠. 또 2008년 위기도 내부 문제보다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심각했을 뿐이어서 그리 길게 끌고 가지 않고 극복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자영업 상당수가 붕괴 위기이며, 항공, 여행업 등은 직원들을 유, 무급 휴가를 준 채 정부의 보조에 기대는 형편입니다. 정부는 기업과 가계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될 뿐인데, 세수가 끊기면 앞으로 어떻게 지원하겠습니까.
책은 "코로나를 역으로 이용하라"고 제안합니다. 2010년대 전반은 여러 부문에서 위기가 감지되던 구간인데, 책에서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실 사태를 거론합니다. 또 지금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지만 부동산 불황(!)도 심각했다고 합니다(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연 그랬습니다). 전 정부가 빚을 내어서 집을 사라고 했을 때 다들 혀를 차곤 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죠. 빚은 내어 집을 샀으나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고, 금리는 계속 오른다면 빚 내어 집 산 가정은 파산 말고 답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가지 않았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주식이고 부동산이고 과열을 우려할 만큼 분위기가 좋습니다. 주식시장은 1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불(bull) 장세라며 관계자들 입이 귀에 걸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기는커녕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고 바이오주가 돌아가면서 상한가를 칩니다. 바이오주를 미처 못 산 이들은 인접 섹터에 눈을 돌려 이것저것 찔러 보기도 하며, 심지어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전혀 무관한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영리한 투자로 수익을 올려 기업의 성과를 공유한다면, 그 사람은 "코로나를 역이용"해서 살아남는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책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 외국인의 매도세가 어떤지를 비교합니다. 책에서 분석한 시점까지는 외국인 매도가 두 배 더 크다고 합니다만, 8월 초에 외국인들이 귀환하여 삼성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칩을 대거 사들여 뉴스를 탄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혹은 제안)한 대로, 한국인들이 증권 시장에서 현명히 대처한 결과로 결국은 외국인들도 돌아와 경기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코로나 시대에 그럼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수익을 얻을까요? 아무래도 책의 출간 시점과 독자가 이를 읽는 시점 사이에 간극이 있다 보니,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집필 시점에서의 "예언"이 얼마나 실현이 되었는지 체크하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책에서는 대면 산업 섹터와 비대면으로 일단 분류하고, 이들 컨택트와 언택트의 대결(미디어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죠) 속에 균형추가 왔다갔다 하는 양상을 예상하는데 상당 부분이 맞았습니다. 또 다음카카오는 이미 시총 10위권에 확실히 자리를 굳혔는데 언택트의 대표 주자로서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소위 컨택트 섹터에 속합니다만 이미 지난 달 몇 번 상한가를 치거나 큰 폭 상승을 기록한 적 있습니다. 교육주 중 메가XXX 같은 곳도 거론되는데, 실제로 YOOO 같은 곳이 며칠 전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교육부와 원격 수업 협약을 맺은 게 큰 몫을 했다고도 분석됩니다.
아무래도 출근을 못 하고 재택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 당연히 PC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반도체 산업은 이런 이유에서도 다시 중요성이 가중되죠. 또 집에 머무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OTT산업도 성장하겠는데, 책에는 "넷플릭스가 완전히 떴다(p113)"고 합니다(본문에 오타 한 군데 있습니다). 책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를 준별해서 설명하는데, 실제 외국인들의 귀환 당시 하이닉스는 뜨지 못하고 삼전만 주가가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플래시 메모리 생산 능력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바이오 롤러코스터 안전띠 확인하라." 6월부터 특히 바이오 섹터가 초강세장이었는데, p124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전에 한 몸처럼 움직이던 바이오 공식도 깨졌다. 이제 개별 주가의 호재를 따져봐야 한다. .. 코로나와 관계 없는 바이오주는 약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참 이 대목은 읽을수록 신기한 게, 제가 계속 지켜 봐 왔습니다만 7월 초까지만 해도 바이오 섹터가 순환매 양상을 보이며 돌아가면서 오르다가, 7월 말부터 차별화 장세가 실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집필, 출간 시점을 고려하면 마치 예언 같이 보이네요.
3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나오는데 이후 부동산 대책으로 아주 강한 것들이 연달아 나옴에 따라 독자들은 좀 주의해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책에서는 재건축 시장에 주목하라고 권하는데, 실제로 방금 전 뉴스에서 "이번 규제책의 빈틈을 재건축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니 읽어 볼 만합니다.
4부는 다시 "제로금리"에 주목하는데, 특히 우리보다 저금리 시대를 일찍 맞아 상당히 고생한 일본의 사례를 듭니다. 일본은 비단 플라자 합의를 잘못해서 경기 후퇴를 맞은 게 아니라. 특유의 보수적인 풍조, 정책의 퇴행화, 앞선 성공 궤도에의 과도한 안주, 순종적인 국민성과 혁신 회피 분위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오늘의 침체를 가져 온 것입니다. 그런 그들도 최근 반성 끝에 다른 모색을 하고 있으며 "전거복철 후거지계(前車覆轍 後車之戒)"라고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 디플레이션의 깊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애 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