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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 상위 7% 우등생 부부의 9가지 비결
그레고리 팝캑 지음, 민지현 옮김 / 진성북스 / 2018년 7월
평점 :
결혼이란
일생일대의 과업입니다. 요즘은 점차 전통적 가정관이 해체되고 보다 책임을 덜 지면서 상대를 더 넓은 범위에서 자유롭게 만나 가는
관계가 서서히 확산된다고도 하나, 아직은 이런 행태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상대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른 상대와 어떻게 행복하게 관계를 영속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무슨 직장 생활도 아니고 개인이
감정적으로 행복해지는 데 무슨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게 참으로 큰 역설입니다만, 논리 구조를 따지기 전에 많은
기혼자들이 냉엄히 맞는 현실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부부의 (상대에 대한) 기대치는 한 없이 높아졌지만, 사랑을 완성시키는 방법과 실천의지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서양이라면 과거에는 종교 윤리가 특히 부부들에게 일일이 생 속에서 실천하고 준수해야 할 사항을 코칭도 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평등 관계를 전제로 한 것도 있고, 시대상이 크게 변한 지금 더 이상 큰 효용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전문가들, "선배들", 학자들이 그간 발견하고 축적해 둔 노하우를 참조하는 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
그레고리 팝캑은 이른바 "결혼 상담 치료사"입니다. 이런 직종의 전문성에 회의의 눈길을 줄 수도 있겠으나, 일단 많은
사람(고객)들을 상대하고 사례의 데이터를 축적, 분석해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일단은 그 말을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책을 읽어
보니 차분한 어조 속에 인생의 갖은 굴곡, 고비를 통찰하는 지혜도 충분히 녹아나 있어, 그리 얇지만도 않은 책 한 권을 읽어낸
보람이 충분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은 2017년도에 다시 이뤄진 개정을 반영한 신판이라, 전판을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더욱 기대를
갖고 열어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처음 접하는 저자고요)
저자는
전판(나중에 확인 했습니다)에서 부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누고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나(우리)는 어느 타입에
해당하는가, 혹시 현재의 자신(들)이 불행하다면 어느 유형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겠으며, 그 방법은 무엇일지 이 책을 꼼꼼히 읽고
숙고해 볼 만합니다.
성적, 재산,
소득 등으로 백분율 상위 하위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된 요즘이지만, 저자는 30년 넘게 모범적으로 살아 온 자신 부부의 경험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면서, "화기애애 기준 상위 7%"에 속하는 모범적인 부부로 살려면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사실 책을 읽다 보면 그리 오만할 만큼 우애를 과시하는 어조는 아니고, "그저 평균보다 좀 낫다"는 정도로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가라면 자신 개인의 사례뿐 아니라 다양한 표본을 두루 섭렵하고 신중하게 내린 결론이라야 더 경청할 가치가
있겠고요. 혹 정말 절실히 숙고한 연구 결과라면 저자 자신이 설령 파국을 맞이한 불운한 경험자라 해도 그 쓰디쓴 실패로부터 뭔가
절실한 교훈을 (반면교사처럼) 도출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이런 조언은, 본인 자신들도 뭔가 성공한, 아기자기한 혼인 생활을
영위하는 분들의 가르침이라야 더 설득력 있게 와 닿을 듯하며, 실제로 이 책은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동반자적
결혼"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결혼의 목표가 비교적 가시적이고 뚜렷하게 잡혀 있습니다. "능력과 친밀감 추구"라고 저자는
요약합니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은, 예컨대 가사일 분담에서 일을 전혀 상대에게 미루지 않고, 즉각 눈에 보이는 대로 처리하려
듭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더 유능해지고, 더 자격을 갖춘 배우자가 되어가며, 이런 과정에서 성취감마저 느끼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공유하는 목표는
1) 진정한 평등주의
2) 친밀감을 저해하는 자기방어적 장벽의 제거
3) 특별한 일치감
4) 타협
이상의
내용은 p85에 이미 잘 정리되었습니다만 저는 항목 4)를 (저자의 의도와 다소 다르게?) 분리해 보았습니다. 즉 이런 유형이라
해도 서로 살아온 궤적이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남끼리의 결합이니 다소는 충돌이 빚어지는 게 당연한데, 이때 그들은
이미 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성적으로 "어느 선에서는 타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린다는 겁니다. 본래 밑바닥이면서도 허상을
품고 사는 유형들이, 상대에게 가당치도 않은 분수를 넘은 그 무엇을 강요하고 드는 법이니 말입니다.
사회
생활이라고 하면 당연히 방어막이 일정 부분 형성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각자가 목표로 한 걸 교환하고는 관게를
해소합니다. 이 방어막을 침해하고 들면 보기 추한 싸움이 나는 거고, 이른바 2차 집단의 질서가 무너지는 거죠. 헌데 부부는 서로
살을 섞는 사이이니만치, 이런 방어막이 빠르면 빨리 해소되는 편이 낫습니다. 과거 유교주의 풍조 하에서는 남편과 양갓댁 출신
부인 사이에 (부부인데도) 엄격한 틀을 유지하기도 했겠으나, 이런 류의 릴레이션십이 현대 사회의 욕구 해소, 기능 수행을 제대로 해
낼 리 만무하죠. 저자는 특히 이 "진정한 친밀감형성"이란 덕목을 강조합니다. "남편도 아내도 살아가면서 지금보다 더 매력 있는
상대, 사회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겠다고 기대는 하지만, 현재의 배우자보다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더
든든한 지원자가 되지는 못하리라 확신한다.(p87)" 물론 이것은 현실을 도피하가 위한 위선(과거에는 이런 유형도 제법
보였습니다. 남들 보는 앞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자신들끼리도 연극처럼 그러고 사는)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이렇게
서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패하는 부부는 대개 몇 번 피상적인 시도를 하거나 자기 욕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한 끝에 "원래부터 맞지 않았으며 결합되지 말아야 할 사이였음"을 결론내리고 파탄에 이르기도 합니다. 헌데 이는
자신의 인격적 불성실을 호도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세식 정혼, 중매 시스템에 의해 만난 것도 아니고 서로 한때는 원해서
끌렸으면서 이제 와서 성격 차이, 출신 성분 탓을 하는 건 자신의 인격과 판단 능력에 결격 선고를 스스로 내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런 "노력", 그러나 방법만 잘 따라가면 과정 자체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을, "바른 노력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과정이 지옥이면
결과와 견주어 비용이 너무 크게 먹혀 결국 시도하지 않는 만도 못할 수 있습니다. 매몰 비용이 너무 크면 과거는 쿨하게 잊고
지금부터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빨리 헤어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일단 결단을 내려(이른바 "인륜지대사")
맺기 시작한 관계에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어떤 극단적인 방향을 틀기보다 개선과 부활의 목표를 일단 먼저 염두에 둘 필요는
충분합니다. 사례 제시도 많고 깨알같은 팁도 여럿 나올 뿐더러, 무엇보다 부부 관계의 이론적 유형화를 시도하여 맞춤형 해법을
제시한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나(우리)의 유형이 아니라도, 다른 유형의 부부는 현실에 어떻게 대처하여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지 구경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