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조 지무쇼 지음, 안정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류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는 지난 과거만 돌이켜볼 때 대부분 전쟁을 통해 맞이한 게 사실입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들도 "가장 비싼 비즈니스가 전쟁이며,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익하고 무의미한 야만"이라며 입을 모읍니다. 앞으로 교육과 계몽을 통해 인간 정신이 더욱 순화되면 분명 시스템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또 그런 평화적인 수단에 의거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겠고, 어쩌면 과거의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쟁사는 치열한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사는 꼭 사관학교나 기타 체계적 무력행사를 본분으로 삼는 군대, 교전단체에서만 연구하는 건 아니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 치의 영역이라도 더 개척하려 드는 기업 경영자라든가 외교무대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외교관들도 즐겨 탐구하는 테마입니다. 물론 우리 평범한 독자들도, 생사를 건 결전에서 교전 당사자 어느 쪽이 어느 시점에서 묘수를 두었다거나, 혹은 반대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대국(大局)의 향방이 바뀌었는지 큰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테마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무엇보다 깔끔한 지도, 그 중에서도 예리하고 날카로운 편집이 이뤄진 전황도의 수록이 필수 미덕입니다. 이 책에 실린 지도는 한 폭 한 폭이 다 참신하고 새로운 도구라곤 할 수 없어도, 특히 초심자들에게 광범위한 시야를 제공하는, 요령 있는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책 제목이 "도감"이긴 해도 텍스트의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거대 방향을 가른 굵직굵직한 전쟁 33건을 선정하여, 대체로 중립적이긴 하나 저자의 관점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설명이 베풀어진 후, 관련 지도 네다섯 컷(모두 천연색도입니다)과 삽화, 자료 등의 컬러 사진 몇 점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관점은 대개 중립적이고 건조하며,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어가려는 듯 약간의 장난스런 표현이 가미되었지만 초보자들이 접하기에는 무난한 편입니다.

칸나에의 전투, 이후의 자마의 결전 등은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도시국가 vs 해양 세력의 결전에서 전자가 승리한 역사적 분기점입니다. 사실 저는 읽으면서 저자 특유의 "경쾌한 편집 태도(그래픽 도안 포함)" 이면에, 어떤... 뭐랄까 컴퓨터 게임 애호가들의 시선을 다소 의식한 듯한, 전황의 "포인트", 양 진영의 장점과 단점, 승리의 비결 분석 등등의 나열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전쟁사 지식을 요점만 추려 머리 속에 정리한다면 다양한 게임에 요긴히 응용할 수 있겠지만, 용도가 그런 쪽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여태 깐깐하고 기품 있는 고급 텍스트 위주로 독서해 온 이들에게 이런 "실용적인" 편집이 큰 호감을 못 부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니발과 스키피오 두 명장의 역사적 대회전에 대해 전혀 선지식을 못 쌓은 독자들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섭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선 "겉으로 내건 명분과 실제 목표가 따로 논 추악한 전쟁"이라는 현대적 관점을 대부분 수용한 서술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슬람 진영 내부에 종족, 민족을 우선시한 불협화음이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이는 라틴 인 위주의 십자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흔한 관점대로 "두 유일신교의 항쟁"이란 프레임으로만 분석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며 제법 날카로운 정리도 시도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아브라함 신조 계열임은 사실이지만, 두 종교가 "유대교"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다는 서술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몽골의 진출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사적 사건이고, 특히 그 대대적인 향방이 주로 군사적 팩터에 의존한 패턴이었으므로 당연히 이런 류의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고, 이 책도 그런 스탠스입니다. 명장, 명전술가가 여럿 등장한 국면이지만 특히 이 책은 수부타이 장군에 초점을 맞춰 부각합니다. 발슈타트(직전 명칭은 레그니차) 전투 서술에서 저자(들)은 이 이름이 "시체의 땅"이란 어원을 가짐을 특히 지도 중에서 언급합니다. 발슈타트 전투(뿐 아니라 몽골이 대승을 거둔 어느 전역에서라도) 그 참상을 떠올릴 때 그런 이름이 붙고도 남을 이유가 물론 있겠습니다만, 독일어를 좀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Wahl과 Statt 어느 부분에 "시체"와 "땅"이란 뜻이 깃들었는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일본 호사가들 사이에 떠도는 오래된 틀린 속설이 아닐지 의심하는 분도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이 정보는 틀린 게 아닙니다. 게르만 고어(古語) Wa(a)l에는 "전쟁, 시체" 등의 뜻이 담겨 있고, 저 Wahl은 현대어처럼 "선거" 같은 뜻이 아니라 모습과 뜻이 변한 과거의 잔재입니다. Statt를 놓고 국내 인터넷 어느 정보는 "도시"라고 써 놓았던데,
Staat: 국가
Stadt: 도시
Statt: (명사로 쓰일 때) 지역(문어투)
이렇게 다 쓰임이 다릅니다. 발슈타트라고 할 때는 위 중 세번째에 해당함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하나 덧붙일 건, 최근의 독어학자들 사이에선 고어근 Wal에 대해 과연 저런 뜻을 지녔었는지 더 이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프로이센" 국명을 놓고도 v(러시아어에서 "~로" 등 방향을 지시하는 전치사. "브나로드" 등의 예처럼)+러시아 라는 설이 유력했는데("러시아 쪽에 있는 나라", 이게 사실이라면 참 맥빠지는 어원이죠) 요즘은 이 설이 완전히 폐기되고 고 부족 "프루사"의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벨지움, 벨기에의 어원인 "벨기카"라든가, 네덜란드의 옛 명칭 "바타비아" 등도 다 그 땅에 살던 선주민 부족명에서 온 것처럼 말입니다.



그냥 저 개인적으로 요즘 미국 독립전쟁사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인데요, 이 책은 식민지 초기 13주의 형세를 잘 잡아낸 지도를 싣고 있어서 보기에 반가웠습니다. 바로 뒤의 챕터에 실린 남북 전쟁 관련 지도도, 어느 대목에서 전쟁의 성패가 갈렸는지 인포그래픽 테크닉으로 깔끔히 잡아낸 설명이 돋보였습니다.



일본인들로서도 별로 자랑스럽지 않을, 뤼순 일대에서 육군을 지휘한 노기 마레스케의 엄청난 삽질이 특히 유명한 러일 전쟁의 요약 설명이 잘 담겨진 편입니다.

책은 전체 5부로 이뤄져 있는데, 제5부는 2차대전 종전 후의 사건들(총 8건)로만 따로 엮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중 한 꼭지는 911테러, 한 꼭지는 (비판적 의도에서) 이라크 전쟁에 할애했습니다. 4부와 5부에 실린 유럽지도 대부분이 (아주 희미하게) 오데르-나이세 선 등 현대 국경도 표시하는데, 이는 메인 라인이 당대 국경, 은선이 현대 국경, 이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대조시키려는 편집 의도로 보이므로 저는 오히려 평가를 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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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기적in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무료 동영상 & 포켓북 제공) 2017 이기적in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이종학.윤슬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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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현재 일종의 공인자격처럼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 교원임용고시 응시에 이 시험의 취득 급수가 요구되며, 그 외에도 역사에 대해 관심 높은 분들이 실력의 객관적 증명이나 자기 만족 등을 위해 많이들 응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제가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깨끗한 백상지 인쇄라든가 풍부한 도판, 수험생(?)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예쁜 편집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책으로 공부하면 머리에 안 들어올 지식이 없을 것도 같네요.

이 시험은 난이도별로 고급, 중급, 초급으로 구분되어 출제, 시행되는데 응시료가 시험마다 다릅니다. 이 책은 그 중 "고급" 레벨 대비 수험서입니다. 고급형에 출제될 만한 세부 암기 사항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본문 학습 후에는 기출 문제를 통해 자기 실력을 체크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본책(1권)은 기본 사항 정리 + 기출문제 로 채워져 있습니다. 1권의 기출문제 해설과 정답은 문제 바로 밑에 제시되었습니다. 2권은 문제집인데 3회분 실전 모의고사(저자분들이 작성, 출제) + 기출문제 중 1권에서 못 다룬 문제들 엄선한 1회분, 이런 구성입니다(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가 자세하지 않아서 여기 써 두겠습니다). 3권은 휴대하면서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포켓북인데 사이즈는 문고판 정도입니다. 1, 2권 본책은 A4 사이즈입니다.



06번 문제를 보면 지문에 손병희 선생이 나오는데 이분은 3. 1운동 연관하여 투옥되고 출옥 후 서거(고문 후유증)하셨으므로 이후의 큰 규모 만세운동에 관여될 수는 없습니다. 지문 중의 "4월 2일" 부분은 단서가 될 수도 있고 3. 1운동이 장기간 지속되었음을 모르는 학습자라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 중 ③은 1910년대 내내 언론기관이 어용화되었고, 조선, 동아 등 민족지는 1920년에 창간되었으므로 사실이 아닙니다. 3. 1 운동의 성과 중 하나로 총독부의 소위 문화정책을 들기도 하고(기만술이지만),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들 양대 신문(외 여러 매체)이 창간되었으므로 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⑤는 모르는 분이 없을 테고, ④는 일부 강사 해설을 통해 "광주 학생 운동" 관련으로 널리 알려진 것 같으나 1920년대 전반에 전개된 "민립 대학 설립 운동"과도 연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07번 문제에서 ④와 ②는 1930년대에 시행된 총독부의 민족 말살 정책과 관련 있습니다. ⑤ 역시 1930년대에 대대적으로 전개된 관제 농촌 운동인데, 이로 인해 계급 모순과 봉건적 착취, 차별이 더욱 심화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③은 1910년대에 시행되었고 아주 고난도 문제에서는 정확한 연대까지 다 외워야 순서나열이 정확하게 가능한데, 고급을 처음 푸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부담이 되므로, 처음에는 10년대, 20년대, 30년대 하는 식으로 맵만 머리 속에 찍어 놓고 차차 구체화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08번 보시면 웬만큼 공부한 분들은 저게 연해주라는 정도는 감이 오겠습니다. 연해주에서 沿(연)자는 물가 연 자 입니다. 바다 해(海)는 물론 동해를 가리킵니다. 비록 인접해 있어도 국가 간의 경계가 엄존하는 지역은 통치 구조와 정치적 분위기가 엄연히 다르므로, 지도에서 ②가 답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계속 문제를 풀면서 이 서평을 채워 나가겠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이번 5월달에 이 시험 고급 레벨에 응시한 후, 6월에 성적표가 나오면 블로그와 카페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검증하려면 저처럼 다른 참고서를 전혀 공부한 적 없는 독자라야 확실히 그 순 효과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만에 공인 시험 친다고 생각하니 좀 설레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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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비밀, 수학개념노트 : 수학 1 + 수학 2 통합본 - 고1 수학 개념.공식 완벽분석집
고희권.이규영.한성필 지음 / 쏠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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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학을 공부할 때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게 의외로 공식 암기입니다. 응용 문제가 어렵지 그깟 공식 외우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는 분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고충을 몰라 주는 태도가 애들을 더욱 학습상의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공식은 그냥 외우면 되지 않냐는 쪽이지만, 이런 태도를 부모로부터 접한 아이들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더 어려워하게 되고,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괜한 강박감, 중압감부터 안고 갈 수 있습니다. 중압감이 먼저 마음에 깔리면 이후 문제를 자기 힘으로 풀어도 중압감과 상쇄하느라 쾌감이 남지를 못하고, 이런 까닭에 수학에 흥미를 전혀 못 붙입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는 먼저 개념과 공식을 자기 주도로 신나게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깔끔하고 친절하게 개념만 쏙 뽑아서 예쁘게 정리했다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개념만 앙상하게 정리된 게 아니라, 암기 비법, 공식이 왜 그런 과정으로 유도되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함께 실린 점이 또 좋았습니다.

여길 보면 함수의 그래프 그리기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평행이동, 대칭이동 그리기 요령이 나옵니다. 설명만 들으면 정말 쉬운데, 수능에서 고난도 응용 문제가 나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도 못 대고 그만둡니다. 신 모 유명 강사가 전국적 유명세를 탄 게, 로그함수의 평행 이동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 동영상 덕분이었다고도 하죠. 이 책의 평행이동, 대칭이동은 제가 여태 본 중 가장 깔끔하고, 깔끔할 뿐 아니라 실전 응용이 가능한, 책임감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아래 보시면 다른 참고서에 잘 안 나오는, 확대, 축소 방법도 예와 함께 설명됩니다. 확대, 축소는 삼각함수 그래프 관련(주기 관련) 응용문제에서 번잡한 문제 풀이 과정을 확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잘 공부해 줘야 합니다.


오른쪽 페이지에 보면 구간을 정해 두고 어떤 모양이 반복되거나, 구간별로 각각 다른 모양(방정식)이 나온 후 무한반복시키는 기초 유형이 잘 나옵니다. 이런 걸 여기서 확실히 배워 둬야 고난도 문제를 안 틀립니다. 문제 풀 때는 "이거 내가 전에 배웠던 무슨 공식, 개념을 응용하는 거구나."라고 확신이 들어야, "하 이건 문제 풀 때마다 방법이 다 달라!"같은 절망감을 안 느끼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절댓값은 벗겨야 한다! 진리이지만 왜, 어떻게 벗겨야 하냐를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일반원칙을 예와 함께 잘 정리해 줘서, 절댓값 기호만 봐도 공포감을 느끼는 애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 유형, 공식, 개념을 미리 공부한다, 미리 공부해 두면 풀 수 있다, 요걸 애들에게 확신, 안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혼자서 신나게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방법이 잘못되어서인데, 개념을 외워도 이상하게, 응용이 안 되게 외우면 첨부터 안 외운 거나 결과가 같습니다. 한성필 선생님은 이런 고충을 이해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머리 속에 이해하면서 공식을 정리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진도 빨리 빼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서두르면, 자기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도 날림으로 대충 남아서, 한 번 볼 걸 세 번 네 번 봐도 이해 못 하게 됩니다.

집합 못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이 딴 걸 포함하고 무엇이 딴 것에 포함되는지 정확히 개념을 안 잡으면 이런 쉬운 것도 틀리게 됩니다. 대충 거의 다 풀었는데 틀리는 것과, 아예 손도 못 대고 틀리는 건 점수는 똑같이 나옵니다. 이 책은, 집합 같은 쉬운 것도 허술하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이 촘촘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개념 정리할 때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집합과 함께 알아둬야 하는 게, 새 교육과정에 추가된 명제 단원입니다. 사실 명제는 예전 수능때도 그 개념이랄까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반례를 들어도 바르게 들 수 있고, 합답형 문제를 출제자 의도에 맞게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않았을 뿐 시험 범위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였죠. 이 책은 저자분들이 기초부터 확실히, 체계적으로 설명을 해 주셔서, 그냥 외우는 식으로 넘어갔던 학생들이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느낌이 올 것 같네요.

필요조건은 큰 집합이고, 충분조건은 작은 집합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나도 안 어려운데, 말이 어렵다 보니까 애들이 맨날 틀립니다. 저자들께선 안 헷갈리게 귀에 쏙 들어오는 암기법을 잘 적어 놓고 계시며, 사실 이거는 대학에서 인문 교양 수업을 배우면 이름이 왜 그런지 이유가 분명히 제시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쓸데없이 애들 괴롭히는 말장난처럼 들리죠. 이 고비를 잘 넘긴 애들은 대학생 되어서 여유 있게 "왜 그런지"를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멋진 인재가 됩니다.



우리 교과서는 좀 이상한 게, 고교 교과서에서 안 다루던 걸 초등, 중학교 과정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수능 혹은 고1 고2 모평에 그대로 출제하곤 했습니다. 당장 배우는 교과서에 안 나오는 걸 셤에 내기 때문에, 쓸데없이 사교육도 해야 하고 학원 부교재가 괜히 의미를 가지고 그랬죠. 이 책은 개편된 교육 과정에 맞춰서 평면 도형을 다시 상세히 다뤄 줘서 좋습니다. 특히, 외심과 내심 모르는 애들이 뭐가 외심인지 내심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암기방법까지 가르쳐 줘서 좋았습니다.


본문에서 중요한 개념 설명을 손으로 베껴 쓰게 하고, 그 내용을 "나만의 암기 노트(책 안에 포함됩니다)"에 다시 정리해 넣게 했습니다. 이렇게 시켜서 스스로 재미를 붙이게 해야 능동적인 공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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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내부담화 - 마윈 회장이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고하는 개혁의 메시지
알리바바그룹 지음, 송은진 옮김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마윈의 성공담을 다룬 책은 여태 (이건희책, 삼성책, 손정의책 만큼이나)많이 나왔습니다만 이 책은 제가 볼 때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릅니다. 첫째 마윈이 그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담화, 방담이라는 점에서 매우 솔직하다, 두번째 2017년 현재 시점에서 알리바바와 그 CEO 마윈의 최신 상황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반영했다는 점에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다,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자로서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내부담화"용으로 작성, 표현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대외용으로 출판된 이상 그에는 윤색도 있고 가공도 끼어들게 마련입니다. 또 아무리 최신시점의 사정이 다뤄졌다 한들 출간시점과 독자가 실제로 텍스트를 접하는 시점 사이에는 또 간극이 생기게 되어 있죠. 그렇다손 쳐도 책을 직접 읽어 본 독자는 알 수 있지만 이런 형식과 내용에는 현장에서 마윈의 육성을 듣는 듯 묘한 박진감과 솔직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다른 근거를 번거롭게 대기보다, 서점에서 한번 책을 펼쳐 내용의 일부라도 확인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알리바바는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뭔가 좀 아닌 것 같고 엄청난 몸빵의 대륙 내수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한순간에 몰락할 듯 허술해 보이지만(책에 이런 표현이 직접 나오지는 않아도, 마윈 회장 역시 그런 우리들 일반의 시각과 이미지를 자신도 안다고나 하듯 비슷한 셀프 디스를 책 중에서 실제로 합니다) 가면 갈수록 번창하는 게 지금 우리 눈으로 직접 보듯 객관적 현실이기도 합니다.

책 중에서(사실 이 책 출간보다 앞선 시점에 현장 연설을 통해 한 말이지만) 마윈은 지금 최고로 잘나가는 알리바바의 성공을 자기 직원들 앞에서 엄청 뽐냅니다. 뽐낼 만한 사람이 뽐내는 건 밉게 볼 게 아니라 당연한 존경과 찬사가 바쳐져야 하며, 성공도 이만저만 큰 성공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각별한, 합당한 경의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가 잘 알듯, 싸구려 제조업의 엄청난 가동, 활황으로 경제 대국 반열(총생산 기준)에 오른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성공한 기업가의 대표랄까 특급 스타가 제조업 분야에서 부각되는 게 아니라(있긴 있으며, 우리 생각보다 숫자도 많고 성취의 질도 높습니다만), 이처럼 3차 서비스 산업(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이게 안 된다며 지적하곤 하는), 그것도 전자상거래라는 신산업 분야에서 등장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재작년(햇수로는 2년이 안 됩니다만)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상징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 제작을 주도한 자본이 바로 알리바바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대뜸 한자 로고가 나오는 장면(홍콩영화에서나 보던)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건 한국 관객들뿐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렇게 뽐낼 만도 한 마윈 회장이지만, (직원들 앞에서) 실컷 뽐내고 난 후 마 회장이 꺼내는 말이 반전이고 걸작입니다. "여러분들, 알리바바에 다니는 게 자랑스럽지요?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합니다. 진짜 시련과 도전은 지금부터 밀려올 겁니다." 이어지는 말은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핵심은 "나나 여러분이나 이처럼이나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성공은 자랑할 만하지만, 우리가 잘나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은 모두 잊어야 하며,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냉정히 관찰하고 신속히 정확히 적응하고 연구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뭐 이 정도입니다.

보통 성공한 사람들이 부자 몸조심하는 차원에서, 또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겸손을 가장하는 건 흔히 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마윈은 그런 전략적 발언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소탈하고 솔직한 고백을 이어가네요.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별 능력도 없고 머리가 좋지도 않다. 심지어 IT 기술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고 무슨 대화가 심도 있게 이어지면 평가는커녕 내용을 따라가지도 못 한다." 이런 말에 우리 독자가 충격을 받는 건, "에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가 아니라, 마윈 같은 인물은 아닌게아니라 정말로 그럴 것 같다는 우리 선입견과 맞아떨어져서입니다. 그는 지식도 학력도 출신도 경력도 보잘것없는 인물이며, 심지어 외모상 사람 눈을 잡아채는 매력조차 부족합니다(그 정도가 아니라 극혐 레벨).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열등감이라든가 자격지심 때문에 허위 선전이나 사실 왜곡으로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드는 게 보통이고, 실제로도 우리가 주변에서 이런 예를 아주 흔히 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 아이템도 크리에이티브도 없으면서 꼰대 같은 훈계만 늘어놓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듯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한 후에야 남한테 설교를 해도 해야죠.

그런데 마윈은 이처럼 우리의 예상을 비껴가며, 정반대의 진술을 당당하게도 털어놓습니다. 이는 첫째 정말 실상이 그러해서, 괜한 위장이나 윤색을 통해 진실을 은폐할 게 아니라 생존 전략 마련의 절박한 필요에서 내부 직원들에게는 실상을 다 밝히고 긴장을 조성하자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전혀 그렇지 않고 그에게는 초인적인 안목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하나하나 다 마련되어 있지만, 적들을 방심시키기 위해 "너희들의 선입견에 다 맞춰 주겠다"는 듯 위장막을 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두 배경이 어느 정도는 모두 작용하지 않나 봅니다.

마윈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성공한 사람들이나 조직의 선례를 연구하지 마라. 그럴 시간에 너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깊이 성찰하라. 남의 방식은 그걸 적용할 똑같은 환경이 두 번 다시 닥치지도 않을 뿐더러, 남의 방식은 결국 남의 방식일 뿐 너로부터는 발휘 안 된다"입니다. 예전 같으면 너무도 과격하고 거칠게(그의 외모만큼이나) 들렸을 이런 말이, 꼭 그의 눈부신 사업 성공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과거의 조용한 도그마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지금의 현실 앞에서 전혀 적용될 수 없다." 링컨의 말입니다. 상황에 적응하는 자신만의 내공을 기르고, 밀림의 야수처럼 순발력과 칼날 같은 본능으로 대처해야만 시장의 승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많은 경영 구루들이 "혁신, 혁신, 파괴적 혁신"을 주문처럼 입에 올리는 게 이런 절박한 각성과 맥이 닿으며, 경영사상가들이 멋진 말로 다듬기 이전 마윈은 시장에서 마구 구르면서 몸으로 실적으로 진리를 확인했던 셈입니다.

마윈이 자신 있게 내놓는 진단이 있습니다. "우리(알리바바)는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분야의 파이어니어는 이베이이며, 한국에서는 "옥션"이라는 브랜드로 활동 중입니다. 어떻게 해서 치열한 경쟁 끝에 이 굴지의 다국적 기업을 물리칠 수 있었는가? 마윈이 내어 놓은 해답이 걸작입니다. "이베이는 최고였고 우리는 존재도 없는 삼류기업이었다. 일류는 지금까지 해 오던 최고의 방식과 매뉴얼과 시스템으로부터 일을 추진한다." 그런데요? "바로 그래서 이베이가 실패한 것이다. 그들은 최고의 매뉴얼대로만 일을 했고, 우리는 삼류라서 아무 집착할 것 없이 마구 대응했다. 상황은 종전의 것이 되풀이되지 않았고, 다른 것 안 보고 현실만 직시한 우리가 결국 이긴 것이다."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이 맞는 게, 이제 알리바바 역시 지난 십 년 간의 자랑스러운 방식("이렇게 하니 되더라.")을 앞으로 밀고 나가면, 이베이가 그랬듯 다른 후발주자에 밀려 고꾸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 회장은 이걸 강조하는 겁니다.

마 회장이 참 무서운 게,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똑똑해서, IT 기술이나 시스템에 밝아서 1인자가 되었을까? 나를 보라. 내가 남보다 잘나서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아니다! 환경과 행운이 유리하게 맞아떨어져서이다." 밖에다 대고 이런 말을 하면 그건 부자몸조심인데, 이게 실제로 조직 내부에서 한 말이라서 더 놀랍습니다. "내가 성공한 건 그저 운이 좋아서였다." 이런 말만큼 현실에 대해 철저히 거품을 뺀 고백은 없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 내세울 것 없는 인생도 뭔가 자신에게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양 허세를 피우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마 회장은 영어강사 출신이지만 젊은 시절 미국이나 서유럽에 오래 체류하며 학문을 닦지 못한 인물입니다. 중국이 알고 보면 우리보다 더해서 유학파라고 하면 대단한 엘리트로 대접 받습니다(한국은 학벌 세탁이다 뭐다 해서 꼭 그런 눈으로 보진 않죠). 이런 그들에게 마 회장은 "어설프게 배워 오면 결국 외국에도 소속 못 되고, 그렇다고 고국에서 오래 분위기를 익힌 내부자 그룹에도 못 속하고,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되기 쉽다"고 합니다. 이는 꼭 많이 배운 이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그렇게는 안 들리더군요),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히 현지(어느 곳이든)의 사정에 적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려 든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로컬하게 행동하라"가 있는데, 앞의 것도 어렵지만 뒤의 것은 더 어렵다는 게 요즘의 분위기입니다. 일반론은 들을 때는 그럴싸해도 막상 현실에서 써 먹을 데가 없습니다. 반면 각론과 디테일은 생존에 직결된 사항입니다.

마 회장뿐 아니라 중국인 사업가 대개가,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일단 돈 때문에 존중받는 듯해도, 속으로는 멸시와 질시의 대상이 되기 십상입니다. 여기에 쌓인 게 많았는지 "꼭 보면 중국의 현실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상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둥(구체적으로는 말 안 하지만 공산당 정부의 통제, 검열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외국인들에게 불리하다는 둥. 나는 그럴 때마다 정부에서 터치하는 것 없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며 자신 있게 말을 한다." 책 후반부에 보면 "반 세기 전 공산당과 인민 해방군이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중국인을 해방시킨 것처럼 우리도 불모지에서 시작하여 혁명적 성과를 일궈냈다" 같은 말이 나오는 등, 정부 당국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 있긴 합니다. 또 시진핑 주석의 지도 지침("우리는 아직 초기 사회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각별히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을 환기시키는 등, 통제와 감시가 일상적인 전체주의 국가의 한계가 느껴지는 발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최소한 기업가에게는 재량을 주기에 이런 빛나는 성공사례가 나오기도 하겠지요. 이런 사람을 두고 "체제 선전을 위한 꼭둑각시"로만 폄하하기엔 오히려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본 소치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의 시장은 충분히 공정하며(안 그러면 외국 자본이 거기 들어갈 리가 없고, 롯데 신동빈 회장도 여튼 발을 안 빼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변화무쌍하고 터프하다는 게 결론 같네요.

자사 성공의 비결에 대해("타오바오망"을 한자로 쓸 때 다른 책에 보면 다 중국식 간체자로 표기하지만 스타리치 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우리 한국에서 흔히 보는 정체자로 쓰인 게 눈에 띄더군요) 마 회장은 이런 날카로운 분석도 합니다. "미국은 각 회사가 모두 자기 공홈을 유지하며 거기서 물건도 파는 식이다. 그래서 이런 개별 회사들을 찾아 주고 소개, 연결하는 검색 사이트의 기능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회사들이 대개가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그의 말에 따르면 수천만 개라고요)이라서, 알리바바 같은 거대한 쇼핑몰 사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온라인 백화점을 지향하는 아마존도 사실 이와 비슷한 지점에서 알리바바를 상대하고 있습니다(혹은, 그렇게 되어갑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패턴이 세분화한 취향을 좇아 검색 포털의 도움을 받아가며 벤더, 셀러의 잘 꾸며진 개별 웹사이트를 찾아갈지, 이런 플랫폼에서의 쇼핑에 더 익숙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 회장의 요점은 "중국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그 사정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적응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 회장은 <삼국연의>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예를 듭니다. 주공근은 공명 못지 않게 식견이 넓고 판단이 빠른 엄청난 인재였지만, 결국 공명에 패배하고 맙니다. 그 이유를 놓고 마 회장은 이런 말을 인용하는군요. "재상의 도량 안에서는 몇 사람이건 마음 놓고 뛰놀을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똑똑한 것보다 국량이 크고 관대하여 온갖 개성의 사람을 다 품을 수 있는 자질이 중요하단 거죠. 자신은 잘난 구석이 없었어도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여럿 거느릴 깜냥이 되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건데, 이런 교훈화는 이미 한 고제 유방부터가 자신의 특장점을 널리 홍보하는 프레임으로 사용한 지 오래지요. 어느 일본인 저자가 쓴 책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라는 제목도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그저 식견이 부족하고 머리가 아둔하다고 해서 저절로 인성이 좋아지거나 그릇이 커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내면까지 비틀어진 예가 더 많죠. 사장이 넉넉한 매너로 아랫사람을 대하면 그걸 악용해서 회사 돈을 더 횡령하고 종국에 배신하는 모습도 흔히 봅니다. 정해진 교훈이란 없고, 모든 건 그저 상황의 정확한 파악을 통해 맞춤형 분석으로 도출된, 융통성 있는 전략과 혁신에 의해 타개해야 한다는 점, 그의 육성으로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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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추리 퍼즐 2 - 논리적 사고 센스를 키우는 뇌풀기 퍼즐 100 공간 추리 퍼즐 Logical Puzzle Series 2
무라카미 료이치 지음, 장은정 옮김, 이나바 나오키 퍼즐 문제 구성 / 그린페이퍼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첫째 스도쿠 즐겨 푸시는 어르신들, 둘째 수학에 벌써부터 공포감을 느끼며 질려하는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스도쿠는 물론 치매 예방과 두뇌활성화를 위해 좋은 오락거리지만, 너무 같은 종류, 방향의 훈련에만 치우치면 애써 들인 시간이나 노력만큼의 성과가 안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정해진 루틴이 되어 두뇌가 그쪽으로만 길이 들어 버리면 두뇌를 훈련시키는 보람이 없죠. 스도쿠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바둑을 즐겨 두시는 분들도 치매에 걸리는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에 자극을 주려면 평소에 안 해 버릇하던 트레이닝 수단을 택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이치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어느 연령대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만약 공부를 꽤 잘하는 유형이라면 이 책에 실린 문제는 간단한 일원, 혹은 이원일차 방정식을 통해 쉽게 풀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이 책에 제시된 풀이(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표준적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혹시 생각해낼 수 있을지, 도형을 다른 각도로 파악할 수는 없을지, 한번 과제를 던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 학교 과정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애들이라면, 이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 풀이를 통해 도형이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님을 알고 자신감을 심어 줄 수도 있겠습니다.

난이도는 모두 5단계입니다. 1단계는 정사면체, 5단계는 정이십면체 심벌로 각각의 문제에 표시되었는데, 정다면체가 모두 4, 6, 8, 12, 20면체 다섯 종류가 있음을 상징합니다. 아이들에게라면 왜 정다면체(볼록)는 저 다섯 종류밖에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 제목은 "공간"이지만, 입체공간이 아닌 평면공간 도형 문제만 나옵니다.



왼쪽 그림을 보시면 아래 줄 두 직사각형을 하나로 묶어 보는 게 포인트입니다. 묶어서 새로 생긴 직사각형의 넓이는 55㎠인데, 이제 55÷5=11를 하면 가로줄의 길이가 바로 나오죠. 이게 책 해답에 제시된 방법인데,


저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 봤습니다.

20+28+27 = 75 입니다.

한편, 윗 줄은 ? + 29 +18 = ?+ 47 이죠.


그런데 윗 칸의 세로 줄이 6cm, 아래 칸이 5cm이므로 널이의 비도 6:5가 되어야 합니다.

?+47 : 75 = 6 : 5 이므로, ?+47 = 90 이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는 43㎠ 이 됩니다.


이상이, 이 책에 나온 해답 말고 제가 생각해 본 풀이입니다. 


어떠신지요? 이처럼 모든 문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른 해법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 직사각형의 세로 길이가 6cm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난도 문제는 만약 독자가 초등학생이라면 반드시 혼자 힘으로 풀게 해서 자신감을 심어 줘야겠죠.


이제 오른쪽 문제를 보십시오. 푸는 방법은 사실 한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좀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 직사각형꼴로 나란히 세로, 가로 줄을 공유하는 모습이라면, 넓이와 길이가 같은 비로 이뤄집니다.

넓이가 30: 25면 이 경우는 세로를 공유하므로 가로도 당연히 30:25, 즉 6:5 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래 줄도, 24: ? = 6:5 가 되죠. 당연히 ?은 20㎠가 나옵니다.


이처럼 이 책에 나온 상당수의 문제는, 가로와 세로 중 어느 하나를 공유하는 직사각형 쌍은, 넓이의 비가 세로(혹은 가로)의 비와 같다는 점만 알면, 일일이 더하기 빼기를 안 해도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치매 예방용 두뇌 훈련이라면 책에 나온 대로의 풀이가 더 바람직할 것 같기도 합니다. 덧셈 뺄셈을 번갈아 가며 하는 연산 훈련이 이런 용도로는 더 효율적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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