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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트렌드 2018
커넥팅랩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모바일
온리"라는 거대한 시대 지표가 이끄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모바일의 운용 원리나 구체적인 기술 배경에까지 일일이 신경은 못 쓰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그래도 주요 키워드 몇은 잊지 않고, 아 세상이 이쪽으로 간대더라 정도는 애써 되뇌지만, 짤막한 단어만
읊조린다고 자동으로 추가설명이나 이해가 줄줄 따라나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최신 트렌드를 짚어주는 책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 번
정도는 숙독하고 한 해를 정리하는 게 좋은 습관이겠는데요. "모바일 트렌드"는 그래서 특히 직장인들이라면 종사 업무 분야에
상관없이 매년 챙겨야 하는 필독서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저자
커넥팅랩이 선정한 올해판의 주제어는 "무(無)"입니다. 작년까지 이어졌던 화두(정말 불교 선문의 화두 같죠)들과는 사뭇 범주와
느낌이 달라 뭔 뜻일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신중히 넘기며 열독했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판은 건너뛰었기 때문에 2년 만에 다시 이
시리즈를 만나는 건데,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뭔가 그 사이에 세상도 엄청 변한 것 같고, 작년판에서 지적한 사항이 제 머리에
정리 안 되어서인지 내용들도 절박하게 실감나게 막 꽂히는 것 같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기저효과 때문에 설명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겠고("간만에 보니 확 좋음"ㅋ), 뭔가 그 이전판들과는 달리 서술과
전망과 현황 점검이 더 구체화? 선명하게 바뀐 듯하기도 합니다. 이는 집필진도 컨셉과 표현에 더 고민을 쏟았다는 뜻도 되고,
저자들의 예상대로 모바일의 여러 국면이 그만큼 우리들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다 보니, 살면서 많은 부분에 대해 이미 선(先) 이해가
이뤄져서일 수도 있으며, 혹은, 우리 독자들이 지난 5년 동안 출간된 이 시리즈 전편들에 의해 그간 레슨을 받은 결과 실력과
안목이 향상된 덕분도 있을 겁니다. 사람이란 참, 뭐가 잘되면 다 그건 내가 열심히 해서고, 안 되면 남이 시원찮아서로 돌리곤
합니다.
"무(無)"는 다음의 여섯
가지 축, 기준 들을 가리킵니다. 무감각 무한 무선 무인 무소유 무정부. 이 중 "무선"은 "모바일"의 물리적 본체를 이루는
개념요소이며, 무소유는 아무래도 공유경제 트렌드를 가리키겠거니 짐작이 가능합니다. 무정부는 어쩌면, 왜 모바일이 개인과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을 바꾸고 헤집는 동인이 될지 시원하게 지적하는 단 한 마디의 지표일 수도 있습니다. 무인과 무감각은 서로 어떤
관계인지, 무한은 어떤 현상을 특히 염두에 두고 요약된 범주인지는 책을 꼼꼼히 읽고서야 아웃라인이 잡히더군요.
세부
토픽은 이전판들과 크게 달리 잡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일 년 사이라 해도 이 분야 발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그간 우리 독자들도
미디어를 통해 개인적으로 업데이트해 온 사항들이 속속 언급되기에, 속도감과 시사성을 쭉쭉 빨아들이며 신 나게 읽을 수 있었네요.
7개의 대주제마다, 저 여섯 개의 기준들로 기둥을 박은 "레이더 차트(폴리곤 다이어그램)"를 통해, 기술적으로 어떤 "무"가
넉넉히 구현되었고 어떤 다른 "무"는 아직 발전 도상에 놓였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돕습니다. 근데 이렇게 좋은 항구적 프레임을
이번년도판에 이미 적용했으니, 내년에는 "무(無)" 아닌 다른 키워드 아래에서 어떻게 내용을 구성하실지 괜한 걱정도 되는군요.
요즘
TV 광고 등을 통해 평창올림픽 관련 이미지나 컨셉을 많이 접합니다. 어떤 통신사 광고는, 5G와 평창과 자사 지향 가치를
하나로 묶으려고 시도도 하더군요. LTE가 7. 8년 전 처음 구현될 때 국민들 교육(?)을 시킨 으뜸 매체가 광고였듯, 5G라고
하면 그만큼 빨라진다는 건 알겠는데, 4G 때와 달리 다른 별칭도 안 붙었고 "지금도 충분히 빠른데 뭘" 같은 무덤덤함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대략 20년 전)에 3G와 IMT-2000이 나란히 거론되던 것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이 5G는 IMT-2020이란 표준과 같이간다고 합니다. 지금도 넉넉히 빠른데 대강 하지... 사실 이런 생각은 요즘처럼 파괴적
혁신을 요구하는 판에선 그냥 퇴보를 뜻합니다. 현재 자리도 못 챙긴다는 뜻이죠. 이런 분들도 막상 남들이 안 끊기고 대용량 파일
네 개 다섯 개를 1, 2초에 다 받을 때, 자기만 버퍼링 장애에 시달리며 10분 지나서야 모니터를 확인하는 수고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짜증을 낼 겁니다.
시간은 곧
돈인데, 책에서는 이런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발벗고 노력하는 중국의 움직임도 지적합니다. 기본료 인하 방침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피가 마를 통신사 걱정을 제가 할 이유야 없겠습니다만, 15000원(무료 통화 제공분은 제외) 그 이상의 효과를 장기
투자하여 얻어낸다고 생각하면 좀 참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봅니다. 독일 한 번 가보십시오. 딱 쓴 만큼만 요금 내기 때문에
깔끔하기는 한데, 그 선진국인 나라에서 망이 지독하게도 느립니다. 우리가 지금 2만원 낼 것 6만원 낸다고 4만원 어치의 혜택만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인프라가 열악하다면 필요할 때 가서 4만원 더 낸다고 4만원어치 효용을 언제나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설과 시스템이 첨단이면 소비자는 내는 돈보다 더 큰 잉여 효용을 반드시 챙깁니다. 어디 전화와 인터넷과 게임만 하고
맙니까? 폰으로 생계를 위한 정보를 주고받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며, 상당수는 고소득자이기도 하고, 이들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돌고돌아
내 지갑도 불려 주는 겁니다. 고속망이 안 깔려 있으면 정작 필요할 때 십만 원 아니라 백만원을 부랴부랴 꺼내들어도 원하는
서비스를 못 누립니다. 그 금액 인하해 봐야 치킨 한 마리 값도 안 되는데, 우리가 어디 한 달에 한 번만 시켜 먹겠습니까?
예전
3G 시절부터 속도 테스트할 때(느리면 고객센터에 전화 걸어서 따져야죠. 정당한 권리는 또 찾아먹어야 합니다) latency라는
항목 보셨을 겁니다. 업로드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건 좋은데, latency 역시 비례하여 커질 때가 있습니다. 요즘 유저들의
실질적 만족도를 정하는 건 이 "지연율"이죠. 어떤 분들은 LTE 얼리 어댑터였는데도 당시 불만을 토로한 게 거의 이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5G는 그저 양적인 팽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원리적으로 이 지연율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병행합니다.
"5G의
핵심은 실시간이다." 픽, 5G는 고사하고 인텔 486 PC 시절에도 실시간 소리가 나왔는데 무슨? 그런데 앞선 시대가 성급하게
마케팅 컨셉을 소진한 건 현재의 엔지니어들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고요. 이때 실시간은 "진짜" 실시간을 말합니다. 이 이슈는 특히
자율주행 관련해서 부각되는데, 전방에 사람이나 동물 등 장애가 나타났다, 이때센서가 반응하는 속도는 말 그대로 빛의 속도라야
하며, 이 정도의 만족감이나 실제적 능률이 아니고서는 인간이 자기 손으로 운전대를 잡는 의지를 꺾으려 들지 않을 겁니다. 이러니
5G의 혜택이 어디 폰에서 동영상 빨리 받고 TV 안 끊기고 시청하는 데서 끝나겠습니까?
올해판에서도
역시 독자들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을 대목은 블록체인 이슈일 것 같습니다. p77의 레이더 차트는 무소유와 무정부를 끝까지 쭉
늘리고, 무선과 무감각은 쑥 들어간 모양새입니다만, 사실 이 이슈에서 무선 무감각은 부차적 기술 사항에 불과하고, 직접 자체
연관은 없어도 타 분야의 도움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죠. 비트코인에 대해 얼마 전 크게 우려하는 메이저 언론 측의 기사도
나왔는데,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 한정된 기술, 원리, 발상이 전혀 아닐 뿐더러,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의 한 종류(대표주자이긴
해도)에 불과하며,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운용 기술의 핵심이지만 응용 분야가 이것 말고도 무궁무진합니다.
말
그대로, 블록체인은 개개인의 거래, 소통으로 블록 하나가 생기고, 이 블록이 모이고 모여 체인을 이루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기록이 (진정성이 확인되는) 체인으로 남아, 역추적이나 유효성 확인을 매우 편리하게, 또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예컨대 제1금융권이라는 은행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주고 경제활동을 영위하지만, 이는 이론상으로, 또 실제로, 완벽한
신뢰가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은행원의 횡령, 임원진의 배임 등).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한, 혹은 밖에서 거래를 관찰하는 개인이 그
전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거래의 안전을 더 본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근본 원리의 발견입니다. 이른바
비잔티움 장군의 딜레마가 수학적으로 해명되면서 더불어 세상에 출현한, 출생 족보도 화려한 시대의 총아이죠.
책에서는
우리 독자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절감하며 그 혜택을 맛볼 경우를 설명합니다. 올해 여름 계란 파동이 있었습니다만, 우리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생산지 이력 검증 체계에 구멍이 뚫려 비슷한 소동과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소비자는 집에
앉아서(아니, 혹은 외출하여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내가 믿고 소비하고 싶은 식품이 어떤 생산지에서 중간 유통을 거쳐 지금
어느 리테일러가 팔고 있는지 실. 시. 간. 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L이나 E 같은 대형 매장은 또 몰라도, 동네 마트에서 파는
마늘이나 감자 등이 과연 겉봉에 쓰인 대로 국내산이라고 안심할 수 있습니까?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었습니다만 과연 이를 누가
감시하고 보증할지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고 정부가 발로 뛰어다닌다고 그 많은 속임수를 현장에서 일일이 잡아내지도 못합니다.
블록체인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이거는 참여자 50%가 승인을 해야 체인 편입이 이뤄지고, 그
와중에도 새로운 참여자, 증인이 계속 늘어나기에, 누가 조작을 못 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설 필요도 거의 없고, 여태 존재했던
어떤 단속이나 감시보다도 효율적입니다. 이뿐이 아니죠. 내가 가는 단골 식당이 과연 재활용(웩) 반찬을 쓰는지, 어디서 불량
중국산 식재를 마구 퍼 넣는지 훤히 들여다보일 것 아닙니까. 이야말로 일상의 부정과 비리가 근절될 획기적인 계기가 아닐 수 없죠.
이 기술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등기
위조, 원인무효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에선 미국 등에 비해 그나마 지적 조사나 등기부 완결성이 높은 편이므로
어떤 획기적인 발전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하나로 자격증, 신분증, 의료보험, 자동차운전면허 등 모든 정보를 편하게 제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멋진 기술입니다만 그 편의는 이미 충분히 누리는 터라 그리 가슴으로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책에서는 에스토니아가
이른바 e- 정부를 구현하고 나서 국민소득이 네 배로 커졌다는 예를 드는데, 경제 규모의 성장은 그 이유 하나로 다 설명되는 건
아니겠죠. 단, 한국에서 빈발하는 부동산 사기는 대개 권리자 아닌 자가 권리자 행세를 하며 인적 사기를 치는 패턴이므로(등기부
조작은 법원에서 관리하고 이중 삼중 백업으로 모두 전산화가 이뤄졌으므로 불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 기술(토지 이력 추적+개인
신분 확인)이 결합하면 TV 재연드라마에서 나오곤 하는 기막힌 사연들은 방지할 수도 있겠습니다.
ICT 관련 p169에
보면 하만 등 전장업체가 바이두 주도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서술이 있죠. 단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하만은 작년에
삼성에 흡수되었으므로 이제는 "삼성하만"입니다. 그래서 이 합작은 삼성과 바이두의 연합도 되는 겁니다.
SF에서
언제나 보곤 하던, 심지어 무려 1982년작인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비춰지는 플라잉 카는 언제쯤
우리가 즐겨 보겠습니까? 사실 이 문제는 당장이라도, 쓸모 있으면서도 저렴한 차량의 출시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도시의 공중
공간이 그 차량이 돌아다니게끔 예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파트 발코니 앞을 누군가의 자가용이 쌩 하고 지나간다거나, 도로의
상공이라 해도 쾌속으로 달리는 차량 간의 충돌 방지나 원활한 운행을 무엇으로 조율, 규율할 것이냐는 겁니다. 이게 "하늘을 나는
차의 마련"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신기한 기계의 발명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 사이에 충돌과 갈등이 최소한으로 줄어들게 하는
룰과 체제의 정비가 진짜 까다로운 숙제인 겁니다. 자율주행 관련 법규도 그러하며, 이 책 후반부에서 다루는 네트워크 거버넌스, 망
중립성 문제, 나아가 단말기 자급제 이슈도 그렇습니다. 특히 마지막 주제는 이 논쟁이 왜 이 책에 나왔지 하며 순간 눈을
의심했는데, 생각해 보면 사람(개인이든 사회 단체든 정부든)이 순수 기술 문제만 건조하게 딱 떼어놓고 다루지는 않습니다. 올해
판은 특히 사회 정책, 혹은 정치적 이슈도 과감히 논제로 포함하여, 민감한 이해 관계를 일단 유보하고 순전히 기술 차원에서 먼저
해소할 수 있는 이견, 불합리 비효율 팩터는 무엇이 있는지 진지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게 돋보입니다.
어렵다고
지레 선입견 갖지 마시고, 직장 동료들과 대화할 때에도 뭔가 체계적인 베이스가 갖춰져야 대화가 주도됩니다. 뿐 아니라 백세 인생
길게 내다보고 설계하려면, 두어 발짝 앞선 트렌드를 하부 구조까지 들여다 봐야 정확한 그림이 잡히죠. 여전히 유익하고 도움이
많이 된 대중적 분석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