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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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작은 발걸음과 보폭으로는 그 태어난 고향으로부터도 몇 걸음 떼지 못할 듯하지만, 문명 발생 이래 수천 년 동안 모험심 강한 선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 지표의 구석구석에 이미 사람의 자취가 닿지 않은 곳이 없다시피합니다. 때로 무모해 보이는 이런 시도 덕분에 여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시쉬포스의 몸부림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눈부신 문명과 기술 발전이 이뤄졌으며, 우리 후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세상에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배리 로페즈는 예전 한국식 표현에 따르자면 역마살이 낀 생을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신 분입니다. 왜 이렇게, 편안한 한 장소에의 안거(安居)를 거부하고 호모 비아토르의 삶을 자처하여 고생을 감수했을까요? 답은 책 서두에 나옵니다. "어딘가 부서져 있는 지구의 한 구석을 감지했기 때문에." 그 고장은, 파손은 누가 초래했을까요? 죄 많은 우리들이 유발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지형이 발생했을 당시부터 뭔가 모순, 불안정을 갖고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라면 우리가 즉시 그에 닿아 지구를, 자연을 도와야 합니다. 전자라면? 대체 인간이 환경 오염과 파괴라는 업보를 어떻게 씻으려고 그런 짓을 저질렀겠습니까. 한치의 머뭇댐도 없이 발을 떼어 그 더럽힘을, 손상됨을 도로 온전히 깨끗이 만들어야 합니다. 배리 로페즈 선생의 별난 소명과 의무감은 아마도 이 비슷한 동기에서 싹텄을 것입니다. 

파울웨더 곶을 답사한 p164 등의 기록에서 저자는 모스키토 해안을 거론합니다. 로마자 철자로도 그렇고 누구라도 저 이름으로부터 아, 이 중앙아메리카 동부에는 모기가 많은가 보다 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페이지 본문에 저자께서 버젓이 별개의 설명을 달아 놓은 것처럼, 이 이름은 모기와는 아무 관계 없고(철자는 모기입니다만), 그저 선주민의 이름에서 따 왔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무심한 21세기, 백인 침략자들이 얼기설기 이룬 문명의 끝자락을 불들고 사는 후예들은 그저 생각한다는 게 극성스러운 곤충일 뿐인데, 저자는 우리 독자들에게 맹성을 촉구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이라도 수 천 년 전, 이 땅에 먼저 밭을 일구고 산, 피부 검은 선배들의 노고를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요즘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 등으로부터 그린란드를 앗으려는 시도와 발언으로 시끌시끌합니다. 극지방에는 그처럼 외쿠메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원, 또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현상과 물질의 기이한 집적으로 가치가 높습니다. 스클랠링 섬을 아는 이들도 드물고 심지어 인터넷에서 찾아도 지금 저자가 답사하고 논의하는 곳과 직접 관계 없는 정보만 잔뜩 나올 텐데, 여기는 누나부트라는 캐나다의 한 준주(Territory) 소속 무인도를 가리킵니다. 저자는 한 소설을 읽다 영감을 받아서 바로 이곳으로 떠나게 되었다고 밝히는데 이 두꺼운 논픽션집에 실린 대부분의 여행기가 이런 식입니다. 그저 놀랍고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할 게 없습니다. 이곳은 북반구의 끝에 가깝지만 p284 같은 곳에서 저자는 남극 간섭계 실험 등의 화제를 언급합니다. 그 예전 피어리나 아문센 등도 과학자나 전문 기술인들을 대동하고 소중한 증거, 물질, 데이터를 채집하여 기초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런 지역에서는 중성미자, 뮤온, 체렌코프 광자 등의 검출이 더욱 용이하다고 합니다. 

오지에 떨어져있다고 해서 한결같이 생태와 진화의 예외적 기적이 펼쳐지는 건 아닌데 유독 갈라파고스는 그런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과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지역입니다. 그 중 푸에르토아요라라는 곳에서 저자는 지느러미 없는 상어의 시신 수십 구를 봅니다. 아무리 갈라파고스에서 기적이 벌어졌다 한들 어류가 지느러미 없이 진화했을 리는 없고, 사람들이 상어로부터 돈이 되는 부위만 뽑은 후 바다에 내다버린 흔적입니다. 지느러미 없이 떼로 죽은 상어들을 보며 로페즈 선생과 그의 동료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p413에서 바다사자들은 한때 거세게 로페즈 선생의 일행에게 저항하지만 곧 체념합니다. 이 활달하고 무서운 야생의 생명체가 그토록 빨리 "항복"을 배웠다는 사실부터가 벌써 슬픕니다. 

자칼 캠프에서 저자는 인간의 아득한 기원을 탐색하며 깊은 상념에 젖어듭니다. 인간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하여 어디까지 가지를 치다 여기까지 왔을까? p504에 그려진 인간의 진화 계통도는 마치 번잡하게 새끼를 친 나뭇가지처럼도 보입니다. 로페즈 선생은 물리적 세계뿐 아니라 사색의 공간에서도 어느 한 지점에 안주하시기를 거부하고 올바른 스팟을 찾아 떠납니다. 만약 그가 올바른 지점을 찾았다면? 그는 이제 더 올바른 지점을 또 찾아 채 마르지도 않은 땀을 훔치며 또 여장을 꾸릴 것입니다. 

p636에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보타니베이의 여정에 이르는 저자의 눈물겨운 흔적 그 일부가 서술됩니다. 참, 이 대목에서 저자는 솔직한 자신의 심경 일단을 드러내는데, 지금까지 지구 곳곳을 누비며 선주민들의 후예를 무수히 만났지만 단 한 번도 그들과 자신의 처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그들의 곳에서 그들만의 생각과 개성으로 꽃을 피우고, 나는 나다움을 발전시켜야 이 지구가 최상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지킨다는 소신의 피력 아니겠습니까.    

p762에서 저자는 그레이브스 누나탁스 일대, 맥머도사우스 빅레이저백 섬에서 겪은 일들을 술회합니다. 누나탁이란, 남극 일대 얼음으로 덮인 뾰족한 등성이를 가리키는데 당연히 외쿠메네에 사는 평범한 우리들이 일생을 두고도 만날 일 없던 기이한 지형입니다. 다이버들과 다니며 저자는 웨들해물범이라는 위험힌 생명체와 조우하는데, 하긴 녀석의 눈엔 우리 인간들이야말로 지구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무엇이 우리 인간이 지향하고 도달해야 할 방향인지 치열하고 감동적으로 서술된, 어느 "떠도는 인간"의 열렬한 표백과 절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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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행동력 - 원하는 삶을 위한 최적화 마인드맵
조문경 지음 / 라온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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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계획을 갖고 있어도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한테나 행동력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그저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끝이 아니라 즉시, 그것도 엄청난 에너지로 실천하는 능력이 주목받습니다. 회사에서 그 사람을 보고 감탄이 나올 만큼 즉각적이고 파워풀한 행동력이 갖춰지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마인드셋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내 인생에 지금 당장! 변화를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건강전도사"인 조문경 저자께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물론 재산을 많이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고, 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가르침을 함양하는 것도 의미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께서는 p30 같은 곳에서,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자립심을 키워 주는 게 가장 본질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당사자가 여길 때, 이게 "잠재의식에 그대로 투사되고, 나도 모르게 사회에 투영된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가장 소중한 건 누가 뭐래도 나 자신입니다. 나를 챙기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챙기다 보면 "시간이 투명하게 느껴진다"는 게 저자의 표현입니다(p52). 이 책 저자께서는 식이장애, 강박, 알코올의존, 대인기피 등으로 한때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나, 지금은 정반대로 건강전도사로 지명도를 얻은 인플루언서라, 책의 표현에 자신이 직접 겪고 감정을 절실하게 부여한 구절이 많습니다. 인스타에 가 보니 팔로워가 8만이며 아주 활발하게 강연, 레슨 등을 하는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중에 비포/애프터를 함께 묶은 컷이 있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매번 감정에 잠식될 수는 없다(p141)" 어떻게 이 함정으로부터 빠져나올지는 사람마다 방법이 다 다르겠습니다. 저자는 "신체가 힘들면 휴식을 취하면 되고, 정신적인 고통은 신체 활동을 통해 기운을 차린다"고 말씀합니다. 누구보다도 이 방법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이 바로 조문경 저자님일 텐데, 그만큼 본인이 극한의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건져올린 체험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되었습니다. "감정 다루기가 그만큼이나 쉽다면 정신질환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p133)." 내가 이런 감정이 있구나 하고 먼저 인지하고 다음으로 "인정" 단계를 거쳐야 해결의 첫걸음을 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말도 본인의 체험에 직접 기반해서 털어놓는 서술이라서 그만큼 설득력이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시림'과 '저림'은 신경이 막힌다는 신호와 같다.(p200)" 아무래도 저자께서 건강 전도사이다 보니 본인의 실제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런 말씀들이 책에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들도 시리다, 저린다 이런 신호가 올 때 예사로 넘기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다음의 구절은 저자께서 몸소 체득한 핵심적인 교훈을 압축했다고 봐도 되겠는데요. "몸과 마음의 건강은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첫번째 조건에 해당한다... 내 일상 안에 녹아들어 내가 지금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어야 한다... 몸 근육도 마음 근육도 음식과 운동이 답이다." 운동은 그냥 습관이라야지, 결과나 효과를 바란다면 그건 벌써 기본 자세부터가 틀렸다는 지적입니다. 

모두가 아는 내용인데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듭니다(p107). 그래서 우리는 행동력, 그 중에서도 슈퍼행동력이 필요한데, 저자가 책 곳곳에서 강조하는 하나의 비결은 습관화입니다. p67에 나오듯이 처음에는 내가 처한 지점이 너무 낮아서 목표만 보고 있어도 주눅이 듭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하면 어느새인가 나의 것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때 그 성취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큽니다. 저자는 처음이 어려울 뿐 일단 탄력이 붙으면 가속도가 생겨 실행에 신이 난다고 조언합니다. 안 해 본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각론이라 할 3, 4, 5, 6장에서 정신, 몸(음식 관련 내용이 많은데 아주 유익했습니다), 시간, 습관 관리 내용을 각각 담았습니다. 이런 책은 저자가 직접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한 책을 읽어야 우리 독자들도 자극이 팍팍 됩니다. 저도 새해부터는 식단부터 해서 다시 태어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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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
맹성렬 지음 / 투나미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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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고 망라적이며 독자에게 눈호강까지 시키는 고대 이집트 신화 체계 해설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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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 와요? 책고래마을 57
무아 지음 / 책고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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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비밀 친구>라는 어린이용 그림책을 서점에서 잠시 읽은 적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크게 바뀐 세상이 주제가 된 작품이었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그림체가 비슷해서 확인해 보니 같은 작가분이었습니다. 두 작품만 읽고 그 경향을 판단하긴 이르지만 이 무아라는 분은 시사 문제를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삼는다고 생각도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이 인접 작은 나라를 침략했다는 점에서 아무 명분이 없는 무도한 범죄행위입니다. 중국도 러시아와 부분적으로 군사협력을 이루는 나라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입장을 표명하지 않거나 중재를 자청할 만큼 중립을 지키는 편입니다. 나토 가입국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만행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주류인데, 아마 중국은 이들 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수 있습니다. 

여튼 하루아침에 무수히 많은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깨어지고, 이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가정은 집과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며, 이런 참상을 보고서도 애써 외면하거나 양비론을 쉽사리 꺼내드는 행태도 전쟁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들은 곰돌이 가족입니다. 이 동화책에서는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곰돌이 가족의 이웃은 여우, 원숭이, 토끼 같은 이들입니다. 동화책에서 그 배경은 하나같이 어둡고 쓸쓸한데, 전쟁이 나서 기존의 세상이 폐허가 되었으므로 이런 분위기인 게 당연합니다. 가족들은 어떤 수용소 같은 데 모여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고, 배식을 제공받는데 아이들은 이 와중에도 철모르고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당장 내일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막막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어제까지 살던 나만의 공간이 불과 며칠만에 폐허로 바뀌었으니 그 충격만으로도 회복이 쉽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벌써 몇 번을 집을 옮겨다녔는지 몰라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줄 이들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원치 않는 여행이 자꾸 길어진다는 말이 더욱 가슴 아픕니다. 이 와중에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잡았고, 동생은 언니가 돌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한국전 직후 모두가 생활고에 내몰렸을 때 이처럼 손윗형제들이 동생들을 보살피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동생은 자꾸만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어대기 때문에 언니를 힘들게 하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며 마음을 추스르는 태도가 참으로 장합니다. 

사실 처음에 아빠가 왜 따라오지 않았는지 확실하게 드러난 건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나라에 군인으로 징집되어 전투에 참여 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동화 말미에 아이가 꿈을 꾸며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빕니다. 그 꿈에서 아이는 썰매를 함께 타며 지상에서 앰뷸런스를 몰고 있는 아빠를 하늘에서 가리키는데, 어쩌면 구호 업무에 종사 중인 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천인공노할 악마 같은 독재자가 급살을 맞아 죽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전쟁은 끝나지 않으며, 이 곰돌이 가족이 다시 만나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이룰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곰돌이 모양의 젤리과자(아이들은 이게 뭔지 바로 알 것입니다)만 컬러로 채색되었을 뿐 이 동화책은 내내 어두운 배경입니다. 불쌍한 아이들의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그 꿈만은 총천연색일 수 있습니다. 세계에 불의가 대놓고 판치는 한심한 현실이 아무리 암운을 드리워도 저 아이들에게서 작은 꿈마저 빼앗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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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상어 이야기 나의 첫 번째 과학 이야기
버즈 비숍 지음, 박은진 옮김 / 미래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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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바다의 강자입니다. 1974년 미국에서 상스럽지만 현실감 넘치는 스타일로 베스트셀러가 된, 피터 벤츨리의 장편소설 <조스>를 보면 인간이 미지의 바다에 대해 품는 모든 혐오와 전율이 상어라는 동물에 모두 은유, 투영되었습니다. 미녀의 늘씬한 다리를 한입에 자를 수 있는 이 난폭하고 잽싼 물고기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상한 동물인데 어른보다도 애들이 상어에 열광하는 걸 보면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4를 보면 이 책의 저자 버즈 비숍(Buzz Bishop)의 사진과 약력이 나옵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 좋아보이는 중년 남성인데 그 인스타(@buzzbishop)를 찾아가보니 팔로워 1만의 인플루언서입니다. 저서의 표지가 게시되었는데 캐나다판 원서와 이 한국어판이 같은 디자인입니다. 차분하지만 열정을 뿜어내는 개성으로 보이는 저 방송진행자가 쓴 이 책은 어린 독자를 주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그 내용은 아주 꼼꼼하며, 게다가 정성들인 일러스트가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p1을 보면 상어는 지금으로부터 4억 년 전에 지구에 출현했으며 심지어 공룡보다도 오래된 동물이라고 합니다. 상어는 어류이며 공룡은 파충류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이 정보를 아이들에게 말해 주면 아니 그 공룡들은 벌써 몇 천만 년 전에 멸종했는데 어떻게 상어처럼 아직도 우리와 함께 사는 동물이 더 오래될 수 있냐고 놀랍니다. 이런 아이들은 우리 인간이 비교적 최근에 지상에 등장했다는 점도, 또 현생 동물들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똑똑한 애들입니다. 

늑대나 개 등은 마치 사람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며 협동을 통해 사냥하는데 이 방식이 대단히 큰 효율을 발휘한다는 건 우리들이 잘 압니다. 늑대가 만약 혼자 다닌다면 다른 고양잇과 맹수에게 쉽게 포식당할 것입니다. 이 책 p6을 보면 마치 개떼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상어를 영어로는 dogfish shark라고 부른다는데, 우리말로는 이 상어들을 묶어 돔발상어목(目)이라 칭한다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상어들은 혼자 다니거나 기껏해야 암수 한쌍이 같이 다니는 정도인데 늑대처럼 떼지어 다닌다니 신기합니다. 하긴 1983년작 <Never say...>를 보면 주연배우 숀 코너리가 상어 무리에 쫓기는 장면이 있기는 했네요. 

심해에 사는 생명체는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특이한 생태를 가진 게 많습니다. p24에 나오는 그린란드상어는 역시 돔발상어목에 속하는데, 최대 400살을 산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시력을 잃어서 앞을 보지 못하고, 대신 후각이 매우 발달했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뛰어난 감각이나 능력으로 보상한다고 했을 때 (무슨 데어데블도 아니고) 아무도 그런 제안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 밑이라면 빛이 부리는 조화가 육상만 못하니, 시각이라는 감각의 효용이 덜할 수도 있겠습니다. 

p32에는 삿징이상어라는 종이 나오는데, 이게 영어로는 zebra bullhead shark라고 하네요. 목(目)으로는 괭이상어목인데, 몸에 저렇게 난 줄무늬를 보면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했겠구나 싶습니다. 크기는 대체로 작은 편이라고 합니다. 머리가 망치 모양으로 생겨 hammerhead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큰귀상어도 있는데(p43), 이런 머리 모양 덕분에 몸을 돌리지 않아도 뒤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뱀상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tiger shark라고 하니 특이한데 몸에 난 줄무늬가 역시 그 이유라고 나옵니다(p48). 한 번에 서른 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영화에 자주 출연하여 아마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녀석이라면 p56에 나오는 백상아리겠습니다. 몸무게는 2.7톤, 엄청난 힘을 지닌 턱, 이빨, 꼬리까지, 정말 강력한 괴수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어의 생태를 미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여,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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