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힘 -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10
고장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에 어떤 사람이 어려서부터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도서분류상 SF(과학소설로만 일단 한정하자면)만 읽고 자랐다면, 그 사람은 커서 몽상적 비현실적 사고만 하는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클까요? 이런 질문은 사실 무의미한 게,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는 어떤 reading material을 읽고 자랐는가 하는 요인 외에, 타고난 감정상의 기질, 지능 등 무수히 많은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저자께서는 이 책 중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선형적, 비례적으로(맥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인 제가 표현을 변형했을 수 있습니다) 이뤄지는 게 아니라, (천재의 업적이든 우연의 개입에 의해서든) 단속적으로 벌어지는 게 보통이다."라고도 하십니다. 저자께서 특히 주목하는 디랙,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등의 업적이 봇물 터지듯 나온 20세기 초의 경이로운 진전이 가능했던 건, 어쩌면 그 앞선 시기, 전례 없던 추세로 창작된 SF의 음덕이 컸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SF 작가들처럼 "논리와 이성에 바탕을 둔 사고의 실험, 상상의 극한"을 즐기는 철학자들(선후 관계로 따지면 이쪽의 출현이 먼저죠)이 탄탄한 길을 닦아 놓은 덕분이었든지 말입니다.

SF 문학(이 책에선 만화나 웹툰도 일부 다룹니다)에 나온 토픽, 주제만으로 이처럼 폭 넓고 풍성한 미래상, 아니 현재상을 논할 수 있다는 게 저로선 참 놀라웠습니다. 물론 명석한 두뇌와 빼어난 감각, 방대한 지적 자원을 보유하신 저자는 SF적 세계관과 그 파생 담론 외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 보강 논거를 끌어들여 자신의 비전을 전개합니다만, 결국은 연세 지긋하신 저자가 유년, 청소년기부터 내내 읽어 온 SF 스피어의 갖가지 화제들만 엮어 이 두꺼운 볼륨을 다 채울 만큼 밀도 있는 담론을 펴시는 거죠. SF라고 해도 이제는 역사가 꽤 길 뿐 아니라 경향, 장르, 스타일, 주제의식, 정치관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한 영역 안의 뚜렷한 업적, 마스터피스만 독서 이력의 한 줄에 꿰는 것조차 개인의 일생 동안 다 이뤄질 목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으로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 본령의 공부를 더 좋아했던 독자에게조차) 하나의 놀라움으로 다가옵니다. 나무보다 숲을 한눈에 조망시켜 주는 그 시원한 내러티브가 지향과 스타일이 다른 정신에게도 큰 공명을 울려 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죠.

첫째 토픽은 인공지능인데, 저자는 특히 "인공자의식"의 출현이 로봇에게도 일정 부분 인간처럼 권리를 인정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고, 거의 반 세기 전부터 회자된 "기계가 거꾸로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학생 때 본격 전공을 마친 이들에게도 어떤 지적 확신이라기보다 개인적 판타지 성향에 더 크게 좌우되어 주장되는 경향이 있고, 소위 딥 러닝이다 신경망 학습이다 하는 첨단 이론에서도 아직 분명히 실체를 잡아내진 못한 현황입니다. SF는 비전의 확대 면에서 실제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에 "영감, 상상력"을 제공한 기여는 있지만, 이 인공지능은 그저 당연한 전제로 삼고 넘어갔을 뿐 그 원리의 구체화엔 (다른 토픽에 비해) 아직 손댄 바가 미미한 편입니다.

지능은 그저 연산의 중첩, 확대 버전이 아니고, "의식"은 더군다나 더 복잡미묘한 영역이니만치, 인간이 정말 쓸 만한 인공지능을 갖고 부리는 단계에 들어서려면 "의식" 같은 모호한 개념을 폐기, 지금까지 가꿔 온 자연과학상의 명징한 다른 컨셉으로 모조리 대체할 지경이 되어야 가능할 겁니다. 제 생각에, "인공자의식"이란 기둥에 기대어야 인공지능 담론을 펼칠 수 있다면 이는 자기부정의 기반에서 성을 쌓아 올림이나 마찬가지이며, 최소한 아직 걸음마도 못 뗀 단계임을 자백함이나 다름 없다고 봅니다.

유전공학 역시 마찬가지인데, 바로 앞 장 인공지능 토픽의 일부인 "기억의 이식, 조작, 제거"도 그렇지만, 소설에서 자주 소재로 삼아지는 "성형수술과도 같은 맞춤형 DNA 시술"이 가능해지려면, 정보가 담긴 나노(혹은 그보다 훨씬 이하)단위의 최소 실체가 무엇인지에나 대해 정확한 파악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통계적 확률에 기대어 시술한다면, 이게 고대 주술사의 마법이나 요행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겠는데, 저자께서 책 중에 자주 강조하듯 "윤리적 문제(이 역시 모호해서 마뜩찮은 편의적 핑계죠)"의 개입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하려면 이론적 해명이 말끔하게 이뤄져야만 합니다. 저자께서는 "부처를 유전공학으로 되살리면... " 같은 화제를 꺼내시는데, 유전공학과는 무관하지만 이 테마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이반의 창작물인 (극중극) "대심문관"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죠. 부처가 아니라 예수였지만.

이 책이 진짜 재밌어지는 건 3장부터입니다. 저자의 이해와 통찰도 더 깊이 있을 뿐 아니라 냉정히 말해 지난 역사의 SF가 여태 깊이 있게 다뤄온 건 이들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우주인 선발은 지능도 뛰어나야 하고(돌발 위기에 순발력 있게 대처), 체력도 강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우주 공간이란 종으로서의 인간이 활동하거나 생명력을 유지하기에 아주 우호적이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번 개척되고 나면 누구나 왕래, 이동이 가능해야 개척의 보람이 있겠는데, 이게 바로 우주 엘리베이터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발전, 확립된 과학기술의 분명한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얼마든지 낙관적 기대가 가능합니다(반면 인공지능이니 유전공학의 일부 특정 과제 같은 건 뭔가 패러다임적 도약이 이뤄진 후라야죠). 최근 발생한 고의의 우주 쓰레기 발생 사고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는데, "미국 등 백인들이 앞에서 했으니 우리도 해도 된다"란 변명은 사실 파렴치합니다. 테라포밍은 일본 망가에서나 즐겨 다루는 소재로 아는 이들도 많은데 저자께서 분명히 밝히시듯 이미 반 세기도 전에 다뤄진 바 있죠(조금 방향성이나 경로, "잔혹성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저자는 이런 프로젝트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보는 듯합니다. 사실 영국의 산업 혁명도, 19세기 미국의 놀라운 폭발적 도약도 다 민간섹터가 이끈 흐름이죠. 우리 역시 1960년대 중후반 아폴로 프로젝트 때문에 우주 탐사나 개발은 으레 정부가 기획, 집행한다고 잘못된 선입견에 사로잡혔는지 모릅니다. 저자는 SF팬치고는 좀 뜻밖으로, 우주 개발 등 모든 거대 기획에 반드시 발생하는 거액의 비용을 일일이 사회적 대가로 명확히 인식하는 태도입니다. 사실 따져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치인데, 우리는 보통 대의를 위해선 돈이 얼마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비현실적인 주장을 일삼죠. 미소 냉전이 끝난 후 입자가속기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과학 현안에 배정된 예산이 모두 감축되거나 철회되었는데, SF팬이라면 그저 개탄만 할 것 같지만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어떤 사업도 추진될 수 없다"며 다소 의외의 견해를 피력하십니다. 물론 백번 천번 맞지만 이런 담론의 틀에서는 잘 접하기 어려운 목소리라서 말입니다(사실 그런 비현실적 분위기 때문에 SF를 즐겨도 그 애호가들과는 별로 이야기하기가 싫었더랬죠).

다이슨 스피어(球)는 이처럼 모든 현상의 경제(학)적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는(그래서 전방위적, 통섭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 분야에만 빠진 정신은 결국 맹목으로 치닫기 쉽고 결국 자기 분야도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저자께 특히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처럼 SF와 본격 과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저자 역시 SF 고전이나 현대의 역량 있는 작가(꼭 SF 장르에 한정하지도 않습니다)들만 거명하는 게 아니라, 권위 있는 과학 저널에 실린 여러 논문까지 정확히 출처를 짚으며 인용합니다. 우리에게 현재 불가능으로 남은 건, 기술적 불가능 사항이 있고 경제적으로 타산이 안 맞아 못 하는 게 있으며, 어떤 건 그 둘을 겸합니다. 마지막 사항의 대표적인 예가 대체 에너지 개발인데, 헬륨 3를 달에서 대량 채취한다거나, 우주공간에 무한정 뿌려지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100% 활용 등이 (SF 작가나 과학자뿐 아니라) 경제학자의 귀까지 솔깃하게 만들 토픽이 아닐 수 없죠.

전기차 개발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방사능 전파의 문제는 셋이 별개이므로 이를 하나로 뭉뚱거리는 태도에는 반대합니다. 황사는 어찌어찌 버텨낼 수도 있는 재앙이지만, 후자 둘은 차원이 다른 해악일 뿐 아니라 사람의 과실로 초래된 문제 아닙니까? 전기차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미세먼지나 귀족노조의 횡포를 탓하던 과거를 차라리 그리워할 수도 있다는 말씀은 좀 지나칠 뿐 아니라 이 책 다른 부분의 논리와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봅니다. 저자 말씀대로, 인간의 욕망과 의지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활로를 찾아내기 마련이고(따라서 자동차 산업 혹은 어떤 대량 생산 섹터의 파생 일자리 창출이 극적으로 감소해도, 여태 살피지 못한 다른 서비스의 창조적 제공에 그 잉여 인력들이 몰릴 것입니다. 이게 안 된다면 사회 단위로서의 인간 생존은 불가능해지겠고요), 다만 오염된 환경에선 (모르겠습니다. 저자께서 다른 파트 중에서 말씀하시듯 아가미 같은 기관의 이식을 통해 미세먼지나 방사능 필터링이 가능해질지도) 인간이 살 수가 없는 거죠. 또 오지에 애써 침투했다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병원균을 옮아 왔으니 차라리 내버려두느니만 못했다는 말씀도, 문제와 도전, 현실의 직시를 회피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환경 보호는 물론 지상의 과제지만, 공포의 질병은 여튼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마땅하지 이걸 판도라의 상자 속에 묵혀 둘 일이 아니죠.

5장과 6장은 책의 토픽을 떠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저자 개인의 세계관이 엿보여서 좋았습니다(사실 정치 문제입니다만). 우선 소위 세카이류 문예에 대해, 저자는 "마치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한 타국의 침략은 까맣게 잊은 채 월남전 트라우마만 강조하듯, 일본인들이 이런 장르에서 피해자로서의 원한만 내내 떠드는 것(한마디로 피해자 코스프레)도 문제다."라고 하시는데, 아주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소위 덕후들이 쓴 책과는 결과 격이 달라 보이더군요. 6장에서도 참... 평소에 제가 느끼던 게... 일단 저자는 미국에서 반 세기 전에 왜 한창 매카시 선풍이 불 때, 혹은 그 이전부터, 공산주의자들을 "에일리언(국적이 박탈되어 체류 자격 상실, 즉시 추방 대상을 가리키는 법적 용어)"이라는 딱지를 붙이던 현상을 상기시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헐리웃 프랜차이즈물 때문에 "에일리언"을 괴물로만 인식하는데, 저자는 원어민이 아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아 "사상이 다른 자=괴물"로 여겨 추방하려는 정치적 편협성을 신랄히 비판합니다. 전 이런 말을 하면 그게 언어의 역사적 의미 변천을 모르는 외국어 화자의 한계 같아서 좀 꺼려졌는데, 같은 말씀을 해 주시는 저자의 주장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제가 더 놀란 건 <인베이전 오브 바디 스내처>에서 우익 담론이 감지된다고 한 대목이었습니다.

슈퍼맨의 성생활 이야기는 예전부터 여러 "덕후"들이 해 오던 거지만 저자 버전으로 다소 돌려 말하듯 점잖게, 재미있게 읊어 주시는 게 좋았습니다. 다섯 개의 성 패턴을 가진 외계인이 우리 인류를 아메바 보듯 대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이처럼 전혀 다른 시선에서 사물과 세상과 우리 자신을 통찰하고, 객관화하는 것이 SF 장르의 최대 최고 미덕이다. 이는 사고의 실험이고 훈련이다."라고 하시는데, 이 말 한 마디를 접한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정도로, 저는 열렬히 찬동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책 말미에, "과연 SF는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세 가지 전망을 소개하며 각각에 대해 비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유익하게 읽은 독자로서 제 결론을 내어 보자면, "SF가 없어지기 전에 인류가 더 빨리 수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입니다. 사람은 여태 숱한 한계에 직면하고, 그 제약으로부터 존재의 도약을 이뤄 온 존재이기에, 생존과 창조를 위한 모색을 멈추는 순간 종의 활력도 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ualia 2017-04-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능은 그저 연산의 중첩, 확대 버전이 아니고, ˝의식˝은 더군다나 더 복잡미묘한 영역이니만치, 인간이 정말 쓸 만한 인공지능을 갖고 부리는 단계에 들어서려면 ˝의식˝ 같은 모호한 개념을 폐기, 지금까지 가꿔 온 자연과학상의 명징한 다른 컨셉으로 모조리 대체할 지경이 되어야 가능할 겁니다. 제 생각에, ˝인공자의식˝이란 기둥에 기대어야 인공지능 담론을 펼칠 수 있다면 이는 자기부정의 기반에서 성을 쌓아 올림이나 마찬가지이며, 최소한 아직 걸음마도 못 뗀 단계임을 자백함이나 다름 없다고 봅니다.

→ 의식과 관련된 위 주장은 무척이나 급진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근거에서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의식˝ 같은 모호한 개념》이란 언급은 그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선뜻 와닿지 않아요. 의식에 대한 《자연과학상의 명징한 다른 컨셉》이 있다는 것인가요? 빙혈 님이 생각하는 그것이 뭔지 궁금합니다.

빙혈 2017-04-04 22:51   좋아요 0 | URL
qualia님, 늦게 이 덧글을 읽었습니다.

우선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이 책을 읽으셨거나, 혹은 ˝의식˝에 대한 여러 근거 있는(?) 주장을 담은 다른 책을 읽으시고, qualia님이 지지할 만한 견해를 따로 가지신 게 있는지요.

제 주장이 ˝급진적˝이라고 하신다면, 급진적이지 않고 보편적으로 수용될 만한 다른 이론 체계가 있고, 이를 qualia님이 지지하신다는 뜻 같습니다. 우선 그 점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소개를 해 주시고, 그에 대해 제 생각을 밝히도록 하죠. 그렇지 않고 이 책에서 표방한 견해(랄 것도 딱히 없었는데)를 지지하시는 편이라면, 그렇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에 대해 제 생각을 어디 개진해 보겠습니다.

그 전에, 친절히 인용해 주신 제 서평의 해당 부분을 더 찬찬히 읽어 주시고, 정확한 의도가 뭔지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얄라알라 2017-06-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픅 빠져 읽었던 책이기에, 리뷰 다시 읽으니 공부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빙혈 2017-10-02 09:5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텍스터[603]번째 책이야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스미노 요루의 첫 소설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함께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요루노 야스미’라는 필명으로 소설 투고 웹사이트 <소설가가 되자>에 원고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 작품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파격적인 타이틀로 눈길을 끌었지만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임에도 불구, 섬세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책으로 출간되었고, 작가는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으며 일본 문단에 등장하게 되었다.

자의적인 은둔형 외톨이 남학생 ‘나’는 우연히 초긍정 인기 만점 동급생인 사쿠라의 <공병문고>를 발견하고 비밀을 공유하면서 그녀와 잠정적인 친구 계약을 맺는다. ‘네가 죽기 전까지’ 임시 친구 계약을 맺은 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점점 자신에게는 없는 그녀의 뭔가가 옮겨온다. 게다가 묘한 감정까지 쌓여가는 것 같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책이 독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자,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는 물론이고 일본의 각종 도서 관련 집계에서 1, 2위를 기록했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017년 7월 28일, 개봉이 확정되었다.
◆ 참가방법
  1. 텍스터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2. 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복사, 붙여넣기)로 본 모집글을 올려주세요.
  4. 자세한 사항은 텍스터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texter.co.kr 메일로 주시거나 텍스터에 북스토리와 대화하기에 문의사항을 적어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조 지무쇼 지음, 안정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류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는 지난 과거만 돌이켜볼 때 대부분 전쟁을 통해 맞이한 게 사실입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들도 "가장 비싼 비즈니스가 전쟁이며,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익하고 무의미한 야만"이라며 입을 모읍니다. 앞으로 교육과 계몽을 통해 인간 정신이 더욱 순화되면 분명 시스템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또 그런 평화적인 수단에 의거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겠고, 어쩌면 과거의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쟁사는 치열한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사는 꼭 사관학교나 기타 체계적 무력행사를 본분으로 삼는 군대, 교전단체에서만 연구하는 건 아니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 치의 영역이라도 더 개척하려 드는 기업 경영자라든가 외교무대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외교관들도 즐겨 탐구하는 테마입니다. 물론 우리 평범한 독자들도, 생사를 건 결전에서 교전 당사자 어느 쪽이 어느 시점에서 묘수를 두었다거나, 혹은 반대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대국(大局)의 향방이 바뀌었는지 큰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테마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무엇보다 깔끔한 지도, 그 중에서도 예리하고 날카로운 편집이 이뤄진 전황도의 수록이 필수 미덕입니다. 이 책에 실린 지도는 한 폭 한 폭이 다 참신하고 새로운 도구라곤 할 수 없어도, 특히 초심자들에게 광범위한 시야를 제공하는, 요령 있는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책 제목이 "도감"이긴 해도 텍스트의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거대 방향을 가른 굵직굵직한 전쟁 33건을 선정하여, 대체로 중립적이긴 하나 저자의 관점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설명이 베풀어진 후, 관련 지도 네다섯 컷(모두 천연색도입니다)과 삽화, 자료 등의 컬러 사진 몇 점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관점은 대개 중립적이고 건조하며,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어가려는 듯 약간의 장난스런 표현이 가미되었지만 초보자들이 접하기에는 무난한 편입니다.

칸나에의 전투, 이후의 자마의 결전 등은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도시국가 vs 해양 세력의 결전에서 전자가 승리한 역사적 분기점입니다. 사실 저는 읽으면서 저자 특유의 "경쾌한 편집 태도(그래픽 도안 포함)" 이면에, 어떤... 뭐랄까 컴퓨터 게임 애호가들의 시선을 다소 의식한 듯한, 전황의 "포인트", 양 진영의 장점과 단점, 승리의 비결 분석 등등의 나열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전쟁사 지식을 요점만 추려 머리 속에 정리한다면 다양한 게임에 요긴히 응용할 수 있겠지만, 용도가 그런 쪽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여태 깐깐하고 기품 있는 고급 텍스트 위주로 독서해 온 이들에게 이런 "실용적인" 편집이 큰 호감을 못 부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니발과 스키피오 두 명장의 역사적 대회전에 대해 전혀 선지식을 못 쌓은 독자들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섭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선 "겉으로 내건 명분과 실제 목표가 따로 논 추악한 전쟁"이라는 현대적 관점을 대부분 수용한 서술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슬람 진영 내부에 종족, 민족을 우선시한 불협화음이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이는 라틴 인 위주의 십자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흔한 관점대로 "두 유일신교의 항쟁"이란 프레임으로만 분석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며 제법 날카로운 정리도 시도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아브라함 신조 계열임은 사실이지만, 두 종교가 "유대교"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다는 서술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몽골의 진출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사적 사건이고, 특히 그 대대적인 향방이 주로 군사적 팩터에 의존한 패턴이었으므로 당연히 이런 류의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고, 이 책도 그런 스탠스입니다. 명장, 명전술가가 여럿 등장한 국면이지만 특히 이 책은 수부타이 장군에 초점을 맞춰 부각합니다. 발슈타트(직전 명칭은 레그니차) 전투 서술에서 저자(들)은 이 이름이 "시체의 땅"이란 어원을 가짐을 특히 지도 중에서 언급합니다. 발슈타트 전투(뿐 아니라 몽골이 대승을 거둔 어느 전역에서라도) 그 참상을 떠올릴 때 그런 이름이 붙고도 남을 이유가 물론 있겠습니다만, 독일어를 좀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Wahl과 Statt 어느 부분에 "시체"와 "땅"이란 뜻이 깃들었는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일본 호사가들 사이에 떠도는 오래된 틀린 속설이 아닐지 의심하는 분도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이 정보는 틀린 게 아닙니다. 게르만 고어(古語) Wa(a)l에는 "전쟁, 시체" 등의 뜻이 담겨 있고, 저 Wahl은 현대어처럼 "선거" 같은 뜻이 아니라 모습과 뜻이 변한 과거의 잔재입니다. Statt를 놓고 국내 인터넷 어느 정보는 "도시"라고 써 놓았던데,
Staat: 국가
Stadt: 도시
Statt: (명사로 쓰일 때) 지역(문어투)
이렇게 다 쓰임이 다릅니다. 발슈타트라고 할 때는 위 중 세번째에 해당함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하나 덧붙일 건, 최근의 독어학자들 사이에선 고어근 Wal에 대해 과연 저런 뜻을 지녔었는지 더 이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프로이센" 국명을 놓고도 v(러시아어에서 "~로" 등 방향을 지시하는 전치사. "브나로드" 등의 예처럼)+러시아 라는 설이 유력했는데("러시아 쪽에 있는 나라", 이게 사실이라면 참 맥빠지는 어원이죠) 요즘은 이 설이 완전히 폐기되고 고 부족 "프루사"의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벨지움, 벨기에의 어원인 "벨기카"라든가, 네덜란드의 옛 명칭 "바타비아" 등도 다 그 땅에 살던 선주민 부족명에서 온 것처럼 말입니다.



그냥 저 개인적으로 요즘 미국 독립전쟁사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인데요, 이 책은 식민지 초기 13주의 형세를 잘 잡아낸 지도를 싣고 있어서 보기에 반가웠습니다. 바로 뒤의 챕터에 실린 남북 전쟁 관련 지도도, 어느 대목에서 전쟁의 성패가 갈렸는지 인포그래픽 테크닉으로 깔끔히 잡아낸 설명이 돋보였습니다.



일본인들로서도 별로 자랑스럽지 않을, 뤼순 일대에서 육군을 지휘한 노기 마레스케의 엄청난 삽질이 특히 유명한 러일 전쟁의 요약 설명이 잘 담겨진 편입니다.

책은 전체 5부로 이뤄져 있는데, 제5부는 2차대전 종전 후의 사건들(총 8건)로만 따로 엮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중 한 꼭지는 911테러, 한 꼭지는 (비판적 의도에서) 이라크 전쟁에 할애했습니다. 4부와 5부에 실린 유럽지도 대부분이 (아주 희미하게) 오데르-나이세 선 등 현대 국경도 표시하는데, 이는 메인 라인이 당대 국경, 은선이 현대 국경, 이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대조시키려는 편집 의도로 보이므로 저는 오히려 평가를 해 주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 이기적in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무료 동영상 & 포켓북 제공) 2017 이기적in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이종학.윤슬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현재 일종의 공인자격처럼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 교원임용고시 응시에 이 시험의 취득 급수가 요구되며, 그 외에도 역사에 대해 관심 높은 분들이 실력의 객관적 증명이나 자기 만족 등을 위해 많이들 응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제가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깨끗한 백상지 인쇄라든가 풍부한 도판, 수험생(?)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예쁜 편집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책으로 공부하면 머리에 안 들어올 지식이 없을 것도 같네요.

이 시험은 난이도별로 고급, 중급, 초급으로 구분되어 출제, 시행되는데 응시료가 시험마다 다릅니다. 이 책은 그 중 "고급" 레벨 대비 수험서입니다. 고급형에 출제될 만한 세부 암기 사항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본문 학습 후에는 기출 문제를 통해 자기 실력을 체크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본책(1권)은 기본 사항 정리 + 기출문제 로 채워져 있습니다. 1권의 기출문제 해설과 정답은 문제 바로 밑에 제시되었습니다. 2권은 문제집인데 3회분 실전 모의고사(저자분들이 작성, 출제) + 기출문제 중 1권에서 못 다룬 문제들 엄선한 1회분, 이런 구성입니다(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가 자세하지 않아서 여기 써 두겠습니다). 3권은 휴대하면서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포켓북인데 사이즈는 문고판 정도입니다. 1, 2권 본책은 A4 사이즈입니다.



06번 문제를 보면 지문에 손병희 선생이 나오는데 이분은 3. 1운동 연관하여 투옥되고 출옥 후 서거(고문 후유증)하셨으므로 이후의 큰 규모 만세운동에 관여될 수는 없습니다. 지문 중의 "4월 2일" 부분은 단서가 될 수도 있고 3. 1운동이 장기간 지속되었음을 모르는 학습자라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 중 ③은 1910년대 내내 언론기관이 어용화되었고, 조선, 동아 등 민족지는 1920년에 창간되었으므로 사실이 아닙니다. 3. 1 운동의 성과 중 하나로 총독부의 소위 문화정책을 들기도 하고(기만술이지만),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들 양대 신문(외 여러 매체)이 창간되었으므로 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⑤는 모르는 분이 없을 테고, ④는 일부 강사 해설을 통해 "광주 학생 운동" 관련으로 널리 알려진 것 같으나 1920년대 전반에 전개된 "민립 대학 설립 운동"과도 연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07번 문제에서 ④와 ②는 1930년대에 시행된 총독부의 민족 말살 정책과 관련 있습니다. ⑤ 역시 1930년대에 대대적으로 전개된 관제 농촌 운동인데, 이로 인해 계급 모순과 봉건적 착취, 차별이 더욱 심화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③은 1910년대에 시행되었고 아주 고난도 문제에서는 정확한 연대까지 다 외워야 순서나열이 정확하게 가능한데, 고급을 처음 푸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부담이 되므로, 처음에는 10년대, 20년대, 30년대 하는 식으로 맵만 머리 속에 찍어 놓고 차차 구체화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08번 보시면 웬만큼 공부한 분들은 저게 연해주라는 정도는 감이 오겠습니다. 연해주에서 沿(연)자는 물가 연 자 입니다. 바다 해(海)는 물론 동해를 가리킵니다. 비록 인접해 있어도 국가 간의 경계가 엄존하는 지역은 통치 구조와 정치적 분위기가 엄연히 다르므로, 지도에서 ②가 답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계속 문제를 풀면서 이 서평을 채워 나가겠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이번 5월달에 이 시험 고급 레벨에 응시한 후, 6월에 성적표가 나오면 블로그와 카페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검증하려면 저처럼 다른 참고서를 전혀 공부한 적 없는 독자라야 확실히 그 순 효과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만에 공인 시험 친다고 생각하니 좀 설레기도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비밀, 수학개념노트 : 수학 1 + 수학 2 통합본 - 고1 수학 개념.공식 완벽분석집
고희권.이규영.한성필 지음 / 쏠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고교 수학을 공부할 때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게 의외로 공식 암기입니다. 응용 문제가 어렵지 그깟 공식 외우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는 분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고충을 몰라 주는 태도가 애들을 더욱 학습상의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공식은 그냥 외우면 되지 않냐는 쪽이지만, 이런 태도를 부모로부터 접한 아이들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더 어려워하게 되고,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괜한 강박감, 중압감부터 안고 갈 수 있습니다. 중압감이 먼저 마음에 깔리면 이후 문제를 자기 힘으로 풀어도 중압감과 상쇄하느라 쾌감이 남지를 못하고, 이런 까닭에 수학에 흥미를 전혀 못 붙입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는 먼저 개념과 공식을 자기 주도로 신나게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깔끔하고 친절하게 개념만 쏙 뽑아서 예쁘게 정리했다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개념만 앙상하게 정리된 게 아니라, 암기 비법, 공식이 왜 그런 과정으로 유도되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함께 실린 점이 또 좋았습니다.

여길 보면 함수의 그래프 그리기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평행이동, 대칭이동 그리기 요령이 나옵니다. 설명만 들으면 정말 쉬운데, 수능에서 고난도 응용 문제가 나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도 못 대고 그만둡니다. 신 모 유명 강사가 전국적 유명세를 탄 게, 로그함수의 평행 이동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 동영상 덕분이었다고도 하죠. 이 책의 평행이동, 대칭이동은 제가 여태 본 중 가장 깔끔하고, 깔끔할 뿐 아니라 실전 응용이 가능한, 책임감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아래 보시면 다른 참고서에 잘 안 나오는, 확대, 축소 방법도 예와 함께 설명됩니다. 확대, 축소는 삼각함수 그래프 관련(주기 관련) 응용문제에서 번잡한 문제 풀이 과정을 확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잘 공부해 줘야 합니다.


오른쪽 페이지에 보면 구간을 정해 두고 어떤 모양이 반복되거나, 구간별로 각각 다른 모양(방정식)이 나온 후 무한반복시키는 기초 유형이 잘 나옵니다. 이런 걸 여기서 확실히 배워 둬야 고난도 문제를 안 틀립니다. 문제 풀 때는 "이거 내가 전에 배웠던 무슨 공식, 개념을 응용하는 거구나."라고 확신이 들어야, "하 이건 문제 풀 때마다 방법이 다 달라!"같은 절망감을 안 느끼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절댓값은 벗겨야 한다! 진리이지만 왜, 어떻게 벗겨야 하냐를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일반원칙을 예와 함께 잘 정리해 줘서, 절댓값 기호만 봐도 공포감을 느끼는 애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 유형, 공식, 개념을 미리 공부한다, 미리 공부해 두면 풀 수 있다, 요걸 애들에게 확신, 안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혼자서 신나게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방법이 잘못되어서인데, 개념을 외워도 이상하게, 응용이 안 되게 외우면 첨부터 안 외운 거나 결과가 같습니다. 한성필 선생님은 이런 고충을 이해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머리 속에 이해하면서 공식을 정리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진도 빨리 빼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서두르면, 자기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도 날림으로 대충 남아서, 한 번 볼 걸 세 번 네 번 봐도 이해 못 하게 됩니다.

집합 못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이 딴 걸 포함하고 무엇이 딴 것에 포함되는지 정확히 개념을 안 잡으면 이런 쉬운 것도 틀리게 됩니다. 대충 거의 다 풀었는데 틀리는 것과, 아예 손도 못 대고 틀리는 건 점수는 똑같이 나옵니다. 이 책은, 집합 같은 쉬운 것도 허술하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이 촘촘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개념 정리할 때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집합과 함께 알아둬야 하는 게, 새 교육과정에 추가된 명제 단원입니다. 사실 명제는 예전 수능때도 그 개념이랄까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반례를 들어도 바르게 들 수 있고, 합답형 문제를 출제자 의도에 맞게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않았을 뿐 시험 범위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였죠. 이 책은 저자분들이 기초부터 확실히, 체계적으로 설명을 해 주셔서, 그냥 외우는 식으로 넘어갔던 학생들이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느낌이 올 것 같네요.

필요조건은 큰 집합이고, 충분조건은 작은 집합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나도 안 어려운데, 말이 어렵다 보니까 애들이 맨날 틀립니다. 저자들께선 안 헷갈리게 귀에 쏙 들어오는 암기법을 잘 적어 놓고 계시며, 사실 이거는 대학에서 인문 교양 수업을 배우면 이름이 왜 그런지 이유가 분명히 제시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쓸데없이 애들 괴롭히는 말장난처럼 들리죠. 이 고비를 잘 넘긴 애들은 대학생 되어서 여유 있게 "왜 그런지"를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멋진 인재가 됩니다.



우리 교과서는 좀 이상한 게, 고교 교과서에서 안 다루던 걸 초등, 중학교 과정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수능 혹은 고1 고2 모평에 그대로 출제하곤 했습니다. 당장 배우는 교과서에 안 나오는 걸 셤에 내기 때문에, 쓸데없이 사교육도 해야 하고 학원 부교재가 괜히 의미를 가지고 그랬죠. 이 책은 개편된 교육 과정에 맞춰서 평면 도형을 다시 상세히 다뤄 줘서 좋습니다. 특히, 외심과 내심 모르는 애들이 뭐가 외심인지 내심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암기방법까지 가르쳐 줘서 좋았습니다.


본문에서 중요한 개념 설명을 손으로 베껴 쓰게 하고, 그 내용을 "나만의 암기 노트(책 안에 포함됩니다)"에 다시 정리해 넣게 했습니다. 이렇게 시켜서 스스로 재미를 붙이게 해야 능동적인 공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