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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 - 심리학자가 풀어낸 현장 리더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의 해법
니콜 립킨 지음, 이선경 옮김 / 더숲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 어느 대통령은, 최전방에서 국적을 주시 경계하는 최고 책임자의 절대 고독을 한스러운 어조로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운영하는 업체 그 규모의 대소에서 차이가 날망정, 자기가 책임진 수백 수천 명의 피용인, 그 생계와 가족, 장래까지 두 어깨에 지고 있는 사장님들 역시,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저런 종류의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국가 원수라고 해 줄 만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왜 경영주들은 그리도 많은 몫을 갈무리해 가는가?" 그 답은 하나입니다. (물론 일부 악덕 경영자, 사주도 있겠으나) 책임 있는 지위의 부담과 무게는, 말만 편히 할 뿐인 관전자의 깜냥이 감당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죠.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그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다. "Buck Stops Here!" 책임은 모두 이 내가 진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책은 사장님들의 고충담을 묶어서 수기 형식으로 내기라도 한 책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책이라면,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특별히 양심적이기라도 해서,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었던 착한 직원이거나, 아니면 지금은 일개 평범한 학 부생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사업체를 알토란같이 경영하고 싶은 미래의 사장님이거나 한 독자가 읽으면 좋겠죠. 그런데 이 책은 그게 아니라, 리더십에 관한 책입니다. 어떤 사람이라야, 작게는 자신이 속한 부서나 팀을 잘 통솔할 수 있고, 크게는 제 사업체에 자신이 채용한 직원을 잘 부리고, 충성하게 하며, 그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 회사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 이를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경영자가 될 사람 아니면 읽을 일이 없는 책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또 누가 읽으면 좋은가, 뭘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직장에서 인간 관계가 매번 꼬여서 풀리지를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주로 직장입니다. 학교나 기타 1차적 관계, 연인 사이의 갈등 등은 이 책의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성격이 나쁘지도 않고(성격 나쁜 사람이라면 심리 치료를 받거나 자신이 각성을 해야 하지, 이런 책을 읽어서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 성실한 관계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안 풀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에는, 요즘 소시오패스, 싸이코패스 관련 논의가 많은, "관계의 조작자(operator)"에 대한 논의도 짧게 다루고 있습니다(다만 범죄심리학적 관점의 소시오패스 개념이나 접근론은 피하고 있습니다). 매력도 능력도 충분한데, 그를 미끼로 삼아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껍데기만 남긴 채 냉혹히 버리는 유형에 대해, 어떻게 간파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가르쳐 줍니다.
리더십을 책의 논의 출발로 삼았지만, 결국 이 책은 인간관계론 워크북으로 이용해도 될 만큼 다루는 범위가 넓습니다. 각 챕터의 제목들도 독자의 구미를 확 당기게 잘도 뽑아냈습니다만, 읽어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일일이, 성실히, 맞춰 주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론"이라고 하니까 대학 학부 시절 배운 그 고리타분한 나열식 이론이 아닌가 생각하실 분들도 있는데, 아닙니다. 이 저자는 책의 전권에 걸쳐, 언제나 CEO로서 자기가 겪은 진솔한 개인적 체험을 논의의 실마리로 삼는데, 그것도 우리더러 친숙하라는 건지 주로 실패담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겪은 실패담이 아니라면, 예컨대 악덕 기업주나 극단적 개인 플레이어인 직원을 모델로 두고 열심히 "뒷담화를 까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딱딱하기 쉬운 리더십이론, 기초 인간관계론을 실례(자기 주변의)를 통해, 부담 없이 들려주는 게 이 책의 강점입니다. 저자는 문학적 창작력도 높은 편인지, 자기가 직접 지어 낸 이상한 우화를 곳곳에 삽입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과 실제로 같은 자리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겨운 분위기일 것 같아요. 편집도 깔끔하고 최신의 사정, 세태 반영이 이뤄진 참신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