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 수업 -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정영훈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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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서양 고전 철학을 집대성한 인물입니다. 철학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시각으로는 자연과학, 수사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통달한 천재라는 느낌을 주는데, 당시에는 학문이 분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철학이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범주였으므로 그가 철학자라는 말은 곧 그가 모든 걸 안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날에야 인생의 해답을 구태여 철학자에게 묻는 사람은 없겠으나, 저렇게까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당대에 인생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낸 게 있다면 궁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런저런 관점들을 이천 수백 년 전에 이미 정초한 선각자적 인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한 철학자였습니다. p70을 보면 그의 평소 지론대로 중용의 의미가 자세히 설명되는데, 명예에 있어서는 유독 이 중용의 경지를 정의하는 용어, 개념이 없다고도 합니다. 야심이 부족해서 샤이한 사람을 두고는 그렇다고 일컫고, 야심이 넘치는 사람을 두고는 야심가라고 부르는데, 그 중용에 머무는 이는 부르는 말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야심의 영역에서 적정선을 지키는 사람은 진정 중용의 미덕자라 불릴 만합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공연한 욕심을 부리다 기존에 가진 것까지 모두 잃고 후회막급인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게 됩니까? 살면서 어느 선만 잘 지키고, 있는 복만 잘 방어해 내도 누군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는 없습니다. 

책에서는 중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 곧 성실한 사람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중용의 덕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즐거움(p120) 관련인데, 책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온갖 사람이 온갖 방식으로 과오를 범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쾌락을 추구할 때 이성을 잃기 쉽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누려 보겠냐고 브레이크 없이 치닫기 쉽습니다. 무절제한 사람은 쾌락을 당장 손에 쥐지 않으면 어쩔줄 몰라하고, 더 큰 문제는 그 쾌락을 손에 넣고 나서도 쉽게 휘발되는 만족감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무엇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점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에뤼식톤과도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의 모든 범죄, 불의가 바로 이 중용을 지키지 않아서라고까지 말합니다. p188을 보면 간통이라는 범죄(현재 한국법상으로는 범죄가 아니지만)는 무절제의 결과이며, 전쟁터에서 도주하는 범죄는 용기라는 덕목을 포기하고 완전한 비겁함으로 폭주한 결과입니다. 다만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미있게도 순수하게(?) 불의해서 저지르는 범죄(협의의 불의)와, 그저 절제하지 못해서 저지르는 경우를 구분하는데, 어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저지르는 간통은 무절제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먼 데서 원인을 찾자면 돈에 대한 욕심을 절제 못 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조선 숙종 대(代) 김춘택이 자근아기와 간통한 걸 두고는 아마 그의 권력욕이 과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p234에서는 철학적 지혜와 실천적 지혜를 구분합니다. 실천적 지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론적 근거 면에서는 아직 인식이 철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저할 틈 없이 행동에 옮겨야 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애써 따지지 말고 이런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자칫 실천적 지혜가 철학적 지혜보다 열등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자가 후자를 이끌고 가는 수가 더 많으니 아이러니일 수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p249에서는 큰 욕망을 가졌는데도 이를 애써 참는, 플라톤적 절제의 모범에 가까운 인물이 있는가 하면, 보잘것없는 작은 크기의 욕망 충동에도 불구하고 크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으며 진정한 무절제는 후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랑(philia)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랑이라는 게 철인, 인격자, 이상적인 경우를 논하기 때문에 p304 같은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먼저냐, 아니면 자기애가 먼저냐의 논의가 다뤄집니다. 물론 현대인에게 물어보면 당연 후자라고들 하겠으나 조선 시대에만 해도 자기 이익을 먼저 따지는 사람은 소인배라 하여 정계에서도 쫓겨나고 양반 간의 교유에 끼워 주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논의에서도 친구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 자신이야말로 제1의 친구라는 입장을 포함하므로 서양 고전 철학 역시 자기애를 마냥 폄하한 건 아님을 확인 가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적 행동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바로 행복(eudaimonia)라고 했습니다. 칸트가 정언명법을 강조하며 윤리적 행동에 별개의 이유가 없으며 무조건 그리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됩니다. p318을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면 친구를 자기 자신처럼 대하는데, 고전 라틴 격언처럼(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사람이긴 했습니다만) 친구는 바로 제2의 자신이기 때문이겠습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친구를 자신 곁에 두고, 건전한 가치관을 교류하며 행복감을 증진하니 친구야말로 행복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당신 곁에는 과연 얼마나 좋은 친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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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나의 이단자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이관우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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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은 191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작가입니다. 그가 태어나고 죽은 슐레지엔(혹은 실레시아)은 18세기 프로이센에 의해 병합되었으며, 그전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다스렸으나 사실은 원래 슬라브인들이 널리 터잡고 살던 고장입니다. 하우프트만은 죽을 때도 슐레지엔에서 죽었는데,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이런 배경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우프트만은 자연주의 사조에 속한 작가입니다. 부르주아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럽에서 자리잡고 전례없는 풍요가 사회에 넘쳤지만 많은 빈민층이 발생해 인도주의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에 충격을 받은 문인들이 자연주의 사조를 일으켰고, 프랑스의 에밀 졸라는 이 하우프트만보다 대략 20년 정도 연상으로서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연주의 문학이 흔히 그렇듯 이 책에 실린 그의 두 중편도 독자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건 보통은 사람들 사이에 흔쾌히 전달이 되기 마련이라서, 이 작품들도 발표 당시에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우리들도 작품에 스민 보편적 휴머니즘으로부터 얼마든지 감동 받을 수 있겠습니다. 

Soana는 이 작품의 배경인데, 빙하호(氷河湖)인 루가노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름을 가진 곳은 많으나, 루가노 인근에 실제로 그런 지명은 없으니 가상의 배경으로 보는 게 맞겠습니다. 스위스 소속이라고 해도 이탈리아어권이니 소아나라고 읽는 게 맞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이 독일어로 쓰였으므로 조아나라고 표기된 듯합니다. 이단자라는 단어는 캐릭터 루도비코를 가리켜 이 소설 내내 불리는데, 이 Ketzer라는 말은 중세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가훅하게 탄압받은 카타리 파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이 카타리 파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므로 이름이 익숙합니다. 

어떤 고정된 교의가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며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프란체스코 신부. 실제로 수백 년 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도 이런 성품이었고 당대 주류 성직자들로부터 이단시되기도 하면서 기어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고산지대의 버림받은 일가(p70)" 미국의 애팔래치아도 그렇고, 산악 지대에서 다른 이들과 떨어져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때로 근친상간이라는 끔찍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며, 혹은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그런 부당한 편견을 받습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도 "그 저주받은 스카라보타 남매(p79)"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으나, 자신 역시 과거에 후작의 어린 셋째 딸에게 일시 느꼈던 불측한 감정이 생각나기에, 타인을 함부로 단죄하는 데 보다 신중해지려 노력합니다.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 야생의 소녀 아가타는 스카라보타 남매의 딸이며, 아무리 그녀가 죄악의 소생이라 한들 그녀 자신만큼은 (아직은) 어떤 죄악에도 물들지 않은, 그 누구보다도 순결한 존재입니다. 반면, 고귀한 가문의 소생이고 어려서부터 성직을 택했으며 별다른 일탈만 없었다면 주교, 추기경직에도 무난히 오르리라 주변의 기대(p125)를 받던 프란체스코는, 독자인 제가 보기엔 애초에 신부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젊은 나이였다고는 하나 어쩌면 가는 곳마다 그처럼이나 이성의 유혹에 취약해지며, 마침내 자신을 낙원의 아담(p135)에 비길 정도가 되었으니... 소녀 자신이 근친혼의 소생인데다, 성직자라는 사람이 어린 여성과 간음하여 이중삼중의 죄를 지었으니 그를 타매하고 축출한 마을 사람들더러 무지몽매하다고 비판할 수도 없을 듯합니다. 프란체스코 신부는 가뜩이나 취약했던 아가타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망쳐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29년 역시 노벨상을 받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도 장편 <선택된 인간>을 발표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이 중편이 그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박식한 은둔자 루도비코가 그토록이나 풍성한 지적 배경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어려서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교육을 잘 받은 덕이겠고, 바로 이 사람이 프란체스코 신부 본인임도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사실 저는 처음에 이 사람이 프란체스코와 아가타 사이의 소생인 줄 잘못 알았네요). <선로지기 틸>도 한없이 슬프고 답답해지는 사연이지만, 하우프트만 고유의 인도주의 철학과 치밀한 자연주의 기법 덕에 독자는 그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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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
나폴레온 힐.돈 그린 지음, 이상미 옮김 / 아이콤마(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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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은 20세기 초 미국 자기계발 분야에서 단연 주목받았던 강연가, 저술가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그의 대부분 저술이 번역되었으며 많은 독자들이 이미 접했으며, 저만 해도 작년 2월, 7월에 그의 책을 읽고 리뷰를 썼습니다. 이 책은 겉표지에 보면 나폴레온 힐 재단에서 공식 출판했다고 나오는데 그만큼 번역도 더 정확하고 믿을 만한 내용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나폴레온 힐의 주제를 중심으로, 저명한 강연가이자 성직자였던 돈 그린이 쓴 책입니다. 4년 전에 타계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20세기 초 미국 자계서 고전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바는, 뭔가 예화가 풍부하고 타인의 저서를 분명하게 인용하면서도 그를 자신만의 틀에 의해 분석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 p17에서 저자 돈 그린은 조지 S 클레이슨(나폴레온 힐보다 조금 앞선 시대의 저자)의 책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를 거론하는데, 가상의 부자 주인공 아카드가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주변에 여러 장치를 마련해 둔 대목 등입니다. 수메르, 아카드 등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일대에 번성했던 문명들의 이름이기도 하죠. 초심을 잊지 않고 내 곁에 두는 노력이야말로 끝없이 동기를 자극하여 발전을 도모하게 되는 근원이겠습니다. 

미국에서도 물론 학벌이라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나 자녀를 정계에 입문이라도 시킬 게 아닌 이상에야 한국처럼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p38 이하에 나오는 클린트와 루실 부부도 학력 없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했으나 검소하고 성실한 삶을 산 끝에 큰 부를 일궜습니다. 다만 자녀를 두지 않아 물려줄 사람이 없었기에 노년에 고민이 많았는데,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에게 도움을 줄 이유도 없고 거액의 세금을 정부에 징수당하느니 차라리 공익을 위해 기부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독자인 제 추측으로 아마 그게 나폴레온 힐 재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격을 갖추고 세련된 매너로 노부부를 조근조근 설득하는 그린 목사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저자 그린 목사는 힐 재단에 깊이 관여한 분이었습니다. 

클린트와 루실 부부처럼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라야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사기꾼, 범죄자들이 재미를 보는 분위기라면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19세기, 20세기에 물론 악질들이 총질해서 부를 모으는 경향이 없었다고는 절대 말 못하나(예: robber baron), 이들 부부처럼 하층민에서시작하여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중산층까지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건실한 사회 기풍이 유지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p86에서 말하는 대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뼈빠지게 노력하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했으며, 저자 힐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왜 당신은 노력의 결실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가? 

그에 대한 답은, 자신의 적성을 분명히 캐치하고 그 노력들을 최적화한 목표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 점에서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벌써 20세기 중반부터 이렇게 개인의 취향이나 적성을 교육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신경썼다는 게 역시 앞서가던 저들만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적성 발굴 도구 중에는 놀랍게도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도 포함되었는데, 21세기 들어 갑자기 한국인이 필 꽂힌 바로 그 엠비티아이입니다. 이게 새로울 것도 없고 무려 20세기 중반 나폴레온 힐의 시대에도 쓰였기에 고령의 그린 목사가 자유롭게 언급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요즘 트럼프는 팁에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합니다. 이미 상당부분이 면세이기에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있으나 여튼 현장에서 소구력이 있기에 저렇게 미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p107에는 전 월마트 CEO였던 빌 사이먼이 한 말 "나는 시급 2.1달러를 받으며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첫 직업으로는 매우 좋았다."가 소개됩니다. 저자 그린은 지금 직장이 썩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 직장이 나를 최종 내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준다면 그 직장은 분명 의미있는 직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저 빌 사이먼이 한 말과 완전히 맥락이 같습니다. 혹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여기지 않더라도,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의미 부여를 하며 긍정적 마인드셋을 장착할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책 후반부에는 본직이 목사님인 돈 그린이 회계 지식을 차분히 풀어주면서 어떻게 해야 불필요하게 새어나가는 돈 없이 알차게 나의 소득을 모을 수 있을지를 설명합니다. 아무리 의지가 충만해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면 이게 불가능합니다. 처음에 독자를 위해 동기를 부여하고, 나중에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일러 주는 돈 그린의 책에 저절로 매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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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없이 사는 법 - 자수성가 부자들이 돈, 인생, 투자를 대하는 태도와 기준
제레드 딜리안 지음, 김영정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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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을 보면 No worries: how to live a stress-free financial life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라 고소득자라고 해도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고 상대가격 구조가 급변하는 세상이라면, 그가 자산관리에 신경 쓰지 못할 때 언제 가난한 신세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제목에도 stress-free라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돈에 발이 달려 도망가는 것도 아니건만 돈이란 게 그만큼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준단 뜻입니다.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뭘 평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은 쉽게 가르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경제학의 개조 애덤 스미스는 분업의 이익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농부가 농사도 짓고 바늘도 만들려면 엄청난 수고가 들 뿐 아니라 바늘이 과연 단 한 개라도 제대로 만들어질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바늘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한테 바늘만 만들게 시키면 놀라운 성과가 나며 그 시간에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농부의 성과도 마찬가지입니다. p37에서 저자는 피자 전문점의 예를 드는데 재주도 없는 당신이 시간을 내어 피자를 직접 만든다면 얼마나 큰 비효율이 생길지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재료도 소량으로 사서 쓰니 더 비싸게 먹힐 테고, 만약 당신이 고소득자라면 요리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 소득을 잃었으니 더 손해가 큽니다(기회비용).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재미있는 말을 해 줍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 끌려들어가듯 읽은 게, 아닌 듯하면서도 유머가 예측불허로 풍겨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p39 같은 곳을 보면, 저자 자신은 이 책을 쓰면서독자들에게 돈 많이 벌게 해 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무엇인가? 스트레스를 줄여 주겠다는 거죠. 알뜰한 습관이 몸에 밴 사람도, 어쩌다가 쿠폰을 안 써서 괜히 안 쓸 돈을 썼다거나, 비교를 꼼꼼히 안 해서 비싸게 샀다거나, 이러면 두고두고 그 생각이 나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는 바는, 큰 결정 하나를 확실하게 현명하게 내리고 나면, 그 결정으로부터 이미 큰 수익이 생겼기 때문에 소소한 지출이 무신경 끝에 생기는 건 무시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앞에서 피자 이야기를 한 건, 괜히 재주도 없는 피자 만드느라고 에너지 쓰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피자는 그냥 가게에서 시켜먹고 그 시간에 당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또 그때그때의 작은 지출에 돈이 새게 하지 말고, 나중에 큰 만족을 위해 돈을 아끼라는 주장도 하는데 이걸 두고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이라 부릅니다. 집, 자동차, 학자금 대출 상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커피나 담배, 술을 위해 목돈 저축이 지장받지 않게 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엄청난 미래가치를 그 안에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미미해 보이는 기업도 이후에 거대한 성공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90%는 실패한다는 점도 명심하고 예컨대 망해가는 트랙터 사업에 투자하는 등의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사업이 먼저고 친구가 나중이라고도 합니다. 사업성이 없어 보이면 누구한테도 투자해서는 안 되며, 사업이 기어이 실패하면 돈도 친구도 모두 잃게 된다고 합니다.  

p158을 보면 집은 투자가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자는 투자 전문가답게, 포지티브캐리와 네거티브캐리에 대해 알기 쉽게 요약하는데, 이에 따르면 주택 구입은 네거티브캐리이며 절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그저 감가상각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죠. 아마 한국의 나이 든 세대라면 이 견해를 읽고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한국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에 한국의 주택 자산은 장기적으로 우하향 내지 폭락을 겪을 것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진단도 있었죠. 이후 우리 모두가 봤듯이 집값은 수도권의 경우 미친 폭등 과정을 적어도 두 차례 거쳤고, 해당 전문가에 대해서도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더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며, 이런 불길한 예측이 적중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위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영화 <조스>에 나오는 상어에 물려 죽을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우리는 영화가 남긴 과도한 효과 때문에 그런 위험은 과대평가합니다. 반면 제법 큰 위험은 이상하게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8년에 거의 깡통이 될 뻔한(저자의 표현입니다) MMF 상품 같은 게 그 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비교적 큰 안전성을 가진 금융상품을 구입하고,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는 이상 내릴 위험이 없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로그인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코로나 유행 때 농담 삼아 쇠망치 기법이라는 말을 쓰는데,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후 3년 기절했다가 깨어보면 300% 달성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코스닥의 많은 종목들은 300%는커녕 상폐가 되었을 확률도 크니 수시로 체크하는 게 정석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니 스트레스를 부르는 주범이라고 저자는 강조하는데, 견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각자가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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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쇼피파이 하루만에 끝장내기
이동준 지음 / 라온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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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그 효과적인 모델을 성공시킨 이래 온라인스토어는 소비자로서의 우리들이 일상에서 깊이 의존하는 뚜렷한 경제적 실체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를 이용하건 하나를 골라 무엇인가를 결제를 하고 택배 배송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부업 또는 본업으로 셀러 노릇도 하는데, 다만 플랫폼에서 너무 많은 수수료를 뗀다거나, 최저가로 팔라고 강요하는 등 갑질행태를 접한다며 적잖은 불만이 발생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건을 파는 일이야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만의 관심사였지만,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지 오래인 지금이라면, 아마 10여년 후에는 우리 모두가 어느 플랫폼에든 소속되어 뭔가를 파는 일을 필수 부업으로 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셀러들에게 상생의 여지를 더 많이 주고 좋은 대우를 제시하는 대안 플랫폼은 없을지 찾아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쇼피파이는 한국에선 그닥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서문 p13에 나오는 대로 NYSE에 상장된, 코스피 네이버 시총의 네 배나 되는 대기업입니다. 그렇게 셀러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서 플랫폼이 오래갈 수 있겠어? 이미 그 단계는 지난, 자기 기반을 벌써 탄탄하게 다져 놓은 업체라는 뜻입니다. p35에 나오듯, 플랫폼 측에 과다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한다는 건 사실상 힘든 게, 이건 이것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시행착오를 끝없이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기성 플랫폼에 입점해야 편하다는 논리인데 이것뿐이라면 왜 네이버나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 잘 알려진 곳 말고 쇼피파이라야 하는지 아직은 고개가 갸웃합니다. 

네이버, 위메프 같은 데서 뭘 살 때 항상 불편했던 점은, 링크를 누르고 샵에 들어갔을 때 상품 세부 정보 페이지가 항상 지연되어 꿀꿀 늦게 로드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후회 않으려면 저 상세스펙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구매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딜레이가 되는 한 가지 원인을 꼽자면 p47에 나오는 대로 "홈페이지는 워드프레스로 만들고, 스토어는 카페24나 스마트스토어로 만드는" 이중 소스 의존 패턴도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별개 커스터마이징이 꼭 필요하다면 이 쇼피파이가 안 맞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 쇼피파이라는 하나의 솔루션에 몸담는 게 더 편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p48을 보면 쇼피파이의 장점으로 "고객 생성은 물론 고객의 피드백도 등록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말하는데, 사실 좀 미묘한 대목이기도 하므로 좀 조심해서 각자가 수용해야 하겠네요, 

그럼 쇼피파이에 들어가고 대기업 입점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 p32를 보면 대기업 입점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쓰고, 비즈니스의 본진은 1)수수료가 싸며 2)리뷰 등 데이터와 고객을 내가 더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3)해외고객 상대로라면 상대적으로 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 쇼피파이에다가 구축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말합니다. 2) 관련해서, 사실 물건을 파는 건 나인데도 내가 신경쓰고 잘해준 고객이 나의 고객이 아니라 플랫폼의 고객이라는 점은 뭔가 맥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들어온 고객에게 직거래를 유도한다든가 하면 계약 위반으로 바로 제재가 들어오죠. 약관에 동의를 했으니 이를 지켜야 마땅하지만 뭔가 내가 사장이 아닌 플랫폼의 점원이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도 몇 년 전부터 아마존에 입점해서 해외 유저들에게 물건을 파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달고나가 잘 팔리기도 하고, 어떤 분은 농기구인 호미를 게시하여 높은 매상을 올리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분들은 처음부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겠으나 1)아마존은 셀러 직접 발송이 아니라 일단 아마존 선입고를 원칙으로 하며(예외도 있습니다) 2)아마존은 무조건 고객 위주이므로 행여 사고가 생기기라도 하면 셀러에게 책임을 무겁게 묻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쇼피파이는 이런 점에서 중소셀러를 많이 배려하는 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가 또 재미있게 읽은 대목은, 쿠팡이나 알리, 네이버, 아마존, 이베이는 서로 경쟁관계이므로 (당연하게도) 협력하지 않지만, 쇼피는 저들과 직접 이해가 갈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저 회사들과 협력한다는 겁니다. 물론 알리의 계열사인 라자다는 쇼피와 포지션이 비슷하므로 이들끼리는 경쟁관계라고 합니다(p38). 쇼피는 이미 한국어 패치기 완성되었으므로 그냥 가입만 하면 적어도 영어 때문에 뭐가 뭔지 몰라서 헤맬 일은 없다고 합니다. p135를 보면 2024년 상반기 현재 아직 여기 본사가 한국에 진출은 안 했는데, 일본엔 벌써 들어왔다고 하네요. 

제 주변을 돌아봐도 조선미녀(p134)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작년부터 다른 나라에서 대박이 나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마녀공장이다 뭐다 하는 이런 인디브랜드들이 다 아마존에 입점해서 떼돈을 벌었는데 기존의 아모레퍼시픽이다 엘지생건이다 하는 대기업들이 중국에만 신경쓰다 죽을 쑤는 결과와 너무도 대조됩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뭔지 모르는 회사가, 해외에다 마케팅한다고 무슨 별 수가 나겠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들 회사들은 멋진 반례를 보여 줍니다.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이 상장사가 아니어서, 이들 화장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인 실리콘투가 대신(?) 증시에서 급등하여 이 주식을 산 이들이 엄청난 수익을 보았습니다. 책 곳곳에서 저자가 해외고객 해외고객 하는 게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쇼피파이가 이들과 무슨 관계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첫째 해외 플랫폼이다 보니 해외 바이어 발굴에 (네이버 등 국내 스토어보다) 유리하고, 둘째로 사업에는 아무래도 위험이라는 게 따르니, 아마존같이 냉정하게 입점업체를 관리하는 곳보다 쇼피처럼 셀러친화적인 플랫폼이 낫지 않겠냐는 게 저자의 취지이겠다고 저는 해석했습니다. 저자는 본인부터가 자생셀러로서 번창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 본 분이라서인지, 책 곳곳에서 "브랜드가 곧 당신이다.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키워야 성공한다"는 매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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