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의 비밀 지령 - 헤이그 특사, 을사조약 무효를 주장하다 근현대사 100년 동화
이규희 지음, 정진희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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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제위에 오른 고종은 이후 러일전쟁, 을사늑약(p157) 등을 거치며 망국의 비운을 거친 군주입니다. 하지만 마냥 수동적으로 사직을 넘겨 준 건 아니어서,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세 분을 비밀리에 특사로 파견하여 대한제국의 의사를 대변하게 합니다. 그러나 일본 측의 필사적인 방해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하고, 부사 이준은 현지에서 병이 악화하여 끝내 순국합니다(p144).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동화는 헤이그 현지에서 세 분의 특사를 수행하며 결정적일 때 대한제국의 국익을 위해 종횡무진 활약한 이강수(p40, p71)라는 남대문 출신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물론 강수는 실존인물은 아니며, 다만 그 시절 역사의 현장에 충분히 있었음직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관들을 따라다니며 잔심부름을 맡아 하는 급사직이란, 당시에 매우 보편적이기도 했고, 어린 강수가 마치 조선인들을 대표하듯 겪는 이런저런 고초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지지와 공감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지금도 남대문 인근에는 주변과 완전히 다른 맛을 자랑하는 설렁탕 전문 노포가 있는데, 어린 소년 강수는 그런 설렁탕집에서 배달을 하다 일본인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응징을 해 주다 치안당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블라디보스톡(해삼위)에 도착하여 강수 눈에 조선인인 듯하여 질문을 건넸던 노인은 "부, 까레이스끼"라 대답하는데 이때의 감탄사 "부"는 不입니다. 즉 노인은 중국인이었던 거죠. 안타깝게도 강수가 멀리서 찾아온 김창주는 벌써 고인이 된지 오래였습니다. 김철만 선생의 호의로 강수는 해삼위 개척리 그의 저택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데 애가 원체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 주변의 호감을 얻습니다. 물론 일본의 불량청소년들 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게 되었다는 사연이 알려지고부터 김철만을 비롯한 개척리 주민들이 더욱 비분강개한 점도 있습니다. 어느날 김철만의 집을 일성(아호) 이준이라는 분이 방문하고, 그때부터 강수의 운명이 급변의 계기를 맞습니다. 

보재 이상설 선생은 우리가 국사 교과서에서도 북간도 서전서숙(p79) 관련하여 그 존함을 배운 위인입니다(헤이그 특사 중 정사 역할 외에도). 강수는 공교롭게도 2년 전 한양에서 보재가 당시 의정부 참찬 신분으로 을사늑약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던 모습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집회는 상동교회에서 열렸는데 당시 보재는 비분강개하여 자결을 시도했었으나 주변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고 영특한 강수는 그때의 목격담을 이야기하며 선생과 기분좋게 재회합니다. 김철만 선생은 꼬마가 보재와 구면이었다며 흥을 돋웁니다. 

그런데 강수는 이들 지사들이 개척리에서 회동하는 자체가 뭔가 범상치않은 사연이 있겠다며 주의를 집중하니, 이런 걸 보면 과연 애가 똑똑하다 할 만합니다. 강수는 민족을 위한 중대사에 자신도 한 힘을 보탤 것을 간청하며, 두 지사와 김철만은 심부름꾼을 둔다기보다 청년 인재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소년을 헤이그행에 동참시킵니다. 

이제 강수는 역사의 현장에서 엄청난 체험을 하게 될 운명에 한 발을 디뎠습니다. 가는 길은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하여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도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의 대외개방 상징인데, 여기에 이르러 일성과 보재는 앞선 문물을 배움이 민족의 자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수에게 가르칩니다. 통역관 이위종이 합류하고, 이범진 선생이 베를린으로 다시 떠나는 그들을 배웅합니다. 책 p88에도 나오듯 이범진 선생의 친아들이 이위종입니다. 

p101의 리더잘(고유명사)은 네덜란드어로 Ridderzaal이라 쓰는데 네덜란드어 ridder가 독일어 Ritter(기사)와, zaal은 독일어 Saal(궁전)과 각각 동계어입니다. 강수는 헤이그 리더잘 회의장으로 기지를 발휘해 들어가서 태극기를 펼치고 특사들을 입장시키려 들지만 일본의 방해로 좌절합니다. 사실 일본 측의 방해공작이 있겠음을 충분히 예상했기에 우리 측에서도 헐버트 박사를 일종의 연막으로 썼으나, 강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에서 본 그 일본인이 결국은 첩자였다는 게 드러납니다. 강수는 윌리엄 스태드라는 기자를 알게되고 신문에 한국의 입장을 게재하게 하는 데 성공합니다. 강수는 이준 열사의 장례를 마치고 호머 헐버트(제4의 특사. <사민필지>의 저자) 박사를 따라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납니다. 이런 청년이 있으니 비록 나라를 뺏겼을망정 겨레의 앞날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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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대장이 될 거야! - 수업 태도 랄랄라 학교생활 3
이서윤 지음, 김중석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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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서윤 선생님은 15년차 현직 교사이며, EBS TV에도 출연하시는 공채강사라고 나옵니다. 학부형들도 아이를 실제 양육하면서 느끼는 바이겠지만,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집중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학부모나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 본인도 그리 느낄 것입니다. "나도 수업에 집중하고 과제도 잘 해 오면서 칭찬을 받고 싶은데, 왜 대체 집중이 안 되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 책은 정태혁이라는 주인공, 역시 집중하는 데 뭔가 어려움을 느끼는 어린 학생이, 자신의 태도를 먼저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어린 독자들이 직접 이 책을 읽고, 태혁이처럼 스스로 자기 문제를 교정하고, 집중하는 데서 오는 보람과 기쁨을 스스로 찾아내게끔 돕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에서는 태혁이(뿐 아니라 모든 학생)네 집에, 학생의 태도가 문제 있다고 판단했을 때 빨간 글씨로 된 알림장을 보냅니다. 태혁이는 이 알림장이 너무 싫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보내는 통상적인 소통 방식이지만 태혁이는 자신의 태도를 지적하는 빨간글씨가 무서웠던 나머지, 꿈에서 "레드월드"라는 가상의 조직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담임 선생님까지 보게 됩니다. 선생님의 지적 때문에 부모님도 잔소리를 하고 친구들도 자신을 놀리게 된다고 생각하자(물론 태혁이의 생각일 뿐입니다), 태혁이는 선생님이 미운 나머지 자신도 빨간펜으로 일기장을 쓰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태혁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태권도를 잘하는 또래 선생님(학생들 또래라는 뜻입니다)으로 잠시 수업을 주도하게 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게 된 태혁이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태권도를 가르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정재잘이라고 소문이 난 태혁이의 말을 누가 들을 리가 없습니다. 이때 태혁이는 처음으로 동료들을 잘 설득하고 공감을 유도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합니다. 역지사지를 통해 교사 노릇의 어려움을 비로소 알기 시작했겠는데... 그러나 여태 학급을 대표하는 장난꾸러기로 공인된 태혁이의 산만한 집중력이 그리 쉽게 고쳐질 리 없습니다("태혁이가 선생님을 이해한 건 그때뿐이었어요[p34]"). 선생님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방법들도 시도합니다. 

꿈인지 생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생님은 이제 태혁이에게 최후통첩을 시도합니다. 태혁이에게 다섯 가지 약속을 하게 하고, 잘 해내어서 14일 동안 칭찬 스티커 10개를 모으면 레드월드로 끌려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레드월드에 끌려가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여튼 태혁이는 무척 무서워합니다. 태혁이는 처음에 "난 담임선생님이 레드월드 대장인 걸 알고 있다"며 일종의 레버리지(?)를 잡았다고 여겼는데, 선생님은 그런 태혁이의 속까지 훤히 꿰뚫어보고 아예 정체를 먼저 밝혀 버립니다. 이러니 태혁이는 선생님이 더 무서워질 밖에요. 그러나 선생님의 진짜 의도는 태혁이에게 겁을 주고 기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이런 태혁이를 마음으로부터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내면의 변화를 끌어내려는 것이겠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때는, 준비물을 안 챙겨가면 수업이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이 이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은 미리 수업 준비(예습을 포함)를 해 가야 앞에서 선생님, 교수님(교수님도 선생님이지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갈 수가 있습니다. 또 과학, 미술 시간은 준비물이 없다면 아예 물리적으로 참여가 어렵고, 혹시 준비물 안 챙겨왔다고 선생님이 나무라기라도 할 까봐 조마조마해서 더 견딜 수가 없죠. 제 생각에 수업 태도, 집중력 이슈 중에서도 초등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 준비물인 것 같습니다. 

태혁이는 선생님의 진정성어린 지도 끝에 결국 본인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부모님도 원하던 집중력을 서서히 내면화하게 됩니다. 레드월드란 제 생각에 딴 게 아니라, 학교의 커리큘럼 부적응에 대한 두려움, 부모님과 선생님의 인정을 못 받는 데서 유래하는 좌절감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제 태혁이는 이런 식으로 자신도 남들도 더 인정하는 모범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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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호의 최소한의 부동산 공부
표영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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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한국 증시)이 너무 침체(내지 위기)라서 이제 부동산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증시 상황을 떠나, 한국의 부동산은 원래 상향이고 불패라는 통념도 여전히 유력합니다. 서울의 부동산은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관측도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코미디언 시절 그가 진행하던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잘 기억할 텐데, 원래 저자 표영호 대표는 실물경제와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지금은 새로 개척한 이 전문 분야를 잘 활용하여 유o브의 자신 채널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방송인 시절 그가 보여 주기도 했던 예의 그 뛰어난 소통 능력 덕분에, 팟캐스트건 이 책에서건 시청자나 독자나 그가 말하는 주제를 잘 이해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민감한 자산 요소입니다.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아파트 청약 제도가 마련되어, 수요는 지나치게 많고 공급은 제한된 주택이라는 상품을, 신혼부부 등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훨씬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게 돕습니다. 물론 경쟁률이 워낙 높아 이마저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운이 좀 따라 줬을 때 의외로 낮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을 채우고 나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청약 제도의 혜택을 입기 위해 청약 통장이라는 걸 갖춰야 하는데, 이 제도가 좀 복집한지라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표영호 대표가 그 특유의 입심, 자연스러운 구어체 말투로 설명해 주는데, 이 부분은 제가 그의 채널에 찾아가 관련 영상을 잠시 시청도 했습니다. 청약제도가 잘 이해 안 되는 분들은 먼저 그의 영상을 보고, 나중에 정보나 팩트만 이 책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도 될 듯합니다. 

용적률, 건폐율 등의 용어는 공인중개사 수험생들만 알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등 자산 관리를 통한 재테크는,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이나 여유로운 생활이 어려운 모든 젊은이들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개념과 지식입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p80을 보면 표 대표는 특유의 그 시원시원한 어조로 이들 필수 개념에 대해 잘 풀어 줍니다. 그답게,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바로 현실로 넘어와서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해 죽 짚는데, 애초에 이들 수치의 상향이 쉽지 않은 만큼, 현재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인 일산, 분당 말고 과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솔직한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는 "용적률, 건폐율만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삶의 질은?" 같은 질문도 독자에게 던집니다. 너무 현실적인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렇게 시야를 넓히는 화제의 전환도 있어서 그의 말들이 매력적입니다. 

우리 나라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설령 청약제도가 마련되어도 순위 높고 가점 많이 받은 통장 보유자들이 너무 많아 이미 그 자체가 로또 비슷합니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데, 이렇게 바늘귀 통과하듯 어렵게 당첨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취득을 끝내 포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소수 도로 나온 물량은 100% 추첨으로 배정하기에 무순위 청약(p120)이라고 부르는데, 표 대표답게 이 "줍줍"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지금 서울 아파트들도 아직 고점에서 덜 내려왔거나 갑자기 오른 곳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상급지가 아닌 강북의 여러 아파트들은 몇 년 전 폭등사태 이전 가격으로 다시 복귀해서는 더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표 대표는 무순위 분량이나, 경매에 나온 물량 중에서도 그 운명이 극과 극으로 걸린다며 신중하게 물건을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내 집을 사면 소유권 등기 경료로 대부분의 절차가 끝나지만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 보증금을 안 떼이기 위해 뭘 해야 하는데, 이걸 두고 대항력 3종 세트 갖추기(p190)라고 저자는 부릅니다. 이사(들어와서 살기,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그것입니다. 제가 대략 십 년 전에 읽은 어느 저자의 책에서는, 이제 목돈이 있으면 전세를 살 게 아니라 월세를 살고 목돈은 따로 운용하라는 말이 있었는데, 전세사기(p206)가 사방에서 터지는 요즘 그 충고의 무게가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 책 p200 이하에서 표 대표는 전세 월세 제도를 비교하며 한국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자세히 풀어 주는데 역시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됩니다. 

법대 학부 2학년 정도에 물권을 배우는데 어느 교과서에도 한국 특유의 제도로 "전세"를 꼽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이다 보니 법리도 독특하게 발전했는데, 표 대표도 책 후반부에서 의외로 자세하게, 그 기원이나 연혁까지 꼼꼼히 풀어 줍니다. 책의 결론이자 모든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이, 과연 "집 사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냐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개인 방송에서도 표 대표가 이미 언급했었지만, 이 책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대답이 준비되어서 신뢰감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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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분 두뇌 훈련 첫걸음 - 치매 예방, 인지능력 개선, 기억력 향상을 위한
한국치매교육협회.동그라미에듀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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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 단계로 진입하는 중입니다. 노화가 진행되었다고 모두가 다 치매의 위험에 처하지는 않습니다만, 치매라는 질병이 워낙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시니어분들 당사자나 자녀분들이 이를 각별히 경계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꼭 치매 예방 차원이 아니라도, 평소부터 두뇌 훈련을 열심히 하고 뇌세포를 건강한 상태에 두는 건 분명 의미있고 필요한 활동입니다. 두뇌가 평소부터 활발하게 작동하면, 평소에 임하는 업무 수행도 더 효율적이겠고, 일을 하지 않는 분이라도 일상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스프링제본이라서 공부하기에 좋은 형식입니다. 책이 잘 펴져서 내용도 눈에 잘 들어오고, 밑줄을 긋거나 문제를 직접 풀기에도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프링제본은 책등이 없기 때문에 책장에 꽂았을 때 보기가 좀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스프링철을 책 앞부분으로 90도 돌리고, 대신 책등이 생기게 만들어서 책장에 꽂아도 이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제책 방식을 처음 봤기 때문에, 참 사람의 아이디어라는 건 끝이 없구나,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걸 왜 전에는 다들 못했을까 싶기도 했네요. 

p3을 보면 사람의 인지능력은 8분야로 나뉘었다고 나옵니다. 기억력, 언어능력, 공간능력, 집중력, 계산력, 실행력, 판단력, 이해력이 그것입니다. 그런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13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이 교재는 그 13개 영역의 활동성을 고루 향상시키게끔 구성되었습니다. 문제가 부족해도 곤란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아도 시니어들께 부담을 드릴 수 있는데, 이 교재는 200문제를 50일 동안 풀게끔 하는 구성입니다. p4의 목차에, 며칠차에 몇 페이지에 가서 문제를 풀지가 나옵니다. 글자도 큼직큼직해서 시력이 나쁜 어르신들에게 편할 듯합니다. 

반복되는 말입니다만 확실히 어떤 목적을 가진 독자한테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을 준다 해도, 스프링제본이 책을 읽기에는 두루두루 참 편한 포맷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정도로 편하게 느끼는데, 이 책을 실제로 활용하는 시니어들께는 얼마나 더 절감이 될까 싶기도 하네요. p26에는 정월대보름을 주제로 여러 단어를 제시했는데, 이 24개 단어를 세 가지로, 즉 부럼/오곡밥/묵은나물의 세 부류로 나누는 과제네요. 오히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셔야 바로 풀리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요. 저는 어찌어찌해서 풀기는 했는데 약간은 헷갈렸습니다. 정답은 뒤 209쪽에 있다고 큼직하게 쓰였는데, 확실히 저도 글씨가 큰 게 눈에 팍팍 들어오니까 편하기는 했습니다. 

더 어려운 건 다음 p27의 문제들입니다. 맞춤법이 틀린 걸 찾습니다. 데보름, 지불놀이, 이 둘이 틀렸다는 건 저도 알겠더군요. 그런데 "차조"가 대체 뭔지를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습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에서는 "찰기가 있는 조(곡식의 일종)"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밑에 이어지는 항목까지 다 읽어 보니 중근세에는 아래아를 써 찰조라 하던 것을, 이후 받침 ㄹ이 탈락하여 저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17세기였다면 이 역시도 틀린(?) 맞춤법일 수 있겠네요. 

시니어들께서 활동하시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국경일이나 기념일(p162)이 자주 변경되기도 하고,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아니었다가 임시휴일로 바뀌는 등 좀 헷갈리시기도 할 듯합니다. 10월 3일이 개천절인데, 이 날이 여전히 공휴일인지, 9일이 한글날인데 도중에 공휴일 해제도 되었기에 지금은 과연 쉬는지 어떤지 헷갈리는 분들도 있을 만합니다. 

요즘은 여러 이유로, 넷상에 글을 쓸 때 일일이 글자를 다 쓰지 않고 초성만 적기도 합니다. 무슨 아랍어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누가 초성만 썼을 때, 이를 읽는 사람은 좀 머리를 써서 맥락에 맞게 떠올린 후보들 중 무엇이 필자의 의도였을지를 좀 생각해야 합니다. p119에는 단어의 일부 음절을 생략하고 초성만 제시한 후, 무엇이 원 단어였을지를 맞히게 합니다. 화ㅌ, 운ㄷ 이라고 하면, 카테고리가 "취미"였을 때 뭐가 답인지 바로 알 수들 있겠습니까? 화ㅌ는 아마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밖에 없어서, 좀 찜찜해하면서도 다들 그것(?)을 답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p174에는 거꾸로 쓰인 단어를 바르게 쓰게 하는 문제가 여섯 개 나옵니다. 이들 중에는 바로쓰건 거꾸로건 말이 되는 것들도 있고, 경안, 갑지, 니머주, 기화소 등 뒤집어야만 올바른 단어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p206부터 본문 문제들의 답들이 나오는데 텍스트가 아니라 문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답만 컬러 추가하여 제시했기 때문에 한눈에 답이 바로 들어와서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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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영어 필기체 손글씨 - 의사 & 만년필 유튜버 ‘잉크잉크’의 영어 필기체 잘 쓰는 법
잉크잉크 고민지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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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민지님은 현직 의사이며, 영어 필기체 잘 쓰는 법을 유o브 본인의 채널에서 가르치기도 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요즘은 뉴미디어의 시대이며,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를 유o브에서 검색하면 이처럼 그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영상으로 가르쳐 주기도 하니 배움에의 열의만 있다면 뭐라도 새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인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수백 년 전 유럽, 미국에서는 원거리에서 주로 서신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았으며(동아시아도 물론 사정이 비슷했죠), 이때 편지지에 쓰여 발신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일차 매개는 바로 글씨체였습니다. 잉그리드 버그먼, 율 브리너 주연 영화 <아나스타샤>를 보면, 집사장이 편지를 정리하며 모 귀족 자제의 필체를 보고선 "글씨 쓴 꼬락서니하곤..."이라며 당사자의 인격까지 함께 깎아내리는 장면이 있습니다(키릴 문자이긴 합니다만). 과거에는 그처럼, 세련된 필체 자체가 그 쓴 사람의 교양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니 서양에서 영어 필기체의 능란하고 우아한 구사가 얼마나 주목 받는 능력이었겠습니까. 우리 동아시아에서도 신언서판이라 하여, 훌륭한 필체는 인재의 레벨을 매기는 중요 척도 중 하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나 모바일로만 의사소통을 하기 일쑤이니 필체를 다듬을 시간은 더욱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우선 책의 편집에 반했습니다. 일단 이 책은 사철제본입니다. 사철제본은 책이 갈라질 걱정 없이 쫙쫙 펼쳐 볼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책등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책장에 꽂아 넣을 때 보통은 모양이 좀 안 난다는 건데... 이 책은 겉에 두꺼운 종이 커버를 한 번 더 둘러서 책등도 (예쁘게 잘) 보이고, 보관성도 뛰어납니다. 책의 주제가 주제다 보니 제책을 이렇게 했겠으나, 저로서는 처음 보는 편제이기도 했고, 디자인도 예뻐서 일단 책만 봐도 필기체 공부 의욕이 절로 난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필기체를 제가 처음 배운 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책 p28 이하를 보니 그때 생각도 났는데... 특히 이동선을 그릴 때 글자와 글자를 연결해 주는 "이동선"에 대해, 불룩하게(또는 오목하게) 올라가기(또는 내려가기) 개념을 잡아 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필기체 글씨가 안 예쁘게 보이는 주 원인이 바로 이 연결선의 미흡합 처리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또, 저자께서는 p30에서 m, n, u 등을 번갈아 반복할 때 이 이동선의 기능이 중요해진다며 따로 강조까지 합니다. "자연스럽게 모양을 바꿔 주는 기술"에 대해서도 저자는 방점을 둡니다. 

p61을 보면 고난이도 강습이 하나 나옵니다. ws, bs는 아마 명사의 복수형, 또는 동사의 3인칭 단수형 등에서 쓰이겠으며, br 등은 따로 경우를 지적할 것도 없이 두루 쓰이지만, 저자는 순전히 글씨체의 관점에서 이들 철자가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음선이 바닥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것에 비해, 이들 경우는 이음선이 높기 처리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여태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원리를 일러 준 후, 이에 해당하는 단어 예를 집중적으로 나열하며 4선지에 반복해서 써 보게 합니다. 

저자 잉크잉크님(유o브 계정주명)의 취향 단어라고 해서 p135를 봤더니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전쟁과 평화>, <호밀밭의 파수꾼> 등 명작 제목들이 나옵니다. 이들 중 <죄와 벌> 같은 것은 몰론 영문학 작품이 아니라 러시아어권의 명작이지만, 영어는 또 위대한 게 훌륭한 번역가들이 포진해 있어 이들 외국 고전을 유려하고 적절한 영어로 옮기기도 하는데 이 번역작(들) 또한 그럴싸합니다. <Crime and Punishment> 같은 건 하도 익숙하여 원래 영어 작품인가 싶기도 합니다. 문학 작품 제목말고 영화도 있는데 <대부(The Godfather)> 같은 게 눈에 띄네요. 

p174 이하를 보면 잡스의 명연설문 일부를 인용하여 필기체로 따라쓰게 합니다. 생전 잡스의 철학이나 경영방침에 일일이 찬동하지는 않았던 독자라 해도, 이렇게 멋진 필기체로 쓰인 그의 말을 보니, 없었거나 오래 잊혔던 존경심 같은 게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p202 마지막에 쓰인 저자님의 격려사를 보니 필기체 연습은 단기간에 끝날 게 아니라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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