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좌절
김경일.류한욱 지음 / 저녁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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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좀 내버려두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한가.

사춘기 아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기도 했는데

이 말이 옳았음을 어리석은 부모는 뒤늦게 깨닫고 만다.

어쩌면 이 말을 내뱉기 전에 그만 내버려두었어야 함이 옳다.

어려운 길을 좀 더 쉽게 가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실패와 좌절을 피해가는 법을 부단히 알려주려하고 그 길이 옳은 길임을

아이의 의사를 살피지 않고서 강요했던 어리석은 부모였다.

혼자 하도록 내버려두는 적절한 거리감과

건강한 독립은 아이와 부모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삶의 메뉴얼이다.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내버려두기를 더 후회하지 않기 전에 그리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이는 시행착오도 겪고, 마음의 상처도 받을 겁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부모에게는 더 큰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냥 부모가 대신 결정해주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가 자아를 형성할 기회를 박탁당하는 것이죠. 특히 청소년기에 분리-독립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히 더 어렵습니다. 아이가 신체적으로 많이 자랐고 언어나 행동이 덜 발달했던 유아기에 비해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가 스스로 언젠가 깨닫고 자아를 찾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P87-88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해 보이는

‘적절한 거리 두기’가 존중의 첫걸음이다.

한 개인의 인격체로 많은 시행착오를 기꺼이 겪게끔

내버려두는 것이 방치로 오해할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많은 개입과 간섭보다 더 적절한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줌을 이해했다.

스스로 성장할 틈도 없이 많은 것들을 미리 제공해주는 부모의 노파심이

아이를 더 망치는 꼴이란 걸 잘 인지할 필요를 느낀다.

나 역시 큰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조바심과 불안으로

품안에 자식을 끼고 사는 모습을 보이며

아이의 선택에 대한 신뢰보다 부모가 제시한 방향성을 강요하기 여념없었다.

그 결과 사춘기 때 자녀와 큰 어려움을 겪고 갈등의 골이 깊어짐을 경험한 바가 있어

둘째 아이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편에 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은 대학과 더 좋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명분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자율성을 믿고 존중했어야 했다.

그것이 느리고 답답할지언정

아이가 선택한 것에 만족할 줄도 실패할 줄도 포기할 줄도 아는

모든 과정들을 아이 스스로가 부딪혀 가야한다는 걸 말이다.

너무 가까운 거리 안에서는 분명 더 많은 다툼과 지침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성장할 공간을 허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리두기가 필수라는 점을 기억하자!

지금의 시대에는 ‘무엇을 더 해줄까?’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고, 아이가 스스로 경험하고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건강한 양육 방식이 될 것입니다.

p182

과잉시대가 초래하는 문제점이 훨씬 크다는 걸

요즘들어 더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부모의 사리사욕을 채워가는 수단으로

길러지고 있는 건 아닌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교육 과잉시대를 살면서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아이는

아무것도 안 시키는 이상한 모양새로 비춰진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 삼아 부모의 안전한 통제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붕괴가 너무 심각해보인다는 걸 분명히 알고 깨닫고 각성할 필요를 느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실패와 좌절을 바라보면, 그것이 단순한 실수나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심리적 경험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적절한 좌절을 겪으며 자율성과 자아 경계를 키워가듯, 이처럼 좌절은 처음부터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 한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p285

건강한 독립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를 느끼는 때에

너무 적재적소의 맞춤형을 책을 만나서 기뻤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조언과 충고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패를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적절히 좌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무엇보다 존중할 수 있는 아이와의 건강한 분리와 독립.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될 중요한 시기의 문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무수히 많은 좌절과 실패를 보고도

조금 뒤에서 바라봐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한뼘 성장하고 배운다.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값진 경험들이

분명 아이들에게 더 큰 배움의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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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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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대해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다행이다 싶은

슬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힐링 소설을 만나볼 수 있어 행복했다.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공간 ‘소풍’.

호숫가에 위치한 펜션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소풍’을 탄생시킨 연재.

다양한 취미 모임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대여하는 이곳에 모인

이방인들의 숨은 사연을 책 속에서 살펴보며

‘소풍’ 안에서 그들이 토해내는 아픔과 상처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연재 자신 또한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이 있었고

아기 엄마 혜진, 작곡가 수찬, 요가 수업의 제하, 묵묵히 돕는 손길의 강훈,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 추진하는 현..

모두가 자신이 끌어안고 사는 상처를 회복할 숨구멍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 곳에서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울분을 토해낸다.




이 작은 도시에서 아기를 키우며 단절된다는 것은 심각한 우울증을 불러올 예상 ‘뱃 퍼센트’임을 다들 아는 까닭이다. 아기를 키우는 시간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소외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립, 소외, 노동, 불면, 돈 부족, 호르몬 불균형, 이 모든 것과 몸부림치는 동안 아이가 자란다.

p19

이 유모차 부대의 엄마들이 같은 공간에서 숨쉬며

자신의 곁을 조금씩 내어주며 위로를 토했을 그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들에겐 너무도 지극히 간절하게 필요한 숨구멍이었을 이 시간을

나또한 경험해 본 바가 있기에 공감한다.

단절된 자아를 되찾아가는 시름을 내놓고 분출할 수 있는

엄마라는 여성들이 표류하는 삶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말이다.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아우성이었을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지금도 앞으로도 더 많아지길 바라는 바이기에

‘소풍’은 그런 몫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도감이 든다.

‘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다는 환상, 아무도 나만큼 아픈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내 상처를 키우고 확대하고 심지어 극진히 보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패딩에 묻은 흙처럼 털어버리거나 정 안되면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모셔 두었다는 것을. 그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고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었다는 것을.

p167-168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가능한가? 물론 나를 이해해 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극단적으로 외로울 확률은 줄겠지만, 이해와 구원은 다를 뿐더러 나 하나도 구제하기 힘든 세상에 타인을 구한다는 건 때때로 나를 버려야 가능하다. 그런데 세상에 나를 버려가며 지켜야 할 것은 없다. 나를 버리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런 방법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였다. 연재는 제하의 깊은 눈 속에서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한 고통을 느꼈다.

p227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 시우에게 전염될까 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재는 혜진의 이 말을 듣고 애초에 왜 퀼트 자릴 만들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 시우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노력한거였구나. 억지로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환기하고 싶었던 거다. 혜진은 예전보다 밝아 보였다. 밝게 살려고 애쓰는 중인지로 모르나. 그런 혜진을 보며 연재는 생각했다. 어떤 날은 그렇게 살아질 것이고, 또 어떤 날은 무너지기도 하면서 점점 단단해질 거라고. 연재가 그런 것처럼.

p264

현의 일탈을 가까이서 들어다보다 알게 된 조울증이란 정신적 질병이

따나보내지 못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불행과

사람과의 관계 속 어려움이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서로 돌보는 마음으로 마음의 상처에 조금씩 딱지가 지고

작은 관심이 모여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타인의 낯선 친절과 베푸는 사랑이 눈물나게 고마웠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깊은 아픔을 혼자 끌어안고서 살아가기 힘든 법이다.

문득 문득 나를 괴롭히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마음의 먹구름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매번 울고 웃게 할테지만

그럼에도 곁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작은 소리가 이들을 힘나게

살아볼만 하게 만들 것을 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껍데기뿐인 내 모습 뒤로

진짜 나를 비춰내 보일 수 있는 진실한 관계 안에 놓일 수 있는

좋은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한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를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니까.

거기서부터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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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를 만나다 - 구토 나는 세상, 혐오의 시대
백숭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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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혐오와 공포.. 인간 실존의 근원을 찾아 떠돌다 만나보게 된 <구토>라는 작품을 통해

사르트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본질에 앞서는 실존이란 철학적 개념을 대표하는 작품을 읽는 것이

여러번 주저하게 만드는 어려운 책이라

철학적 관념과 심리 묘사가 다소 난해 하긴 해도

실존의 개념과 철학적 사고를 함께 구현한 작품으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실존주의 서양 철학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꼬리물기 하듯이 이 책을 더 보충해서 읽어보며 사르트르의 사고를 더 가까이서 사유하고 싶었다.




언어에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거지.

사르트르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라고 봤어.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아니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지. 나아가 언어는 조준한 과녁, 즉 언어의 대상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줄 수 있어.

p81

많은 말을 쏟아내기보다 오히려 침묵이 낫다라는 말을 공감한다.

언어의 폭력성이 가져다주는 파급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대단히 관심이 많은 요즘 시대엔

더욱이 말의 홍수 시대에 좀 더 말을 아끼고

서로를 비난하길 멈춰야 함을 실감한다.

더러운 말을 토해낼 바엔 침묵을 지키는 쪽이 더 현명하다는 것인데

왜 우린 너무도 가볍게 날선 말들을 쉽게 내던지는 걸까.

말로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들을 삼가하고

사람을 살리는 말들로 언어 생활의 성숙을 노력해봐야겠다.

무슨 선택이든 그 선택은 우연을 필연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위대한 선택이다.

사르트르는 말했지.

“인간은 그가 가진 것의 총합이 아니라, 도리어 그가 미처 가지지 못한 것, 그러니까 가질 수도 있는 것의 총체다.“

선택 후 얻는 가능성까지 전부 나인 셈이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선택할지가 중요하지.

p128-129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모든 선택의 결과값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도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선택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본다면

선택으로 빚어가는 내 인생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갈지

여전히도 모르겠고, 알기도 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중요한 건 선택의 연속인 삶을 우린 살아가고

죽을때까지 멈추지 않을 무수히 많은 결과값을 따라

어떤 삶으로 완성되어갈지 흥미롭게 느껴진다.

생과 마찬가지로 사도 인간이 선택한 게 아냐. 그냥 주어진 거야. 차이가 있다면 생은 이미 벌어졌고, 사는 이제 곧 벌어질 거란 거지. 그는 비겁하게 신을 소환해 인간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책임하게 인간의 완성이 신이라고 둘러대지도 않았어. 사르트르가 생각하는 인간 실존의 본질은 죽음이 아니라 자유였어. 이 땅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죽음을 향해 일부러 달려갈 필요도 없고, 달려갈 수도 없다고 본 거지.

p231-232

죽음은 나의 영역 밖의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인 생은 살아가는 걸 피할 수 없고 매일 주어진 시간을 정직하게 소비하며 보내게 된다.

다가 올 죽음을 벌써부터 염려하며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을 너무 앞서 생각할 필요도 달려갈 필요도 없듯이

그저 오늘을 영원처럼 살아갈 내 자유의지에 감사하며 살면 그만이다.

죽음이 곧 벌어질 일이라는 것을 망각하며 살 때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서 문제가 될 때가 번번히 발생한다.

이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존의 본질이 죽음이 아닌 자유에 있다하면

자유의 영역 밖에 있는 죽음을 구태여 노크할 필요없이 그럭저럭 오늘을 살아가면 어떨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을 따라가다보면

사르트르가 주장하는 본질적인 삶이 무언가를 찾아가게 된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지금 나에게

날까롭게 비판하며 바라본 인간의 자유를 적절히 소화해내며

책을 천천히 곱씹고 곱씹으며 읽게 된다.

살아가는 다양한 변주에 맞춰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주제를 따라

실존주의가 말하는 혐오의 시대에 피어나는 소망을 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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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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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바움가트너>는 깊은 상실과 애도 속에 감추어진

기억의 연결고리들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영원한 이별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많은 삶이 파편들을 정면으로 돌파해 나갈 힘을 견디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깊은 애환이 아닐까 싶다.




애나의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러니까 애나의 정신이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을 통해

노래하는 소리에 잠을 깰 때면 그 아름다운 아침 소나타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텅 빈 집에서 혼자 한 달을 살고 나니 그 소리가 너무 그리워 가끔 그녀의 방으로 들어와

침묵하는 기계 뒤에 앉아 뭔가- 뭐라도- 쳐보았다. 그저 다시 그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첫 여섯 달이 흘러갔다. 바움가트너가 나중에 사라짐 또는 애도하다 미쳐 버린 남자라고

언급하게 되는 시간의 틈, 반년 동안은 그 자신도 대체로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가 소년 시절부터 알고 들어가 살았던 존재와는 다른 존재였다.

그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비합리적인 충동에 휘둘리는 그 임시 구역에서 괴상하고 어정쩡한 일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내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그날들을 흔들흔들 통과해 갔다.

p58-59

바움가트러는 그 꿈을 꾸고 애나와 함께 길에 나서 기억의 궁전을 오래 걸어 다녔고,

그러고 난 뒤에는 조심성, 자기 의심, 두려움은 천천히 녹아 사라졌다.

공통점이 전혀 없다는 것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러웠으나, 그것을 삶에 대한

그의 비일관적이고 결함 있는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해석하는 대신,

이제는 그 없다는 것을 긍정적인 힘으로 보고 있다.

p117

책에선 아내 애나를 떠나보낸 노교수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은 이가 살아가야 할 쓸쓸하고도 생생한 고백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떠오를 때마다

먹먹해지는 울음을 조용히 삼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상실의 아픔.

자신의 삶에서 그동안 연대하며 살던 모든 이들의

소중한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 그는

상실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 과정이 결코 괴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시 연결된 마음은 기억이라는 저장고 속에서

다시 하나가 된다.

추억이라는 회상은 영원히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생을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선물해준다.

그래서인지 아프지만 지겹도록 괴롭기도 하지만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남을 수 있는 건

어쩌면 애도의 시간이 남긴 추억의 자국이

깊이 박혀버려서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이지만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건

생의 끝에서 발견하게 된 영원한 가치를

폴 오스터는 마지막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깊은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다.

영원할 것만 같은 건 인간의 생에서 허락지 않는다.

그러나 온전할 수 있는 건

기억의 파편들이 남아 있다는 것에 희망을 살피게 된다.

그로 인해 삶은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여겨지고

시작과 끝을 꽃피우는 인생의 축복이 아닐까 싶다.

이같이 아름다운 상실의 기록을 독자들에게 남기고 간

작가 폴 오스터를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 읽어보고 싶다.

깊이 있는 문학적 사유를 꿈꾸게 만드는

강렬하고 빛나는 작품으로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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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랑하고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 행복을 습관으로 만드는 하버드 명강의
유키 소노마 지음, 정은희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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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린 무엇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아게 될까.

이같은 고민과 질문들을 수도 없이 많이 해왔다.

결국 행복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습관을 체득하는 것이 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책에서 알게 된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배워본다.




경험 구매는 자기 평가나 자기 존재감을 높이고 인격적 성장 및 성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행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를 위해, 민족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생활을 영위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물건은 꼭 필요하며,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로 삶의 방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p122

내가 선택한 경험과 물건들을 토대로

단순히 소비를 넘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무언가에 대해

그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지속하는 여러 수단들이 있겠지만

경험은 사서도 한다는데

시야를 넓히고 목표 의식이나 삶의 다양성을 확장 시킬 수 있는

행복의 요소들을 고민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오래 기억이 남는 건 단순히 소비생활보다

경험을 토대로 떠올릴만한 추억될 여행이

가족들간에도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까도 좋겠지만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행복 증진에 큰 도움이 됨을 책에서도 시사하고 있고

나역시도 경험 구매에 더 마음이 기운다.

행복과 연결지어 긍정적 감정과 현재의 행복의 기여도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내는 것처럼

인생에서 의미있는 순간들을 많이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으로 가장 어울리는 활동은 '감사하기'이다.

감사이 표현은 행복을 얻기 위한 메타 전략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감사의 마음이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전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진다.

p267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삶을 더 활기차고 희망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는 걸 안다.

'감사하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에선

이런 큰 기쁨과 만족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지 않도록

일상에서 그 마음이 줄지 않기 위해

'감사 일기 쓰기'를 권하고 있다.

이 습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부담 없이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고심하고 있기도 했고

필요로 했던 부분이라

삶을 긍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이

'감사하기'라는 걸 더 절실하게 느낀다.

삶에서 더 풍요롭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넉넉함을

스스로가 더 많은 연습으로 긍정성을 채워가는데 더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책에선 다양한 행복의 원칙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질좋은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고의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가 찾아가는 인생의 본질이

감사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 삶을 더 행복하게 살고자 함이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에 빠져서만 살지말고

구체화할 수 있는 실천 적용에 행동을 옮겨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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