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조예은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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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월드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변주의 세계관을 가진

참신한 소재의 책들을 재미 있게 읽었던터라

2017년에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을 이렇게 개정판으로

만나보게 되어 설렘과 기대가 컸다.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두 작품으로

조예은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접하면서 스럴러 장르의 대세로 불릴만한하며,

독창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의 신선한 자극은 물론이고

인간애와 사회 문제 등을 다루는 작가님의 뻔하지만은 않은 클리셰와

독자들의 매혹시키는 필력이 타고난 작가란 생각이 든다.




옮기는 것은 낫게 하는 것과는 달랐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대로 타인에게 넘어가는 것.

당시 찬의 몸은 온통 신자들에게 옮겨 받은 상처와 흉터로 가득했다.

걸치고 있는 옷가지마다 피와 고름이 묻어났다.

모두가 기적에 감복할 때 찬은 홀로 고통을 견뎠다.

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p114

능력은 반드시 악용된다.

거대한 부담감이 란의 어깨에 올라탔다.

공포, 두려운, 책임감과 같은 감정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그것들은 갓난아기처럼 내달린 채로 떨어지지 않았다.

p151

그럴 리가. 그토록 기적을 찾아 헤맸는데 돌아온 건 차갑고 괴이한 진실뿐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만 겨우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대가 없는 기적, 정말 그런 게 존재할리 있냐고 온 세상이 자신에게 다그치는 것만 같았다.

지금의 이창을 채우고 있는 것은 허탈함과 관성, 산발적인 분노와 무기력, 그리고 체념에서

싹을 띄운 아주 약간의 희망이었다.

기적이 요구하는 건 담백했다.

하나를 원하면 다른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

p228

첫 장편 소설인 <시프트> 고통을 옮기는 자는

주인공 '란'이 가진 기이한 능력을 말한다.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는 치유의 능력이 아닌 고통을 옮겨

옮겨받은 이는 죽게 되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란.

사실 그 능력은 형 '찬'에게서 옮겨 받은 것이다.

형의 과거에 숨겨진 배후의 사건을 알고 있는 란은

형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집단들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마침 조카 채린의 불치병을 고치고자 전력을 다하는

또다른 주인공 형사 '이창'이 등장한다.

불치병을 낫게 해주는 기적을 행한다는 사이비 교주와 교단을 쫓다가

란의 행방까지 추적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교주가 이들 형제 찬과 란에게 행했던 범햄과

부고한 아동들의 납치와 살인이 수면위로 들어나게 된다.

교주에게는 사실 기적적인 치유의 능력은 전혀 없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형 찬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악이용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 이상으로

추악한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같은 존재를 보며

선과 악의 대립 속에서 기필코 드러날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악인들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폭풍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건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복수의 향방을 따라가는 빠른 전개 속에서

숨가쁘게 미스터리의 전말들을 풀어헤쳐보며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기적이 아닌 거래라면 다른 선택지가 있겠는가.'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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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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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살아갈 집단의 이해관계를 꿈꿔보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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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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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의 오묘한 조화로움이

꽤 멋스럽고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표지의 책을 마주하면

감히 예상하기로는 스토리의 힘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잘 조합된 엄청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세계 3대 SF 문학상을 석권한 '세라 핀스커'의 첫 소설집이라니..

이 책은 1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던질그녀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이 책에 얼마나 잘 반영되어 있을지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엄마가 슈퍼에 갔는데 엄마를 기억 못하는 친구를 마주치거나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모두가 기억하거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거나 하는 방법뿐이잖아요, 할머니."

"그렇지만 나쁜 기억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너무 많이 감춰버리잖니."

"좋은 기억들도 아픈 거 아닐까요."

p59

일 년에 하루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을 떠올리는 엄마.

망각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모든 기억들을 잊게 만듦과 함께

좋은 기억들도 사라지고 만다.

왜 자신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지,

내가 참전하게 된 그 처참한 전쟁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게 되는

이 상황의 선택을 난 주저없이 동의할 수 있을까.

기억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력도 좋지만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추억 또한 상실된다면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아픔을 끌어안을 용기를 내며 난 살아갈 수 있을까.

인사이드 더 뮤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세요.

개비 로빈스: 바다에서 저는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저를 구해줬어요.

그건 다른 삶, 더 작은 삶이었어요.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새롭게 써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p102

베이의 머릿속의 가사는

제목의 글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바다로 떨어지지만

어떤 것들은 다시 기어 나와 새로운 것으로 변한다는 것.

끔찍한 재난 상황에 처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로

부유한 자들과 함께 호화로운 배에서 공연을 하게 된 연주자 개비.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떠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의 도시, 폐허가 된 도시의

육지로 향하는 모습이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는 특유의 여유와 위트를 던지며

음악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는 건 이런 모습일까 싶다.

온톤 휘어진 탑과 폐허 속의 도시 속에서

희망을 노래할 구명 보트에 몸을 싣게 된 여정은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의 어두운 단면과

새로운 세계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살아갈 집단의 이해관계를 꿈꿔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같은 현실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짧은 단편들의 이야기이지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미래의 우울한 이면과

현재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살아갈 또 다른 세계를 희망차게 노래할 수 있을까?

그 세계 속에 골몰히 빠져 도무지 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새로운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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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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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데이즈



모처럼 정말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로운 심리 스럴러 소설을 만났다.

영화화되어도 몰입감이 엄청날 기대감 넘치는 작품으로 예상된다.

남편 게이브와 함께 기업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잭.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예상치 못한 살해 용의자로 주목받게 된다.

궁지에 몰린 잭은 도망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8일간의 긴박한 여정동안 고군분투하게 된다.

포기를 모르는 잭의 진짜 살해범을 찾아내고자

험난한 과정 속에서 도주 중 부상 입은 몸으로 지치고 힘들지만

진실을 해명하기 위해 혼자 몸부림치는 묘사 장면을 보면서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일행으로 함께 잭의 시선을 따라가며 숨가쁘게 읽어 갔다.




달아나겠다는 그 결정은 심지어 나에게도 충동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수년에 걸쳐 뼛속 깊이 새겨진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덴 얼라이언스에서 게이브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보안문을 작동시켜 보기도 헀다.

항상 스스로에게 말했듯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었다.

p165

만약 콜이 누군가의 돈을 받고 앱에 접근할 수 있게 백도어를 열어 두었다면,

그리고 게이브가 펜 테스트를 하다가 우연히 그 구멍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콜에게 경고했을 것이고, 콜은 당연히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아갔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이브를 배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백도어가 곧 닫힐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조직은 문이 닫히기를 원하지 않았고, 계속 열려 있기를 원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p348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브의 목숨을 앗아간 그 제로데이 익스 플로잇을 패치해

아무도 거기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얻는 정보가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만큼 그들에게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게이브는 나에게 그 취약점이 확실히 패치되도록 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라고 가르쳐 주었다.

바로 공개였다.

p412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제로 데이즈의 사건 종점을 향해

전개되어지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잭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믿음과 의심이

나에게도 꽤나 날선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의문이었던 생명보험 가입은 도대체

누가 메일을 보낸 것이며,

뒤에서 움직이는 거대 조직에 대한 큰 배후의 그림자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이 큰 사건 해결을 마무리 짓는 것에

벅차고 힘든 일이 분명하리라 생각되니

독자로서 더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노심초사 잭을 응원하면서도

긴박한 상황 속의 불안감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지만

정면 승부를 건 그녀의 승부수를 보면서

쾌재를 외치며 하나씩 사건을 파헤쳐가는 묘미가

책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궁지에 몰린 상황속에서 도망자 신세로 공황상태인 주인공은

신념 하나로 굳건히 자신의 결백은 물론이고

남편 게이브가 남긴 흔적들를 따라 사건의 열쇠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드러내야 할 진실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전사의 강인함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전개 속도가 빨라서

페이지 터너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주인공 잭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진 심리 스릴러가 분명했다.

마침내 밝혀지게 된 사건의 진실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게 된 마음의 공허를 다 채울 수 없겠지만

언제나처럼 공의와 윤리가 살아있는 세상속에 모두가 살아가고 살 것을 소망해본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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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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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3월의 이마치라는 인물을 통해 씁쓸한 슬픔과

찬란한 남의 생의 소망으로 비춰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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