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겠다는 그 결정은 심지어 나에게도 충동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수년에 걸쳐 뼛속 깊이 새겨진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덴 얼라이언스에서 게이브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보안문을 작동시켜 보기도 헀다.
항상 스스로에게 말했듯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었다.
p165
만약 콜이 누군가의 돈을 받고 앱에 접근할 수 있게 백도어를 열어 두었다면,
그리고 게이브가 펜 테스트를 하다가 우연히 그 구멍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콜에게 경고했을 것이고, 콜은 당연히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아갔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이브를 배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백도어가 곧 닫힐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조직은 문이 닫히기를 원하지 않았고, 계속 열려 있기를 원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p348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브의 목숨을 앗아간 그 제로데이 익스 플로잇을 패치해
아무도 거기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얻는 정보가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만큼 그들에게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게이브는 나에게 그 취약점이 확실히 패치되도록 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라고 가르쳐 주었다.
바로 공개였다.
p412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제로 데이즈의 사건 종점을 향해
전개되어지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잭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믿음과 의심이
나에게도 꽤나 날선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의문이었던 생명보험 가입은 도대체
누가 메일을 보낸 것이며,
뒤에서 움직이는 거대 조직에 대한 큰 배후의 그림자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이 큰 사건 해결을 마무리 짓는 것에
벅차고 힘든 일이 분명하리라 생각되니
독자로서 더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노심초사 잭을 응원하면서도
긴박한 상황 속의 불안감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지만
정면 승부를 건 그녀의 승부수를 보면서
쾌재를 외치며 하나씩 사건을 파헤쳐가는 묘미가
책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궁지에 몰린 상황속에서 도망자 신세로 공황상태인 주인공은
신념 하나로 굳건히 자신의 결백은 물론이고
남편 게이브가 남긴 흔적들를 따라 사건의 열쇠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드러내야 할 진실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전사의 강인함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전개 속도가 빨라서
페이지 터너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주인공 잭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진 심리 스릴러가 분명했다.
마침내 밝혀지게 된 사건의 진실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게 된 마음의 공허를 다 채울 수 없겠지만
언제나처럼 공의와 윤리가 살아있는 세상속에 모두가 살아가고 살 것을 소망해본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