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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6월
평점 :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임후남
1985년부터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사 출판국, 웅진씽크빅 등에서 인터뷰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2018년 도시 생활을 접고 경기도 용인으로 이주, 시골책방을 차렸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내 몸에 길 하나 생긴 후』, 산문집 『시골책방입니다』,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아이와 여행하다 놀다 공부하다』 등 다수가 있다. 현재 출판사 생각을담는집과 함께하는 시골책방 생각을담는집을 운영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책방이 좋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
둘러쌓인 책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시간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듯하지만,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책읽는 시간이었고,
새로운 세계로 닿아있는 시간이기에 너무 소중하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으로 떠안고 사는 고민도 있겠지만
분명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사는 이유가 있으리라.
젊음이 소진된 나이가 되어서
전원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어른들을 보며
조금 이른 나이에 난 그 삶을 어느 순간 동경하게 되었다.
좀 더 빨라지면 더 좋을 내 아지트를
도시가 아닌 한적한 곳에서
책과 함께 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늘 꿈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로망이 현실이 되어
눈 앞에 멋진 롤모델로 서 있는 실체였다.
생활이 낭만이 아니어도 저는 낭만적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담벼락이 허물어진 날에도, 빗물을 퍼내는 날에도 저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생활, 그것이 뭐 별거 있을까요.
밥 한 그릇이라도 예쁘게 담아 먹고, 좋은 음악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러다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보는 것.
흙을 꾹꾹 밟으며 살아간느 것.
그러다 내 마음을 가만 들여다보는 것.
내 상처를 꺼내 다독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
p47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전원 생활과 책방지기.
도시의 멋들어진 삶보다도 더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이 들어
늘 동경하고 그런 삶을 꿈꾼다.
현실 안에선 복작이며 몸이 피곤한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낭만을 지키며 살아가는
무해한 일상들이 나에게 더 큰 영감을 준다.
각자의 처한 환경이 다르고,
이상만 꿈꾸기엔 각박한 현실 안에서
무슨 낭만을 찾나 싶지만,
품위라는 겉멋이 아닌 속이 꽉 찬 마음으로
삶이 아름다움으로 물들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건 꽤나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
"내가 언제나 갈 수 있는 책방이 있고, 책방주인이 반겨준다는 것이 내 삶에 안정감을 줍니다.
터줏대감처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책방, 함께 나와 늙어가는 책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마치 일상의 도피처, 벙커 같은 곳입니다.
오래된 나무처럼, 붙박이처럼 오래 있었으면 좋겠어요."
p149
너무 내 맘 같아서 이 말이 머릿 속에 맴돈다.
시간이 흘러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책방 주인도 책방도 함께 늙어가는 오랜 편안함이 베여있는
나만의 아지트같은 동네 책방을 나도 점찍어 두고 싶다.
전원 생활을 꿈꾸는 나에게
근처에 그런 책방 하나쯤 있었으면 싶고,
없으면 내가 그런 아지트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품고 산다.
신간 읽는 할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멋지다.
오래도록 책을 읽기 위해 시력을 보호하고
침침해지지 않기 위해 안구 운동과 루테인을 챙겨먹고 있기에
나이 들어서도 거뜬히 책을 읽어내는
무리없는 체력으로 살 수 있는 할머니로 살고 싶다.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공간 속에서 머물며
살아간다는 건 정말 멋진 축복이지 않을까.
그런 이상이자 염원이 닿아 있는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실제하는 그 곳에 존재하는 시골 책방지기의 이야기에
사뭇 가슴이 설렌다.
자연을 느끼고, 때때로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골의 생활과
나 자신이 되어가는 온전한 시간이
세월 속에서 더 여물어져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