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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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애희

헤매고 흔들리는 사이,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란 진실을 마주한 후부터 기쁨보다 아픔, 높은 곳보다 낮은 곳, 강한 것보다 약한 것, 눈부신 것보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리라 다짐하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연약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쓴 글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길 소망한다.
기대와 다르게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생의 의지를 지켜가야 하는지, 울고 화내고 방황하면서 어떻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13년 동안 KBSMBC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사랑하는 엄마를 보내고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쓴 책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누군가 당신은 어느 편인지 묻는다면
준비해놓은 답이 하나 있다.
“슬픔의 편.”
슬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삶과 인간에 대한 속 깊은 헤아림, 슬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 품은 연민과 진정성. 이런 것들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이 기쁨보다 슬픔에게 자주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날부터 슬픔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통, 불안, 상실, 좌절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있으며 그 안에 숨겨져 있을 생의 기쁨과 의미들을 찾느라 날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알라딘 제공]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나이가 들수록 더 위축되는 마음의 크기는

내가 불안을 이겨내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작은 구멍만 보이면 들어가 쉬고 안주하길 좋아했고

전보다 더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숨어 지낸다.


자기 방어 측면에서 부딪히지 않으려 나름 고심하는 방법이라지만

꽤나 고독하고 지독하게 외로운게 큰 흠이다.


슬픔과 아픔을 대하는 나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따금 답답하게 비춰질 수 있겠다 싶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소연도 해보지만 크게 나아지지 못하는 걸 경험해 본 바 있기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 고통 속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슬기로운 태도와 생각을 책 속에서 찾아보았다.


인생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시간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실패와 시련의 순간들이, 상실의 서러움과 그리움에 먼 곳을 바라보던

외로운 나날들이 결국에는 다시 생의 선물로 돌아온다는 진실을 확인하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할머니를 그려볼 때면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가 생각난다.

p138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믿고 싶었다.


내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지나가는 노인들의 모습도

나이 들어가는 내 부모님의 모습도 그냥 훑어보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건

마음이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인가보다.


당신들의 시간 속에 더 많은 아픔과 이별과 상실과 슬픔을

경험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생을 버틴 그들을 보면서 참 아름답고 성숙해지는 것에 대해

다시금 나이듦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주름이 깊어지고 몸이 예전과는 다르지만

살아온 삶과 버텨낸 정신을 바라보면

그저 존경의 마음을 보낼 뿐이다.


조용히 그런 내 노년을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 않을거란 기대와 희망 속에서 나도 늙어가리라 믿고 싶다.


빛을 잃어가는 듯 보이지만

전과는 다른 색으로 더 주변을 아늑하게 품어주는 온기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진다고 굳게 믿고 싶으니까 말이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힘겨운 시간이 저 멀리 오랜 시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생은 또 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선의와 연대 덕분일지도 모른다고.

p204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은 낙심과 좌절과 분노 속에 빠져있을 땐

딱히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침참하고 혼자 고독을 씹으며

나만 이토록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지껏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었다는 말을 실감하는 건

항상 나를 지켜주는 주변의 애틋한 시선과 마음이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 덕분에 그들 때문에

지금의 시간들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기쁜 일에 더 내 일처럼 기뻐하는 그 사람들.


끊어질 수 없는 연대 속에서 내가 아직도 그들과 살아가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인생은 아직도 살아볼만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뼈를 때리는 듯한 아픔도 흘러간다.


더 침착하지 못하게 행동하고 좌절했던 그 시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만도 했고 그렇게라도 해야했기에.


잘 살아가는 법을 지금도 배우고 있고

늘 시행착오를 겪는다.


지금의 불안과 두려움도 분명 잘 버텨 나갈 거란 확신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불안과 행복을 오가며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할테지만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은 늘 내 안에서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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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의 사는 마음
배현선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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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사로운 어느 날의 물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배현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어딘가 어설프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오늘부터 휴가》 《우엉이와 오니기리의 말랑한 하루》 저자

인스타그램 @BAEHYUNSEON @3MONTHSSHOP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행복한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가는 맛이란

꽤 유쾌하고 즐겁다.


그런 행복감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지금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곁에 두고

더 알뜰히 살피며 애정 듬뿍 마음을 담아두고 싶어진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건

이  물건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내 곁을 지켜주었던 다정한 물건들.


이 다정한 시간을 추억하며 책장을 조용히 넘겨본다.

책이 좋은 이유는 무얼까, 사람들은 왜 서점과 도서관을 찾고 책을 읽을까?

책을 펼쳐 종이 위에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는 활자를 먼 시선에서 바라보고

차르르 소리가 나도록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겨보았다.

익숙한 이 물체가 마치 조금 전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양 새삼스럽게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에 들고 쥐었을 때의 적당한 두툼함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게다가 그것을 두고두고 온전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축복이다.

p42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극히 오래된 취미인 독서가 날 오래도록 붙들어주고 있다.


책에 기대어 살아왔던 시간이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작년부터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자연히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을

더 오래도록 책 속에 머물러 있게 되어

갑갑한 시간을 좀 더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의 물성이 좋아서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시간이

더 날 단단히 세워주고 있어 좋았다.


종이책은 언제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함께

텍스트 속에 담긴 메시지들로 배부를 수 있어 행복하다.


오랜 시간을 책과 함께 버틸기 위한 체력이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작 네다섯 송이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집안은 생기가 돌고 기분은 한층 달뜨게 된다.

작은 사치를 부림으로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소중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나를 위한 몇 송이의 꽃들은 분명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p162


정말이지 고작 한 송이라도 꽃을 꽂아 둔 공간은

뭔가 모를 생기와 활력이 생긴다.


가끔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꽃집에 들러 많이는 아니지만 커피 한잔 테이크 할 돈으로 꽃을 산다.


거실에 둔 꽃이 주변을 더 아늑하게 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작년부터 유독 꽃이 좋아서

눈길을 사로잡는 꽃을 보며 횡단보도 신호도 놓친 적이 많아졌다.


나를 위해 꽃을 사는 행위는 꽤 큰 만족을 더해준다.


삶의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는 물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작은 소비 생활로 나를 알뜰히 보살필 좋은 물건들이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 만족감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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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음 / 보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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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일상 이야기로 피어오르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속에서 좋은 기운을 얻은 것 같아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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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의사 - 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
권해진 지음 / 보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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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의사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권해진
대구한의대를 졸업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교하’에서 작은 동네 한의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연년생 아들딸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오면 소생한다’는 뜻을 가진 한의원 이름은 한문고전을 가르쳐 준 서당 선생님께서 지어 주셨다. 한의원 이름처럼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자기 건강을 이야기하고 나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좋아해서 한의원에 ‘교하도서관의 서재’를 마련해 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하는 책모임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책을 읽다 보니 환자들과 만난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깨끗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텃밭을 가꾼다.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으로 지역사회 활동도 꾸준히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인문

#우리동네한의사


고질병처럼 오래된 허리 통증이

측만증으로 이어지면서 늘 고통받는 오랜 허리 치료를

꽤 오랫동안 한의원을 찾아 다니며 진료를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외과적 진료보다 한방 진료가

나에겐 맘이 더 편하게 다가간다.


오래 본 사이라 인사도 반갑게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안부를 물으며

경직된 몸과 마음을 뜨끈한 온돌 위에서

몸을 사르르 녹이는 편안함이 좋다.


끈질긴 통증과 오랜 친구사이처럼 지내고 있어

잊을 만하면 찾게 되는 우리 동네 한의원이 나에겐 누구보다도 익숙한 공간이다.


그런 약방 냄새 가득 나는 친근한 분위기의

동네 한의사 선생님의 동네 이야기가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었다.


"아들 녀석이 스마트폰을 사 줬는데 처음에는 쓰는 법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우.

그런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이거 참 재미있는 물건이더구만?

요즘 휴대전화 고스톱에 빠져서 말이우, 그래서 목이 고장 났지 뭐유."


휴대전화를 오래 바라보면 눈이 충혈되니 형을 상한다고 볼 수 있고,쉬는 날 오래 누워 있다 보면

더 기운이 없어질 때도 있으니 기를 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가지 자세로 오래 있으면 기혈골근육이 다 상하게 된다'는 것이

옛사람이 현대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일 겁니다.

p143



디지털 문화에 푹 빠져 지내다보니

몸이 상하는지 모르고 한 자세를 오래도록 취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굳어진 통증이 디지털 문화의 피해가 분명해 보인다.


거북목 진단을 나 또한 받은 바 있고

어깨 근육이 잘 긴장되고 잘 탈이 나는 편이다.


집에서 온종일 앉거나 누워서 지내는 단조로운 동선으로

몸의 움직이 거의 많지 않은 탓에

몸 여기 저기가 무겁고 나른하고 피로감이 늘 쌓여 있다.


자도 자도 피로가 개운하게 풀리지 않고

몸의 이상 신호를 짐작하게 되면

한의원에 가서 침 한대 맞고 오기도 했다.


늘 달고 다니는 허리와 목, 어깨 통증은

언제쯤 나아질까 생각해보니 문명의 편리함을

좀 덜 누리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

비로소 내 몸의 체력이 조금이나마 회복되면서 균형과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집순이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전보다 덜 아프기 위해 아침 또는 저녁으로 산책을 나간다.


그 시간만큼은 휴대전화도 놓고 한적한 산책로를 걷고 온다.


이 정도면 근육의 긴장도 풀리고

몸에 좋은 일을 한 셈이니 맘이 편해진다.


"여기 좀 보세요. '살이 찐 습과 담이 많은 부인은 창출과 반하를 더해 주어라',

'마르고 화 기운이 있는 부인은 계피와 말린 생강을 제거하고 황금과 황련을 넣어 주어라'라고 써 있어요.

이렇듯 한약은 살이 쪘든 말랐든 약재 조절을 해서 환자를 돌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의학은 살을 빼서 몸무게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 마른 이에게도

비만인 이에게도 필요한 처방을 모두 만들어 두었답니다."

p182-183


보약은 살이 찐다는 선입견이 나 또한 있었다.


한약방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꽤 많이 살을 뺐던 지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의원 문을 조심히 열어보고도 싶다.


살이 찌는 보약은 경계하지만

살이 빠지는 한약은 좋다란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한의사님의 말이었다.


당장에 살을 빼고자 비만 탕약을 지어 먹기보다

약재를 견딜 만한 몸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 부분부터 먼저 몸을 보해야 한다는 말이 옳아보였다.


무작정 살이 빠진다고 하니까가 아니라

몸의 균형을 먼저 살피고 건강하게 체질을 바꿔 나갈 수 있도록

탕약을 짓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움이 생겼다.


더욱이 태음인인 나는 '한습'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

'태음조위탕'이 급 땡기긴하다.


한습으로 여러 가지 병증이 생긴다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한 원인 치료가 먼저 되고

살이 찌는 원인이 해결되면 자연히 따라올 체중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몸의 무게 만큼이나 쌓여가는 마음의 피로가

건강의 적신호를 켜게 되는 비례 관계에 있어보여서

마음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동네 한의사 선생님 한 분 계시면 참 좋을 것 같다.


아픈 몸의 치료하고 마음도 돌봐줄 정겨운 우리 동네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에

동네 분들이 내심 부럽기도하다.


건강과 일상 이야기로 피어오르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속에서 좋은 기운을 얻은 것 같아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똑똑똑, 저도 실례 좀 하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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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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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2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여행의 책』은 타고난 이야기꾼 베르베르가 선보인 철학적 잠언의 성격을 띤 책으로, 도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던 그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뇌』에서는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은 신경정신 의학자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아름다운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간다.

『인간』은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30만 부 이상 팔린 작품으로,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와 같은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이외에도 천사들의 관점을 통해 무한히 높은 곳에서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천사들의 제국』,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등으로 짧은 기간 내에 프랑스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천 5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카산드라의 거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예스24 제공]







전작 소설 <고양이>의 연작으로

총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인 <문명>을 만나보게 되었다.


주인공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후속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바스테트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어 진행되다보니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을 묘사한 것이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


"집사,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난 당신이 참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둘이 언젠가 중간 매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어요.

당신과 내가 힘을 합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소통하게 된 고양이들과 인간들에게 영감을 주고 귀감이 될 일들 말이죠.

내가 말하는 목표는 물론 인간에게서 고양이에게로의 권력 이양이에요.

당신들이 축적한 지식을 이용해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을 위해 우월한 종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거예요."

<1권> .p166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이 시선에서

그들의 입장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수백만 마리 쥐들이 농촌 지역을 휩씀으로서

전염병이 창궐하고 인간과 많은 동물들이

페스트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대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 학살을 도모하고 주도하는 잔혹함을 보이는 쥐들의 우두머리 티무르.


분노의 시초는 실험실에서 괴롭힘을 당한 원한을 되갚아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우리를 학대하고 고통을 가했어요.

우리를 새끼들과 떼어 놓고 좁은 우리에 가뒀죠.

인위적으로 성장을 촉진했어요.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2권> p81


인간 문명이 멸망해야만 동물들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실소를 터지게 만든다.


동물 실험에 대한 일침도 날까롭게 지적하고 있다.


쥐의 군단 대표로 거대 조직을 만들어 대공격을 감행한다.


제3의 눈을 통해 정보를 얻어 인간 멸종을 계획하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피타고라스의 두 눈 사이에 있는 이 usb 단자 구멍이

끔찍한 동물 실험으로 만들어졌다 함에 구토가 쏠렸다.


통신망처럼 연결된 지식의 연결고리가

결국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멸을 자청하는 것처럼 보여져서 더욱 씁쓸했다.


인간과 고양이들은 쫓고 쫓기며 시테섬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인공 바스테르는

세상을 구하려고 온갖 위험을 무릎쓴다.


바스테르의 활약을 보면서

지구의 주인이 인간일거란 낡은 착각 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나에게도 강한 영감을 심어줬다.


동물은 인간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작은 개체정도로만 여겼던

부끄러운 생각을 더욱 드러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과연 문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들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로 생겨날 미래란다."

<2권> p259


이상적인 미래란 모든 종들 심지어 식물로까지 범주를 넓혀

존재를 관통하는 생명 에너지로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연결되어 함께 사는 것.


유기체로 서로 연결되어

종간의 소통과 조화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것.


고양이와 인간의 연합이 보여주는

'공존'이란 연결고리가 답이 되어 보이는 걸 보면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갈지 가슴이 뛰기도 한다.


인간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는 책처럼 여겨졌으나

사실 그 안에 영원한 전쟁이 없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고찰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 중심이 아닌 모든 개체의 공존을 고려한다면

희망이 있다!


어떻게 할텐가..


지금도 여전히 그녀 눈엔 고양이인 내가 반려동물 이상으로 보이지 않나 보지?

인간들의 이 지독한 편견은 대체 언제쯤 깨지게 될까?

<2권>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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