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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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2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여행의 책』은 타고난 이야기꾼 베르베르가 선보인 철학적 잠언의 성격을 띤 책으로, 도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던 그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뇌』에서는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은 신경정신 의학자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아름다운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간다.

『인간』은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30만 부 이상 팔린 작품으로,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와 같은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이외에도 천사들의 관점을 통해 무한히 높은 곳에서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천사들의 제국』,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등으로 짧은 기간 내에 프랑스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천 5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카산드라의 거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예스24 제공]







전작 소설 <고양이>의 연작으로

총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인 <문명>을 만나보게 되었다.


주인공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후속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바스테트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어 진행되다보니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을 묘사한 것이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


"집사,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난 당신이 참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둘이 언젠가 중간 매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어요.

당신과 내가 힘을 합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소통하게 된 고양이들과 인간들에게 영감을 주고 귀감이 될 일들 말이죠.

내가 말하는 목표는 물론 인간에게서 고양이에게로의 권력 이양이에요.

당신들이 축적한 지식을 이용해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을 위해 우월한 종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거예요."

<1권> .p166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이 시선에서

그들의 입장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수백만 마리 쥐들이 농촌 지역을 휩씀으로서

전염병이 창궐하고 인간과 많은 동물들이

페스트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대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 학살을 도모하고 주도하는 잔혹함을 보이는 쥐들의 우두머리 티무르.


분노의 시초는 실험실에서 괴롭힘을 당한 원한을 되갚아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우리를 학대하고 고통을 가했어요.

우리를 새끼들과 떼어 놓고 좁은 우리에 가뒀죠.

인위적으로 성장을 촉진했어요.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2권> p81


인간 문명이 멸망해야만 동물들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실소를 터지게 만든다.


동물 실험에 대한 일침도 날까롭게 지적하고 있다.


쥐의 군단 대표로 거대 조직을 만들어 대공격을 감행한다.


제3의 눈을 통해 정보를 얻어 인간 멸종을 계획하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피타고라스의 두 눈 사이에 있는 이 usb 단자 구멍이

끔찍한 동물 실험으로 만들어졌다 함에 구토가 쏠렸다.


통신망처럼 연결된 지식의 연결고리가

결국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멸을 자청하는 것처럼 보여져서 더욱 씁쓸했다.


인간과 고양이들은 쫓고 쫓기며 시테섬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인공 바스테르는

세상을 구하려고 온갖 위험을 무릎쓴다.


바스테르의 활약을 보면서

지구의 주인이 인간일거란 낡은 착각 속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나에게도 강한 영감을 심어줬다.


동물은 인간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작은 개체정도로만 여겼던

부끄러운 생각을 더욱 드러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과연 문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들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로 생겨날 미래란다."

<2권> p259


이상적인 미래란 모든 종들 심지어 식물로까지 범주를 넓혀

존재를 관통하는 생명 에너지로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연결되어 함께 사는 것.


유기체로 서로 연결되어

종간의 소통과 조화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것.


고양이와 인간의 연합이 보여주는

'공존'이란 연결고리가 답이 되어 보이는 걸 보면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갈지 가슴이 뛰기도 한다.


인간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는 책처럼 여겨졌으나

사실 그 안에 영원한 전쟁이 없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고찰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 중심이 아닌 모든 개체의 공존을 고려한다면

희망이 있다!


어떻게 할텐가..


지금도 여전히 그녀 눈엔 고양이인 내가 반려동물 이상으로 보이지 않나 보지?

인간들의 이 지독한 편견은 대체 언제쯤 깨지게 될까?

<2권>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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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 여행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지구를 망치기 싫어서
홀리 터펜 지음, 배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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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홀리 터펜
2008년 비행기를 타지 않고 세계 여행을 하면서부터 ‘책임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그린 트레블러(GREEN TRAVELLER)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고 그린 호텔리어(GREEN HOTELIER)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지속가능한 여행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국제 관광 파트너십(INTERNATIONAL TOURISM PARTNERSHIP)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체인 호텔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세우는 일을 도왔다. 터펜은 현재 지속가능한 여행 전문가로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롱런(LONG RUN)’과 세계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 영국 여행사협회(ASSOCIATION OF BRITISH TRAVEL AGENTS)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가디언(GUARDIAN)〉과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패밀리 트래블러(FAMILY TRAVELLER)〉, 〈수트케이스 매거진(SUITCASE MAGAZINE)〉,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 NAST TRAVELER)〉,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글을 기고한다.

역자 : 배지혜
뉴욕 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유학 시절 재미있게 읽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현재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바른번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돈 없이도 돈 모으는 법》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여행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지구를 망치기 싫어서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여행의 목마름이 쌓여만 가고 있다.


여행의 상업성과 환경 파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선상에서

지금의 잠시 멈춤이 지구적 입장에선

잠시 숨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와

책임감 있는 여행 의식과 환경보호, 여행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말그대로 지속가능성이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걸 말한다.


지금 소강 상태인 여행이 코로나로 인해서

나라간의 문이 잠겨진 상황이 단순히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

진보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구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야기한 인간들의 오만함에 대한 작은 경고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 기후도 전보다 달라지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고

실제로 기후 및 생물 다양성 변화는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자연을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여행자로서 최소한 알아야 할 환경에 대한 관심을

책 속에서 사실적 기록에 발자취를 따라 걸어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기후 친화적인 식단이나 친환경 숙소를 고려하는 등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여나가는 여행을 권한다.


전보다 조금은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기후 위기에 눈 뜬 이들은 일찍이 이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


당장에 육류와 유제품을 덜 먹으며 비행기를 덜 타고

식습관을 바꿔가는 등으로 느린 여행이란 이름으로 친환경 여행을 말한다.


책임감 있는 여행은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하고

멋진 경관을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멋진 경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관광 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고 사업을 운영해 이익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을 보호하게 된다.

방문객이 경치에 감탄하며 좋은 피드백을 남길수록

현지인은 자부심을 느끼고,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야생 동물의 가치도 점점 높아진다.

p188


수익을 좇기보다 주변 경관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보존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관광 산업도 보존을 우선으로 힘써야 한다.


아무것도 볼 게 없어지면 관광 산업도 쇠퇴하고 마니까.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 중요한 때란 걸 실감한다.


모두가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과

환경 보탬에 이같은 지속가능한 여행에 관심을 가진다면

희망적인 미래를 꿈꿔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고 편리하고 화려함을 벗어던진

여행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이전에 생각하던 사고에서 조금 틀을 벗어나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많다는 걸 책 속에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기후와 생물 다양성 위기 속에서 여행을 정당화하려면 충분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공동체를 개발하고, 소외된 계층의 역량을 강화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서 여행의 의미를 찾았고, 이제 계획을 세워볼 차례다.

p246


이 책에서 소개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는 정보를 보며

여행 선택지에 대한 다양함과 발품을 팔아 조사한 정보들이

실제로 여행 계획에 좋은 참고 사항이 될 것 같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에코 빌라에 머물며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인트리 열대우림을 보고 오는 것도 멋질 것 같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좀 더 진보적인 여행이 될 것이고

이 방법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여행이 될 것이기에

여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친환경적으로 여행의 방법과 계획이 개선되고 바뀌어야 가야 함을 느낀다.


위기의 지구를 구출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여행에 대한 책임감을 사뭇 다르게 느껴본 시간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에 긍정하고 참여할 수 있길 바래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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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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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꾼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제프리 유제니디스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바꾸는, 마술적인 재능을 지닌 이야기꾼.’ [뉴욕 타임스 북 리뷰]
1960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소아시아 출신의 그리스계 이민 2세인 아버지와 영국-아일랜드계 어머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브라운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198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년 후인 1988년 첫 단편집을 출간했다. 1991년 권위 있는 문예 계간지 [더 패리스 리뷰 The Paris Review]에 『처녀들, 자살하다The Virgin Suicides』의 일부를 발표해, 그해 그 잡지에 실렸던 단편소설 중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아가 칸 상(Aga Khan Prize)을 받았다.

첫 장편소설 『처녀들, 자살하다』는 1993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 도서관 협회(ALA)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지금까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한 이 작품으로 유제니디스는 1993년 화이팅 작가 상(Whiting Writers' Award), 1995년 해럴드 D. 버셀 기념상(Harold D. Vursell Memorial Award)을 수상하였으며, 구겐하임 재단과 전미 예술 재단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1999년에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2002년 9년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두 번째 장편 『미들섹스Middlesex』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프랑스 메디치상, 임팩더블린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다. 2011년에는 세 번째 책 『결혼이라는 소설The Marriage Plot』을 발표해 살롱문학상과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한다. 30여 년간 단 세 편의 장편을 출간한 과작의 작가이지만, 빈부격차, 가족 해체, 젠더 갈등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부터 청소년기의 일탈, 결혼과 사업의 실패 등 개개인의 삶에 찾아오는 크고 작은 위기까지 동시대인의 삶과 고민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어, 오늘날 미국 문단의 주요 작가로 꼽힌다.

『불평꾼들』은 그의 네 번째 책이자 유일무이한 소설집으로, 유제니디스는 이 책을 ‘특정한 주제로 엮이지 않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뒤섞인 가방’으로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에는 석사 학위 제출 작품 「변화무쌍한 뜰」(1988)과 제니퍼 애니스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스위치]의 원작인 「베이스터」(1995), 동료 작가 애니 프루가 ‘미국 최고의 단편’으로 꼽은 몽환적 소설 「항공우편」(1997), 어머니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쓴 「불평꾼들」(2017)을 비롯해, 작가의 30여 년에 걸친 문학 일기와도 같은 다채로운 이야기 10편이 담겨 있다.


[예스24 제공]







퓰리처상, 피츠레럴드상을 수상한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이 책은 총 열 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책이다.


각 단편들마다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다양하고

하나 같이 차별과 갈등, 위기와 일탈 등의 문제들로

현대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현 시대에서 고심해 볼 수 있는 주제들로 다양한 욕망을 그리고 있는

 인생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되는 책이기도 했다.


웃고 넘기기에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은

깊은 탄식마저 느낄 수 있는 책 속 이야기들에 푹 빠져 읽어보았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 <불평꾼들>은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방관하기도 비관하기도

불평으로 살아내기도 하는 현실적인 모습 속에서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고민과 노년기에 겪을 어려움들을

가장 많이 고민해보았던 시간이었다.


"알츠하이머는 아니지만 그 다음 것."

캐시는 델라가 그 용어를 억누르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치매는 좋은 말이 아니다.

그 말은 마치 뇌의 일부를 퍼내는 악령이 있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침략적인 언사로 들리는데, 실제로 그렇다.

p24


여든이 넘은 델리와 캐시가 남편과 사별 후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된다.


현실에 그저 순응하는 듯 흘러가는 것처럼 여겼으나

경로를 이탈한 폭주 기관차처럼 병원을 탈출해 시골 마을로 다다르게 된다.


다시 한번 살아 간다는 것과

살아남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만든다.


"자, 손도끼를 사용할 때야."

기죽지 말고 한번 해보자는 뜻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이누이트 여자들과 공유한 또 다른 자질이었다.

부족 사람들이 칙다야크와 사를 남겨두고 떠난 것은 그들이 늙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불평꾼들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두 노파는 늘 자신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투덜거렸던 것이다.

p42


불평도 중독이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 이후에 오는 짜릿함 때문에 맛을 들이게 되는 걸까.


나이들면 더 꼰대처럼 구는 게

자신들과 주변을 분리시키고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걸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닐텐데

단순히 늙어서 그렇다기보다 중심이 나에게 너무 나에게 서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도 싶다.


이 책은 <두 늙은 여자>란 책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인디언 할머니 이야기와 연결선상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두 노파는

굶주린 상태로 돌아와 부족을 돌보며 가르친다.


그때부터 인디언들은 절대로 노인들을 남겨두고 떠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 좀 더 걸어가고 싶었을까.


노년의 고독한 쓸쓸함과 내팽겨쳐진 현실의 안타까움 속에서

뭔가 모르게 마음이 아파온다.


<나쁜 사람 찾기> 역시 결혼 생활의 기대감을 소멸 시키면서도

그런 상실감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차분히 고민해보았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우린 이런 말다툼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해요.

두 분의 불행의 핵심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야 해요.

이런 것들은 표면에만 있는 거예요."

p234


"난 오랫동안 노렸했어요, 찰리.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려고요.

내가 돈을 더 벌면 당신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에게 더 큰 집이 있으면, 또는 당신이 늘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당신을 가만 내버려두면

당신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중 어떤 것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어요, 찰리.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았죠."

p259-260


아내 요한나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남편의 외도로 파국을 치닫고 평화로움이 깨졌다.


믿음과 신뢰를 상실한 결혼의 실체를

나쁜 사람 찾기의 검거에 성공한 듯 보이나

전혀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씁쓸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배우자와의 사소한 논쟁부터 큰 갈등을 다룬 이야기.


부부간의 논쟁은 서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서

이긴 것도 지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결혼 생활을 하나의 단일한 존재로

서로가 우리로 보는 결합인걸까.


서로를 잃어버린 상실감과 깨어진 믿음 안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모든 걸 잃고나서야 가장 소중한 게 무언지 찾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남편의 잘못도 아내의 좌절과 분노도 서로가 감추려하는 모습 안에서

터져버린 염증처럼 오랜 동안의 믿음을 한순간에 상실하게 만드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열 편의 단편들이 가진 갈등과 문제들을 보며

이 시점에서 내가 고민하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이었다.


잘 만들어진 소설이 아닌

우리의 실상을 그저 풍자적으로 빗댄 현실과 가까운 거리감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랍고 심연의 아픔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욕망과 고통 안에서 인간이라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다시 일깨우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지금의 현실 감각을 더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이야기 속으로 한번쯤 빠져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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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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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최근에는 불교와 서양철학을 비교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 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저서로는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연구』(청송학술상), 『니체와 불교』(원효학술상), 『내재적 목적론』(운제철학상), 『초인수업』(대만, 홍콩, 마카오 번역 출간),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등이 있고, 역서로는 『헤겔 철학과 현대의 위기』, 『마르크스주의와 헤겔』, 『실존철학과 형이상학의 위기』, 『니체 I, II』, 『근본개념들』, 『아침놀』, 『비극의 탄생』, 『안티크리스트』, 『우상의 황혼』, 『선악의 저편』, 『상징형식의 철학 I, II, III』가 있으며, 논문으로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반야학술상) 등 다수가 있다.


[예스24 제공]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신념을 쉽게 받아들이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세상을 지나치게 불행하다고 해석하는 것 같아

사실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책을 보면서 더 면밀하고 촘촘하게 그의 생애와 사상과 배경을 살펴보면서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리가 없는 말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였다.


인생이 고통이라는 그의 말에 쉽게 긍정도 부정도 어려웠다.


삶 자체가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고 낙심된다.


고통의 연속 선상에 있는 삶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우주의 근원적인 실재가 끊임없이 결핍감에 시달리는 맹목적인 욕망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거기서 비롯되는 모든 개체도 맹목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서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왜 세계에 악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답이다.

이와 함께 쇼펜하우어는 고통과 악을 완전히 극복하는 길 역시 욕망의 불길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 즉 욕망을 극복하고 부정하는 데서 찾는다.

p39


이 세계는 인간을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쉽게 만족을 얻지 못하며

부족한 결핍에 대해 스스로 고통을 느끼며 산다.


이성이 욕망을 통제해야 하는데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인 노릇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대로 제어하며 살 수도 있다고 보지만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이성이 욕망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 곧 욕망은 행복과 연결 선상에 있기도 하다.


좀 더 나은 행복은 비교적 가벼운 불행 속에 살면서

고통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욕망과 행복이 구분지어 다룰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삶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욕망과 쾌락 속에서 좀 더 균형을 맞춰 살기 위해

지금도 안감힘을 쓰는 나에겐 여전히 쉽게 이해하긴 어려웠다.


욕망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고통이지만, 욕망에서 벗어난

순수한 관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아름다움이다.

p162


순수한 관조의 눈은 사물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라 말한다.


사물과 세계의 아름다움을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결핍과 불만에 가득 차 있으면

욕망을 충족시키려 분주하기 때문에

감각적인 쾌락에서 벗어나 욕망을 최소화하며

자족하게 되면 이 순수한 관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평화의 상태에 좀 더 머물며 사는 건

자연을 바라보는 평온한 마음을 허락하는 것 같다.


나의 정신적 수준이 어디쯤 와 있고

무엇이 지배하고 사는지 조금씩 파악하게 되면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에

더 강한 끌림을 느끼는 건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강한 두려움도 이겨낼 회복의 힘을 말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모든 욕망이 사라진 무의 상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상태라기보다는 신비주의적 환희의 상태를 가리킨다.

p226


욕망에 기생되는 행복이 아닌

근절된 완전하고 순수한 행복을

욕망이 무인 상태라고 말하는 쇼펜하우어는

이를 신비주의적 환희의 상태라고 말한다.


고결한 종교 철학자들의 가장 승화된 정신이 이와 같을까 싶어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과 본질이 이것인가 싶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죽음을 축복이라 함은

생과는 반대되는 상태라 좀 아이러니했다.


살면서는 고역을 치르고

죽어서는 소멸되지만 완전한 종말로 볼 수 없는 상태라니.


죽음을 혼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나는

삶에 대한 미련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럴 것이기에

여전히 죽음은 두렵고 어렵다.


죽음 앞에서 허망하기 그지 없는 사실들이 허다한 걸 알면서도

살아가는 내내 그것들로 속 상해 하며 사는 꼴이 참 아이러니하다.


생의 시작과 끝을 다 훑어보면서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기초한 철학적 신념과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욕망에 대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밤이 아닌 낮으로 나와 살고자 몸부림치는

나의 내면 세계에 대해 좀 더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삶의 본질적인 해석을

명쾌하게 풀어낸 강의로 유익한 즐거움을 찾아보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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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위로 - 불완전한 나를 위한 따뜻하고 단단한 변호의 말들
정민지 지음 / 빌리버튼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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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위로가 되어 힘든 나에게 더없이 담백한 당부를 마음에 심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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