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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권은중
요리를 하기 전에는 음식이 그저 칼로리 충전 또는 남과 구별 짓는 연성 권력SOFT POWER, 이 둘 중 하나이거나 그 중간쯤이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2006년 요리를 시작한 뒤부터 ‘음식이 삶의 대부분’이라는 급진적 사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결국 20년간 해오던 기자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요리유학을 다녀왔다. 많은 나라 가운데 이탈리아를 택한 건 ‘요린이’ 시절, 처음 만들어 먹었던 요리가 파스타였던 탓이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이탈리아식 요리 스킬보다 올리브유, 치즈, 살루메, 와인 같은 식자재에 끌려 올리브 과수원, 치즈 공장, 와이너리 등을 열심히 찾아 다녔다. 개별 음식보다 그 음식을 이끌어내는 식생, 역사, 문화 등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서양 음식 문화의 발상지인 이탈리아를 오가며 이탈리아 음식을 탐닉할 계획이다. 지은 책으로 《독학파스타》, 《10대를 위한 음식인류사》, 《음식경제사》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인문 #볼로냐붉은길에서인문학을만나다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도이자
가장 큰 도시로 알려진 볼로냐.
음식의 향연과 문화가 꽃피는 볼로냐의 모습을
이 책 속에서 세심히 살펴보며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모든 여행 계획을 위로 삼아
여행의 발자취를 먼저 책 속에 쾅 찍어본다.
롬바르디아인의 돼지 사육에 대한 지식을 그대로 배워 프로슈토나 모르타델라 같은
새로운 살루메를 만들어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치즈인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도,
또 가장 독특하면서 가장 비싼 식초인 발사믹 식초도 이 지역의 작품이다.
이들이 잘 만드는 것에는 볼로냐와 모데나에서 생산하는
슈퍼카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도 포함된다.
볼로냐를 포함한 에밀리아로마냐 사람들이
"우리는 필요하면 우리가 직접 만든다. 그리고 잘 만든다"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p125
볼로냐의 자부심이 대단히 크다는 걸
실제 그 맛을 최고답게 만들어내고 있으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의 파스타 소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을 대표하는 파스타 중에 '볼로네제 파스타'와 '토르텔리니'를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싶어 더 안달이난다.
'비너스의 배꼽'이는 별칭이 붙어 있는 토르텔리니는
비너스가 묵은 작은 여관의 주인이 열쇠 구멍으로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다가 배꼽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 마저도 아름다웠기에
그 여인을 떠올리며 만들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지역의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수제 생면 파스타와 토르텔리니와 토르텔로니를
직접 눈으로 보며 흔하게 풍경처럼 볼 수 있는 만두 빚는 사람들이
멋진 배경처럼 만두와 생면을 빚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음식과 재료를 마음껏 구경해보고 싶다.
국물에 익숙한 우리 문화와는 다른 소스 요리는
자연히 면부심으로 이어진 이 지역의 음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연결고리처럼 보인다.
이탈리아 요리의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미식의 수도라는 칭호가 걸맞는 이 곳을 정말 애타게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볼로냐의 어딜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모르타델라와 프로슈토로.
돼지 뒷다리를 얇게 썰어서 먹는 햄과 핑크빛 소시지로 유서 깊은 음식이다.
살루미는 사실 피자나 파스타보다 이탈리아 대표 음식 중 한 수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스타는 아랍에서, 피자는 대항해 시대 이후
토마토가 신대륙에서 들어오게 되고 살루미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만도 해 보인다.
방목해서 키운 돼지 뒷다리와 소금 그리고 풍부한 바람.
이 3요소를 만족시키면 맛좋은 햄의 명성을 이어간다 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빵과 함께 잘 숙성된 프로슈토을 곁들여 먹고 싶다.
'볼로냐 사람들은 늘 산해진미를 멋지게 차려놓고 먹는다'는 시샘을
이탈리아인들로부터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꽤나 책을 보며 공감하게 된다.
미식의 도시 답게 장인들의 손맛이 더해진
고퀄리티의 차원이 다른 음식을
이 곳 볼로냐에선 흔하게 차려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군침도는 토스카나의 생햄을 언제쯤 먹어볼 수 있을까.
볼로냐에 유독 벽돌 건물이 많은 이유는 어쩌면 고대 로마 제국이 세워지기
이 전의 시대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대 로마의 건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리스의 우람한 기둥에 넓은 공간을 지을 수 있는 아치를 얹어놓은 것'이다.
고대 그리스 건축은 돌을 이용해 기둥을 높이 쌓고,
그 기둥 위에 비례에 맞는 지붕을 올려 외적인 엄정함을 추구했다.
p236
붉은 도시라 애칭과 걸맞는 볼로냐는
파스타 소스의 붉은색은 연관지어 생각나게 만들고
사회당과 공산당의 정치적 전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도시 중심가를 에워싸고 있는 육각형 형태의 성벽을 보면
빛바랜 성문과 무너진 성들이 옛터를 그대로 재현되어
역사의 흔적 그대로를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마저 장엄해보인다.
붉은 볼로냐의 벽돌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키가 큰 답인 아시넬리 탑이 일반인들에게 제공되기에
5유로를 기꺼이 내고 그 경치를 굽어보고 싶은 욕구가 일렁인다.
붉은 기와와 벽돌 건물과 산줄기.
목가적인 전망을 분위기에 취해 흠뻑 느끼고 싶어진다.
게다가 산 루카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올라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긴 회랑을 만든 건 순례자들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제작년부터 순례자의 길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들을 배려해 햇빛을 피하거나 비에 젖지 않도록
성당을 오를 수 있도록 한 배려넘치는 이 긴 길을 기꺼이 올라보고 싶다.
길과 회랑이 연결되 있는 도시에서
볼로냐의 기운과 순례자를 위해 배려한 관대함까지 느낄 수 있어
이 도시를 사랑하기 너무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스란히 맛과 멋이 그대로 보존되어 스며들어 있는
볼로냐의 미식과 건축, 문화를 역사적인 토대와 함께 살펴볼 수 있어
한 상 가득 차려진 산해진미를 배부르게 맛본 느낌이랄까.
굉장히 흡족한 마음으로 오감을 사로잡는
이 도시에 한껏 매료되어 다시 여행의 기회를 꿈꿔보게 만든다.
내가 본 볼로냐를 만나보길 바래보며
그전에 이 책으로 탐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더 볼로냐의 다채로운 도시 여행을 꿈꿔보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