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 도시에서 만나는 공간과 사물의 흥미로운 속사정
스파이크 칼슨 지음, 한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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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스파이크 칼슨
(SPIKE CARLSEN)

목공 분야에서 40년간 일해온 목수이자 저자 겸 강사.

《패밀리 핸디맨FAMILY HANDYMAN》 잡지에서 편집국장을 지내며 집 인테리어와 목공에 관한 기사와 칼럼을 썼다. 또한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THE MINNEAPOLIS STAR TRIBUNE》, 《멘즈헬스MEN’S HEALTH》, 《메이크MAKE》, 《마더 어스 뉴스MOTHER EARTH NEWS》 등 여러 잡지에 기고해 왔다. CBS 아침방송, HGTV 등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글을 쓰기 전에는 목수로서 15년간 일하며 직접 건축 회사를 운영했다.

작가로서 대표작은 『목공 FAQ』, 『나무의 쪼개진 역사A SPLINTERED HISTORY OF WOOD』, 『말도 안 되게 쉬운 가구 만들기 프로젝트RIDICULOUSLY SIMPLE FURNITURE PROJECTS』 등이 있다. 그에 대해 궁금하다면 SPIKECARLSEN.COM에 접속하면 된다.

역자 : 한은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전임강사이다. 옮긴 책으로는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 『오두막』, 『피츠제럴드 단편선 2』, 『메디치가 이야기』, 『사랑의 역사』, 『기호의 제국』, 『가든 파티』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문을 열고 나가면 펼쳐지는

익숙한 곳에서 모든 사물과 풍경이 새롭게 보여진다.


동네 구석 구석을 관찰하며 인문학적 묘미를

새로운 사물의 해석을 더해보는 책을 만났다.


골목길 지지자 휴엘스먼이 열변을 토하다.

"골목길은 지역사회에 놀라운 자산이 될 수 있어요.

골목을 청소하고, 이름을 지어주고, 조명도 달고, 공공 예술을 설치해서

의미있는 장소로 만든다면 사람들이 골목길을 이용하기 시작할 겁니다."

p192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런 골목길이 즐비했던 곳에서 살았고

굉장히 익숙한 곳이자


작은 골목들이 재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의 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곳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이전의 침침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만차 때문에 주차난을 겪는 문제들도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 점이 좀 아쉽긴하다.


생기 넘치는 골목길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만하다.


그런 도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데

골목은 또 다른 가치 창출과 기대 효과에 도움을 주니 말이다.


방치되고 있던 골목들이

다시 재생되어 숨을 불어 넣는 작업은

휴엘스먼의 말대로 사람에게도 영감을 줄 뿐 아니라

도시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 점에서 공감하게 된다.


새로운 유토피아가 형성되는

생명줄로의 탄생을 기대해볼만한 골목길의 가치를 새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걷기는 지역사회 설계와 관련된 모든 것의 핵심이죠."

버든이 능동 이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자전거와 하이킹,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체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상호 작용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공해가 줄어드는 등 여러 변화가 생길 것이다.

P224


걷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버든의 연구에 따른 결과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걷기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산책로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의 흐름이 더 원활하고 편해져 덜 혼잡해질 것은 물론이다.


사람이 걷는 장소가 더 필요해지기에

인도는 물론이고 동네의 요소요소가 다 걸을 장소가 되니

버든의 확신대로 도로와 인도가 인간 중심적으로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에 같은 생각이다.


사회가 건강해지고 한가로이 걷기도

대중 교통을 이용해 공해를 줄여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성을

걷기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어

작지만 큰 행동이 될 수 있는 발걸음이란 생각에

좀 더 나가 걷는 것에 생각과 행동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나무는 자신을 온전히 지키지 못해요.

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물을 빨아들이는 거죠."

지구 오난화 때문에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P301


도시의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는 세이버트리의 말대로라면

그 결과 나무가 회복할 시간을 가지지 못해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물과 영양분을 얻기 위해 뿌리는 그 필요를 찾아

하수관 개구부를 부수고 단단한 점토를 밀어 붙이며,

인도를 뚫고 나오는 말썽도 불사한다.


인도 아래에 변형토양이 얼마나 공급되고 있는지

사실 관심 밖이었고,

멋진 풍경으로만 보이는 가로수길이

나무한텐 도로가 일종의 지옥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신경이 곤두선다.


진정한 적은 과연 누굴까?


작은 존재로 인해 신음하고 처참히 죽어가는 나무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닥칠 대재앙이 그리 먼 일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된다.


좀 더 도시 숲을 우선시하며

도로와 인도와 지붕선이 그에 맞출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바꿔 생각할 수 있는 생존의 몸부림을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친숙한 공간이지만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색다른 해석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장소와 사물, 공간 속에서

그 나름의 사정을 살펴보며

나의 태도는 물론이고 새롭게 깨어나는 생각들로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영감을 책 속에서 맘껏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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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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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손화신
감각 있는 글을 쓰는 대중문화 기자.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중심이 잡혔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씀으로써 더욱 나다워지고 자신을 한 뼘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글쓰기에 대해

솔직 담백한 인상을 담겨주는 또 한 권을 책을 만났다.


삶의 활력을 더 해주는 글쓰기의 매력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이들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뜻하지 못한 곳에서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감정을 돌파구를 쓰는 행위만으로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쓴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글쓰기는 목적 없이도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의 일이며,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주체'의 일이다.

p59


혼란스러움 속에서 마음을 가누기 힘이 들었을 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책과 글쓰기가

지금은 오랜 시간동안 내 곁을 지키며

나를 단단히 지켜주고 있다.


읽는 것 뿐 아니라 쓰는 행위가

더 나를 분명히 나타내주는 표현 작업이라

섬세한 나의 내면을 더 오래도록 만져주는 기분이 든다.


대단한 작품을 쓰겠다는 거창한 목표나 꿈이 아니더라도

매일 끄적이는 자체의 행위가 나에겐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걸

쓰고서 읽고서 알게 되었다.


분명한 건 이게 상당히 가성비가 괜찮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모을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혼자서 가장 편안한 장소에 앉아 언제든 쓸 수 있으니

혼자라도 괜찮은 작업이 아니겠는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 나가 커피 한잔 시켜놓고서

자판을 두드리면서 작업해도 좋겠지만

포근한 내 책상 의자 혹은 소파 혹은 식탁 의자,

집 안 어디든 몸을 편히 앉고 누울 장소만 되면 만사 오케이다.


복장이 어떻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날 것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글쓰기는

집순이인 나에게 꽤 잘 맞는 활동이 분명해보인다.


지금도 어제 입은 파자마 차림 그대로

머리를 질끈 묶고 앉아 맨 얼굴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글이 막혀서 안 써질 때 우린 인내심을 발휘하고, 그 인내심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결국 아무 글도 못 쓰더라도 무언가를 쓰려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견뎌내고 고뇌하는 그 과정으로

이미 그 사람은 쓰기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어떤 글을 씀으로써 가시적으로 생겨난 글자의 합이,

그 내용이 우리 정신을 고양하기도 하지만,

글쓰기를 행하는 몸과 마음의 움직임 자체가 인간의 영혼을 고양하기도 한다.

p164


나와의 대면이 시작되는 글쓰기는

여러 과정을 쓰고 단맛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의욕이 넘치고 막힘없이 써질 때도 있지만

한 자도 나아가지 못하는 괴로움을 맛 볼 때도 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고행의 길을 왜 스스로 자처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깨어지고 부서지면서

더 단단히 세워지고 부드러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굉장히 고집스러움을 조금씩 벗어 던지기도

편견을 깨어 부수기도

한계를 뛰어넘기도 폭망해버리기도 하는

좌충우돌의 시간을 그저 묵묵히 쓰는 행위 자체로

이 모든 것을 맛볼 수 있으니 가벼운 경험은 결코 아니란 생각이 든다.


대단히 큰 영감 따윈 없지만

그저 쓰는 사람이고 싶어

뭔가를 기록하고 남기긴 하지만

결과물적으로 보여지는 성과는 없어 보이지만

글을 쓰기 전보다 내가 달라졌다는 건 내가 알지 않는가.


그것을 동력으로 오늘도 읽고 쓴다.


가볍게 털어내기도 무겁게 옮겨 적기도 하면서.


그런 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내 방향을 잘 찾아갈 수 있길 나또한 스스로를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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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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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소개

올리비에 푸리올

1973년생.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교수자격 소지자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단편영화 〈컷 인 몽타주Coupe au Montage〉는 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에 발표된 첫 번째 소설 《메피스토 왈츠Mephisto Valse》는 프랑스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칼을 든 화가Le Peinture au couteau》, 《폴라로이드Polaroide》, 《위대한 도둑 알랭Alain, le grand voleur》이 있다.
2005년부터 매주 토요일 파리 13구역의 영화관 MK2에서 진행된 올리비에의 철학 강의 ‘시네필로’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프랑스 고3 학생 및 젊은 철학도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이 강연은 2008년 프랑스 오랑주 TV의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프랑스에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철학 강연은 2010년 현재 5시즌에 접어들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강연의 첫 번째 시즌에서 다룬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내용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이다.

[알라딘 제공]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여

열심이 지나칠 정도로 쏟아부었던 노력이

헛수고로 되돌아 오던 참패를 여러번 겪어보았다.


그런 고배의 잔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삶을 애쓰며 살아간다.


적어도 이 정도는 내가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번번이 그런 좌절감과 공허함을 맛보고

너무 애쓸 필요 없음에 마음을 내려놓기도 해보지만

별 성과 없이 늘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느낌이라 허탈할 때가 많다.


끊임없는 시도를 좀 멈춰봐도 좋다는 속삭임이

나를 다독이고 힘을 주는 책에 마음의 힘을 실어 읽게 되었다.


불안함이란 삶을 가로막을 만큼 경직된 상태에서 비롯한다.

천천히, 깊이 호흡함으로써 이런 흐름을 재정비할 수 있다.

p166


과도한 생각이 사고를 흐트려 놓는다.


지나친 불안에 휩쓸리면 그 흐름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럼 이런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을 멈추는 법에 대해 루스탕이 말한 여러 방법 중에

가장 놀라운 건 행동을 재창조하기 위해선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미확정적인 상태에서의 시작을 권한다.


순수한 지성에 휘둘려 직관을 잃어버릴 경우 역시

숙고의 고리를 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차분한 상태로 있는 것이 힘들고 오히려 더 괴로울 수 있다.


사실 그런 상태로 있는 게 익숙하지 못해서

그러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꽤 많은 변화가 그러한 상태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더 많은 목표를 세워 장벽을 넘어가야 할 법도 한데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못해 힘들 것이다.


내가 계획한 일보다도 삶이 흘러가는 데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편이 훨씬 가볍고 수월한데도 쉽지 않게 느껴진다.


나의 생각과 노력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많아

이젠 좀 그만 받아들여도 괜찮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후반부쯤 왔을 땐

힘을 많이 뺀 상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다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존재만으로 만족하며,

바다의 모든 것은 지속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되 리듬을 존중한다.

파도는 부서지고 물러나는 후퇴의 과정에서 추진력을 축적하고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온다.

바다는 노력하는 중에도 편안함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준다.

노를 저을 때도 중간에 적절히 쉬어가며 저어야 하지 않는가.

p242


균형을 잘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까.


거센 파도가 대단히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부서지는 걸 보면 힘은 무한하게 커지지도 않으며

균형점에 다다른다고 책에선 말한다.


노를 젖는 것도 적절한 쉼이 있어야

힘을 내서 계속 저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적절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많은 밤을 세워 노력해서 얻은 결과에 얼마나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내 컨디션은 오래 버티기 힘든 상태로

온전한 기능을 상실해 갈 수도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참 열심히도 달려왔던 것 같아

미련한 내 모습이 떠오른다.


덕분에 올 초에 수술대에 오르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멈추는 법을 몰랐다는 걸..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잠시 멈춰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빠른 걸음으로 바삐 걸으며 주변에 핀 꽃들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뛰어다닌다고 더 일이 빨리 해결될 것도 아니었는데

좀 더 눈을 맞추며 아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못했다.


무엇이 내 마음 안에서 앞서 걸으려 했을까?


느긋하게 마음 먹고 산다는 것이

뒤쳐지는 생각이라는 편견과 고집을 깨고

조금은 흘러가는대로 나를 내버려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막히게 달려도 봤으니 좀 쉬어가도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다.


나의 애씀과 수고가 제대로 된 쉼 속에서

더 정교해 질 수 있도록 휴식의 동력을 회복하고 싶다.


더 오래 걷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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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잉 북 - 지극한 슬픔, 은밀한 눈물에 관하여
헤더 크리스털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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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관한 시간의 기록이

잔잔히 아주 담담히 쓰여 있는 책 속에서 내 삶의 지나온 기억을 소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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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잉 북 - 지극한 슬픔, 은밀한 눈물에 관하여
헤더 크리스털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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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잉 북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헤더 크리스털
HEATHER CHRISTLE

헤더 크리스털은 뉴햄프셔에서 자라고, 매사추세츠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오하이오에 살면서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에서 작문을 가르치고 있다. 2009년 『힘든 농장(THE DIFFICULT FARM)』을 발표한 뒤, 『뭐가 대단한가(WHAT IS AMAZING)』, 『헬리오포즈(HELIOPAUSE)』, 『세스에게』 등 모두 4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특히 2011년 출간한 시집 『나무들 나무들(THE TREES THE TREES)』은 2012 빌리버 시 문학상을 수상하며 ‘올해의 가장 훌륭한 시집’으로 인정받았다. 저자의 시는 《뉴요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포이트리》 등 많은 지면에 실렸다. 『더 크라잉 북』은 저자의 첫 논픽션으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역자 : 오윤성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편집과 번역을 오가며 책을 만들고 있다. 옮긴 책으로 『권력 쟁탈 3,000년: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보이21』,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 『크리에이티브 드로잉』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에세이

#더크라잉북


눈물에 관한 시간의 기록이

잔잔히 아주 담담히 쓰여 있는 책을 만났다.


여간해서는 운 기억들을 지우고 싶은데

애써 기억을 들춰내어 쓰겠다는 생각이 참신했다.


이따금 울 땐 기뻐서보다도 서러워서 아파서

괴로워서 분해서 등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눈물에 대한 묘사와 디테일이 아름다워서

그걸 보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상하리만치 빠져들며 울음과 심연의 고독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주방은 눈물을 흘리기에 가장 좋은 공간, 다시 말해 가장 슬픈 공간이다.

침실은 너무 편안하고 욕실은 너무 은밀하고 거실은 너무 관습적이다.

주방에서, 일하고 먹이는 그 공간에서 산산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실로 풀어져 내린 것이다.

주방의 밝은 조명은 어떤 위로도 없이 밝게 비추기만 한다.

p154


엄마로 살아가는 삶이 오래되면서부터

주방은 나의 창의적인 공간이자 노동 공간이며

혼자 눈믈을 삭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극히 엄마로 살아가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따금 내가 너무 나이들었나 싶지만

밥 냄새가 아직 베여 있는 이 곳이 익숙해져만 가는 나이와 자리가 나쁘지 않다.


남편과 다투고 톨아져서,

시댁 어른과의 갈등에 마음이 상하고,

자식 때문에 속상해 서글픈 나를 만나는 이 곳.


익숙한 공간 안에서

난 그렇게 울고 웃으면서

이 공간을 따뜻하게 밤 냄새로 데우며 산다.


어떤 위로보다도 그 냄새가 베인 이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편해져 마음껏 쉬고 울 수 있어서 좋다.


난 헌책에서 작은 얼룩을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이 중 어떤 게 울보 독자의 눈물샘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

p181


이런 관찰은 헌책을 대면하는 또 다른 맛이겠지.


게다가 작은 얼룩이라 하면 눈물 자국을 말할텐데

나도 그 구절에서 똑같이 눈물샘이 폭발할지는 모르겠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그 책의 원주인이 느꼈을 감정 선상에서

그 포인트에 내가 서 있다는 기분은 좀 묘할 것만 같다.


이따금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책을 읽으며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가 있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을 옷으로 주섬주섬 닦기 바빠

책에 얼룩을 남기진 않지만,

미쳐 처치하지 못한 한 방울이 책 속에 스며드는 그것마저도 추억으로 남겠지.


참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겨왔던

내 울음에 대해 떠올릴만한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 때를 회상하게 되면서 대면했던 사람이나 물건이나

나와 닿았던 모든 것들이 다시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누구 한 사람의 기록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춰볼 수 있어

혼자서 그 쓴 시간을 보내왔던 대부분의 때가

지나와보니 그냥 다 나의 삶의 일부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내면의 지독한 아픔이 축적된 눈물을

자주 흘리고 싶지 않아 애써 웃고 살아가지만

어쩌면 눈물만큼 가장 날 나답게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지 싶다.


그런 울음을 조용히 안아주며

나의 시간 안에서 앞으로도 채워나갈 눈물을 기억해보고 싶다.


그 눈물이 바로 깨끗한 내 모습 같아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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