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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평점 :
노력의 기쁨과 슬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소개
올리비에 푸리올
1973년생.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교수자격 소지자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단편영화 〈컷 인 몽타주Coupe au Montage〉는 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에 발표된 첫 번째 소설 《메피스토 왈츠Mephisto Valse》는 프랑스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칼을 든 화가Le Peinture au couteau》, 《폴라로이드Polaroide》, 《위대한 도둑 알랭Alain, le grand voleur》이 있다.
2005년부터 매주 토요일 파리 13구역의 영화관 MK2에서 진행된 올리비에의 철학 강의 ‘시네필로’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프랑스 고3 학생 및 젊은 철학도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이 강연은 2008년 프랑스 오랑주 TV의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프랑스에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철학 강연은 2010년 현재 5시즌에 접어들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강연의 첫 번째 시즌에서 다룬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내용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이다.
[알라딘 제공]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여
열심이 지나칠 정도로 쏟아부었던 노력이
헛수고로 되돌아 오던 참패를 여러번 겪어보았다.
그런 고배의 잔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삶을 애쓰며 살아간다.
적어도 이 정도는 내가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번번이 그런 좌절감과 공허함을 맛보고
너무 애쓸 필요 없음에 마음을 내려놓기도 해보지만
별 성과 없이 늘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느낌이라 허탈할 때가 많다.
끊임없는 시도를 좀 멈춰봐도 좋다는 속삭임이
나를 다독이고 힘을 주는 책에 마음의 힘을 실어 읽게 되었다.
불안함이란 삶을 가로막을 만큼 경직된 상태에서 비롯한다.
천천히, 깊이 호흡함으로써 이런 흐름을 재정비할 수 있다.
p166
과도한 생각이 사고를 흐트려 놓는다.
지나친 불안에 휩쓸리면 그 흐름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럼 이런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을 멈추는 법에 대해 루스탕이 말한 여러 방법 중에
가장 놀라운 건 행동을 재창조하기 위해선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미확정적인 상태에서의 시작을 권한다.
순수한 지성에 휘둘려 직관을 잃어버릴 경우 역시
숙고의 고리를 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차분한 상태로 있는 것이 힘들고 오히려 더 괴로울 수 있다.
사실 그런 상태로 있는 게 익숙하지 못해서
그러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꽤 많은 변화가 그러한 상태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더 많은 목표를 세워 장벽을 넘어가야 할 법도 한데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못해 힘들 것이다.
내가 계획한 일보다도 삶이 흘러가는 데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편이 훨씬 가볍고 수월한데도 쉽지 않게 느껴진다.
나의 생각과 노력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많아
이젠 좀 그만 받아들여도 괜찮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후반부쯤 왔을 땐
힘을 많이 뺀 상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다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존재만으로 만족하며,
바다의 모든 것은 지속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되 리듬을 존중한다.
파도는 부서지고 물러나는 후퇴의 과정에서 추진력을 축적하고 힘을 얻어 다시 돌아온다.
바다는 노력하는 중에도 편안함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준다.
노를 저을 때도 중간에 적절히 쉬어가며 저어야 하지 않는가.
p242
균형을 잘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까.
거센 파도가 대단히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부서지는 걸 보면 힘은 무한하게 커지지도 않으며
균형점에 다다른다고 책에선 말한다.
노를 젖는 것도 적절한 쉼이 있어야
힘을 내서 계속 저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적절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많은 밤을 세워 노력해서 얻은 결과에 얼마나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내 컨디션은 오래 버티기 힘든 상태로
온전한 기능을 상실해 갈 수도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참 열심히도 달려왔던 것 같아
미련한 내 모습이 떠오른다.
덕분에 올 초에 수술대에 오르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멈추는 법을 몰랐다는 걸..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잠시 멈춰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빠른 걸음으로 바삐 걸으며 주변에 핀 꽃들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뛰어다닌다고 더 일이 빨리 해결될 것도 아니었는데
좀 더 눈을 맞추며 아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못했다.
무엇이 내 마음 안에서 앞서 걸으려 했을까?
느긋하게 마음 먹고 산다는 것이
뒤쳐지는 생각이라는 편견과 고집을 깨고
조금은 흘러가는대로 나를 내버려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막히게 달려도 봤으니 좀 쉬어가도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다.
나의 애씀과 수고가 제대로 된 쉼 속에서
더 정교해 질 수 있도록 휴식의 동력을 회복하고 싶다.
더 오래 걷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