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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 -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정원의 쓸모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 의사가 되기 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수년간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서 일했으며, 하트포드셔의 심리 치료 담당 임상의로 일했다. 현재 런던의 타비스톡(TAVISTOCK) 클리닉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앱 서비스 닥헬스(DOCHEALTH)의 컨설턴트이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인 톰 스튜어트 스미스와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고, 정원과 식물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그는 이 책에서 정원을 가꾸며 우울증, 트라우마, 중독, 공황, 불안 등을 극복한 사례자들을 만나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삶을 바꾸는 식물의 힘을 증명해낸다.
그는 남편과 30년 넘게 하트포드셔 서지 힐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다. 하트포드셔의 풍경을 바꿔놓은 이곳은 영국에서도 유명한 정원이 되었다. 현재 자연과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과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경만을 위한 정원이 아니라 식물의 성장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정원 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작년부터 올해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으로 인한 피로도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
집콕 생활이 당연시 되면서
가드닝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식물을 키운다는 걸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집 안에 초록의 자연을 작게나마 두고 가꾸며
나를 보살피듯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마음을 쓰는 시간이 참 평안했다.
무서울 정도로 치솟는 집 값을 보면서
교외 밖으로 나서 좀 더 넓은 대지에서 아이들과 자유롭게
자연과 벗 삼은 환경을 선물해주고픈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당장 계획해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적 물질적인 여유와 필요가 따르기에
지금 내 집에서 가꿀 수 있는 식물을 찾다보니
하나씩 들어가고 있는 우리집 반려식물에 대한 애정이 더해진다.
말그래로 이 책은 정원이 도시 생활과는 다른
주드러운 공감과 시각, 자연의 역할을 더해주기에 좀 더 깊은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작은 텃밭이라도 정성을 들여서 흙을 파고 뒤집고
씨를 뿌리고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함께 하며
수확하는 기쁨까지 느끼는 일련의 과정들이
단순히 재배의 목적이 아닌 식물을 키우는 일이 아름다워 보일 정도이다.
바쁜 현대인들과는 다르게 느리게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천천히 따르다보면
자연의 특징적 에너지를 내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자연과 주고받는 관계를 맺는다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많은 원예가가 그 개념을 이해한다.
미국 원예작가 로버트 대시는 이와 관련해서 원예가 갖는 힘의 뿌리는 "상호 행동, 바로 그것"이라고 썼다.
"정원이 준 선물에 대한 대가로 우리는 정원을 돌본다."
이런 관계는 상대에 대한 존중심을 키워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스스로 보답은 이끌어냈다는 느낌과 땅이 내어준 열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경험할 수 있다.
p151-152
자연을 대하는 감정과 유대감을
채집과 파종, 잡초 뽑기 등의 활동으로도
충분히 주고받기가 가능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인간과 자연이 본질적인 관계로 돌아간다는 것은 참 건강해보인다.
원하는 것만 뺏아가고 이익을 취하던 관계에서 벗어나
좀 더 독자적인 생명을 존중하고 감사할 수 있는 자세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해보인다.
정원이라는 안식처에서 우리는 가장 온화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에 둘러싸인다.
변덕스럽고 적대적인 모든 것에게서 보호받는다.
그런 평화의 순간에 세상은 밝기만 하다.
죽음을 준비할 필요가 생기면 영혼은 휴식처를 찾아야 한다.
p258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것도 식물과 자연의 이치를 보면
그다지 부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죽지 않고 영원한 것은 없다.
죽음이 가르쳐 주는 자연의 품은 낯선 곳이 아니다.
살면서 우리가 느끼고 누리는 모든 대지의 기운들을
죽어서도 영속될 수 잇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프로이트가 인생에서 마지막 1년을 정원에서 보내게 되는 그 시간이
영혼의 휴식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산책하고 새의 노래를 들으며 나무에 기거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재에 누워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병실로 공간을 만들어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 모습은 나에게도 뭔가 모를 위안을 준다.
나를 거절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한다.
언제나 친절하고 인내할 줄 아는 대자연의 가치를
너무 늦게 깨닫지 않도록 작은 텃밭이든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초든
마음을 들여 가꾸는 시간과 정성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원이 있는 작은 삶에 대한 소박한 바램과
치유와 회복을 이끌어내는 자연에 대한 본질을 잊지 않고
겸손하게 작은 식물을 키우면서 그 큰 마음을 이 책 안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