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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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신서경
한 끼를 먹어도 맛있게 먹고 싶고,

맛있는 게 있으면 사람들과 나누고픈 이야기 작가입니다.

그림 : 송비
무엇이든 재미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INSTAGRAM @SONGBYBEE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지구 최후의 날이 일주일 남았다면,

당신은 누구와 함께 무엇을 먹고 싶나요?


일주일 후 지구는 멈춘다.


멸망이 임박한 시점.


지구를 둘러싼 보호막이 없어져

엄청난 자기장과 방사능을 수반한 태양풍을 맞이하게 된다.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은 3%.


영화에서 봤던 히어로의 등장으로 거짓말처럼

지구 멸망을 멈춰줄 법도 하지만 현실은 그저 현실이다.


지구가 멈추는 그 날.. 딱 일주일 남았다.


먹방 BJ봉구의 이야깃 속 먹거리에 기웃거리게 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


당장 아침, 점심, 저녁은 무얼 먹어야 할지를 말이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인지도..


봉구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고아로 쓸쓸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먹을 때만큼은 즐겁고 유쾌하며 진지하다.


제법 요리 솜씨도 뛰어난 봉구의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 내일 이걸 해먹어볼까 고민하게 된다.


한 철학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그러면 사과는 대체 언제 먹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제보다 조금 더 맛있는 사과를 먹는 거다.

p87-89


가장 현실적인 답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맛있는 사과를 사먹고 보는 편이 나아보인다.


사실 종말이 다가오면 있던 식욕도 뚝 떨어질 것 같은데

어제와 별 다를 바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걸 보면

애뜻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런데도 봉구가 만든 크레이프 케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한 장 한 장 바른 생크림에 딸기와 누텔라 크림..


환상의 조합을 눈으로만 보고 있으려니 엉덩이가 들썩인다.


만 칼로리도 무시하고 혼자 다 퍼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기세로 달려들고 싶다.


그 환상적인 맛을 난 한번은 맛보아 보았기에 더 기절할 노릇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담는 매실청에 매실엑기스만 빼서 물에 타먹는데

맘 먹고 알갱이를 무침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나 하나 잘게 잘라 손질했던 수고로움이 생각난다.


고추장, 참기름, 통깨만 있으면

쉽게 만ㄷ르어지는 매실 장아찌는

그야 말로 새콤달콤 완전 맛있는 밑반찬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삼겹살에 깻잎쌈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책을 보면서 군침을 얼마나 흘렸는지.


그 맛을 아는 이들이라면 힘들더라도 애써 해마다 매실 장아찌를 만들어 먹을테지만

올해는 또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질하면서 손아귀에 힘이 빠져 체력 방전을 감당하기가 조금은 벅차기 때문이다.


애써 수고하지 않으면 이 맛을 볼 수 없으니

더 간절해져서 더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닐까 싶다.


봉구는 그렇게 지구 멸망 전까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음식에 담긴 추억과 사랑..


소소한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음식과의 연결고리가

소박하지만 따뜻해서 좋다.


마지막을 함께 할 이웃들과 사랑하는 사람은

봉구에게서 아니 우리에게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내내 지독하게 얽혀가는 우리네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최후의 만찬을 즐길 때 사뭇 엄숙할만도 하고

침울할 만도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간을 나누며

함께 보낸 시간들은 영원 속으로 스며든다.


섬광처럼 지나간 시간 뒤로 세상은 다시 시작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삶을 시작할테지만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하니 더욱 가족들과의 시간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이

얼마나 가슴 먹먹할지..


거창하기보다 소박한 집밥으로

마지막 만찬을 함께 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런데... 오늘 저녁은 또 뭐 먹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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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 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들시리즈 1
김설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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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전공보다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글쓰기만큼이나 고양이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는 여유롭고 흔들림 없는 일상에 관심이 많아졌고, 매일같이 삶을 우아하게 만드는 잡다한 시도를 한다. 그 방편으로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멈 라이프를 오가고 있다. 일요일 아침에는 독서모임 ‘서재가 있는 호수’에서 읽고 쓰면서 그럴듯한 글보다는 시시콜콜한 글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는 조용한 욕망을 품고 있다.
저서로는 딸의 인생에 찾아온 우울증을 함께 극복하며 쓴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이담 북스)가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purpel3677
인스타그램 @boracat.kim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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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매일 아침 따뜻한 물을 끓이고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의 주파수를 맞춰 놓고

아침밥을 준비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


그 시작이 늘 같아 조금은 지루할 법도 한데

이런 평범한 일상에 때론 게을러지기도 부지런을 떨기도 하면서

책으로 기웃거리며 다른 이들의 일상도 살핀다.


그런 조용하고 잔잔한 현재를 즐기며 사는

개인사에 좀 더 가까운 거리 안에서

독자로서 저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글을 쓰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까?

하고 꺼내 놓으면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에 그 주제로 책을 낸 적이 있다.

끊임없이 다른 주제를 찾아내도 매번 그렇다.

세상에는 고수가 많았고 야속하게도 쓸모 있고 꼭 필요한 소재들은 그들이 다 선점해 버렸다.

따라서 나는 형제가 많은 집에 태어나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없는 막둥이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실력이나 처지와는 상관없이 창작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속에 야심을 품는 법이다.

p18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혼자 검열하는 과정을 매번 거치면서

글이라는 벗과 일상이 늘 함께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아껴야 할 할 마음들을 깨달을 때가 많다.


열망하는 바에 대해 때론 관심 받기 위해

여러 갈래의 이유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쓰고 싶다란 생각을 품고서

매일 같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창작에 대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자 역시 창작자로서의 애씀이

텍스트 안에 그대로 전달되어 있기에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쓰고 싶었던걸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 사는 게 비슷하지 싶기도 하고

조금은 특별나 보이기도 한 삶을

가깝게 호흡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라 더 좋다.


몇 년을 이렇게 사람에게 시달리다가 책이고 사람이고 다 진절머리가 날까 봐 걱정이 될 때면

가만히 눈을 감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 마음의 움직임과 질감을 천천히 더듬으며 자신에게 묻곤 한다.

고독한 애서가로 돌아가고 싶은지, 함께 읽음으로써 느끼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포기할 수 있는지.

이 질문 끝에 서면 결국 이렇게 대답한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싶어요.'라고.

p55


지금 나는 혼자 책을 읽는다.


고독한 애서가라는 말도 너무 거창해보이고

그냥 혼자 읽는다.


혼자가 편하고 대면이 힘들어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애써 모임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온라인 상에서의 만남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혼자 읽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익숙해져있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책읽기 오프라인 모임을 나가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사람과의 대면이 좋기도 하고

책과 연대하는 시간이 좀 더 친밀해지고

사람과의 부딪힘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할지 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은 혼자 책을 보지만

혼자만의 공상과 몰입이 꽤나 즐거워

내향인인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시간을 책과 보내고 있다.


책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생활도 보이는 듯하다.


책에 기대어 살고 글을 쓰며 나에게 좀 더 몰두하는 삶을

기꺼이 즐겁게 살고 싶다.


대단한 기쁨 따위를 느끼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저 오늘의 하루에 집중하고 소소한 재미와

읽을 거리들로 가득한 이 작은 집에서

오래도록 내 일상을 가꾸며 살고 싶다.


소박한 기쁨과 슬픔이 스며있는 모두의 삶이

하나같이 같은 게 없어 지루하지 않다.


나도 당신도 그렇게 그런 하루를 천천히 흘려보내면 좋겠다.


시간이 허락한 선물을 조용히 느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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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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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리하
몇 년간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길 잃고 헤매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어쩌다 한 편씩 쓴 글들이 어느덧 저를 일으켜 세우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세상 모든 것들, 특히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그곳에 가닿기를 바라면서요. 저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정겨운 벗처럼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하고 청소년 소설 《추락 3분 전》, 동화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발차기만 백만 번》, 《빨래하는 강아지》, 《오공이 학교에 가다》, 《착한 동생 삽니다》, 《무시해서 미안해》 등을 썼습니다.

블로그 : BLOG.NAVER.COM/LEEHA517

브런치 : BRUNCH.CO.KR/@YEON0517

인스타그램 : @STORYLEEHA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품게 되는 때가 있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삶에도 우여곡절이 많아 늘상 마음을 쓰고 산다.


극심한 아픔도 세월 속에 무뎌져가는 걸 보면

그 또한 용기있는 삶이었고 충분한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발을 내딛게 된 모습에서

작지만 큰 힘이 되는 위로의 글이

오늘의 힘듦을 그냥 저냥 흘려버리게 만든다.


내내 끙끙 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연히 들은 클래식으로 인해 '내 삶도 꽃피는 어느 순간을 살며시 품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희망을 어렴풋하게나마 가질 수 있었다.

어리숙한 나에게 힘든 생활 중에서도 희망과 긍정의 순간을 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인생 스무 살에 끝나지 않아.

지금 별로라도 나중에 괜찮아질 수 있어.

네가 감당할 능력이 있기에 이런 시련도 온 거야.'

p51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디제이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같이 마음 아파하기도 하면서

귓가로 전해지는 짧지만 선명한 소리가 마음에 남아 있어 좋다.

특별할 것 없이 우연한 때로는 너무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 속에서 위로를 찾는다.

내가 라디오 주파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힘든 순간을 이겨 나가게 만드는 큰 힘을 거창한 것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작지만 힘이 있는 거대한 울림이 좋다.

그게 음악이든 책이든 사람과의 대화가 되었든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좋은 것일테니까.

삶의 어느 한 시기, 의자처럼 기울어져도 괜찮다.

모두 끝난 것 같다고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진짜 삶은 기울어질 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모든 원망을 털어내면 다시 제자리에 우뚝 서게 되는 날도 올 것이다.

한낱 플라스틱 의자도 '바로 서기'를 한다.

우리의 기울어짐은 바로 서기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일 거라 믿는다.

p159

기울어짐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자기 수련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 반듯하고 끝까지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 좋겠지만

오래 쓰다보면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탈도 많고 손도 많이 가지만

오래 써서 정감있는 묵은 내 물건을

다시 고쳐 쓰는 것에 익숙해지면

어디 하나 흠집이 생기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무거운 생각에 짓눌리다보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조차 잃기 쉽상이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마련이기에

좀 더 무심하게 툭 털어버리는 연습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완전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버텨온 것만으로도 이미 보수 작업을 꽤나 완성해가고 있기에

너무 많은 애씀으로 나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봄꽃들이 제법 피어 집에 또 다른 식물 하나를 업어왔다.


테이블 위에 두고 볼 작은 꽃 하나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하루다.


작지만 소중한 내 일상을 꾸려나가는 습관들로

내 감정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가고 싶다.


꽃도 좋고, 책도 좋고


좋은 것을 마음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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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오늘 - 적당히 살아도 제법 훌륭하니까
안또이 지음 / 봄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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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오늘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안또이
안또이

빌딩숲과 글숲, 그림숲 사이의 방랑자. 늘 반갑고 설레는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 웹드라마 〈MY FUXXXXX ROMANCE〉, 소설 《연애플레이리스트》, 에세이 《카카오프렌즈 오피스》를 썼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쓰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적당히 편한 거리를 두고

적당한 사람 관계 안에서

적당한 만남으로 적절하게 느슨한 연대 안에 살고 싶다.


눈치 볼 필요도 인정과 칭찬에도 목말라하지 않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도 좋다.


완벽함을 떨쳐버리고 나서 얻은 여유가 좋다.


좀 모자라도 좋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려도

이 상태가 편하면 그만이니까.


그럴싸 해 보일 필요가 있을까.


글쎄... 그런 욕심에 가득 차 있던 나를 생각하면

가끔 별로란 생각이 든다.


왜나면... 나 답지 않으니까.


어쩌면 향수를 고른다는 건 내 매력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억지로 나에게 끼워 맞추면 오히려 이상해지고 추해지는 것처럼, 보편적이진 않지만

내가 가진 나만의 매력을 찾아 마음껏 발산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p60


취향에도 맞지 않는 잘 나가는 향수라해도

나한테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억지로 뿌리고 나가 하루종일 역한 냄새가

나를 괴롭힐 뿐이니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했던

그 모습이 전혀 향기롭지 않은 사람으로

나를 홀대한다는 생각을 왜 못해봤을까.


향수가 아닌 향 좋은 바디워시든 비누든 내 취향에 맞다면 만사 오케이!


시선이 남에게 몰두해 있는 순간

나의 불행이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자.


매일 같은 향의 바디워시가 지겨울만도 한데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내 취향이자 내 고유의 아이템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내가 흠뻑 느끼고 맡을 수 있는 걸로 만족한다.


그런 나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걸 눈치보지 않고 하는 나.


불면증에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다름 아닌 '어깨에 힘 빼기'였다.

사람은 생각이 깊어질 때 어깨와 목에 힘이 잔뜩 들어 간다고 한다.


잠을 자려면 그 무엇도 하면 안 된다.

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의무감도 다 버리고 그저 어깨에 힘을 빼면 된다.

p120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이리도 힘들 줄이야.


자려고 누워서 도통 잠들지 못하고

잠들지 못할까봐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을 나 또한 경험해본바 있기에

잠을 자기 위한 노력으로 김 샌적이 가끔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있는 것이

답이 될 줄은 참 아이러니 하다.


필사적으로 힘을 주어 생활하고

빼는 일에 오히려 쥐약인 꼴이니

뭔가 해야 하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라 그런지

잠도 내 마음대로 못 자는 꼴이다.


왜 그렇게 힘을 주고 살았나 모르겠다.


노력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잠시 머무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이야.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무서운 일이다.


습관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뺄 줄 몰랐던 나처럼 피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버리는 모습에

스스로가 한탄스럽기도 하다.


적당히 살아가자고 말은 내뱉으면서도

몸은 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뻣뻣한 어깨를 주무르면서

오늘도 애쓰며 살았던 나를 위로한다.


적당량의 행복을 찾아

좀 더 느긋하게 좀 모자라도 좋게 살고 싶다.


그게 나를 위한 최선이란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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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 - 비울수록 아름다운 밀리카의 집 스타일리시 리빙 Stylish Living 23
밀리카 지음 / 싸이프레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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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밀리카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글 쓰며 사는 삶을 꿈꿨다.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카레 요리를 자신 있게 내세우는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한때 그녀를 가장 설레게 하는 단어는 세일과 사은품이었다. 예쁘니까, 신상품이니까, 기분이 좋으니까, 울적하니까 등의 이유로 습관처럼 쇼핑하다 보니 집은 항상 물건으로 가득했다. 우연히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텅 빈 방 사진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타고난 미니멀리스트인 남편과 결혼해 미니멀 라이프를 함께 실천하는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줄이며 찾아온 살림, 인테리어 등 생활의 변화는 물론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글로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펴낸 책으로 《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ilikare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osun4242
유튜브 http://www.youtube.com/c/밀리카Milika


[예스24 제공]







비울수록 아름다운 밀리카의 집


미니멀라이프를 꿈꾸지만 현실은 여백의 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물건들 사이에서 생활한다.


채워져만 가는 공간 속에서 숨 쉴 틈을 찾는 건

미니멀한 딴 집 구경 몰이에 나설 때 뿐인 것 같아 늘 아쉬웠다.


비울수록 더 가벼워지는 마음이란게

나에게도 적용되려면 먼저 채우려는 욕망 따위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법부터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것들을 거둬내는 습관이 주는 행복감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


올해 초에 공간을 좀 더 여유있게 쓰기 위해

지정한 부분에 물건을 다 비우기로 마음 먹으면서

아이의 묵은 책과 짐,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몇 번의 이사로 제법 많이 상처난 가구들 또한 처분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어보긴 처음인데

빠른 시간에 정리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실 놀랐다.


비워진 공간을 보며 뭔가 모를 마음에 뻥 뚫린 시원한 기분이란 걸

아주 모처럼 느껴보기에 낯설기도 했다.


나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반겨하는 걸 보며

많이도 답답했구나란 생각에 내 살림살이에 대한 고민을 꽤 진지하게 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비워내고 채우지 않으려 하고

필요한 것들 딱 좋아하는 몇 가지의 아이템으로

절제와 적절함을 균형 맞춰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보고 싶었다.


밀리카님의 집을 보면서 집 안 곳곳이 이처럼 정갈한 걸 보면서

눈도 마음도 그곳으로 휴식을 떠나는 기분으로 책을 한참이나 둘러보게 된다.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에 있어 여백의 의미는 심미적인 가치가 전부는 아닐겁니다.

그보다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멋지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37


여백의 미가 살아 있어서인지

기다란 고무나무 화분 두 개가 더 싱그러워보이고

초록빛이 더 선명하게 눈에 띄는 건 왜 일까.


'채움을 위한 비움'이라고 하니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물건들이 공간 안에서

더 올바르게 채워져가는 것이 부러웠다.


여백에 초록빛을 찾기란 좀처럼 어려운 우리집과는 사뭇 다른 모습과

낯선 풍경을 보며 많이 놀랬다.


거실에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초록빛의 멋진 배경이 되어 베란다쪽 풍경이 멋진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취향을 애써 버리지는 않습니다.


대신 취향을 넘어서는 지나친 과욕은 부리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예전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깔별'로 소장하고 '세트'로 갖춰야 직성이 풀리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호흡을 고르고 내가 가진 옷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p77


최소로 옷을 들이기 위한 애씀과

선순환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참 올바르다란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좋아하는 옷을 소유하고 채우기에 여념없던 모습이 참 부끄럽다란 생각을 한다.


여전히 옷으로 차고 넘치는 옷장이지만

매번 입을 게 없어서 고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걸 채워넣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닐텐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들여다 볼 여유조차 없었다.


있는 것 중에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더 가치있게 사용하고 보관하는 것에는 홀대했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기 전에는 물건을 '과시'하는 기뿜만 알았는데,

지금은 물건과 함께하는 '과정'안에서 행복을 찾아갑니다.

p181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과시가

제대로 된 만족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면

뿌리 박혀 있는 내 안의 불안정한 욕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비우는 것만 아닌 마음에 켜켜히 쌓인 묵은 짐을 덜어내고

좀 더 근본적인 것에 집중하고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미니멀한 삶으로 인해 놀라운 변화들을 발견해갈 수 있어 더욱 놀랍다.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기쁨보다

함께하는 과정을 알아가는 기쁨.


 물건의 가치와 함께 내 삶에 깃들여진 애정과 보살핌이

소박한 소유와 행복 속에서 다시금 배울 수 있어

나에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갈하고 차분한 삶에서 방향성을 찾고

부족함을 물건으로 채우기보다

불필요함을 비우는 것에 익숙해지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벼운 삶이 참 좋아 보인다.


그렇게 내 취향과 좋음이 잘 어우러진 집에서

최소한의 살림으로 정갈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꿈꾼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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