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해 먹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
그런데 마음의 생채기는 그냥 방치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 요즘 약간의 자극에도 더 발끈하게 되고 민감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몸도 몸이지만, 심적인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의 불안과 우울이 드리워져 조금만 건드려도 잔뜩 예민해져 있는 때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스며드는 풍요로운 내적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가 내 곁에 많이 산재해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
정여울 작가님의 개인적인 팬심을 드러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그녀의 에세이를 즐겨 읽던 나로서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기 힘들었다.
1일 1페이지 시리즈 심리 수업편을 정여울 작가님이 집필하신다는 얘기에
잔뜩 기대에 차 있었기에 더없이 기다렸던 책이었다.
상처의 토닥임, 마음의 반짝거림을 이 책 안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굉장히 아껴보는 책이 되었다.
365가지 주제로 심리, 독서, 일상, 사람, 영화, 그림, 대화를 분야를 다루는
매일 매일의 읽을 거리가 굉장히 풍성하고 다채로워 읽는 재미가 있다.
그녀만의 편안한 문체와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심리 수업으로의 인도에 동행해보시길 추천한다.
지금도 내 마음의 세포 어딘가에는 고아 소년 라스무스의 뼈저린 외로움과 대책 없는 방랑자 오스카를 향한 설렘이 남아 있다.
'이렇게 방황해도 될까','이렇게 목적 없이 고민만 계속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는 내 마음의 고향,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를 생각한다.
그 책은 여전히 내 귓가에 속삭인다.
마음 놓고 방황해도 괜찮다고.
목적 없이 모험을 떠나도 괜찮다고.
사랑과 희망이 남아 있는 모든 곳은, 아무리 초라한 곳이라도 나의 든든한 집이 될 수 있다고.
p33
살면서 각박해지는 마음에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잊고 살아간다.
행복이 막연한 이상쯤으로 넘을 수 없는 허들 내지는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 허망한 기분에 휩싸일 때면
더 현실의 괴리감에 고개를 떨구게 만드니 스스로가 더 비참해진다.
언제부터 이런 마음의 부딪힘을 안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꿈이 생장할 수 없는 어둠의 현실이 덮쳐버리면
방황하는 빈 껍데기 마냥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그럴 때면 조용히 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추억거리를 떠올린다.
생각해보면 종이라는 물성을 좋아했던 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 어디든 손만 닿는 모든 곳에 책이 있고 쉽게 구할 수도 있는
이 친구가 나의 방황도 나의 희망도 나의 사랑도
초라함을 벗어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정여울님의 어린 시절을 채워준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면
나에게도 계몽사 세계문학 전집을 처음 영접했을 때의 감격이
오래도록 생생히 기억되는 걸 봐서는
내 마음을 세워 줄 구원투수와도 같은 존재감 아니었을가 싶다.
그 안에선 마음껏 꿈을 꿔도 마음껏 방황해도
눈치보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기에
이 작은 책이 항상 나에겐 거대한 우주와도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간결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타샤 튜더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었다.
타샤 튜더도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없이 살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명과 담을 쌓고 산 것이 아니라 그녀가 원하는 삶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냈다는 것이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삶,
온갖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추구한 모든 것들은 타샤 튜더가 '삶을 더욱 아름답게'만들기 위한 몸짓이었다.
p175
물질의 풍요를 뛰어넘는 자연이 주는 안식.
무겁고 해묵은 짐들이 산재한 우리집은
손을 쓸 수도 없는 고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문물들을 보면 눈이 휘둥그래진다.
월든처럼 살기에도 타샤처럼 살기에도
나에겐 너무 거리가 먼 당신들의 삶처럼
그런 풍요로움을 마음 가득 느껴볼 날이 언제일지 막연하게 느껴진다.
전원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여전히 도시의 삶이 유쾌하여
떠달 용기가 나진 않지만
가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속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답답함이 밀려올 때도 많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삶의 가치관이 성공에 있지 않은
풍요로운 마음과 태도가 날 것 그대로라 좋다.
나에게도 이같은 결심이 설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늘 동경하는 삶으로 박재되어 있다.
'정여울표 월든'으로 그녀의 작품 속에서
좀 더 쉴 곳을 찾는 편이 더 빠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소유하지 못하는 것에 조바심을 버리고
조금은 가지고 있는 것들로도 충분히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시골 살이를 꿈꾸다가도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지금도 도심 속에서 살아가지만
나의 작은 월든을 소박한 삶 안에서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하며 살아간다.
아름다운 내면의 요새를 만들어 낼
책이 주는 위로와 따스함이 자유함으로 훨훨 날아오르도록
마음껏 읽고 즐기며 살고 싶다.
하루 한 장씩 아껴 읽으며 마음의 어려움을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책장 넘기는 이 시간을 소중히 대하고 싶은 책.
삶의 향기가 멋지게 덧입혀지길 희망해본다.
책과 함께..
* 해당 글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