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돼도 1일1치킨은 부담스러워 - 여전히 버겁지만,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서정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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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돼도 1일1치킨은 부담스러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임서정
내가 없이 산 20대를 지나 내가 중심인 삶을 살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다 보니 N잡러가 직업. 스페인 포르투갈 가이드북 집필 작가, 유튜브&강연 영상 편집자, 온라인 컨설팅 & 마케터. 매 순간 후회가 없을 순 없지만, 카메오가 아닌 주인공인 내 인생을 위해 오늘도 살아갑니다.

인스타그램 @TRAVELSALLY_SJ

블로그 HTTPS://BLOG.NAVER.COM/TJWJD3590

브런치 HTTPS://BRUNCH.CO.KR/@TJWJD3590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마흔이면 아이들도 자기 위치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열심일테고

나는 전보다는 육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좀 더 홀가분하게 생활하게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육아에 속박된 시간 안에서

더 바쁘게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기며

아이들과 외부 생활과 단절된 채 집 안에 갇혀산지 오래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통제되고

잃어버린 시간들이 많아짐에

많은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이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나이 하나 더 먹는 것에 그치던 한 해가 되지 않겠노라 다짐해본다.


생각이 많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을 흘려보내고

좀 더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에 더 부지런한 때를 보내야 할 필요를 더욱 느낀다.



내게 서른이 완벽한 어른이 아닌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건,

새로운 시작을 결정한 나이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나에게 좋을지 나쁠지 모른 채 불안함을 숨긴 채

시작을 한 데서 오는 불만족 때문이지 않았을까.

p111



마흔에 접어든 나이가 되고보니

이제야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명확하지 않던 바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여태껏 어른 흉내내면서 살았던 자라지 못한 어린 마음을

애써 숨기며 살았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선택 앞에서도 늘 자신이 없고

불안했던 나를 스스로 마주할 자신조차 없어 더 안으로 숨어 지냈다.


그렇다보니 그런 불만족함이 쌓여갔던 것 같다.


마흔이란 나이는 좀 더 이런 나를 불안에서 꺼내볼 용기가 조금은 생기는 때이기도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지냈었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며 집중한 시간이 없었다.


답답한 문제들이 눈 앞에 여전히 많지만

홀가분하게 모든 걸 털어낼 순 없어도

적당히 균형을 맞춰 살아가는 연습의 과정 속에 있다.


나이를 먹는 것과 함께 따라오는 부수적인 문제들을 떠안고도

좀 더 유연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 속도대로 산다고 해도 내 인생은 끝나지도 않을뿐더러 어느 순간 '나'라는 중심이 생겨 있을거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고 나를 위한 애씀이 스스로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타인과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그들의 속도에 내가 맞춰 사는 게 아닌 내 속도에 그들이 들어와

나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말이다.

p162



천천히 걸어도 내 보폭대로 걷는 게 좋다.


넘어지지 않는 속도와 거리감을 익히며

부지런히 걸어왔던 긴 시간을 무시하며 살진 못하겠다.


남들과 보폭을 맞춰 걷다가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스텝이 꼬이기라도 하면

더 큰 데미지를 얻게 될테니 그냥 내 속도로 천천히 걷고 싶다.


내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걸 요즘은 더 절실히 느낀다.


애써 불필요한 모임들이 강제적으로 없어지고

요즘은 한가롭고 심심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이 시간이 참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지만

보고 싶었던 책들을 맘껏 읽고

먹고 싶은 음식을 편안히 만들어 먹는다.


오히려 안으로 채워지는 시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때란 생각에

부지런히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자 애쓴다.


나를 채울 수 있는 애씀의 시간들이

만족감으로 가득 차길 바랄 뿐이다.


나로 살아가는 것에 용기없던 지난 시간들을 뒤로 하고

온전히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요즘의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중이다.


그런 와중에 심심치 않은 재미를 주는 책들로

마음의 결을 다듬으며 지내는 시간에 하루의 행복을 느끼며 산다.


오늘 읽은 책을 마져 다 읽고 잠들 시간이 쌓여가면

나도 어느 새 훌쩍 성장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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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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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김개미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2005년 [시와 반시]에 시, 2010년 [창비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어이없는 놈』 『커다란 빵 생각』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레고 나라의 여왕』 『오줌이 온다』 등을 냈다.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권태응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언어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기술번역에서 출판번역까지 다양한 부문의 번역 일을 한다. 20여 개 언어를 해독하는 ‘언어괴물’로 불리며, 여러 미디어 업체와 출판사의 언어 자문 및 감수를 맡고 글도 쓴다. 비교언어학, 언어문화 접촉, 전문용어 연구 등 언어와 관련된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불안한 남자』, 『블랙 오로라』,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미친 듯 푸른 하늘을 보았다』, 『언어 공부』, 『파리덫』 등을 옮겼고 『콩글리시 찬가』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등을 썼다. |||피아니스트. 서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피아노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서울종합예술학교 피아노과 전임교수, 추계예술대학교와 상명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 가일 플레이어즈의 멤버이며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 KBS 제1라디오 [문화공감] ‘김주영의 올 댓 클래식’ 코너, KBS 팟캐스트 [김주영의 그때 그 사람] 등을 진행했고,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의 [김주영의 클래식 인터뷰], [정오의 음악회]를 진행 중이다. KBS 클래식 FM [실황특집 중계방송] 진행자이며, 저서로는 『클래식 수업』 등이 있다. |||작가,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주인장.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MBC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의 DJ를 맡고 있다. 문학도 쓰고 철학도 공부하고 음악도 만들고 과학도 좋아하고 춤도 춘다. 궁금한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아 어디 한 곳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를 이리저리 넘어 다닌다. 지은 책으로는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독서의 기쁨』 등이 있다. |||글을 쓰는 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엮어 활동하는 미술가, 1인출판사 돛과닻 대표. 문학과 미술을 공부했고, 눈빛이 닮은 고양이 세 마리와 살고 있다. 주로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 또는 익숙한 사물이나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MBTI 검사 결과는 언제나 전형적인 INFP가 나온다. 인생이 한 방의 홈런이기보다는 사소한 기록 경신의 우아한 집대성이기를 꿈꾼다. 저서로 『모나미 153 연대기』(2019), 『사로잡힌 돌』(2019), 『메타유니버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2015, 공저), 『벽』(2011) 등이 있다. |||20년차 디자이너이자 문화해설가. 시각디자인과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다. 애프터컬처 대표 및 하이디자인 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프로듀서, 문화재청 자문위원, 문화해설가, 게임 스토리 작가, 콘텐츠 기획자, 타로 마스터, 디자인 컨설턴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일일덕(一日一德)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대학교수가 직업이고 그것으로 만족 못해 글을 쓰고 또한 니은서점이라는 골목길 독립서점에서 마스터 북텐더 자격으로 사람들에게 책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표작은 언제나 아직 집필하지 않은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수보다는 사회학자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캠퍼스에 갇혀 있는 교수보다는 평범한 삶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대리하는 헤르메스이고 싶기 때문이다.

지은 책으로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아도르노와 쇤베르크』 『계몽의 변증법 야만으로 후퇴하는 현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아방가르드』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와 ‘자전적 사회학’의 첫 번째 시도였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구경꾼의 탄생』 등이 있다. |||기자로 일을 시작했고, 라디오 방송과 칼럼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왔다. 한화클래식 공연기획 프로덕션 JSBACH 실장, 성남아트센터 홍보미디어실, 공연기획부 과장을 지냈다.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매거진 [클럽 발코니] 편집장, 제이에스바흐 프로덕션 실장, 인터넷 음악방송 [술술클래식]의 공동 MC를 맡고 있다.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로 중국어 출판번역과 기획 일을 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과에서 겸임교수를,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역서로 『이중톈 중국사』, 『죽은 불 다시 살아나』, 『암호해독자』, 『책물고기』 등 6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번역가 되는 법』과 『중국 출판과 인터넷문학』이 있다. 역서 『죽은 불 다시 살아나』가 200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고 역서 『책물고기』는 2019년 중국 우수수출도서상을 받았다.|||이노션 ECD. 윤종신을 좋아한다. 그가 ‘크리에이터는 읽히는 순간 죽는다’고 한 말을 맘 깊이 넣어두고 광고를 만든다. 아버지를 좋아한다. 아들 원고를 처음 읽은 아버지가 보낸 문자다. ‘꼭 써야 할 경우가 아니면 책 함부로 내는 건 죄다. 삼가고 또 삼갈지어다. 아비.’ 그 아비의 그 아들처럼 예상불가형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노어노문학과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 공상집단 뚱딴지 수석 단원이자 극단 [연애시절] 대표다. 2인극 페스티벌 연기상, 서울세계단편영화제 은상을 수상했다. 20여 년간 연극,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고, 이따금 연극·영화 연출 및 제작을 했다.
|||출판 교정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 유공 등에서 근무했다. 1996년 문화부 자료를 교정 본 것을 시작으로 출판사, 박물관 등에서 팩트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거라 예상치 못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시대에는 좀 뒤떨어져 살아왔다.


책 속에 다양한 직업의 형태와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 시대에선 꽤 최적화된 이상향이란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첫째아이는 엄마가 읽는 책을 옆에서 눈치껏 읽다가

프리랜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며

혼자 일하는 1인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뭐 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해질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자신의 관심사를 소신있게 지키며

자유롭게 일하는 형태의 모습이 얽매이지 않아 좋아보인다.


모이지 않고 단독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거리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더욱이 집에 있는 걸 무리없이 즐기고

집콕 생활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 피로도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외톨이로 살아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혼자서 꾸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혼자인 그들의 삶을

천천히 따라가보면서 그 세계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게 된다.


개인적이지만 결코 혼자도 아닌

느슨한 연대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적인 삶을 고민해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단한 자기 규율까지 만들어가며 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삶이 나에게 적합한 형태의 삶임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삶을 직접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감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혼자 일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독과 고립 속에서도 온전한 충만감의 조각 같은 것들을 발견하고야 마는 것입니다.

p29


처음 만났던 인물이 좋아하는 유튜버 <겨울서점>의 김겨울님이라 반가웠다.


디지털 세상과 담 쌓고 지내던 나에게

유튜브란 재미에 푹 빠져 살게 했던 매력 만점의 김겨울님의 일상을

책으로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혼자 실실거리며 웃음이 난다.


유튜버들의 삶이 막연하게 느껴긴하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책이란 세상 안에서

낯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더 점점 더 알게 된다.


지금은 구독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평생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재미삼아 오래도록 지속하고

대면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일상에서의 소통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 수 있는 삶을 조금은 용기내 뛰어들고도 싶다.


자칫 혼자 일하면 게을러지거나 느슨한 일상이 되기 쉬울거라 생각했지만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겨울님의 일상은 나에겐 굉장히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크게 짜놓은 루틴에 따라 더 세세하게도 파고들어 일하는 모습이

그 분야에선 단연 최고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다.


게다가 유튜브 영상 촬영과 원고 쓰기 등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동경을 표하고도 싶다.


혼자 일하는 고독감보다도 자발적인 고립의 상태가

불완전해 보인다기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이따금 찾아오는 위기도 있겠지만,

역시나 책의 내공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부지런한 책 사랑이 이 또한 견딜 힘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에

그 삶이 동경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모처럼 영상이 아닌 텍스트의 형태로 겨울님을 만나

요즘 일상을 엿본 것 같아 반가움 마음 가득이다.


폐쇄적인 시공간을 휴식으로 누리는 여유가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발이 묶인 상황이 생계의 고난으로 직결되는 직업군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꿋꿋이, 열심히, 적극적으로 혼자여야 할 것이다.

p210


이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걸린다.


눈에 밟혀 메모를 해두고 다시 생각을 꺼내본다.


비대면 시대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처리해야 할 부분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다.


1인출판사로 출판 업무를 혼자서 감당하며 배우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언제고 나도 이 일을 꿈꾸고 있다.


혼자 일하는 게 쉽진 않을테지만

나또한 집순이로 오래도록 불려진 바

이 환경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하루의 공간이 집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게

다소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나에겐 더없이 완전한 형태로 보여진다.


다만 동선이 너무 뻔하다는 흠이 있기에

건강을 위한 홈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이 될지 미지수이다.


혼자인 삶을 오래도록 잘 유지하고 보수하면서

꿋꿋하게 견뎌나가야 할 것이다.


개인의 형태가 이 시대에 더없이 필요할 형태이기에

혼자임에 주저할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혼자인 형태로 일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찾아나가보고 싶다.


혼자이지만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스킬을 고심해봐야겠다.


책과 노트, 펜.


이것들과 함께 박자를 맞춰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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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 - 1일 1페이지 일상의 따옴표
호다 코트비.제인 로렌치니 지음, 김미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호다 코트비
HODA KOTB

NBC 모닝 토크쇼 〈투데이〉의 공동 진행자다. 1998년부터 NBC 〈데이트라인〉에서 기자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그녀의 저서 《호다, 그리고 10년 후(HODA AND TEN YEARS LATER)》 《나는 너를 쭉 사랑해 왔어(I’VE LOVED YOU SINCE FOREVER)》 《너는 내 행복이야(YOU ARE MY HAPPY)》 《내게 하는 말(THIS JUST SPEAKS TO ME)》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네 번의 에미상 수상에 이어 2019년까지 여러 차례 그레이시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피바디 어워드(2006), 에드워드 R. 머로 어워드(2002)도 수상했다. 현재 뉴욕에서 남편 조엘과 두 딸 헤일리, 호프와 함께 살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1일 1페이지 일상의 따옴표


일상의 새로운 변주를 마주할 수 있는 게

나에게는 '책'이었다.


좋아하는 문장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재미를

보너스로 얻을 수 있어 넷플릭스보다 더한 개미지옥을

책의 문장 속에서 느끼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반짝 열심히 보던 미드도 이젠 접고

하루가 마무리되는 늦은 저녁에

조용히 책 한권 빼들고 눈치보지 않고 읽는 시간이 사치스러운 나만의 시간이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 다이어리를 준비해

하나는 독서 기록장으로 쓸 생각이라

두툼한 데일리지에 차곡 차곡 밑줄 그은 문장들을

옮겨적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이 책은 부담없이 읽기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한번 읽어봐도 좋지만

단번에 읽기보다 하루 하나.

한 문장을 필사하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하루의 생명력을 불러일으켜 줄

에너지원을 이 책의 좋은 문장으로 더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래서 더 곱씹어보고 손을 부지런히 써본다.


엄마의 눈을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이 뭔지 알 수 있다.

p28


손자 손녀보다 내 자식이 더 보고 싶다는

나이 들어가는 친정 엄마를 보고 있자면 이젠 가슴 아플 때가 많다.


몸 상태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아 속상한 요즘

전력을 다해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던 그 젊은 날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상당히 기력이 쇠해졌음을 느낀다.


그러나 엄마의 눈동자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향해 있다.


그 관심이 조금도 줄지 않았고

그 사랑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두 아이를 엄마로 살아가면서

나 역시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당히 크다고 하지만

내 엄마만큼의 희생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더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다부진 팔과 다리가 이젠 힘이 없어 흐느적 거리지만

처진 눈매에 덮힌 뜨거운 눈빛만큼은

나를 또렷히 바라보고 엄마의 변함없는 사랑에 울컥해질 때가 많다.


그 덕분에 지금껏 잘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아이는 어른에게 세 가지 본보기가 된다.

아무런 이유 없이 행복하기, 뭔가에 늘 분주하기,

원하는 것은 전력을 다해 요구하기.

p190


가끔 아이들이 부럽다.


어른이 되서 현실을 따지며 살다보니 여유가 없이 지내는 것 같아

참 기분이 별로 일때가 많다.


뭐 하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때를 부릴 누군가가 있지 못하다.


행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유를 만들어 생각하고

나른해지는 일상에 더 무기력하게 지낼 때가 많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쉽사리 다가기지 못하고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숨는 것에 더 익숙해져간다.


어른이 되고 나서 더 비겁해진다.


더 변명거리들만 들고 소심하고 고약한 늙은이가 될까 염려스럽다.


내 맘껏 나를 표출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기나 할지 모르겠다.


집콕중에도 늘 거실을 엉망으로 휘젓고 다니며

땀이 나도록 신나게 노는 아이를 보며 그저 웃음만 난다.


나도 저렇게 마음껏 웃고 떠들며 놀고 싶다.


뒷처리는 누구의 몫일까를 재지 않고서 말이다.


걱정은 내일의 문제를 내쫓지 못한다.

오히려 오늘의 평화를 쫓아낸다.

p232


걱정을 산더미처럼 안고 잠자리에 누우면 좀처럼 잘을 이루지 못한다.


눈을 감아도 떠도는 문젯거리가 머릿속에 이미 한짐이다.


머리만 대면 코를 골고 자는 남편이 부러울 지경이다.


잔건지 만건지 무거운 머리로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도 하지 못하고 앉아

어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또 끌어안고 하루를 보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건

명확하게도 딱 거기까지만 생각을 구분짓고 넘기는 연습이다.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은 오늘의 평화를 파괴시키고 있는 꼴이니 참 괴롭기만하다.


의식적으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화로운 사색의 시간을 꼭 사수할 필요를 느낀다.


비싼 스파를 즐기거나

피부 미용을 위해 고액을 투자하고 있진 못하지만

이들보다 더 가치롭고 더 생기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의 문장을 만나는 일에 게을리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을 보며 필사와 사색의 좋은 시간을 가진 셈이니

매일 하루 꽉 채워질 마음의 위로가 기대가 된다.


그렇게 오늘도 책에 둘러싼 공간 안에서

따뜻한 차 한모금과 좋은 책 한권으로

영혼의 쉼을 얻는다.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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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인문학 편지 - 배우고 사랑하고 살아 낼 딸에게 건네는 위대한 고전들
맷 뷔리에시 지음, 김미선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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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인문학 편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맷 뷔리에시
Matt Burriesci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영어와 수사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지메이슨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기구》의 저자이며, 수많은 문학잡지에 그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미국 시카고 네이비 피어에 있는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뎠다. 작가 및 작문 프로그램 협회(AWP)와 펜/포크너 재단에서 상임이사로 일했다. AWP에서 재직하는 동안 미국 최대의 문학학회 개최에 도움을 줬다.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건강 관리, 과학 학술, 고등 교육 등에 종사하는 전 세계 리더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아내 에린과 두 아이들, 바이올렛과 헨리와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김미선
중앙 대학교 사학과 졸업 후 미국 마케트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년간 여러 출판사에 어린이· 청소년 책을 소개하며 책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프레지던트 힐러리》,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바이블》, 《미리 보는 지구 과학책》, 《고양이처럼 살아보기》, 《바다로 간 페넬로페》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고전 속에서 엿볼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생각과 가치같다.


그래서 더 이 책의 제목만으로 확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엄마이자 딸인 다 큰 어른으로서의 '나'와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고 있는 딸아이와도 이 책의 내용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공부할 게 점점 산더미처럼 많아져 요즘 들어 더 멘붕에 빠진 큰 아이를 보면

쉬는 틈에라도 책을 좀 읽길 권하지만 그 마저도 말을 떼기가 조심스럽다.


스마트폰 세상에 안에서 얻는 위로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터라

책이라는 아날로그적이고 구식인 이 방법이 아이에게 제대로 먹히려면

얼마나 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읽고 조용히 책상 위에 올려둔다.


비문학 독해 문제집 풀 바에 책을 좀 더 읽었으면 싶지만

마음 내키는대로 해야 자기 성질머리를 죽일 수 있으니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구워 삶으면 좋을지도 고민이다.


엄마의 낡은 사고방식이라 생각될지 몰라도

책으로 전달하고 싶은 좋은 생각을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내가 비교해야 할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그들이 흉측한 짓을하든, 경제를 망가뜨리든, 네 몫을 훔쳐 가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네가 네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야.

그게 네가 제어할 수 있는 전부니까.

/p40


온전히 나답게 살기까지 아직 완성 단계에 와 있진 못하다.


여전히 남의 눈치를 보고 나보다 더 잘난 이들의 삶을 불편한 비교 상대로 삼으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꼴에서 벗어나지 못하니말이다.


그럼에도 자식들에겐 나답게 살기를 강조한다.


이런 모순이 없다.


나조차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살고

타인의 생각에 집착해 내 생각은 온데간데 없이 살고 있는데

부모랍시고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할 떳떳함이 도리어 뻔뻔하게 여겨진다.


소크라테스가 옥에 갇혔을 때 <크리톤>에서의 이야기 중

그가 무신론을 설파하고 젊은이들을 타락 시켰다라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의 벗인 크리톤이 찾아와 테살리아로 가자고 설득해

탈옥 계획 이야기 해보지만,

스크라테스는 이 곳에 남아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걸 봐서

도망자와 웃음거리가 될 바에 자신의 소신을 따르는 엄중함이

꽤 무게 있으면서도 절도 있다란 생각이 들어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내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지킬 수 있는 신념이 나에게도 없었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크길 바랬던 속좁은 엄마이자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안목이 넓은 엄마도 되지 못하는 처지에서

아이에게 크게 자라나라는 말은 참 모순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이 뭐라하든 신경쓰지 말고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나부터 좀 이 고약한 성질머리 좀 버리고

남의 눈치 좀 보지 말고 내 인생을 좀 가볍고 편하게 걸었으면 좋겠다.


결정을 내리고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지라도

내 생각을 꺾지 않는 고집스러움도 신념으로 똘똘 뭉친 약간의 광기도

조금은 필요할 거 같아 나조차도 이처럼 살고 싶어진다.


우리는 해복이 외부에서 온다며 떠들어 대곤 하지.

행복은 '살 수 있다' 거나 '소유할 수 '있다나.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너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

다른 사람들은 너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지.

직장에서 거든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테고, 부도 마찬가지야.

모든 게 네게서 떠나 버릴 수도 있어.


행복은 너의 내면으로부터 나온다. 오롯이 너의 책임이야.

행복은 선택이고, 그 다음 실천하는 거야.

/p85


로또 당첨이 가장 많이 됐다는 허름해보이는 점포 밖에서

한참을 고심하며 로또를 산 적이 있다.


결과는 역시나 꽝!


인생이 그렇듯 뜻밖의 기회는 나만 비켜가는 것만 같다.


로또를 긁기 전에 부풀었던 기대와 온갖 망상들이

눈 앞에 벌어진 결과에 한 순간에 참담한 기분을 통제하기 참 괴롭다.


물질로부터 끊임없이 행복을 바라고 추구하는 건

부가 가진 여유와 이로 인해 나에게 다가올 행복감 때문일테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라면 믿겠는가.


갖지 못해 더 성을 내고 더 안달이난다.


쉽게 떠나보낼 것이라는 걸 믿지 못한다.


이런 오류들이 우리 삶에 널려있다.


이로 인한 피해 망상증에 시달려 삶의 작은 조각들이

틈을 메우고 소소한 행복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걸 잊고 지낸다.


생각해보면 작은 치킨 조각 하나에도 금방 우울한 기분을 잊을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적당한 만족감을

매일이라도 꾸준히 느끼며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너하는 것이 무언지도 좋아하는 게 무언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입 아프게 잔소리를 떨며 인생 철학을 논하기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책이라도 아이 책상에 올려두고

행복을 정의내리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궁극적인 선인 '행복'이

타고난 본성이 다르듯 행복의 얼굴도 제각기 다른 모습 속에서

나에게 집중된 내 삶의 가치를 영원한 상태로 만드는

행복의 뿌리를 찾는데 집중하며 살 필요를 느낀다.


완벽한 모범 답안은 없다.


그러나 이에 근접한 괜찮은 해답을 책에서 찾을 수는 있다.


이 책이 아이 손에도 들려져 있다면

적어도 안심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삶을 방관하지 않고 좀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의식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 떨림을 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느낀다.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날까지

풀지 못한 인생의 숙제들을 천천히 파헤쳐보며 진정한 행복을 마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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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
최영희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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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두고 온 어느 날의 나에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최영희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계산하지 않고 베풀며

웃고 웃으며 행복하게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읽고 쓰고 공감하며

무한히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묵묵히 용기내어 도전하며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기를

이 모든 것을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결혼을 하고서 나에게 부여된 역할들이 많아졌다.


그전엔 한 집안의 장녀로 살면서 대단히 그 역할에 큰 비중을 차지할만큼

나에게 주어진 몫이 많진 않아 조금은 내 멋대로 살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집안 경제가 조금 어려워지는 시점에

뭐라도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좀 더 열심히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 정도로 같이 힘을 내며 살았었다.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면서는

역할적인 부담과 책임 더 늘었다.


그래서 이따금 학창 시절로 돌아가 공부하던 그 때가 맘 편했노라 생각하게 되는 건

몸과 마음이 고단해질 때 생각을 도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바깥 일로 분주한 남편은 아이 둘을 키우면서

같은 양육자로 책임을 다하지만 집안 일에선 먼 거리에 서 있는 타인처럼 행동했다.


아이가 어릴 땐 그래서 이 문제로 많이 싸웠던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련스럽게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 했고

혼자 책임지려고 끙끙거리며 열을 올렸기에

가족이란 관계 안에서 혼자 더 스트레스를 끌어올리며 살았던 것 같다.


한마디로 나혼자 여유가 없었고

늘 초짜 티를 내면서 육아에 허덕이며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럼에도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았던 건

소통할 수 있었던 육아서의 많은 맘들의 이야기 속에서

위로받았던 많은 나날들이 있었기에 천만다행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꼴 보기 싫다던 남편이지만, 그래도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준 사람은 남편뿐이다.

아픈 남편에게 또한 아내인 나뿐이다.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남편의 건강을 찾을 때까지 위하고 또 위해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을 사람은 부모도 아닌, 자식도 아닌 결국은 남편일 테니까.

/p96


잊고 있었다.

남의 편 같으면서도 내 편 같은 남편을.


이따금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하면 금방이라도 토라져버릴 것만 같은 사람이라

내 진심을 다 쏟아내진 못해도 참 고마운 사람이 곁에 있다.


지난 해 반년은 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타지에서 일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올해 또한 마찬가지인 그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건 아직 의리만큼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재확인하게 된다.


지금은 아이들이 상주하고 있는 이 집 안에서

애들의 비중이 더 커보여 항상 먼저 맘을 쓰고 손을 쓰지만

독립해서 각기 자신의 삶을 살기에 바쁠 아이들을 뒤로 하면

내 곁엔 남편만 남게 될 것이다.


또 잊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건강을 챙겨줘야 할 남편이란 걸.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 다투며 살기 위해선

적어도 체력과 건강이 받쳐줘야 하기에 내가 챙겨야 할

남편의 건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만 같다.


남의 편 같아 아주 밉상이 따로 없다며 째려볼 때도 많았지만

결국은 먼저 손을 내밀며 사과하는 사람이었기에

오늘도 넉넉하진 않지만 용서를 허락한다.


마지막까지 함께 할 남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다시 회복되는 시간이 잠깐 잠깐 찾아오긴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란 건 변함없이 마음 안에 있다.


나라는 사람은 혹은 모든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바꿔 쓴다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모든 사람이 내가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이지 않을까.

/p202


어릴 때 글쓰기 대회에 입상하면 받게 되는 주변의 칭찬이 그저 좋아서

매번 욕심을 내기도 했다.


양면의 동전처럼 앞면은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고 구걸하는 마음과

다른 면에선 완전한 자유함이 없는 마음의 구속이 정말 구역질나게 싫었다.


착한 아이라는 말이 듣기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의 부담이 되기도 하고

귀를 틀어 막고 싶을 정도로 반항심이 차오르기도 했다.


내 마음에 넘쳐나는 오류의 범위들이 넘쳐나면 통제하기가 겁난다.


그럼에도 비겁하게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한 가면 안에 숨기며 살았다.


그렇다 보니 내가 정작 내 모습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며 지내왔다.


나와 가장 친밀해야 할 나와의 관계가 무너진 건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역할적인 면에서 더 책임져야 할 무게감이 더 커가는 어른이 되면서

내면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천천히 나를 알아갈 시간을 이제야 조금씩 파악하게 되지만 늦지 않았다라 생각한다.


좀 더 엄마로 나로 살아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살지만

나와 같은 전우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힘을 얻어

오늘도 책 안에서 마음의 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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