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박웅현 작가님이 잠깐 언급한 '자비의 침묵 수도원'이라는 건축학적 디자인은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잠깐 인터넷 검색 찬스를 써서 찾아보았더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일훈 건축가가 설계한 이 곳은 정갈하면서도 초록의 신선한 느낌이 제법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진 공간 같아서 한번 구경 삼아 가보고도 싶었다.
인상적인 건 좁은 복도를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수 없지만
살짝이 옆으로 붙어서면 비로소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겸손의 복도'란 이름의 이 공간 안에 한번 맞대어 서보고 싶었다.
수도사들의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는 '배려'는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깨달음이 아닌가싶다.
그래서인지 박웅현 작가님의 말처럼 예술은 표현이고,
디자인은 배려라는 말이 그냥 흘려듣지 않게 된다.
독창성도 좋지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창작가가 빚어낸 작품은
이미 그 하나만으로도 좋은 예술성의 가치를 가진게 아닐까.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주부이다.
예술적 소양을 가진 특정한 사람들에게서 얻게 되는
뛰어난 감각이나 사고는 다를지 몰라도 책 안에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더 관심있게 살펴보게 된다.
관찰과 배려는 특정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나의 영역 안에 좋은 기초가 되는 도구처럼 여기고 싶다.
창작에 대한 대담집 또한 하나의 예술적 형태로 보여지는 이 책을 보며
일상의 예술에 더 관심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