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책을 만났고, 인연은 지금도 이어진다.
책이 선물처럼 늘 느껴지는 건 그 옛날 크리스마스 선물로 들어온
전집 한 질이 채워줬던 풍요로움이 아니었나싶다.
아빠의 연말 보너스가 모조리 책값으로 나가긴 했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만나야만 했던 필연처럼 나에게 다가와
지금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끈끈한 사이가 되어버린 책을 난 여전히 사랑하며 조우한다.
책읽는 가정을 꿈꾸게 된다.
적어도 나 혼자가 아닌 가정의 형태를 이루고 살게 되면서부터는 쭉 그런 생각을 한다.
배밀이 시절부터 시작해 한 권 한 권 모인 책들이
이젠 거실 벽을 채워가는 짐이 되긴 했지만, 마냥 행복하다.
가끔은 잦은 이사에 매번 이 많은 책들을 이고지는게 귀찮기도 하지만,
자리잡고 그 자릴 내 자리처럼 채워가는 책들을 보면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영혼의 허기를 그렇게 책에 달래기도 하고 삶의 위로를 찾는다.
거창한 계획과 꿈은 없지만,
오늘 읽는 책 한권이 내 삶을 더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는 바란다.
욕심내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책을 읽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읽는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내가 즐거우려고 읽는 책이기에 나의 만족부터 채우고 싶은 마음이다.
이따금 엄마가 읽는 책이 궁금해 와서 묻고
같이 그 책을 돌려읽을 땐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함께 책을 읽는다는 건 같이 밥을 먹고 사는 것 이상으로
행복감을 더 해주는 행위란 걸 나는 느낀다.
적어도 우리 가정 안에서 이런 소소한 행복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공동체를 이룬 듯한
이 책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기도 하다.
좋은 자극이 되긴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가족들과 좋은 것들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