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 차생활자가 전하는 열두 달의 차 레시피
여인선 지음, 이현재 사진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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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여인선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진행합니다.

홈베이킹, 기타, 로드바이크... 취미 유목민으로 살다가 차 마시는 일에 푹 빠졌습니다.

자주 오지 않는 휴가 때면 차 산지로 여행을 떠납니다.

INSTAGRAM @YEOINSUN_A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몇 해 전에 급작스러운 어지러움증으로

메니에르 판정을 받고서 좋아하는 커피를 서서히 줄이다가

이제는 완전히 끊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들로 입의 심심함을 달래기도 했지만 속이 아려 이것마저도

나에겐 잘 맞지 않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어 서글펐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집에 놀러가게 되서 마신 차가

너무 구수하고 맛있어서 다양한 차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꽃을 말린 차부터

이전에 선물받은 홍차와 다기들을 꺼내 보았다.

묵은 먼지를 씻어내고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딱히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기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머그컵 잔 가득 물을 부어

찻잎을 우려 먹기도 했는데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디데일함과 세심함이 엿보이는 차의 세계로 편안하게 끌어주었다는 점이다.

커피와는 다른 맛과 분위기와 멋이 차에는 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차를 내리는 시간이 참 좋다.

이런 여유조차 없었던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기도한다.

문득 그럴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맛을 즐기고

취향이 조금 변해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적당한 온도의 물을 끓이며

나에게 주는 차 한잔에 정성을 쏟는 일에 게으르고 싶지 않다.

오늘도 마음 쓸 일이 많았던 나에게 선물같은 시간이니까 말이다.

밖에서는 활동적인 편인 내가 혼자 차를 내리고 명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지난해를 벗고 새해를 입는 나는 아직 연약합니다.

1월의 나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은 백호은침의 여러니 맛과 은은한 향기가 어울립니다.

매년 이 차로 한 해를 시작하는것을 나만의 세리모니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p58

다가오는 1월.

이제 정말 얼마나 남지 않았다.

이달 초부터 꺼냈던 크리스마스트리가 거실 창가에 서 있는 걸 보면

12월의 따뜻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올해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게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

다가오는 새해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야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백호은침'이란 차의 이름이 순백처럼 느껴져 이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차 같다.

단맛과 감칠 맛을 가진 이 차는 여리지만 우아한 꽃 향기가 난다고 한다.

향이 강한 걸 좀 피하다보니 은은함이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향과 맛이

내 개인 취향에 잘 닮아 있는 차 같아 보인다.

저자의 새해의 시작을 자축할 만한 이 차 한모금을 나도 어딘가에서 찾아

공수해와서 마셔보고픈 마음을 일게 한다.

내년 한해는 지금보다 더 고운 마음의 결로 살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드러운 찻물의 감촉을 느끼고 싶다.

아직 추운 3월 초 주말 저녁,

미지의 바이러스가 국경 없이 무섭게 퍼져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몸도 마음도 아픈 날들이었습니다.

모임을 자주 할 수도 없어 오랜만에 가진 따뜻한 찾자리가 더욱 소중했습니다.

p69

지금의 끔찍한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우리의 생활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을 말이다.

몸이 아픈 날보다 마음이 아팠던 날들이 더 많아졌다.

사람과의 만남이 줄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살아 남아야할지 걱정되서 밤잠을 설치며 혼자 고민했던 시간들도 많다.

그런 우울감에 눈 앞에 차 한잔조차 즐기지 못하는 각박한 마음이 나를 감싼다.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고 마시던 티타임은

이젠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다.

지극히 평범했던 일들을 잃게 되었고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파괴되었다.

동방미인이라 이름하는 '청차'를 함께 마셔볼 날이 올까.

이 차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만,

달콤한 향기가 좋아서 우울한 기분을 업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차라 생각한다.

모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함께 마시고 싶은 차이기도 하다.

단순히 차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을 떠나

그 안에 담긴 짧은 일화들이 더 마음에 오래도록 차의 향기와 함께 남는다.

아직 마시지 못한 차들이 너무 많지만,

서두르지 않고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각자의 개성을

내 입에 하나씩 선물처럼 맛보게 하고 싶다.

그런 재미 또한 없으면 삶이 꽤 지루해질테니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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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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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하영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지내며 정책 대안을 추구하는 사회비평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에는 다시 뜻하는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라 불리는 현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노동을 하면서 기자로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야식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불금을 그냥 지나치기가 늘 아쉽다.

그래서 어김없이 금요일 저녁을 가볍게 먹고 야식을 배달시킨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그날 그날 땡기는 음식들로 주문을 완료한다.

라이더들의 질주는 관심 외이고 내 눈앞에 배달된 음식에만 마음이 홀려있다.

요즘은 장도 인터넷으로 배달 주문을 시키다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이것저것 집 앞으로 배달이 된다.

날씨가 춥거나 더우면 도착할 상품보다도 배달 기사님들의 힘듦이 더 걱정스럽다.

온전하게 잘 배달된 물건을 보면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집앞에 작은 메모지에 수고많으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간식거리와 음료를 담아 지퍼백에 넣어두기도 한다.

요즘은 주로 배달의 민족을 자주 이용한다.

워낙 간편하기도하고 쿠폰까지 사용하면 제법 이득을 본 것 같아 야식 주문에는 어김없이 이용하기도 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삶을 그렇게 관심있게 살펴본 적이 없다.

단순한 수고로움 이상으로 깊숙이 그 고군분투하는 아찔한 배달의 세계를

이 책을 보며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쉬운 일이 없다는 걸 더 실감한다.

이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더더욱 말이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됨과 차도에서 아찔한 레이스를 벌이는 이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보여서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요즘 시국엔 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존재감을 김하영 작가의 목소리로 재발견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쿠팡맨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쿠팡 노조는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쿠팡맨의 성과 측정은 기준 물량 처리 여부로 결정된다.

하루 기준 물량은 한 번에 140가구 안팎이다.

노조에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물량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은 곳, 단독주택이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가 많은 지역과 같은 곳은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쿠팡맨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무리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62

쿠팡맨의 사고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배달 주문을 줄여야 할지 괜시리 내가 주문한 물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애를 쓰고 수고할 생각에 마음이 불편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연히 티비에서 쿠팡맨의 일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입이 쩍 벌어진다.

가히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짐 더미 속에서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보였다.

분명한 건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계처럼 이용된다고 해야할지

마음이 서글픔이 밀려왔다.

이런 생태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삶의 하루가 어떠할지 생각해보면

추운 날씨에 따뜻한 실내에서 먹고 자며 쉬는 내가 너무 호사스럽게 사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노동 환경이 더 나아지고 개선되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외면하지 않고 좀 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배달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권리 보호와 강도 높은 노동의 질을 해소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째다'는 라이더들 사이에 신호위반을 뜻하는 은어다.

'깐다'라고도 한다. 신호 바뀌기 직전 예측 출발 정도는 양반이다.

반대편 차선에 차량 흐름이 살짝 끊어지는 잠깐의 틈만 있어도 번개처럼 튀어 나간다.

3000원에 목숨을 건다.

p104

위험 천만한 일들이 도로 위에서 매일 살벌하게 일어난다.

차를 몰고 나가면 아찔할 정도로 위험하게 운전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릴 떄가 많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은 치열하다.

돈 3천원에 목숨을 내 건다는 게 참 우스운 표현같지만,

이보다 더 정확히 그들의 삶을 정의내리는 명쾌한 문장은 없어보인다.

조금 늦게 배달되어 불어난 면을 보며 탓하기도 했던 적이 떠오른다.

상기된 아저씨의 얼굴은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카드 계산을 완료하고 가시 바빠하던 그 모습이 그 땐 많이 화가 났는데

몸 조심히 음식을 갖다 주신 것으로도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배달료 3천원도 비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목숨 걸고 일하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든 라이더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그리 큰 돈이 아니었을 것을 내가 너무 속 좁았던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 집을 따끈하게 데워 책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괜시리 머쓱해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사님들..

오늘도 수고했노라 매일의 삶에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고 싶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날이 점점 추워진다.

강추위에 꽁꽁 언 몸이지만 이마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기사님들이

몸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천천히 오셔도 되니 조심히만 오세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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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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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주서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나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다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시인으로 활동했으며 책 『누구나 낭만』을 집필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 @WEST__YUN

그림 : 나산

격렬하게 일하고, 격렬하게 쉬고 있습니다.

자신 있는 분야는 휴식이며, 바다를 좋아합니다.

인스타그램 @COLDINATIME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맘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놀며 살고 싶은데 눈치가 봐진다.

이런 불편함을 안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난다.

자꾸 메여있는 기분이 들어서 놀아도 신나지 않는다.

노는 것과 밥벌이의 균형을 잃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안되니까

자꾸 즐기는 법이 뭔가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런 무뎌지는 감각들과 원초적인 내 안의 즐거움이 솟구치는 원점을 다시 회복하고 싶다.

어떤 조율이 필요할까.

일상에서 불안을 일으키는 마음의 원인을 살펴보고 좀 더 맘껏 놀고 싶다.

재는 게 많아지는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늘 피곤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건 마음에 불편함을 안고 있다는 것이기에

좀 더 느긋하게 맘먹는 연습을 하고자 시선을 편하게 책으로 옮겨본다.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음식을 맛보는 기분이 든다.

천천히 꼭꼭 씹으면 글마다 맛이 다르다.

달콤한 맛이 나는 글이 있고, 쓴맛이 나는 글이 있으며, 심지어는 술맛이 나는 글도 있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는 건강한 글을 읽고, 체하지 않게 꼭꼭 씹으며 하나하나씩 맛보자.

내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p44

마음이 힘들고 무기력해질 땐 서점을 간다.

책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뭔가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헤매던 길에서 조금씩 방향을 잡아 걸음을 걷게 되는 힘이 난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고민없이 책을 몇 권 사오기도 하며 생각을 환기 시킨다.

차분히 독대하지 못했던 내 시간들 내 감정들을

난 아마도 서점에서 종종 발견하고 해소한다.

읽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기분에 따라 읽는 책의 장르 또한 다르면서도 엉뚱하다.

책 읽는 것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내가 몰두하고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걱정과 불안을 좀 더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겨가기에 책만한 것이 없다.

나에게 잠과 책은 보약처럼 귀하다.

그래서 일상의 무료함이 커갈 때는 책장에 읽을 책들을 쌓아둔다.

비상 식량 챙기듯이 책을 비축하는 게 괴짜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가장 빠른 처방이자 회복을 돌릴 수 있는 최고의 명약이다.

나는 큰 삶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작은 삶은 게을리했다.

이제부터라도 작은 삶들을 게을리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싶다.

안북지족에 최적화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남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나도 시간이 아깝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던 것들, 꼭 성과가 있는게 아닌 것들,

그러나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들로 인생을 채우고 싶다.

p185

바쁘다는 핑계로 위로를 미루며 산다.

마음은 지치고 힘든데 그냥 그대로 끌고 간다.

큰 행복만 바라고 작은 행복을 보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몸이 아프면서 다시 행복의 정의를 다시 내려보게 된다.

중요한걸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나에게 적어도 직각적인 보상과 위로가 필요했다는 것을.

거창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로도 충분히 보상이 된다.

화초를 가꾸거나 좋아하는 빵을 사먹는다거나

좋아하는 야식을 배달하거나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것.

그냥 일상에 널린 하나의 행동에 지나치지 않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했던 사소한 행복이었다.

마음이 울컥하고 힘이 들 때 내가 뭘 필요로 했는지

고생했을 나에게 적어도 좋아하는 무언가로 즉각적인 행동을 보여줄 필요를 느낀다.

거창하고 원대한 꿈을 꾸며 사는 것에 조금은 지친다.

꼭 그래야 할까도 싶고 작은 삶을 권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이기에

삶을 테두리를 잘 정비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어렵게 쥐고 있던 것들로 해방감을 느끼고 좀 가볍게 살고 싶다.

오늘도 놀고 먹고 사는 것에 여전히도 어렵지만,

좀 서툰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를 괜찮다며 토닥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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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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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각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박웅현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로 일하고 있다.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광고 철학으로 하여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의 카피를 썼다. 저서로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안녕 돈키호테』(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오영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예를 전공했지만 실생활과 연관된 작업에 관심을 갖고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주로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브랜딩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토탈임팩트(TOTAL IMPACT) 대표이자 비주얼 브랜딩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카드, JTBC, SK텔레콤, 롯데카드 로카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토탈임팩트의 현대카드 디자인 이야기』(공저)를 썼다.

저자 : 김신 (정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했다. 월간 『미술공예』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월간 『디자인』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고,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다. 현재 저술가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에 디자인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디자인 역사와 디자인 이론, 비평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창작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이 늘 궁금했다.

각기 다른 영역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예술하는 이들은 뭔가 좀 더 특별해보이는 건 왜일까.

그런 판타지를 가지게 되는 건

그들만의 예술적 영감이라던지 보통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감각이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

박웅현 작가님은 워낙 유명한 저서 <책은 도끼다>로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디자이너 오영식과의 대화가 더 관심있게 살펴봐진다.

이 책은 창작의 현장 안에서 좀 더 생동감있는 대화가 더해지는 해석과

사사로운 이야기에 빠져읽게 만든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결코 보지 못하는 게 보이고,

그런 이해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넘어선 해결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컬렉션이든 독서든, 아니면 어떤 경험이든, 이 세계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보입니다.

p98

영감이나 자극을 받기 위해 책을 읽기보다는 마음에드는 문장을 더 깊이 음미하는 것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박웅현 작가님을 보면서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아 보였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단순히 창작 활동이 문장을 쓰고 문장을 다시 되새길 때

다시 재구현되는 뭔가의 생산적인 활동이 알게 모르게 생겨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우리가 흔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는 걸 '관찰'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세심한 관찰에서 창의적인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 옳다.

그냥 얻어지는 천재적인 영감도 있겠지만 대게는

세심하고 사려깊은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런 사고와 생각들이 생활 양식에 그대로 묻어 있다면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법도 하다.

나에게서 책은 어떤 결과물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한다기 보다

단순히 좋아서 하게 된 취미에 불구하지만

어쩌면 이 독서라는 창작 활동을 통해 의미가 확장되고

영역이 넓어져 더 깊은 예술의 세계로 뛰어들어가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보진 못했지만,

명함의 서체를 가지고 논쟁하는 장면이 뭔가 흥미롭다.

그래픽 디자이너라 세심히 글씨체를 살피는 것도 있겠지만

무심히 넘길 수도 있는 그런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는 것에

직업에 대한 열정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 창작 활동의 뿌리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이 책을 덮고나면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더 유심히 그 명함을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배려는 곧 어떤 목적에 부응해야 하는 광고와 디자인의 숙명처럼 느껴져요.

반면에 예술은, 특히 현대미술은

특별한 목적을 갖기보다는 순수한 자기표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p140

책에서 박웅현 작가님이 잠깐 언급한 '자비의 침묵 수도원'이라는 건축학적 디자인은

'배려'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잠깐 인터넷 검색 찬스를 써서 찾아보았더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일훈 건축가가 설계한 이 곳은 정갈하면서도 초록의 신선한 느낌이 제법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진 공간 같아서 한번 구경 삼아 가보고도 싶었다.

인상적인 건 좁은 복도를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수 없지만

살짝이 옆으로 붙어서면 비로소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겸손의 복도'란 이름의 이 공간 안에 한번 맞대어 서보고 싶었다.

수도사들의 삶의 방식과도 닮아 있는 '배려'는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깨달음이 아닌가싶다.

그래서인지 박웅현 작가님의 말처럼 예술은 표현이고,

디자인은 배려라는 말이 그냥 흘려듣지 않게 된다.

독창성도 좋지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창작가가 빚어낸 작품은

이미 그 하나만으로도 좋은 예술성의 가치를 가진게 아닐까.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주부이다.

예술적 소양을 가진 특정한 사람들에게서 얻게 되는

뛰어난 감각이나 사고는 다를지 몰라도 책 안에서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더 관심있게 살펴보게 된다.

관찰과 배려는 특정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나의 영역 안에 좋은 기초가 되는 도구처럼 여기고 싶다.

창작에 대한 대담집 또한 하나의 예술적 형태로 보여지는 이 책을 보며

일상의 예술에 더 관심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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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 블로그 글쓰기로 책도 쓰고 작가도 되자
신은영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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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블로그를 책 쓰기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신은영

삶의 모든 순간이 빛날 수는 없어도, 그 어둠과 그림자조차 빛나게 기억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가 제때 소화되지 않은 누군가의 감정에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한 줄의 문장이 아물지 못한 상처에 닿아 따뜻한 보살핌으로 함께하기를 소원한다. 제 14회 동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은상 수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공감하기 위해 글을 쓴다. 마음속 묵혀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햇볕을 쬐어주는 일은 때론 고되고 힘겹지만, 결국 설렘과 환희를 친구처럼 데려온다. 나와 당신의 삶이 더욱 가벼워지길,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유쾌했다 추억할수 있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지은 책으로 『으스스 된장 마을의 비밀』, 『거꾸로 가족』, 『기억을 파는 향기 가게』, 『쪽지싸움』, 『저는 후보 3번입니다만...』, 『오늘도, 별일은 없어요』, 『공감의 온도』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책을 읽다보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평범한 전업 주부의 일상에 독서는 새로운 자극이자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책읽기가 위로가 되고 분명한 힘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옮겨가게 되는 건 하나의 작업 선상에 있다.

읽는 자세에서 쓰는 자세로 옮겨가는 하나의 과정이지만

굉장히 큰 파장을 일으키는 작업과정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써본 적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블로그를 개설해 가상 세계안에 또다른 나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다.

나또한 아무런 생각없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 담아오고 싶은 글을 저장해두는 공간으로 썼다.

그러다 기록장이 되고 독서노트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블로그는 어떤 맥락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진 않지만,

하나의 가상 공간 속에 '나'로는 존재한다.

좀 더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의 삶과 내 삶이 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록을 확인할 때면 추억이 돋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감하며 덧글 남겨주는 이웃들을 보며

또다른 나의 존재가 굉장히 흥미있게 다뤄지는 이 세계가 참 재미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것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블로그를 하고 있다면 더 딱일테다.

단순히 개인의 취미를 남기는 기록장으로 써도 좋겠지만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친절하게 풀이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거창한 변화 대신 소소한 변화를, 외적인 성과 대신 내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글을 써보면 어떨까?

쓰면 쓸수록 당신은 스스로를 더 잘,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p93

글쓰기로 내면의 상처가 회복되는 일들이 발견된다.

나역시 말주변이 뛰어나거나 말이 많진 않다.

내뱉는 말보다도 삭히는 말들이 많아서 오히려 속에 담아두고 있는 게 훨씬 많다.

이러다보니 과부하에 걸려 혼자 남모를 괴로움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불면증을 책으로 달래보기도 했으며 그런 수많은 밤을 보내는 중

단순히 책을 내고자 쓰려고 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끄적거리다 책을 읽다가

내가 모르던 감정들이 다시 재배열되는 경험을 해봤다.

글을 쓰는 것이 단순히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내면의 결을 더 보듬어주는 시간이 되었기에

읽기와 쓰기는 하나처럼 이어진다.

자연스러운 호흡처럼 지금은 매일 읽고 조금이라도 쓰기 위해 의식하며 산다.

블로그로 책 쓰기라고 하지만

책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하루의 일상을

일기쓰듯 짧은 메시지로 토해내도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나이 들어서도 읽고 쓰는 일을 자발적 해 나갈 생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이지만,

동시에 내 속의 견고한 벽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내 이야기를 꺼내놓기 부끄러운 마음, 나를 초라하게 만들 것 같은 두려움,

차마 글로 쓰기 힘들어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까지...

우리를 막아서는 것은 무수히 많다.

179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 드러내도 좋을까.

그런 제안을 내가 두고 내가 쓰기에 주춤거려질 때가 많다.

그런 생각들로 접어버린 글들이 무수하다.

혼자만 보는 일기장처럼 공개하지 않고 숨어 글을 쓰기도 한다.

블로그에 공개로 올리는 글보다 내 노트북 폴더에 담긴 글들이 는다.

선택의 몫도 내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볼 땐 좀 더 공유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도 같다.

그래서 아쉬울때가 많아서이다.

작가로 불려지는 나이고도 싶지만

때론 혼자 읽고 쓰는 자기만족의 조용한 삶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하고 있지만, 대단치 않은 랭킹이라 어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럴싸한 계획을 세워 앞으로 보고 꾸준히 해 나가는 건 없지만

매일의 삶 속에서 엄마로 사는 내 일상에

글을 쓰며 사는 삶은 분명한 활력소가 된다.

이 책의 방법대로 책 쓰기에 목표를 둔다면 천천히 정독해보길 권한다.

누구나 글을 쓰는 세상이다.

책 쓰기의 장벽도 이전보다는 자유로운 형태로 다양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 보임직한 쓰기의 작업을 너무 게을리도 부지런히도 않았으면 한다.

항상 적당히 마음 먹고 적당히 읽고 쓴다.

그렇게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근사한 글 한편이 완성될지도 모를테지만.

더없이 반가운 건 엄마들의 삶에 글쓰기가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하고

나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기에 오늘의 내 변변치 않은 글도 지나고보면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록을 남긴다.

이렇게라도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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