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 1원인 논증을 보면
매우 단순한 듯 보이나, 그 철학적 뜻을 파고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해진다.
태초의 시작부터 시작해 세상의 기원을 다 훑어봐도 정의 내려지지 않을 것만 같다.
최초의 프린터가 존재하지 않고, 무한한 행렬만 존재한다고 하면
우주론적 논증에 머리는 이미 과부하 상태이다.
그런데 이게 들여다보면 뭔가 흥미롭다.
최초의 원인을 짚고 설명되어지는 부분들이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끝이 없는 행렬이라는 것이 무한한 공간 안에서 비춰본 내 모습을 고심해보게 된다.
신을 논하기에 앞서 나 또한 존재하며 존재하는 것에 원인이 있으니
그 원인을 나는 뭐라고 둬야 옳을까.
그럼 엄마 속에 만들어진 세포까지 파고들어 생각해봐야 할까.
꼬리물기가 참 재미있어진다.
사고의 발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생각의 끈을
철학에 빗대어 계속 낡은 기계를 손봐서 돌리듯이
모처럼 머리를 환기시키고 다른 쪽으로 사고를 발상시켜보는
꽤 재미있는 시간을 이 책과 함께 보낸 기분이 들어 좋다.
인생에 재미있는 책들도 많지만
철학서는 더욱이 복잡해보이지만 심연 속에 깊이 파고들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같아 또다른 독서의 목적을 만들어준다.
바쁘지만 그런 시간들을 내어볼 필요와 재미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