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
궈징 지음, 우디 옮김, 정희진 해제 / 원더박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궈징
페미니스트, 사회 활동가.
대학을 졸업한 2014년, 신동방요리학교 문서 작성 담당직에 지원했다가 남성만 채용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뒤 해당 학교를 법정에 고소, 중국 최초로 제기된 취업 성차별 소송에서 승리를 거머쥔다. 3년 뒤인 2017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074직장여성법률핫라인’을 만들어 취업 성차별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 주는 활동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광저우에서 거주하다가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2019년 12월 말, 원인 불명의 폐렴이 우한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코로나19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2020년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었고, 이날부터 궈징은 봉쇄된 우한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전염병 시대 보통 사람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를 써서 위챗 모멘트와 웨이보를 비롯한 SNS에 올리기 시작한다.
궈징의 일기는 웹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물리적 봉쇄를 깨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SNS에 연재된 그의 일기는 총 200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BBC 뉴스, 《서울신문》 등 여러 해외 언론에 소개되어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연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역자 : 우디
대학에서 중국어를,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외교를 전공했으나 졸업 후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인간이 활자를 번역하는 마지막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이 시대에 번역가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순진한 생각 끝에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흔치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기존에 소개된 중국어권 도서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재미와 의미를 두루 갖춘 책들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소개해 나가고 싶다.
《픽스》, 《그라운드 제로》, 《하루 한 번,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한자의 유혹》 등을 번역했다.
해제: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의 어떤 순간과 동일시할 수 있는 책 앞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독자이자, 글쓰기의 윤리와 두려움을 잊지 않는 필자이기를 소망한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낯선 시선》, 《혼자서 본 영화》를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로 번아웃이 온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또한 올해 초부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현실로 다가와 잃어버린 1년이란 시간을
보상 받을 수도 없고 너무 마음 아픈 시간들을 보내고 있기에 속상하기만 하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고 금방 잡히겠지 생각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과 일상에 괴물처럼 공존해버린
지금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슬프기만하다.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기에
매일의 삶을 그래도 살아나간다.
마스크를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음식점은 되도록 아이들과 잘 가지 않고,
급하면 배달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누구보다도 철저히 한다고 할만큼
자발적으로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정말 힘이 든다. 아니 속상해서 눈물 날 때도 있다.
특히나 마음껏 뛰놀고 한창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나이에
너무 가혹한 지금의 현실 앞에서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쓰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 지나온 시간들을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먼저 이 일을 겪은 누군가에 의해
생생히 전해지는 코로나 19 사태를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게 된다.
지금은 충분히 느끼며 살지만
두렵고 고독했을 그 시간들을 부지런히 기록으로 담은 책은
독자들에게 읽혀짐으로서 그 얼굴을 드러나게 만드니까 말이다.
종말이 찾아온다고 해도 다들 전과 다를 바 없이 욕망과 공포를 느끼겠지.
그러니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사람도 만나려 하지 않을까?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사이란 서로에게 오직 상대방밖에 없는,
어찌 보면 애처롭지만 또 어찌 보면 안전한 그런 관계인데,
문제는 이런 사람을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p148
종말에 대한 공포를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바이러스가 안고 온 재난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말 끔찍한 일상의 공포가 너무 가속화 되고 있다.
과연 이 공포의 끝은 어디로 이어질까.
희망이 있을까.
멀리 떨어진 부모님을 못본지가 딱 1년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멀리 있는 부모님을 만나 뵈러 갈 수 없어 참 가슴 아프다.
마지막 때엔 사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소박한 꿈은
단지 꿈일뿐 현실에선 불가능한 그림이 되는 걸까.
"봉쇄가 해제되면 제일 먼저 뭐 할 거예요?"
정말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봉쇄가 해제되면 훠궈를 먹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훠궈는 여럿이 모여서 먹어야 분위기가 나니까./p286
봉쇄된 우한을 뉴스에서 보고 경악했다.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왜 이 지경에 이른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원망스러웠다.
비극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 안에서 생존하고자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았는데
흡사 우리와 지금 다른 게 뭘까 싶다.
봉쇄 되진 않았지만, 생활도 사람과의 관계도
이전과는 판이 다르게 느긋한 연대 안에서 비대면으로 살아간다.
봉쇄 되면 훠궈를 먹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참 마음 아프다.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식사를 하던
그 때 그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
그게 하나의 희망이자 바램이라는 것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한 현실이 너무 비참해져서
마음이 무너지다가도 다시 살아남을 방법과 공존하는 삶을 배우는 걸
부정하고 싶지만 받아들이게 되는 게 참 마음 아플 뿐이다.
따뜻한 봄날이 다시 오길 그토록 바래보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