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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위로가 필요한 모든 순간 곁을 지켜준 문장들
우혜진 지음 / SISO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우혜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상상 이상의 경험이었다. 분명 나는 존재하는데 나의 하루에는 내가 없었다. 그저 버티던 나날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뒤늦은 사춘기를 맞이했다. 아이를 위해 육아서를 읽기 시작해서 우연히 책에 재미를 느꼈다. 책 읽는 시간은 오롯이 나를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낮에는 아이에게 에너지를 쏟고 밤에는 책으로 충전하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차 육아가 쉬워졌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이제 책은 일상이 되었다. 독서 덕분에 사춘기를 이겨내고 꿈꾸는 엄마로 바뀌었다. 모든 엄마들이 책을 읽기를, 아이의 꿈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내어주지 않기를 바란다.
#블로그 @DNGPWLS001
#인스타그램 @WRITER.HYEJIN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이 계속된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아이들과 부둥켜 울고 웃으면서 지금껏 버텨온 것 같다.
이 낯선 환경이 철부지 엄마가 된 애기 엄마였던 시절엔
모든 게 긴장되고 요령도 없었다.
지금이라고 뭐 크게 달라졌겠냐만은
흐른 시간동안 아이들도 크고 나도 컸다.
키는 성장이 멈춘 나는 그대로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속도를 보면 아이들이 훨씬 월등하다.
그 시간동안 더 일찍 붙잡고 있지 못했던 책 이야기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감사한 구원투수와도 같다.
책의 힘에 빗대어 살아온 육아의 걸음이
이젠 아련한 기억으로 스쳐지나간다.
물론 지금도 터울 많은 두 아이들 덕에
어린 둘째를 보살피는 양육자로서 성실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책과 함께 말이다.
이 친구가 없었으면 난 아마도 여러번 가출을 희망했을 것이다.
그렇게 겁많고 소심하고 잘 울고 잘 삐지는 나에게
완급조절이 확실한 처방전이 분명했으니까.
이같은 나처럼 낯선 육아의 민낯을 함께 보낸 엄마들 중에서도
책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갑기만하다.
그 고충과 그 설움, 아픔들을
책과 균형을 맞춰 살아간다는 건 정말 다행이지 싶다.
엄마들은 어떤 시점에서 한 번은 경력단절녀가 된다.
짧게는 육아휴직부터 길게는 퇴사까지 하면서, 우리의 인생에서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시기를 아이와 잘 겪어낸 이후, 엄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 막막한 순간이 다시 꿈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p33
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독서와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이 두 가지만 실천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여
건강한 삶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p119
모든 건 다 때가 있다.
아이가 걸어야 할 시기엔 걷고
말을 배우는 시기에는 말을 배운다.
조급하게 그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는데
초보엄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서툴러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시기엔 아이에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내 시간의 대부분이 아이에게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나를 돌보지 못한다는 것도 잊은채 열심히 살아간다.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없으며
꿈이란 것도 별 생각없이
부지런히 끼니를 챙기고 아이의 두 손과 두 발이 되어 뛴다.
그 시간을 누가 보상해주진 않아도
곁에서 잘 자라주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마음 벅찰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없어진 것 같아 서글퍼질 땐
다른 돌파구를 생각하다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내기로 맘 먹는다.
독서... 크게 돈이 들지 않은 취미생활이지만
책을 읽는 것이 나를 단단히 세워줬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쓴다. 무엇이라도.
기록하며 남기는 걸 좋아했기에 매일 꼬박꼬박 쓰진 않아도
해마다 취향에 맞는 다이어리를 사서 일기를 쓴다.
정적인 이 활동들이 나에게는 더없이 잘 맞는 친구처럼
평생을 함께 할 벗과도 같다.
엄마의 삶도 내 삶도 소중하기에
적당한 균형을 맞추는데 이젠 힘을 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도 속상하기에
완벽하진 않아도 적당한 비율에로
나도 살고 아이들도 살 수 있는 건강한 텀을 둔다.
밤독서를 즐기게 되면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잠든 날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한자라도 더 읽을 책을 보며 가슴 떨려한다.
이 시간들이 지금과 앞으로의 나를 더 단단히 세워줄 도구가 될 수 있을거라 확신하고 싶다.
좀 더 오랫동안 책을 가까이 두고
평생 해도 질리지 않을 이 활동을 유난 떨지도 게을리 하지도 않으면서
엄마와 나와의 경계를 잘 유지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