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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7월
평점 :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문하연
평범한 주부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살다가 사십 대 후반에 〈오마이뉴스〉와 〈인천 투데이〉 등에 예술 분야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와 화가의 일생을 다룬 ‘그림의 말들’, 클래식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연이 있는 클래식’, 사십 대 여인의 엉뚱 발랄하고 때로는 뭉클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명랑한 중년’을 연재했다.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8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으며, 이에 탄력을 받아 그간 혼자 공부하며 쌓아온 예술 분야의 내공을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의 여러 장르로 쏟아내고 있다. 미술 비전공자이자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미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다락방 미술관》에 이어, 유독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명랑한 중년’의 연재글 중 일부를 모아 이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를 내놓게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이때, 엉뚱발랄한 작가의 글들이 큰 웃음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현재는 드라마 대본과 시나리오를 쓰면서 방송 편성과 영화에 도전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마흔에 접어들면서 조급해지는 일과
한결 나른한 기분이 느껴지는 일들이 나뉜다.
여전히 아이들 키우는 일에는 요령이 없어 헉헉 거린다.
터울 많은 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금새 바닥난 체력 앞에서 KO 당한다.
나로 돌아서는 시간은 꿀맛 같다.
천천히 당을 충전하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면
이 시간이 좀 더 지속되길 희망할 뿐이다.
짬짬이 나른하게 나를 위해 쓰는 시간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늘어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쏟구쳐오르는 열망은 없지만,
나에게도 피오를 수 있는 화수분처럼 숨겨진 욕망들을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들을 들여다보며 웃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글을 쓰거나 글을 쓰기 위한 무언가를 하며 보낸 것 같다.
나이 오십을 목전에 둔 지금, 무언가에 이렇게 기꺼이 즐겁게 빠져보기는 처음이다.
이제야 적성을 찾았으니 참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어쩌면 이 길을 가기 위해 먼 길을 돌고 돌아온 것 같다./p72
중년의 삶 속에 다시 마음이 설레는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부터 줄 곧 책을 읽고 써오던 일기 속의 글이
세월 속에 깊어진 글쓰기는 언제쯤 가능할까.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굉장히 열정적으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진 않다.
그저 주어진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한쪽에 치우침없이 균형을 잡고 싶었고
아이들도 케어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정도로 만족하면서 산다.
요즘 들어서는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싶다.
이전엔 관심이 없었던 IT쪽 공부도 해보고 싶고
글도 좀 더 잘 쓰고자 꾸준히 쓰는 연습을 이어나가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의 가짓수를 늘리기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좀 더 집중하면서 배워보고 싶다.
뭔가에 확 꽂혀서 열정적으로 다 쏟아붓는 에너지는 없지만
꼬물꼬물 매일 무언가를 하며 산다.
소음없이 일하는 걸 좋아하고
대게의 행동들이 고요하다.
그런 활동들이 나를 꽃피우고
좀 더 잘할 수 있는 무언가로 모습이 바뀌면 좋겠다.
저자의 삶이 참 재미나보여서 중년의 삶이 기대 이상으로 신나보인다.
뭔가를 해보고 싶다란 마음을 이끌게 되고
좋은 사람 곁을 따라다니다보면 그 사람을 닮아 있게 된다고 하는데
옆에서 하는 일만 지켜보고 있어도 보고 배울 점들이 많을 것 같다.
엄마의 삶에 다시 봄이 오는 듯한 푸르름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상황에 맞는 옷은 있지만, 나이에 맞는옷이 뭔지 모르겠다.
유럽 여행을 가면 덩치 큰 할머니들도 민소매 꽃무늬 원피스를 입거나 청바지에 샌들을 신는 모습을 흔하게 본다.
자연스럽고 너무 보기 좋다.
나잇값을 못 한다느니 주책이라느니 그런 시선은 없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여든 살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싶고, 하이웨스트 청바지가 입고 싶을 테니 말이다./p159
틀에 박힌 생각들로 어느 정도의 범위 밖을 나가지 않고
선을 지키려고 행동하던 때가 대부분이다.
옷을 입는 것는 것도 어릴 때부터 엄마가 보기에 단정한 옷들로
야무지게 쓸어올린 올림머리에 깔끔한 옷들을 입혀주셔서
색의 조화가 단조롭다.
어떤 무늬가 들어가거나 속살이 노출되는 옷들은 과감이 사양한다.
내 취향이란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옷을 잘 고르는 편은 아니다.
이 나이에도 친정엄마가 골라주는 옷을 골라 선택할 때가 많다.
옷 하나도 내 취향을 담아 고르지 못하는 어른이라니..
단정하고 깔끔한게 내게 제법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일탈을 꿈꾸듯이 과감한 프린터의 옷을 사서
가끔 한번씩 입고 나갈 때가 있다.
대게는 도서관이나 마트를 가는 일이 대부분이라
나에겐 일상복이면서도 편안한 룩이 좋다.
몸에 꽉 끼는 옷을 선호하지 않으며
편하고 옷 핏이 그리 나쁘지 않으면 더 금상첨화.
옷을 사면서도 이 옷을 더 나이들어선 못 입겠지란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이 들어서도 롱치마에 프릴 달린 블라우스를 입을 수 있는
경계는 허물고 싶어 그런 선따위는 애초에 만들고 싶진 않다.
청바지를 좀 더 오래도록 입고 싶고
셔츠나 무지 티셔츠도 오래도록 사수하고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나잇값이라는 죄목아래
눈치 볼 일들이 많아지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맘껏 하며 살고 싶다.
엄마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아내와 나의 선을 지켜나가며
좀 더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 하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만나며 소통하고 싶다.
한 층 더 깊어진 중년의 나이라 좋다.
나이 안에서 내가 좀 더 보호받고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아가고
좀더 읽고 쓰는 것에 부지런히 시간을 허락하려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 천천히 삶의 흐름을 느끼고 싶고
시간 속에서 내 할 일을 찾아 열정적으로 하기보단
호흡에 맞춰 차근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싶다.
거창한 목표는 없지만, 마음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삶의 생기를 찾을 수 있는 일을 찾아 지속적으로 하고픈 마음이다.
밥을 짓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 모든 것이 나를 만드는 시간이기에
나이 들면서 좀 더 자연스럽고 정교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