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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마흔에 접어든 지금
진행되는 노화와 현저히 줄어든 체력,
한번 아프면 꽤 오랫동안 앓아두워 있는 예전 같지 않은
내 몸 상태는 참 세월을 정확히 맞아가고 있다.
탄력있고 생기있던 모습, 넘치는 체력이
부러운 20대의 나는 이제 내 외모에선 찾기 힘들다.
그러다 그때보다 더 훨씬 수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마음이 더 여유로워졌고, 덜 예민하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그 때의 내가 감당했어야 할 짐을
지금와서 멜 수 없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데 말이다.
조급해서 그 깊이를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제목처럼 '그 때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들'이 많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찾아가
하나 둘 그 일들을 전두 지휘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지금의 때도 먼 미래의 내가 보고 있노라면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인생은 참 묘하게 흘러간다.
아플 것도 많고, 기쁠 것도 많으며,
슬플 것도 많고, 화가 날 것도 많은 인생 살이에
내가 매일의 삶에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참 대견스럽기도 하다.
덜 상처 받고 싶고 덜 힘들고 싶은데
태양을 피하는 방법처럼 이것들로부터 멀리 벗어나고픈
내 솔직한 마음 속엔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그 고민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여정을
내가 좋아하는 참 정여울 작가의 글 속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기분이 들어 참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우리가 매일매일 존재하는 바로 이곳을 '내면의 성소'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혜다.
비좁은 원룸 단칸방이라도, 언젠가는 이사 갈 것임에 분명한 한시적인 공간이라도,
내가 매일 먹고 자고 일하는 이 공간을 따스하고 산뜻하게 가꾸는 지혜야말로
우리에게 늘 필요한 '장소의 기적'이 아닐까.
매일 우리의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그 공간이야 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장소, 정들고 길들이고 마음으로 들여야 하는 곳이니까.
그곳을 사람 냄새 나게 가꾸는 것이야말로 20대에 익혀야 할 소중한 '삶의 기술'이 아닐까./p134
아이 둘과 남편과 함께 정말 많은 이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바뀌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장소가 주는 설렘이
뭔가 고단하면서도 참 달콤했다.
이사를 할때마다 살림을 이고 지면서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것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지만
한 두번으로 끝날 이사가 아님을 알고
새로운 장소가 주는 주변 환기와 기대감은
뭔가 또 다른 계획과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늘 새로웠다.
워낙 집순이라 집 안에서 사부작히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는 걸 좋아해서인지
소소한 인테리어 팁이나 집 안 정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어쩌면 내 개인의 만족에서 비롯될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이 느낄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이 더 집으로 들어오길 편하고 안정감이 들게 만드는 역할 또한
내 몫이지 않을까 싶어 소중한 이 곳을 늘 정비한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좀 더 일찍 그런 안목을 키우고
내 작은 공간 안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듯
애정을 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위로가 된다는 걸
여유를 찾는 나이가 되서야 알게 되었다.
더 늦은 때는 아니란 생각에 안도감이 생긴다.
장보다가 샛노란 프리지어가 눈길을 끄는 건
우리집 식탁 위에 놓으면 좋을
봄의 향기를 가져오고픈 마음과 함께
요즘처럼 밖을 나가기 힘든 상황 속에서
우울함을 환기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될 것만 같아
작은 화병에 한 단 사서 와 꽂아둔다.
별 거 아니지만 괜시리 기분 좋아하지는
산뜻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꽃의 생기처럼
싱그럽게 매일 피어가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당신의 소속은 어디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쫄지 말자고.
내 삶은 오직 내 소속이니까.
어디서 무얼 하든, 졸업장으로 내 삶을 증명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명함으로 내 삶을 전시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무엇을 해야만 멋진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할 때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건 직업이 아니라, 내 삶이 아름다워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이다./p189
꿈이 직업으로 이야기 되어지지 않고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릴 때부터 진로를 강요받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하는 것이 무언지를 모르며 커가는 애어른이 많다.
나또한 나에게 어떤 꿈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못함에 대한 열등감과
대단한 명함이 없는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면서
경력이 단절되며 무미건조하게 냉동되어 창백해져가는 이력서 앞에서 무릎 꿇게 된다.
돈 벌이가 될까를 생각하면 골치 아파진다.
돈벌이가 되는 직업과
좀 더 나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잔뜩 여유부리는 자유로움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방황한다.
둘 다를 절충할 수 있는 정도의 애매모호한 경계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는 나도 참 우습다.
하고 싶으면서도 안하고 싶은..
그냥 뭔가를 해야만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로워도 참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 삶 안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밥벌이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나이 들어서도 참 철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더 잘하고 더 잘나고 싶은 것에 솔직히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내버려둬도 삶은 흘러간다.
유약하고 소심하기에 굉장히 탈선할 확률이 적음을 내가 잘 알기에
그 안에서 조용히 만족하며 사는 법이 편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멋진 직업과 그 조직 속에서 일하지 않아도
맘껏 홀가분하게 백수로 살고 싶다.
내 영혼을 강하게 만드는 일에
더 자유로운 몽상가로 살고도 싶다.
적어도 내 인생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맘껏 방황도 해보며 화려한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모든 자유로움을 가지고 당차게 살아보고 싶다.
고민이 많아 불면의 밤을 보낼 때가 많았지만
오늘 밤은 단 잠을 예약해두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불을 덮고 푹 잠을 자련다.
조금의 분량이지만 인생 숙제를 풀어나가는 개운함이 주는 행복감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담대하게 담백하게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