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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열심입니다 - 취미가 취미인 취미 수집가의 집념의 취미생활
조기준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쓸데없이 열심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조기준
작가, 에디터, 인디밴드 ‘체리립스’ 리더 겸 베이시스트, 칼럼니스트, 방송 패널, 강연가, 인플루언서. (많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면서, 그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도시형 노마드. 쓸데없이 열심이지만 어느 날 문득 ‘하기 싫어 죽겠어’를 동네방네 떠나가라 쉴 새 없이 외친다. ‘나답게 신나게 살래요’가 좌우명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두 번째 스무 살(더하기 몇 살 더).
스물에는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서른에는 에디터가 되었으며, 마흔에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남들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남들 하지 않는 것만 골라서 한다. 취업, 결혼, 육아, 내 집 마련처럼 나이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살다보니 삶에 정답이 존재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옆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고전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쇼팽과 차이콥스키, 이적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을 즐겨듣고, 윤동주와 톰 포드, 잭 케루악을 좋아한다. 드라마 <소울메이트>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을 그리워한다.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를 썼으며 <눕다>, <동경방랑자>라는 곡을 작사, 작곡했다.
첫 책 《밤 열두 시, 나의 도시》에서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맞이하게 되는 감정과 일상 속 변화에 대해 털어놓았으며, 두 번째 책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에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때 깨닫게 되는 소박한 행복을 전한다. 밴드 ‘체리립스’의 멤버로 활동하며 싱글 앨범 <눕다>를 발표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빈자리를 노래하기도 했다. 마흔은 두 번째 스물일 뿐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여섯 고양이를 인생의 동반자 삼아 함께 빈둥거린다.
인스타그램 @jeremy.cho
브런치 brunch.co.kr/@chojeremy
[예스24 제공]


취미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다.
뭔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지 구지 연관지어 생각한다.
왜 가볍게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취미를
골똘히 생각하며 내 이력에 중요시 남길 자료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신중하게 말을 꺼냈던 건지.
그 물음에 취미를 답하는 게 어려운 과젯거리가 된 것 마냥
내뱉고도 확신하지 못한다.
난 왜 쓸데없이 고민하고 애쓰는 걸까.
고작 가벼운 질문 하나 받아들고서도 말이다.
취미 수집가인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껏 즐기고 한껏 가벼운 기분을 느낀다.
아... 바로 이런 기분인데 잊고 있었다.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때로는 정성스레, 가끔은 무심하게 써내려 간다.
편집자의 과도한 편집증을 조금만 옆으로 치워놓고서 쓰면,
오탈자 좀 보이면 어때, 비문 좀 나오면 어때, 하는 털털한 문장들이 소복이 싸힝기 시작한다.
이 문장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몇 글자, 몇 줄, 몇 문단 싸아나가다 보니 글자들이 함께 춤을 추자고 수줍은 나를 끌어내려 하는 것만 같다./p62
글쓰기..
나에겐 설레는 취미 생활이다.
뭔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란 부담감에서 벗어나
그냥 소소한 끄적거림이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냥 쓰고 싶은 걸 쓰는 자유로움이
한껏 나를 들뜨게 하고
마치 내가 생동감있게 살아있는 것 같은 쉼을 느낀다.
꽤 멋스러운 곳에서 집필할 장소와
성능 좋은 노트북이 아니더라도
난 부엌 식탁 한 쪽에 앉아
아이들과 남편을 아침 먹여 보내고
보리차 한잔 구수하게 우려 홀짝 마시며 쓰는
자판의 글들이 두서없이 나열되는 것에도 행복하다.
그냥 쓸 뿐이다.
그냥 그것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 이르다.
더 다듬어지고 완벽한 글쓰기엔
명함도 못 내밀 형편없는 졸작이겠지만
이 하루를 타이핑하는 재미가 난 제법 쏠쏠하기에 계속 내 취미 생활로 가져갈 생각이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책상 위에 기대어 눈을 감아보아도 좋다.
뭐 어떤가.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엄청 집중해서 한 글자라도 놓칠까 봐 도끼눈을 떠가며 바라보지 않아도 좋다.
이곳은 수업을 위한 교실이 아니지 않은가.
학점이나 취업, 또는 승진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렝게티와 같은 치열함의 독서실도 아니다.
여유가 피어나고, 안락함이 느껴지며, 차분함이 다가온다.
도서관은 그런 곳이다./p207
어른이 되서 이 책읽기가 더 재미있다.
학업에 치여 살때는 책을 보며 속 답답함을 뻥 뚫게 만드는
탄산 음료 한잔을 마시는 청량감과 쾌감이
활자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를 간간히 맛보면서 현실의 긴장감 속에서 살다가
이젠 학점도 취업도 승진도 어떤 결과물을 얻기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여유가 넘치고 고요함이 묻어 있는
도서관이란 공간 속에서 묻혀
책에 스며드는 시간들이 행복하다.
그렇다보니 책이 주는 매력이 어른이 되어서는 배가 된다.
날 다그칠 사람도 눈치볼 이들도 없기에
이 자유로움을 도서관 산책을 시작으로
지금은 나만의 힐링 공간처럼 함께 한다.
아이들이 소곤거리는 소음도
도서관에서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 자리에 흡수되어 아늑함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그냥 아이들도 나도 이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자발적인 충근 도장을 찍으면
집 앞에 작은 도서관에 가벼운 에코백 하나 어깨에 메고
마실 차 한 잔 텀블러에 우려서 넣으면
이보다 더 든든한게 없다.
추운 겨울 훈훈한 난방이 틀어진 도서관 어느 한 구석에
오늘도 나를 위한 최적의 독서 장소를 찾아
책 한권 들고 앉아
따스함에 꾸벅 졸다가도 깨어 책장을 넘기기도 하면서
나의 오전 오후를 보내본다.
좋아하는 것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보다 행복한 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