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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 - 혼밥을 즐기는 아재가 들려주는 봄날같은 감성에세이
김쾌대 지음 / 상상나무(선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쾌대
1967년 서울 출생.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해외관련 업무를 하다가, 캐릭터 라이센싱과 IT 웹 개발 벤처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했다.사업이 망한 이후 콘텐츠 마케팅 기획 프리랜서로 활동했지만, 돈을 거의 벌지는 못했다.
나이 오십에 접어들면서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골든 아워를 놓치지 않아 죽지 않고 생환했다. <산티아고>라는 이름으로 SNS와 팟캐스트 방송을 하며 폐쇄적이고 비관적인 삶의 태도를 버리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내다가 글 쓰는 작가로 인생 2막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2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첫 책을 쓰게 됐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자기 자신과 주변을 새롭게 발견하기,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를 통하여 현재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든든한 아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조금은 특별한 딸아이에게 정성스러운 요리를 해 주는 것처럼, 자신만의 레시피로 따뜻한 밥을 짓듯 글을 지으면서 독자들과 더불어 함께 가고 싶은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침 시간이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남편이 일찍이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면
그제야 혼자 밥을 떠서 먹는다.
이 시간이 참 좋다.
식탁위에 조용히 앉아
좀전까지만 해도 정신없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찬거리가 많지 않아도 좋다.
그냥 무얼 먹고 있다는 것이
차분한 마음과 함께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 건
둘째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내 시간이 생기고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생김에
정말 눈물나도록 감사할 때가 많다.
밥을 해서 먹이는 입장에선
음식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들이
얼마나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지를 잘 안다.
그렇기에 음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깃 거리들이 참 많다.
우리집도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참 많다.
이 책에서 그런 인간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저는 '짓다'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밥을 짓다, 옷을 짓다, 집을 짓다, 미소를 짓다, 라는 말 속에는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요.
저 자신과 세상을 뜸을 들여 들여다보고, 거기서 발견하는 생각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뭔가 쓸모있는 글들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글들이 벽돌처럼 하나하나 쌓여 올라가서 누군가 편안히 쉴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p64
나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뭔가 있어보이는 모습에 따라 해보기도 하지만
나는 역시 집순이가 딱 맞다란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가장 최적의 장소이자
뭔가 혼자서 끄적거리다 졸리면 자기도 하고
책을 쌓아놓고 보기도 좋으며
누구의 시선 따위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가장 좋은 이유는 곧은 자세로 앉아서만 있지 않고
누울 수 있으며 삐딱하게 기대기도 하고
세상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집만큼 편안한 장소도 없다.
그런데 뭔가 고심하고 집중해야 할 때는
도서관에서 작업하는 것이 능률이 높다.
이런 각자만의 특별한 공간 안에서
참 분주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편하지만 너무 게으르게 사는게 아닌가 싶어
몸을 일으켜 바른 자세로 앉아 책상 앞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밥을 짓는 것처럼 글도 술술 잘 지어졌으면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기에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다.
그런 과정들이 이해가 되는 건
나또한 뭔가를 시작해보겠다는 몸부림치는 길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것이 닮은 느낌이다.
아이와 함께 운영하고 싶은 카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잔의 커피 향이 온 가게에 퍼지는 것처럼 입가로 미소가 번지고 있습니다.
현실은 상상과 달리 커피 원두처럼 쓰지만, 그래도 그동안 아이와 함께
걸어왔던 지난 시간의 추억과 경험이 달콤한 시럽처럼 흘러서
걱정과 불안의 마음을 달래줍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도 아이의 손을 꽉 잡고 걸어간다면 어떡하든 길이 보이고
희망이 나타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단 다가오는 이번 봄부터는 바리스타 수업부터 첫발을 뗄 것입니다./p199
예전에 나도 아이에게 많이 제안했던 것이
취미를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란 생각에
엄마가 하는 걸 같이 해보면 어떠냐고 많이 물어봤었다.
한때 재봉틀에 빠져서 아이와 손바느질보다
요령만 알면 더 쉬운 홈패션을 같이
배워보자고도 말했고,
최근에는 같이 켈리그래피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머리가 커지고 친구들이 좋기만 한
지금의 딸아이에게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소중한 자기만의 시간을 침해받기 싫은 때란 걸
거절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접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또 아이에게 같이 해보자고 말할 생각이다.
추억과 경험이라는 것이 쌓이는 걸 원해서도 있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엄마와 딸이 같이
공방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선
여유로움과 다정한 모습들에서
굉장히 편안한 인상과 함께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던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와 함께
공유할 추억들을 나눌 이들이 내 가족들과 벗들이 함께 한다면
특별한 시간들 속에 내가 살아감에
벅찬 감동이 느껴질 것 같다.
오늘도 읽고 쓰는 삶을 존경하며
그 마음이 지치지 않고 뚝심으로 걸어가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