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들은 아퀼라리아의 어린 나무가 씨앗을 만든 어미나무 근처에서 자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나무들이 군생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나뭇진이 많은 나무를 얻으려면, 나무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환경인
더 건조하고 더 높은 개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들은 야자나무가 아퀼라리아와 함께 자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매미의 정령 때문에 향기로운 수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은 곤충이 나무에 뚫은 구명, 잎떨굼, 생장 상태, 두들겼을 때 나는
속이 비어 있는 소리와 같은 병적 증상도 알아본다.
p58
아퀼라리아 나무가 모여 사는 경향이 오래된 나무들 사이에
더 빠른 감염으로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매미는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생활사를 이어가므로
바닥에 번성하는 곰팡이류의 매개체가 된다는 걸 보면
식물들의 생존전략이 참 흥미롭게 느껴지기만 한다.
나무에서 만들어진 향기로운 분자가
나무를 보호하기도 하는데 특히나 단향나무는
그 향기가 굉장히 고혹적이라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에서도 귀히 쓰인다고 한다.
그 향기를 묘사하기 힘들정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가졌다고하는데
귀중한 단향나무를 국가 차원에서도 안전하게 지키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낙 이 나무의 교역의 역사가 길어 3세기를 훌쩍 거슬러 올라가며
관리방식과 증류, 정유하는 법도 꽤나 복잡해보이나
그만큼 아름다운 예술의 경관을 보여주는 듯
향류로서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나무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후추의 작은 씨앗은 아주 옛날부터 여행 경로를 따라서 아시아 전역으로 이동하고
이집트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후추를 방부제로 이용했고, 중국에서는 약재로 여겼다.
p92
잘 알려진 향신료인 후추는 향수 제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잘 증류된 검은 후추 정유는 완벽한 매운 향을 더하고,
녹색 후추는 사랑스럽고 독특한 풋풋함을,
읜 후추는 머스크향의 느낌이 난다.
잘 알고 있는 검은 후추의 껍질에 들어 있는 피페린과 합성 화합물이
곤충 기피제로도 사용된다고 하니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후추가 여러세기 동안 교역의 중요한 토대가 됨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향신료 교역의 근본 상품임을 책에선 대단히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라벤더는 약 32종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가느다란 잎과 줄기를 지닌 향기로운 떨기나무이다.
다양한 라벤더 품종과 재배종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자라고 있고,
매력적인 잎과 보라색 꽃 때문에 관상용 식물로 널리 쓰이고 있다.
p190
흔히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라벤더가
오랫동안 청결과 순수의 상징으로 불리는 건
중세 가정에서 악한 영혼을 쫓아내기 위해 그 향을 맡을 권을 권했다고 한다.
불면을 퇴치함은 물론이고 라벤더의 섭취를 권하기도 한다는데
진정 작용과 정화 특성을 언급하고 있다.
20세기 초반엔 좋은 소독제라는 걸 인정 받게 되고
제1차 세계 대전 동안 상처 치료에 이용되었다고 하니
식물로 사용되는 다양한 이용 혜택을 보고 더 놀랍고 유용함을 인정하게 된다.
파촐리는 조향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향기 성분이지만,
향수 산업에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천연 성분이다.
파촐리는 민트와 같은 무리에 속하며 열대 아시아에서 자라는 허브이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p278
동양에서는 중요한 약재로, 19세 유럽에서는
패션과 파촐리의 향을 조합하는 것을 유행으로
투박한 자연의 향기로 대마초 냄새를 감추기 할 정도라니
어떤 향일지 책에 묘사된 것만으로도 유추하기 어려워보인다.
소박한 식물에서 나온 향기가
빅토리아 영왕부터 1960년대 히피까지
다양하게 조합한 향기로운 산물이란 것이 매우 흥미로운 식물이 아닌가 싶다.
날 것 그대로를 가지고 어떤 조합으로 어떤 산물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는
조향사들의 창조된 향기 성분이
과학과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단순히 인류 문명에 대한 이야기 같아 보여도
향기가 기여하고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이 책을 보고 제대로 실감하게 만든다.
향기 분자로 시작해 식물 이야기의 모든 서사 과정에서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식물의 다양한 메케니즘을 살피면서
넓고 깊은 향기의 세계에 푹 빠져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