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남편을 잃은 두 모녀의 상실감을 다룬 <북해>는
서로간의 긴 침묵을 깨고자하는 강한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다소 어둡고 무거운 짐을
두 모녀가 긴 시간동안 꺼내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딸 한네의 꺼내지 못하고 털어놓지 못한 묵은 감정을
지켜보는 독자로서는 안타깝기도 하면서
엄마 오다가 딸과 함께 떠난 여행을 시작으로
대화의 물고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모녀가 해소해야 했던 숨겨둔 진실을 하나씩 꺼내어
조심스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랑의 씁쓸하고 따뜻함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하며 읽었던 소설이었다.
복잡한 인간사만큼이나 다채로운 사랑이야기 안에서
상실과 성장, 욕망과 꿈, 동경과 기대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작가 스스로가 어느 겨울이란 쓸쓸하고 깊은 슬픔이 잠든 배경의 개인사를
작품속에 내비춰 보이며, 사랑의 결핍과 아픔이 주는
그 형태가 그리 모가 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인간의 한없이 취약하고 연약한 모습마저
그대로 드러내고 이야기하고 있는 일상이
독자들로 하여금 담을 허물고 더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낭만적이지만은 않지만 슬픔 속에 깃든 다양한 경계의 사랑을
책 속에서 다채롭게 느낄 수 있어서 꽤 좋았던 책으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