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 책과 수프에서 - 따뜻한 위로의 공간, 선물 같은 하루
윤해 지음, 별사탕 그림 / 바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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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숲 속 오두막 같은 모습이 인상적인 가게.

이곳은 ‘책과 수프’ 북카페이다.

수프라는 단어에 이끌려 오는 손님도,

책에 흥미를 느껴 들어오는 이들도

이 곳을 지나치는 모두가 지친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고 간다는

마법같은 힐링 장소가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원기를 회복시켜 줌은 물론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책과 수프에서 찾아감에 괜히 신나고 설렌다.

이 오두막 안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이 책은 지친 기색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각기 다른 낯빛을 가진 이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어

넉넉한 마음을 채워 세상을 살아가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다.




혜지가 이렇게 책에 흥미를 붙이는 데는 다소 노력이 필요했지만, 수프에 흥미를 느끼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 없었다. 혜지는 메뉴판의 수프 사진들을 보자마자 이 음식과 사랑에 빠질 거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p54

요즘 동욱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읽고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은 선영이 선물로 건네준 <노인과 바다>였다. 그녀의 말로는 이 책은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과거를 긍정하게 하는 힘을 주는 소설이라고 했다. 그녀는 책을 선물로 주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개구기도 더 높이 뛰기 위해서 몸을 웅크린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동욱 씨도 더 높이 뛰기 위해서 잠시 몸을 웅크린 것뿐이에요. 누구나 내일을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요.”

p87-88

마법 수프라도 되는 걸까.

이 공간 안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따뜻한 수프 한 접시가 입과 몸을 데우며

동우 자신이 그토록 헤매이며

꿈을 쫓아 달려가면서 돌보지 못한 자신의 영혼을 되돌아보는 시간.

잠시 쉼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이들에게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단비처럼 ‘책과 수프’는 다정했다.

힘든 일 이후로 심신이 지쳐 만신창이가 됐던 샌디를 그나마 위로해 준 건 선영의 만화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따뜻한 수프가 있는 북카페를 운영하는 선영과 그곳을 드나드는 여러 사람의 일상이 그려져 있었다. 샌디는 이곳에서 수프를 먹어보고 싶었다. 아직은 공황장애로 밖에 나가는 건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해 주던 만화책의 그 가게의 수프를 자신이 먹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그랬는데 다행히도 해령이 가져온 호박 수프를 먹은 이후로 그런 걱정은 하나 덜어내었다.

p156

찾고 싶은 책을 찾게 된 손님이 선영에게 고마워하면 선영은 이렇게 말했다.

“책이 손님과 인연이 있었나 봐요.”

선영은 책도 사람도 모두 인연이 닿아야 한다고 믿었다.

p177

농부가 되는 것도,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도, 아무것도 그의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다. 한때 배우를 지망하면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그에게 나중에 농부가 되고 글도 쓰게 될 거라고 하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보며 선영은 인생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P234

섭식장애로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샌디에게

선영의 만화 속 이들이 먹는 수프를 함께 먹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면서

몸과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곁에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의 정성으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스스로 가두게 된 자유로움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곳은 정말 도무지 알 수 없는 매력과 마법의 장소가 분명하다.

<크리스마스 캐럴>를 찾던 재구는 연인 희진과 책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비춘 사랑의 언어로 둘 사이의 추억이 피어오른다.

책방지기 선영이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을 마주하면서

저마다의 고민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만화를 그리고 오랫동안 이 곳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란 바램이 생긴다.

이들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짐은 우연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자신이 세운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게 되는 이 곳에서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이 채워주는 온기와

책으로 닿게 되는 인연의 실타래를 어떻게 허물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함이 유지되는 잔잔한 물결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밀한 연대 속에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린 그런 다정한 위로와 편안한 안식처가 필요하다.

<책과 수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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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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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사색을 다룬 잔잔하고 차분한 문장들이 담긴

자연과 정원의 이야기의 책을 만나보았다.

다양한 형태의 형식이 모두 담겨있는데

에세이, 시, 소설, 편지가 조화를 이루어 감상의 묘미를 더해준다.

그녀만의 내면 이야기를 조용하고 담담히 이야기하면서도

정원이라는 버지니아 울프가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 속에서

치유와 회복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느껴져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을 캐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기억-과거-을 내 뒤에 있는 하나의 도로로, 장면들, 즉 감정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긴 띠로 본다. 거기, 그 도로의 끝에는 여전히 정원과 아이들방이 있다.

p17

세인트아이브스는 내가 이 순간 염두해 두고 있는 저 “순수한 기쁨”을 우리에게 주었다. 느릅나무의 레몬색 잎들. 과수원의 사과들. 잎들이 속삭이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나를 여기에 멈추게 하고, 인간의 힘이 아닌 얼마나 많은 힘들이 우리에게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p31

꽃들은 인간들의 열정을 상징하고, 인간의 축제를 장식하고, 죽은 자들의 베개 위에 (슬픔을 아는 듯이) 놓여 있다. 놀랍게도 시인들이 자연에서 종교를 발견했다고 전해준다. 사람들이 시골에 살면서 식물들에게서 미덕을 배운다고 말해준다. 식물은 무심함으로 위안을 준다. 인간이 밟아본 적이 없는 영혼의 저 설원에 구름이 찾아오고 떨어지는 꽃잎이 입을 맞춘다. 마치 다른 영역에서 밀턴과 포프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잊었기 때문에.

p254-255

짙고 옅은 구름들이 지나가며 그 아래에 깔린 풀밭의 빛깔을 흩뜨린다. 해시계는 하루의 시간을 익숙한 수수께끼 같은 방식으로 기록한다. 마음은 한가하게 바로 이런 삶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렇게 노래하거나 흥얼거린다. 난로 선반 위의 냄비 같은 인생, 인생, 인생, 그대는 무엇인가? 빛일까, 아니면 어둠일까, 급사의 플란넬 앞치마일까, 아니면 풀밭에 있는 찌르레기의 그림자일까?

p266-267

계절을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며

삶의 숨겨진 지혜를 찾아볼 수 있는

낭만 넘치는 사색의 공간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갈란투스, 히아신스, 목련, 장미, 백합, 과꽃, 달리아,

사과나무, 벚나무, 배나무 등이 상록수가 자라나는 꿈의 정원처럼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디테일한 묘사가

감상을 너머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너머의 세계로 이미 가 있는 듯하다.

황무지를 지나 짙은 보랏빛 언덕의 걸어가다 지푸라기를 힘겹게 끌고 가는

메뚜기를 보며 인생의 고난을 떠올리기도,

저녁이면 헤더 꽃들 사이로 나방들이 전신선들로부터 들리는

말도 안되는 기이한 웃음 소리가,

녹색 동굴에 오랫동안 홀로 살아 온 물고기들이

인간의 말을 들어 온 자연 만물의 모두와 인간이 얽혀 살아가는 인생이 참 묘하게 아름답다.

어쩜 이렇게 작고 작은 미물들에 관심을 가지며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여지는 그 너머의 마음을 생각하며 글을 쓸까 싶다.

그녀가 내내 글을 쓰는 것처럼 존재의 모든 것들도

그 자리에서 영영토록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는 듯 보인다.

대체 얼마나 더 섬세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어 놀랍고

간간히 책장을 넘기다가 내가 있는 이 곳이

울프의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마저 느끼게 만든다.

삶을 풍요롭게 채워가는 법을 알았던 그녀의

안식처럼 요새가 되어 준 정원 속에서

외로움과 친밀함과 안전함을 느꼈던 것에 안도감이 든다.

그 안에서 부디 모두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는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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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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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색다른 판타지의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동양의 마법 이야기를

배명훈 작가만의 색으로 잘 풀어놓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단순한 마법 이야기가 아닌 서사와 성장 스토리가

따뜻하게 녹아있으며 시대의 비판적 시선을 날카롭게 분석한 글이기도 한 책이기도 했다.

기병과 마법사가 맞닿게 되는 세계의 끝은

결국 연대의 끈끈함이 이룰 수 있는 개인의 성장이었다.

그런 서로간의 결속력과 신뢰가 전장에서 더 치열하게 피어오르고

녹아들 수 있는 이들의 서사가 눈부시게 빛난다.




그때 무언가 커다란 것이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자아가, 세상이, 우주가, 삼라만상이, 인연의 덫과 끊지 못한 슬픔이, 멸족의 운명이, 생의 감각이, 그리고 또 허무 자체가, 무가 유로 바뀌는 감각이, 생명체의 감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고 단지 존재와 부재로만 구분할 수 있는 우주의 근권에 닿은 무언가가.

드디어 윤해는 답을 얻었다.

‘맞아! 나는 문이었어! 궁지에 내몰린 나는, 빠져나갈 구멍을 갈망하다가 내가 바로 그 자리에서 문이 되었어. 곰개는 거기로 튀어나온 거야. 열려 있는 문으로. 나를 통과해서. 내가 바로 열린 문이야!’

p290-291

윤해가 문이 되어 마로하를 자기 세계로 보내주었다.

윤해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언젠가 둘은 또 만나겠지만, 미래의 윤해가 과거의 마로하를 만나거나 미래의 마로하가 과거의 윤해를 만날 뿐, 지금의 두 사람이 이대로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예언자의 직감이었다.

그래도 윤해는 외롭지 않았다. 윤해에게는 이제 삶의 초원을 함께 살아갈 사람이 있었다. 혼자 버려진 윤해를 도화 날개가 되고 말이 되어준 사람.

이 사람이 접어놓은 초원에서라면 언제까지라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먼 길을 달려온 기병과 마법사는 마침내 온전한 안식에 이르렀다.

P380

폭군이 된 숙부가 그 검은 속내를 드러내자

영윤해는 죽음의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

마치 조선의 연산군 모습이 떠오르는 듯

소름끼치는 폭군의 파멸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이 어떻게 그려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위기의 순간에 곰개를 소환함으로

닫힌 문이 열리는 마법, 그 너머의 세계가 시작된다.

마목인들의 경계에 사는 다르나킨을 만나 두 인물이 함께 세상을 구원하고

사명을 다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그려진다.

단순히 혼자만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 것이 아닌

서로의 신뢰 속에서 함께 나아가며 술름고리에 녹아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기병과 마법사 윤해의 눈부신 활약을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연대의 중요성과 함께 이 세계 안에서 크나큰 안식이 있는

또다른 희망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400페이지 분량 가까이 되는 두께감의 책을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던 강한 몰입감은 작가만의 필력과

배경이 되는 사건과 심리묘사의 티테일함이 꽤나 섬세해서

물 흐르듯 잘 읽어지는 가독성 좋은 책이었다.

참담한 상황 속에서 있다하더라도 술름이 될만한

위로와 기쁨이 되어줄 세계 속에 놓여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하나된 문으로 통해 때론 혼자로

때론 둘이 되어 삶의 초원을 거닐 것을 알기에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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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 개정판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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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갈하고 멋스러운 타샤 튜더의 삶의 모티브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그 색이 가장 잘 두드러나는 건 사실 집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삶을 단단하게 채워가는 그녀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건네는지

책 속에 담긴 타샤의 생활을 더 가까이서 살펴보기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노년의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살피며 볼 수 있는

타샤의 집 구석구석은 나에게 호기심을 너머 존경의 마음을 보내게 만든다.

곳곳에 숨겨진 보물같은 물건들이며, 다듬고 직접 만든 온갖 모양과 용도의 도구들이

타샤를 이처럼 부지런하게 경이롭게 느낄 수 있게 만든 듯하다.




나는 타샤의 엄청난 부지런함에 자주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녀는 어느모로 보나 안달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저 손에 일감을 쥐고 있는 것을 좋아할 따름이다. 타샤는 ‘토바가 정원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만들기를 즐기는 것뿐이지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내 나름의 이론이 있다. 타샤의 이런 근면함은 양키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한 데서 생긴 것 같다. 내가 만나본 양키들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삶의 매 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샤도 이런 성향을 키워놨으리라. 밤사이에 해로운 동물이 나타나 닭들과 함께 달아나면, 그녀는 문제의 동물이 남긴 깃털들을 꿰매어 장난감을 만든다.

p16

타샤의 삶에는 모든 것에 목적이 있다. 푸르른 꽃밭은 주로 그녀의 그림 작업을 위해 꾸며진다. 특히 제멋대로 뻗은 장미 가지에 머리칼이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타샤는 이런 말을 해준다. “그 장미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포스터에 등장했어요.” 모든 게 제 역할이 있다. 손님들 뒤꿈치를 졸졸 쫓아다니는 코기들도 뭔가에 도움이 되겠지. 외눈박이 고양이 역시 뭔가 생산적인 기능을 한다. 희귀한 종류의 다람쥐를 잡는 게 문제긴 하지만! 염소, 정원, 나무로 된 눈삽, 종종대며 돌아다니는 닭, 원래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는 법이다. 또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룬다. 정원의 메마른 허브는 겨울에 염소들을 건강하게 해주고, 염소는 손님들에게 대접할 치즈를 만드는 우유를 대준다. 숲은 스토브를 지필 땔감을 주고, 스토브에서 구워진 파이는 타샤의 먹거리가 된다. 타샤는 염소의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허브밭의 잡초를 뽑는다.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타샤의 생활은 매사가 보기 좋게 어우러진다.

p22

목적에 맞게 제 용도를 잘해나갈 수 있는 성실함이

타샤의 비밀 병기처럼 제 역할을 다 하는 모든 것들이 참 조화롭게 느껴진다.

여러 형태의 바구니를 비롯해서 손으로 깎아 만든 목공예,

흙으로 만든 그릇과 화분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후의 티타임으로 제격인 하루 일과의 바쁜 마무리를

갓 구워낸 따뜻한 빵과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찻잔을 더하니

타샤의 아늑한 힐링 공간이 완성되는 듯 보인다.

게다가 말린 꽃과 화단을 정리하고 말린 꽃도 정성스레 다루면서

수확한 허브를 잘 손질해서 음식에 쓰이고, 크림과 연고로 만들어 쓰기도 하는

부지런하고 검소함이 몸에 벤 습관도 엿볼 수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타샤의 음식들이 완성되는 부엌에는 온갖 도구들이 갖춰져 있는데

정원에서 재배된 제철 채소들이 온전한 역할을 함은 물론이고

다양한 식재료들이 잘 저장되어져 있는 공간이 부럽기까지 했다.

타샤의 집 여기저기에 설치된 베틀을 보면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자투리 시간에 짬짬이 작업한다고는 하지만

베틀 작업만 매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집안 살림을 하면서도

시간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움직이는 일까지 한다니 경의로움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공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한다는 ‘바느질’은

그녀의 또 다른 저녁 일이기도 하다.

낡은 천을 손질하면서 온갖 종류의 옷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가면

섬세한 패턴으로 완성되어 근사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놀라운 관경들을 살펴보면서 재능의 한계를 넘나드는

타샤의 부지런한 손이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듯 느껴진다.

이처럼 볼거리와 배울 것이 풍성한 타샤의 집을 둘러보면서

그녀를 그녀답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타샤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녀의 가치와 존재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 책을 보면서

마법같은 따뜻한 공간 안에서 소중한 추억이 깃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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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 아우렐리우스편 세계철학전집 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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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계철학전집 아우렐리우스편 -

이따금 찾아오는 삶의 공허함과

답을 내릴 수 없는 모호한 문제들을 안고 있을 때면

철학서를 기웃거리며 살펴보게 된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고뇌와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상가들의 생각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새로운 지침과 방향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편으로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단단한 문장들로

독자들에게 많은 물음에 답을 건낸다.




"외부의 일로 인해 괴로움을 느낀다면, 그 고통은 그 일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당신이 언제든지 거둘 수 있다." 처음엔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를 괴롭힌 말은 분명히 그 사람에게서 왔고,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말이 옳고 안 옳고의 문제보다, 내가 그 단순한 말에 어떤 문게를 부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내가 받지 않으면, 어떤 말이든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p17

사실 알고보면 문제를 받아들이는 마음 가짐에서

파생되어지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괴롭던 일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내 몫이 된다.

더 큰 일로 부풀려 생각할 수도,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거를 수 있는 말을 내 선에서 잘라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전히 말 속에 생각이 갇혀 지낼 때가 많다.

그래서 더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며

나 스스로가 씨름하면서 더 괴롭다.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굉장히 간단 명료해보이지만

명쾌한 해답 같다.

말을 말로 더 의미를 부여하지 말것을 다짐하게 만든다.

아우렐리우스는 "삶은 짧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네 삶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 능력도 먼저 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라."며

지금 이 순간을 이성적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p135

삶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짧아져가는 시간을 생각지 못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별 것 아닌 것에 목숨 걸며 사는지 모르겠다.

닿을 수 없는 미래에 전전긍긍하며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나의 못난 모습을 보며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현재를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생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싸움은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지켜내느냐'이다. 이기적인 삶이나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은

언젠가 허물어지고, 그렇게 얻은 성공은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진짜 성공이란 외적으로 드러나는 결과가 다가 아니다.

내가 나를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삶이라면, 비록 느리더라도 그것은 결코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p180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핀다.

어떤 행위조차도 타인에 비칠 내 모습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더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나는 없는 껍데기뿐인 인생이 얼마나 공허한가.

그것을 알면서도 이같은 오류를 범하고 사는 건

여전히도 타인의 시선을 살피고 살아가는 인생이라 더 할 말이 없어진다.

결국 끝에 가서 남는 건 나 하나일텐데

내가 나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못하고 산다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살고 있는게 아닐까.

문득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많아서

제대로 방향을 잡고 싶은데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내가 눈에 밟혀서

쏟아지는 정보의 호수 속에서

조용한 사색을 일부러 찾아 시간을 가지려 애쓴다.

그런 마음의 정렬을 돕는 친절한 철학서가

나에겐 지금의 시점에 또 다른 지표가 되기도 하고

걸어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앞으로의 삶에서 여러 갈래의 고민들을

좋은 명상과 철학의 위로를 지침 삼아

변덕스러운 삶에 갈피를 잡고 걸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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